294화
김충범이 쏘아 올린 화염은 시험을 치르던 수많은 학생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마법도 아니고 비 전투용 마 법인 폭죽 마법이 쏘아 올려졌다는 건 어떤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호였으니까.
그리고 학생들은 저 마법을 ‘김선 우를 발견했다.’라는 의미로 파악했다.
일주일 전, 시험의 룰이 미리 공개 된 시점부터 B조의 학생들은 김선 우를 먼저 처치할 계획을 세워두었 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건, 김선우가 작년 기말시 험에서 마력의 폭우로 엄청난 임팩 트를 남겨 생긴 결과였다.
그렇게 시간이 홀러 학생들은 하나 둘씩 화염이 쏘아졌던 장소에 몰려 들었다.
숫자는 총 12명.
폭죽이 쏘아지고 난 뒤 약 4분밖 에 지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꽤 많 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12명의 학생이 모이자 그 들은 서로를 보며 잠시 경계했다.
김선우를 처치하기 위해 모였지만 기본적으로 이 시험은 ‘개인전’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배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박인환이 앞으로 나섰다.
“마력 집어넣어. 우리끼리 싸울 때 가 아닌 거 알잖아.”
박인환의 말에 남은 12명의 학생 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력을 거두었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이번 시험의 최 대 위험 요소, ‘김선우’를 먼저 처치
하는 것.
무엇보다 김선우에게는 680의 포 인트의 현상금이 걸려있기에 1등을 위해서라도 김선우를 반드시 처치해 야 한다.
“……흐음. 근데 왜 이리 조용하 지?”
박인환은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느꼈다.
폭죽이 쏘아졌던 장소임에도 어짜! 서인지 전투의 흔적 같은 게 느껴지 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수상한 흔적도 보이 지 않고.
그때 박인환은 나무 앞에서 쭈뼛쭈 뗫 눈치를 살피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평소 존재감이 없던 같은 반 친구 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박인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생각했다.
“박충범?”
“양충범.”
박인환의 물음에 양충범이 짧게 대 답했다. 박인환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양충범. 근데 박충범이 더 편하니까 박충범으로 부를게.”
“안 돼.”
박인환의 농담에 양충범이 정색하 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 박인환은 눈을 찌푸렸다.
작년 만해도 자신한테 저런 태도를 보이는 녀석이 없었는데…….
작년의 박인환이었으면 그 태도에 바로 웅징했었겠지만, 작년 김선우 에게 몇 번의 참교육을 당한 뒤, 박 인환은 분노 조절을 할 수 있게 되 었다.
“뭐 어쨌든, 아까 화염 마법 네가 쏜 거냐?”
“……어, 내가 쏜 거 맞아.”
양충범의 대답에 주변이 잠시 술렁 였다.
“왜 쏜 건데?”
“그건......
양충범이 말끝을 흐렸다. 어딘가 불안해하는 얼굴.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12명의 학 생이 의문을 느끼자, 양충범이 하늘 을 올려보았다.
정확히는 하늘이 아니라 나무 위였
그렇게 양충범의 시선을 따라 나무 위를 올려보는 그 순간.
그곳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동시에 4갈래로 쏘아지는 무속성 마법 구체.
파앙!
구체는 4명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정확히
그 어떤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았기 에 그들은 반웅할 생각조차 못 하고
그대로 머리가 폭발하며 사라졌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기습에 남은 8명이 크 게 당황했다.
그때 놀랄 틈도 없이 나무 위에서 또다시 4개의 마법 구체가 쏘아졌다.
콰아앙!
“끄아악!”
그리고 다시 사라지는 4명.
한순간에 12명에서 4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남은 4명의 학생은 곧바로 전투 자세에 돌입하며 크게 외쳤다.
“기, 김선우다!”
그 외침과 동시에 나무 위에서 김 선우가 튀어나왔다.
4명은 곧바로 각자 자신의 마법으 로 김선우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김선우는 여유롭게 공격들 을 피해내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의 배에 마법 구체를 쑤셔 박았 다.
콰아앙!
“끄아악!”
또다시 사라지는 한 명.
동시에 창과 도끼를 쥔 두 학생이 김선우의 후방에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선우의 머리 위로 두 개 의 마법 구체가 구현되더니 그 둘의 머리를 그대로 터트렸다.
콰앙!
“후……
김선우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에 박인환은 혼자 남게 되었다.
11명을 10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 아 처치한 것이다.
“이 미친 새끼……!”
박인환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김선우를 상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 인데 저 녀석은 학생이라고 하기에 는 너무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김선우 손을 탁탁 덜더니 박인환을 바라보았다. 박인환은 동시에 심장 이 멎을 것 같은 공포심을 느꼈다.
작년 그에게 당했던 수많은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선우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피 식 웃으며 말했다.
“너랑 인연도 참 질기다. 어떻게 매번 시험마다 이렇게 마주치냐? 근 데 작년에 퇴학당할 줄 알았는데 용 케 퇴학 안 당했네?”
작년 2학기 기말시험.
박인환은 김선우를 상대하는 과정 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퇴학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꿈에서 나와 그를 괴롭혔다.
김선우는 말을 이었다.
“교외 봉사하느라 고생 좀 하는 거 같던데. 아! 너 그리고 벌점 받아서 순위도 팍 떨어졌다며. 6위에서 18 위로 떨어졌던가?”
“……닥쳐.”
김선우의 살살 긁는 말에 박인환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선우는 피식 웃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김선우의 신형이 사라졌다.
김선우가 돌진해온다는 것을 눈치 챈 박인환은 마법의 장막을 넓게 펼 쳤다.
김선우와 붙어본 여러 번의 경험이 만들어낸 본능이었다.
하지만.
“......커헉!”
그것보다 김선우의 움직임이 더 빨 랐다.
박인환이 장막을 펼치기도 전에 김 선우가 박인환의 배에 마법 구체를 방출한 것이다. 작년의 김선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박인환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해보 지 못하고 사라졌다.
전투를 마친 김선우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작게 미소를 지었다.
비현실의 가호의 30% 능력치 상 승효과 덕에 생각보다 쉽게 12명의 적을 처치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투쟁심과 대자연 의 심장을 사용하면…….
상상만 해도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위치 공개 시간이 얼마나 남 았지.”
김선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악인 위치 공개까지 약 15분의 시간이 남았다.
“김충범.”
김선우의 부름에 멍한 얼굴로 전투 를 지켜보던 양충범이 어깨를 들썩 였다.
“으, 웅?”
김선우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 켰다.
“폭죽 마법 한 발만 더 쏴줘라.”
‘정글 멸망전’ 시험이 치러지는 B 조 참관실에서는 감탄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무려 68표를 받으며 고생할 것이 라 예상되었던 김선우가 영리하게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었기 때문이 다.
“와. 저주를 저렇게 파훼해버릴 줄 은 생각도 못 했네.”
릴리가 화면 너머에서 10명의 적 을 상대하는 김선우를 보며 감탄했다.
설마 같은 장소에서 학생들의 관심
을 유도하여 적들을 끌어들일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악인 투표로 얻은 정글의 저주와 위치공개의 페널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묘수였다.
그리고 계속된 화염 폭죽의 관심 끌기로, 김선우는 벌써 22명의 적을 처치하게 되었다.
현재 그의 획득 포인트는 1740.
독보적 1등이다.
이미 경기장 내부의 모든 참관인의 관심은 김선우를 향하고 있었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지.”
릴리의 옆에 앉은 다리아가 중얼거 렸다.
경기 시작 시각 30분.
악인 투표의 페널티, 실시간 위치 공개가 곧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 다.
[29분 51초]
[55…… 56…… 57…… 58…… 5 9……]
카운트가 오를수록 사람들은 긴장
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30분이 되었습니다!]
[최다 득표를 얻은 ‘김선우’의 위치 가 10분간 실시간으로 공개됩니다!]
30분이 되자 화면 너머의 학생들 이 스마트 학생 수첩을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남은 생존자의 수는 42명.
그들 전체가 마치 미리 계획한 것 처럼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릴리는 헛웃음을 홀
렸다.
“……이거 시험 룰, 일주일 전에 미리 공개했었다고 했나?”
릴리의 물음에 옆에 앉아 있던 최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3학년은 미리 공지했던 거로 기억해요.”
“그래? 얘네들 사전에 짰나 보네.”
릴리는 다시 화면 너머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김선우 레이드야 뭐야.”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은 ‘김선우’ 가 있는 곳이었다.
“아니, 이게 뭔……
시험 시작 30분.
나무 꼭대기 위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던 나는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 위치가 공개되자 40이 넘는 학 생들이 일제히 내 쪽을 향해 달려오 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마주쳤으면 서로 싸울 법도 한데 싸우지도 않고 함께 달려
온다.
마치 한팀이라도 된 것처럼.
“아니, 이거 개인전 맞아?”
내 위치가 공개되더라도 이런 식으 로 ‘전체’가 한팀이 되어 달려올 줄 은 생각도 못 했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보아하니 작정하고 나부터 탈락시 키려는 모양인데.
“……대기실에서 단체로 노려볼 때 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쳇.
상황이 최악으로 홀러간다.
만약 김충범의 마법으로 미리 20 명이 넘는 적을 처치하지 않았더라 면 60명이 넘는 적을 상대할 뻔했다.
뭐, 40이나 60이나 혼자 감당하기 에는 벅찬 수이기는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머릿속으로 시뮬레 이션을 돌렸다.
혼자서 40이 넘는 적을 과연 상대 할 수 있을까.
“……마나가 버틸 수 있으려나.”
상대하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역시 마나가 문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녀석들은 내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나무 위에서 은밀한 발걸음으로 기 척을 숨겼기에 녀석들은 나를 찾아 내지는 못했다.
“……여기가 맞는데? 왜 안 보이 지‘?”
“이거 위치 표시 제대로 표시되는 거 맞아? 고장 났나?”
그때 한 명이 김충범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 여기 먼저 있었지? 김선우 안 보였어?”
“응? 어…… 처음부터 안 보였어.” 김충범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혹시 배신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
데 의외로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흐음. 뭐지? 분명 여기가 맞는데.”
“김선우 기척 은폐 잘하잖아. 아마
여기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그때 한 학생이 내가 있는 나무
위를 바라보았다.
“나무 위부터 확인해보자.”
쳇.
그 말에 나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미 들켜버린 이상 내가 먼저 공 격해야 한다.
나는 최대한 마력을 끌어모았다.
숫자에서 크게 밀리는 만큼 첫 공 격으로 최대한 많은 녀석을 쓰러트 려야 한다.
“......후우.”
내 손위로 회오리치는 구체가 구현 되었다.
동시에 내 마력을 느낀 녀석들이 나무 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무 위다!”
나는 곧바로 바닥으로 점프하며 압
축해놓은 바람 속성 구체를 방출했다.
파앙一!
바람 속성 구체는 지상을 향해 쏘 아지더니 이내 폭풍 같은 바람을 일 으키며 넓게 퍼져나갔다.
마력의 폭우를 제외한 내가 유일하 게 할 수 있는 광역 마법이었다.
휘이이잉!
콰아아앙!
“끄아아악!”
회오리가 지상의 학생들을 휩쓸었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의 비명이 내 귓가에 울렸다.
구체에서 쏟아지는 칼바람들이 다 수의 적을 베어낸 것이다.
“크윽! 공격해!”
놈들은 단체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각자 자신의 마법을 구현했다.
강화계, 발현계, 보조계, 소환계.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그때 지상에서 화염의 사슬이 나를
향해 솟구쳤다.
저들 중에 섞인 보조계 마법사가 속박 마법올 시전한 것이다.
나는 사슬에 마법 구체를 방출해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그다음으로는 발현계 마법사들이 나를 향해 마법을 쏘아 내려 했다.
낌새를 눈치챈 나는 곧바로 녀석들 사이로 달려 나갔다.
안으로 파고들자 녀석들은 나를 쉽 사리 공격할 수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팀을 공격할 가능성 이 있을 테니까.
내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
나는 녀석들의 사이를 휘저으며 한 명 한 명씩 숫자를 줄여나갔다.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 급소를 노리 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끄아악!”
순식간에 다섯의 적을 처치했지만,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렇게 하나하나 적을 쓰러트리던 중 뒤에서 날아온 거대 마법 하나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빠르게 점프해 뒤로 물러섰 다.
콰아앙——
“……후우. 끝도 없네.”
뒤로 물러선 나는 숨을 돌리며 놈 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 역시 긴장한 얼굴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미친 괴물 새끼.”
“아니, 뭐 저리 빨라?”
“이거 이길 수 있는 거 맞아?”
그렇게 서로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 라보며 대치하던 그때.
우우웅!
강한 마력과 함께 내 발밑에서 마 법진이 구현되었다.
동시에 내 발이 돌처럼 굳었다. 술 식의 속박 마법에 묶인 것이다.
“……돼, 됐다! 성공했다!”
속박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 한 명 이 성공했다는 듯 외쳤다.
3학년 8위인 보조계 마법사였다.
이름이 정민우였나?
높은 순위의 보조계 유망주였기에 기억하고 있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도 굽히던 허리 를 들어 올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지었다.
“……엉? 뭐, 뭐야? 진짜로 잡은 거야?”
“와. 대박!”
한순간에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누군가는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한다.
잠시 황당함을 느끼며 그들을 바라 보다가 바닥의 마법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바닥에 손을 짚고는 마력 을 주입했다.
우우웅!
번쩍!
2초도 되지 않아 속박 마법이 사
라졌다.
정민우를 포함한 모두가 눈을 깜빡 이며 나를 바라봤다.
“……저건 아니잖아.”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