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2화 (291/535)

292화

시험 시작 20분 전.

이서준과 헤어진 나는 신영준과 함 께 B조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 내부는 단출했다. 과하지도 소박하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의 경 기장.

중앙에는 거대한 기계 장치가 하나 있었는데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비의 기운을 보아하니 가상 세계 구현 장 치인 모양이다.

“흐음. 근데 대기실은 어딨지?”

신영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선수 대기실]이 라고 적힌 장소를 가리켰다.

“저기 있네.”

“오. 역시 김선우. 길 하나는 잘 찾는다니까?”

“너가 못 찾는 거야.”

신영준은 할 말이 없는지 작게 헛 기침을 했다.

그렇게 나와 신영준은 대기실로 이 동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자 의자에 앉아 휴식하고 있는 수많 은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한 조에 75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 르게 되니 아마 이들의 숫자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그때 문 앞에 앉아 있던 한 학생 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김 선우다.”

동시에 대기실의 학생들이 하나둘 씩 내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마치 약속한 것처럼 경계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여?”

갑작스러운 살벌한 분위기에 당황

해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공의 적’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공공의 적?

그것을 보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공공의 적이라니.

누가 보면 소설 속 대마왕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아무래도 서바이벌 시험인 만큼 위 험인물로 나를 꼽고 있는 모양이다.

중요한 시험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하는데 좀 과하긴 하네.

그리고 내 반응에 몇몇 학생이 불 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저거 방금 비웃은 거 맞지?”

“자신 있다는 건가?”

……예민하기는.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는 자리에 앉 았다.

신영준은 재밌는 구경이라도 했다 는 듯 옆에서 큭큭 웃는다.

남은 시간 뭐하며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데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진동이 울렸다.

[선배님 B조 경기장에서 시험 보 죠??]

[숭아 억지로 끌고 와서 참관하러 가는중긔 긔 ]

[1 등 응원하고 있을게요! (주먹 불 끈 쥔 토끼 이모티콘)]

최서윤에게 온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읽은 것만으로도 긍정적

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까지 힘이 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나는 짧게 답장을 입력했다.

[그래]

……라고 쓰다가 지웠다. 너무 성 의 없어 보이는 거 같아서.

톡톡 메시지를 다시 입력했다.

[고맙다. 오늘 오전 시험 잘 봤 어?]

오늘 오전에는 2학년 던전 타임어 택 시험이 있었다.

결과는 보나 마나 최서윤의 1등이 겠지만 예의상 물어봤다.

[넵, 여유롭게 2둥이랑 25분 차이 로 1등 했어요거거]

……잠깐. 2둥이랑 25분이나 차이 냈다고?

내 기억에 의하면 원작에서의 최서 윤은 약 3분 정도의 차이로 아슬아

슬하게 1등을 했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나의 개입으로 주요 등장인물의 성 장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과한 게 아닌가

하긴, 이서준, 윤하영, 유아라도 원 작이랑 비교하면 엄청나게 성장하긴 했으니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

“엉? 야야. 김선우.”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데 신 영준이 대뜸 말을 걸었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자 신영준 이 스마트 학생 수첩을 눈앞에 내밀

었다.

“큭큭. 야. 이거 봐봐.”

화면 속에는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B조 경기장이 찍힌 사진이 보였다.

시계탑의 시간과 현수막을 보아하 니 오늘 찍은 사진인 거 같은데.

“이게 뭔데?”

“니 스토커가 방금 올린 사진이 야.”

“스토커?”

나는 사진 아래에 적힌 이름을 확 인했다.

[Lilly Rose]

얘는 왜 또 왔어?

한편, 마법사관학교 B조 경기장 앞 에서 최서윤은 송승아의 팔을 이끌 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 진짜! 참관할 거면 혼자 하던 가. 나는 왜 억지로 끌고 가는데?”

이서준, 유아라, 이현주가 속한 A 조의 시험을 보고 싶어 하던 송승아

가 불만을 터트렸다.

최서윤은 잠시 멈춰서더니 말했다.

“A조에 참관인들 다 몰려서 B조에 혼자 가면 이상하게 보일 거 같단 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보면 되지. 거참 이상한 걸 신경 쓰네.”

“……아무도 없는 식당 들어가는 거랑 사람 많은 식당 들어가는 것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대체 그게 무슨 차이인데?”

송승아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어 서 물었다.

“그런 게 있어. 아! 곧 시작하겠다. 빨리 들어가자.”

최서윤은 B조 경기장 안으로 들어 섰다. A조와 달리 줄이 없었기에 수월하게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렇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텅 빈 관객석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는 관객이라 해봤자 소수의 길 드 스카우트와 기자, 그리고 극소수 의 학생들.

확실히 B조 경기는 A조에 비하면 인기가 없다.

그렇게 쭉 주변을 둘러보는데 몇몇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가장 먼저 특무팀의 에이스라 불리 는 김덕현. 그의 부하로 알려진 정 현수.

뉴스에서 몇 번 보았던 명문 길드 의 마스터.

1학년 1위 은설아와 그 친구…….

그리고…….

“불의 마녀?”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유아연까지 앉아 있다.

그녀가 유아라의 친언니라는 걸 알 고 있다 보니, A조가 아닌 B조에 있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설마 경기장을 잘못 찾아온 건 가?

“뭐지?”

참관인의 수는 적지만 이상하리만 큼 대단한 사람들만 모여있다.

그리고.

뚜벅뚜벅.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 더니 누군가가 최서윤과 송승아를 지나쳐 발걸음을 멈추었다.

모두의 시선을 끄는 화려한 금발.

여성은 당당한 몸짓으로 양손올 허 리에 얹더니 말했다.

“여긴 뭐 이리 사람이 없어?”

그녀의 정체는 이서준과 같이 세계 에 이름이 알려진 특급 유망주, 릴 리 로즈였다.

릴리는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 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 는 최서윤을 발견하고는 곧장 눈살 을 찌푸렸다.

“최서윤?”

이 둘은 성무제의 마지막 스테이 지, ‘꿈의 세계’에서 잠시 동맹을 맺 었던 인연이 있었다.

물론 최서윤이 이상하리만큼 적대 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그 둘의 사이 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최서윤 역시 릴리와의 만남 이 탐탁지 않은 듯 눈을 가늘게 떴 다.

“설마 또 관종 스토커 짓 하러 온 거예요?”

“아씨. 얘가 또 그렇게 부르네. 야!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 했지!”

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최서윤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시선으로 릴리를 바라보 았다.

“찔려서 화내는 거 보니까 맞네.”

“뭐, 뭐래. 시험 끝나서 구경하러

온 거거든? 그리고…… 에휴 됐다. 짜중 나게 하지 말고 나한테 관 심……

한창 말을 이어가던 릴리가 최서윤 의 뒤편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 말 끝을 흐렸다.

뭔가 싶어서 최서윤은 뒤를 돌아보 았다.

긴 갈색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

릴리 로즈와 마찬가지로 성무제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이 걸어오고 있었다.

“……다리아?”

러시아 마법사관학교 2학년 1위.

다리아였다.

다리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 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최서윤? 릴리 로즈?”

“뭐냐? 다리아 너는 또 왜 온 거

야?”

릴리가 묻자 다리아가 조용히 중얼 거렸다.

“……참관하러 왔는데. 뭐, 문제 있

어?”

“으응? 아니, 그건 아닌데…… 릴리가 뻘쭘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아까부터 흥미에 찬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송승아가 입꼬리를 씰룩였다.

“뭐야, B조 엄청 재밌네.”

번쩍!

눈 부신 빛과 함께 장소가 바뀌었다.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가상 세계에 입장했습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가상 세계에 입장하자 비현실의 가 호가 발동되었다.

모든 능력치 30% 상승.

투쟁심의 효과와 같았기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나는 손바닥을 내려보며 차오르는 힘을 느끼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완전 정글이네.”

온통 녹색 빛으로 말 그대로 아마 존의 정글을 보는듯했다.

거대한 나뭇잎과 넝쿨, 바위로 인 해 시야가 가려져 기습하기도, 당하 기도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나에겐 ‘살기 감지’가 있기에 기습당할 일은 없다.

나에게 유리한 환경이라 할 수 있 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 마냥 유리한 건 아니다.

곧 밝혀질 사실이지만 이 시험에는 상위권 학생을 저격하는 몇 개의 ‘특별한 룰’。]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시험들과 다르게 마음껏 날뛰기 쉽지 않은 상황.

그래도 은폐하기 쉬운 정글을 적극 활용한다면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3학년 기말시험, ‘정글 멸망전’의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머리 위에서 거대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글 멸망전’에는 포인트 제도가 있습니다. 시험이 진행되는 8시간 동안 모은 포인트로 최종 성적이 결

정됩니다.]

포인트 제도.

이전 서바이벌 시험에서도 자주 나 왔던 개념이었기에 이해하는 건 어 렵지 않았다.

[그럼 포인트 획득 방법에 관해 설 명해 드리겠습니다.]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사냥’ 혹은 ‘탐험’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사냥과 탐험.

사냥은 말 그대로 몬스터나 인간을 사냥하는 행동을 말하고, 탐험은 유 적지를 찾아 유물을 발굴하는 행동 을 말한다.

[유물은 30포인트, 인간 처치는 80 포인트, 몬스터 사냥은 등급에 따라 10에서 최대 1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외부자의 혜택이 있는 나에겐 포인 트를 모으는 건 힘들지 않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아까도 말했듯 나에 게 적용될 확률이 높은 ‘특별한 룰’

이다.

[이렇게 모은 최종 포인트는 정글 에서 8시간 생존할 시 획득한 포인 트의 50%를 추가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숨겨진 특별한 룰, 첫 번째 를 공개하겠습니다.]

숨겨진 특별한 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악인 투표’ 를 시작합니다.]

악인 투표.

득표수가 많을수록 페널티가 늘어 나는 악독한 룰로, 시험의 흐름을 뒤바꾸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악인 투표’로 지목된 학생은 1표 당 10포인트의 현상금이 추가됩니다.]

[또한 1표당 ‘정글의 저주’에 걸릴 확률이 0.5%씩 상승합니다.]

[최다 득표를 받은 악인은 30분 간 격으로 10분간 스마트 학생 수첩을 통해 위치가 공개됩니다.]

“……하. 20표 이상은 무조건 받을 거 같은데.”

아니, 최다 투표를 받을 때 생기는 페널티 ‘위치 발각’은 그렇다 치고, 악인 투표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정글의 저주’이다.

온갖 디버프는 물론이고, 환각과 환술, 함정까지 온갖 것으로 끝도 없이 사람을 괴롭힌다.

원작에서의 이서준도 이 저주 때문

에 상당히 고생하던 것을 직접 보았 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악인 투표’를 시작 하십시오.]

스마트 학생 수첩에 투표창이 떠올 랐다.

75명의 학생 명단.

쭉쭉 내려보다가 생각해둔 녀석을 찾았다.

내게 가장 위협이 될 만한 녀석이 라고 해봤자 역시 이 녀석밖에 없겠

[3위. 신영준]

이번 시험에서 되도록 마주치고 싶 지 않은 녀석이다.

순위를 떠나 신영준의 실력은 이서준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 다.

애초에 그가 달성한 3위라는 성적 은 오직 ‘무력’하나로 만들어낸 것.

물론 무력 바보라 다른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하기는 하다.

특히 지능이 조금 낮다.

자운으로 치면 스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럼 고민 없이 신영준으로 투표.

[신영준 님으로 투표했습니다.]

[투표 종료까지 30초 남았습니다.]

[5…… 4…… 3…… 2…… 1…….]

[악인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투표가 드디어 끝이 났다. 나는 긴

장감을 유지한 채 침을 꿀꺽 삼켰 다.

“제발 30표, 아니 35표만 넘지 마 라.”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악인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1. 김선우 : 68표]

[2. 신영준 : 5표]

[3. 박인환 : 2표]

“......웅?”

순간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 눈 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그러니까…… 68표?

“아니, 씹. 이게 뭐야.”

[최다 득표를 받은 악인은 ‘김선우’ 입니다!]

[김선우에게 680포인트의 현상금이 추가되었습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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