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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화 (289/535)

290화

늦은 새벽.

짙은 어둠이 드리운 십마회의 은신 처에 6명의 S둥급 마인이 급히 모 였다. 내부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흐 르고 있었다.

오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태혁이 죽었다.”

정태혁.

십마회를 구성하는 S등급의 마인.

무력 면에서 최약체로 꼽히고 있지 만, 그가 경영하는 ‘태상금융’은 수 많은 마인의 은신처 역할을 하며 세 력을 키워 나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죽었다. 아무리 최약체로 꼽히는 그였지만 S등급의 마인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십마회의 마인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협회의 보안 때문에 알 수가 없 어. 적어도 어쩌다가 죽었는지만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이 바로 이것

오랜 동료가 죽었지만 왜 죽었는 지. 또 어떤 마법으로 죽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차도에서 누군가의 기습을 받고 사망했다는 것뿐.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태상금 융은 이미 협회가 뒤집어놨다고 하 더라고.”

“……쳇. 잘못하다가는 나까지 피 해 볼지도 모르겠는데.”

S등급의 마인, 현교가 침통한 목소 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인 AY 생명이 태상금융과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이 다.

그때 조용히 있던 한 마인이 말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역시 ‘그 놈’이겠지?”

그놈이라는 표현에 한 마인이 의문 을 표했다.

“……그놈? 누구를 말하는 거지?”

“당연히 김진우다.”

“..r

김진우.

마인들 사이에서 ‘마인 사냥꾼’이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마법사의 이 름이 었다.

마인을 구분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태혁의 정체를 알아내 먼 저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현교가 다시 끼어들며 말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안 그래도 한세진이 최근에 태혁과 나에게 김 진우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으니까.”

현교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세진이?”

“그래, 김진우가 한세연에게 무언 가 말을 한 모양이던데.”

“하지만 그 녀석에게 S등급 마인을 처치할 실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던 데. 애초에 김진우는 A등급이 아닌 가?”

바로 그 순간, 권좌에 앉은 채 침 묵을 유지하던 왕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한세진이 그런 말을 했다고?”

“왕이시여. 무언가 아시는 것이라 도‘?”

한 마인의 물음에 왕이 대답했다.

“나는 박람회에서 진건을 죽인 마법사를 김진우로 의심하고 있다. 아 니, 거의 확신하고 있지."

“..r

왕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 었다.

“……그자가 김진우였다고?”

“하긴, 생각해보면 단순 A등급이라 고 치부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기 는 하지.”

그때 굳은 얼굴로 대화를 듣던 현 교가 나섰다.

“제가 책임지고 김진우를 처치하겠 습니다.”

“현교, 김진우는 만만하게 볼 상대 가 아니다. 아주 치밀하고 빈틈없는 녀석이지. 거기다……

왕은 김진철 회장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것에 대한 것은 좀 더 조사 후 확신이 생기면 말할 생각이었다.

현교는 왕이 말을 멈추자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 두 들어라. 김진우와 관련된 정보는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할 수 있도 록.”

그 말을 끝으로 왕은 자신의 앞에 선 5명의 마인을 둘러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명이던 인원이 어느새 6명으로 줄어들었다.

성진, 원혁, 진건, 태혁.

1년 사이에 4명의 S등급 마인이 죽은 것이다.

왕은 최악으로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동시에 전대 왕이 죽기 전에 했던 예언이 떠올랐다.

—네놈은 평생 언제 죽을지도 모른 다는 두려움에 떨다가 죽을 것이 다…….

정태혁을 토벌한 장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은 개발 지역으로 공사 중인 건물들이 늘어져 있다.

정태혁을 토벌한 나와 윤하영은 특

무팀의 시선을 피해 건물 하나에 들 어가 잠시 휴식하고 있었다.

“......후우.”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숨을 크 게 내쉬었다.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정태혁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무리 도 했고, 마나 엘릭서의 효과로 마력 탈진 현상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위이이잉!

그리고 밖에서는 특무팀 차량의 사 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시끄럽게 울 리는 중.

아마 여기까지 찾아올 일은 없겠지

만 상황 때문인지 괜히 불안한 기분 이 든다.

이러니 마치 영화 속 경찰에게 쫓 기는 강도라도 된 거 같네.

“선우야 괜찮아?”

그때 내 안색을 살피던 윤하영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나 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잠깐 마력 탈진 현상이 찾아와서 그래.”

“그러면 다행인데…… 혹시 다친 건 아니지?”

나는 양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

“딱 보면 멀쩡하잖아. 걱정 말고 특무팀에서 이쪽으로 오는지 확인만 해줘.”

“으웅. 알았어.”

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힐끔 창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살폈다. 그러곤 혼잣말하듯 내게 말했다.

“근데 결국 네 말대로 정태혁은 마인이 맞았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묻어나오는 말투였다.

윤하영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창밖 어딘가를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태상금융…… 엄청 유명한 회사잖 아. 설마 마인 중에 대기업 회장님 도 있을 줄은 몰랐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마인은 네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곳에 숨어 있 어. 아마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 속될 거야.”

내 말에 윤하영의 표정이 한층 더 굳었다. 그러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윤하영이 생각 났다는 듯 내게 말했다.

“아, 맞다. 선우야. s등급에는 언제

오른 거야?”

“......웅?”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얘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갑자기 웬 S등급?”

“선우 너 혼자 S등급 마인을 상대 했잖아. 그럼 S등급인 거 아니야?”

S 둥급 마인을 혼자서 상대한 건…… 맞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상황이 나한테 좋게 흘러갔다고 해 야 하나.

어찌어찌 3분의 시간 동안 전투를 유리하게 이끈 것 맞지만, 만약 녀 석이 원반격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 었더라면 그 이후의 상황은 달라졌 을 것이다.

녀석이 나를 ‘김진우’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정돈 아니야. 여러 가지 운이 좋았어.”

“어허. 선우 또 약코하네.”

……약코는 또 뭐야?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외부자의 혜

택을 발동했다.

오늘 정태혁을 처치하면서 얻은 결 과물올 확인하기 위해서다.

[S급 빌런, ‘정태혁’을 토벌했습니다.]

[미래에 거대한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5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마력 제어 능력

의 숙련도가 5%, 빛 속성 숙련도가

15% 상승합니다.]

[소환수와의 협동을 통해 큰 승리 를 거두었습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의 유 대가 12% 상승합니다.]

[‘소환 제어술(A)’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의 모 든 능력치가 0.1 상승합니다.]

[‘방심 유도’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카운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폭주화 2단계’의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단계 상승에 필요한 조 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

동시에 끝도 없이 밀려오는 메시 지.

과연 S등급 마인답게 보상이 상당 히 많다.

그렇게 쭉쭉 내용을 살피는데 마지 막 부분이 내 눈에 띄었다.

『폭주화 2단계’의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단계 상숭에 필요한 조 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폭주화 2단계의 조건?

맞다. 이런 특성도 있었지.

박람회에서 마인을 토벌하고 얻은 ‘폭주화 1단계’ 특성.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정 태혁과의 전투를 통해 조건 하나가 달성된 모양이다.

남은 조건은 뭘까? 곧바로 확인했다.

[2단계 승급 조건]

1. 폭주화한 S등급 마인을 토벌 (1/1)

2. 폭주화 1단계 발동(0/1)

“ 흐음......

폭주화 1단계 발동.

쉬워 보이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조 건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상위 마인들의 폭주화와는 다르게 내 것은 극한의 상황에서만 발동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생사를 오가는 전투 중,

특히 내가 위험해진 상황에나 발동 될 거 같은데 그런 상황이 쉽게 일 어나는가.

거기다 나는 폭주화가 발동될 만큼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싶는 않다.

쯧.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겠 네.

새벽에 있었던 정태혁 암살사건은 전 세계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전자기 기를 마비시키는 특이한 수법을 사 용한다는 것과 구체 형태의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 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사람들의 관심을 끌 미스테리 한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은 정태혁을 암살한 자가 누구인가보다 다른 것 에 관심을 가졌다.

바로 정태혁은 S둥급의 마인이었으 며, 그가 경영하던 회사인 태상금융 은 마인 회사였다는 것이다.

「마인 사건과 관련하여 협회에서

태상금융 압수수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밝혀진 사실로는 태상금융의 전체 직원 중 8%가 마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중 절반은 현재 도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태혁의 자택에서 몇몇 기 업, 그리고 범죄 조직들과의 거래 서류를 발견했습니다. 이 기업들 역 시 마인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 황입니다.」

.기업 리스트에 대해서는 협회에서 자세한 조사를 위해 보안올 유지

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지금까 지 없었던 역대급 규모의 ‘마인 게 이트’가 열리지 않을까, 대중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 안에 책상을 내리찍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뉴스를 보던 한세진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찍은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이른 아침부터 전해지는 끔찍한 소 식. 이건 그의 시나리오에 없던 일

이었다.

“양 팀장.”

한세진의 말에 부회장실 문이 열리 며 개인 비서, 양 팀장이 안으로 들 어섰다.

“네, 부회장님.”

“지금 당장 태상금융, AY 생명. 그 외 관련된 기업 간의 서류. 전부 처분하세요.”

“알겠습니다.”

양 팀장은 고개를 숙이고는 방 밖 으로 나갔다.

한세진은 화를 삭이며 의자에 앉았

이른 아침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한세진과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던 태상금융이 마인 기업으로 밝 혀졌다는 것.

한성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마인과 거래를 해왔던 그였기 에 이번 사건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 또한 세상 밖으로 알려질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한세진은 불안감에 손톱을 물어뜯 었다.

“……김진우.”

한세진은 자연스레 김진우를 떠올 렸다.

분명 녀석이 무언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하다.

한세연에게 정태혁을 조심하라는 귀띔을 보낸 것도 김진우라고 확신 하고 있었으니까.

역시 그놈은 위험하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한성가의 주인 이 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인 ‘한 세연’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무언가 수를 써야 한다.

“......엘린.”

한세진이 부르자 그의 뒤에서 있 던 엘린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김진우와 대면한 적이 있죠?”

“김진우? 있기야 하지.”

엘린은 김진우를 떠올렸다.

볼 때마다 이상하게 신경 쓰이게 하는 남성. 엘린은 그에게 많은 의 구심을 갖고 있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결계 해제 속도라던가, 전투 스타일.

체형과 분위기…….

다양한 면에서 묘하게 ‘그분’을 떠

올리게 했으니까.

그것 외에도 김진우와 김선우의 관 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심증뿐이라 그녀 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지만.

“그런데 김진우는 왜?”

“김진우와 당신. 누가 더 강합니 까‘?”

뜬금없는 질문에 엘린은 잠시 고개 를 갸웃했다.

“글쎄. 안 붙어봐서 모르지만 내가 더 강하지 않을까 싶은데.”

“당신 S둥급 아닙니까? 김진우는

A등급으로 알고 있는데.”

“드는 맞는데 이게 둥급이 높다고 무조건 게임 같은 게 아니라서.”

“무슨 뜻이죠?”

마법사 세계를 잘 모르는 한세진이 의문올 표하자 엘린이 한숨을 내쉬 었다.

“내 주특기는 보조계야. 말 그대로 남을 보조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지. 그런 이유로 1:1 전투에는 불리한 점이 많아. 대신 2:2 전투에서는 확 실한 이점을 가지게 되겠지.”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었기에 한세 진은 금방 이해했다.

“그럼 한 명이 더 있으면 죽일 수 있습니까? 당신과 같은 S등급으로?”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뇨. 김진우를 죽이기 위해 자리 를 만들고 있었는데 제 암살자가 오 늘 새벽에 덜컥 죽어버려서요.”

엘린은 눈을 찌푸렸다.

“미안한데 자운이나 다른 범죄 조 직에 속한 자가 아니면 살인할 생각 은 전혀 없어. 이건 너와 계약할 때 도 분명히 말한 부분이야.”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한세진이 책상 위로 딱딱 손가락을

두들겼다.

“김진우를 죽이는 데 성공할 시, 룬의 서를 드리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조건에 엘린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룬의 서.

룬의 일족의 비전서로 그녀가 한세 진의 밑에서 일하는 이유였다.

“……룬의 서를 돌려주겠다고?”

“네, 그것 외에도 한성가가 소유한 룬의 일족의 보물을 전부 돌려드리 겠습니다.”

엘린은 잠시 갈등했다.

룬의 서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한세 진의 밑에서 몇 년을 더 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허송세월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 다.

일족의 부흥.

일족의 복수.

그리고 이것들을 위해서는 일족의 비전서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김진우만 죽이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방법은 자유롭게. 단, 저와 한성가에 피해가 오는 일은 없

어야 합니다.”

엘린은 입을 꾹 다물곤 생각에 잠 겼다.

과연 내가 그런 짓을 저질러도 되 는 걸까? 결국 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자운과 같은 괴물이 되는 건 아닌 걸까. 그런 두려움.

이내 엘린은 마음을 잡았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나도 괴물이 될 각오가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건 일족을 위해서.

“……좋아. 자리는 네가 만들어.”

엘린의 대답에 한세진은 씨익 미소

를 지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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