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9화 (288/535)

289화

나는 넘쳐흐르는 마력을 이용해 머 리 위로 빛의 구체를 구현했다.

개수는 총 10개.

숫자만 늘린 것이 아닌, 하나하나 에 엄청난 양의 마나를 담았다.

대자연의 심장, 월석 펜던트, 마나 엘릭서의 효과가 가져다주는 무한에 가까운 마나 회복의 힘이었다.

그리고 투쟁심과 우격다짐의 능력 치 상승효과로 마력 제어 능력이 크

게 상숭한 덕도 있었고.

“……네 놈, 어떻게 그 정도의 마력을.”

녀석은 내게 풍겨오는 분위기의 변 화를 감지했는지 굳은 표정을 지으 며 그렇게 말했다.

S등급 마인께서 나름 긴장했는지 식은땀도 흘려주신다.

그럼에도 아직 S등급의 적을 상대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A와 S등급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격차가 있으니까.

아마 운 좋게 유효타를 먹인다 해 도 녀석의 숨통을 끊기에는 화력이

부족하겠지.

하지만…….

녀석은 룬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 해 자신의 어깨를 스스로 자른 상 태.

거기다 십마회에서도 최약체에 꼽 히는 놈이기에 숭산은 충분히 있다.

나는 여유를 가장한 채 살짝 미소 를 짓고는 손을 뻗었다.

파아아앙一!

동시에 10개의 빛의 구체가 파공

음을 터트리며 녀석을 향해 쏘아졌다.

“큭!”

갑작스러운 기습에 녀석은 신체 재 생을 멈추고는 호신강기를 펼쳤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새하얀 빛의 구체들이 녀석의 몸에 부딪히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시 야를 가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적 웅과 진화]가 있다.

연기 따위로 시야가 가려진다 한들 나에게는 녀석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나는 이어서 빛의 구체를 다시 구 현했다.

10개.

15 개.

20 개.

25 개.

구체는 중식하듯 내 머리 위의 하 늘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다시 녀석을 향해 손을 뺃자, 무수 한 빛의 구체가 기관총처럼 녀석을

향해 맹렬하게 쏘아졌다.

콰앙一!

콰앙一!

콰아아앙——

녀석은 여전히 호신강기를 펼친 몸 을 웅크리며 내 공격을 버텨냈다.

그렇게 마력과 마력이 격돌할수록 폭발과 함께 연기도 점차 커져갔다.

그때 녀석이 잠시 무릎을 꿇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폭격에 녀석이 잠 시 밀린 것이다.

“……더럽게 단단하네.”

다른 마인이었으면 진작 온몸에 구 멍이 뚫려 죽었을 공격.

하지만 s둥급 마인, 그것도 강화계 를 주특기로 다루는 녀석이라 그런 지 아직 유효타라고 할만한 공격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만약 이 페이스를 10분간 유지할 수 있다면 확실한 승기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대자연의 심장 과 투쟁심의 지속시간은 고작 3분밖 에 되지 않는다.

즉,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다른 패턴의

공격이 필요할 때라는 거겠지. 이른바 2페이즈 시작이라는 거다.

나는 빛의 구체를 퍼부음과 동시에

[월석 펜던트]에 마력을 주입했다.

[‘달의 안식처’를 사용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기척과 존재감이 사라집니다.]

주변을 가들 메우는 희뿌연 한 연 기.

나는 구체를 방출함과 동시에 녀석 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희뿌연 한 연기 속.

끊임없이 이어지던 마법의 포격이 멈추자 정태혁은 호신강기를 잠시 멈추고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금방 재생했을 상처들이 빛 속성의 마력 때문에 쉽게 회복되 지 않고 있었다.

“……크윽, 이 녀석 마력이 무한이 라도 되는 건가?”

김진우.

생각 이상으로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

의아할 정도로 넘쳐흐르는 마력은 물론이고 기운과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건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최근 한세진으로부터 ‘김진우’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설 마 이 정도의 강함을 지녔을 줄이 야…….

무엇보다 녀석의 뒤에는 놀랍게도 ‘예언의 아이’가 숨어 있었다.

지금까지 김진우가 수많은 마인을 처치해올 수 있던 건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던 것이다.

“……빨리 놈을 처치하고 왕께 알 려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녀석의 마법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

의아할 정도로 넘쳐흐르는 마나량 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상대해볼 만 한 상대였다.

그렇게 잘린 어깨를 재생하며 시간 을 벌던 그때.

피옹—!

둥 뒤에서 빛의 마력 에너지가 그 를 향해 쏘아졌다.

어떠한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기 에 무방비한 상태에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끄아아악!”

반대쪽 어깨로부터 끔찍한 고통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공격이 아니었

다. 오랜 시간 압축해 쏘아낸 공격 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또 다른 시야의 사각에서 새로운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 의 구체들.

기척과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 기에, 정태혁은 호신강기를 펼쳐 공 격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크윽……

정태혁은 빠르게 판단했다.

먼저 시야를 가리는 이 연기부터 해결해야 된다고.

원래라면 마기의 파동을 방출해 연 기를 없애버리는 게 정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없는 공격과 신체 재생에 이미 많은 마기를 소모한 뒤였기에 쉽지 않았다.

“쳇……

결국 그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 었다.

마인의 최후의 수단이라 불리는 폭 주화.

우우웅!

검은 마기가 정태혁의 주변에서 휘 몰아치기 시작했다.

눈이 검게 물들고 신체 역시 점점 부풀어 오르며 커져갔다.

잘려나간 어깨도 순식간에 재생되 어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가기 시작 했다.

그렇게 끌어모은 마기를 방출해 연 기를 걷어내려는 그 순간一

촤르르륵!

바닥에서 무언가가 솟구치더니 굵 직한 무언가가 채찍처럼 빠르게 그

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정태혁은 당황하며 자신의 팔과 다 리를 내려보았다.

그것의 정체는 나무였다.

엄청난 강도의 나무가 마치 살아있 는 생물체처럼 팔과 다리를 묶어버 린 것이다.

“큭, 이건 또 무슨……

그러고 보니 김진우가 나무 소환수 를 다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 었는데…….

눈앞의 상대가 김진우라는 것이 확 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제법이야. 하지만......

우득, 우드득!

정태혁은 힘으로 나무줄기를 뜯어 냈다.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은 어 디까지나 나무.

폭주화한 S둥급 마인의 팔과 다리 를 묶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때. 끊어진 나무줄기 옆 에 새로운 나무줄기가 소환되더니 다시 한번 그의 팔과 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뜯고 뜯어도 나무줄기는 계속 소환

되며 팔과 다리를 묶었다.

“귀찮게!”

그렇게 나무줄기와 실랑이를 하던 사이, 정면에서 빛의 구체 하나가 쏘아지더니 그의 가슴에 닿으며 폭 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끄아악!”

짧은 비명 이후, 잠시 고요가 흘렀다.

“쿨럭……

정태혁은 검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체력과 마기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처하지 못한 기 습 공격은 그에게 치명타로 다가왔다.

만약 이런 공격을 두세 번 정도 더 맞게 된다면 아무리 자신이라 해 도 죽을 것이 분명했다.

“와. 이거 대박이네.”

그때 연기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잠시 뒤, 연기 속에서 검은 실루엣이 보이더니 이내 한 손에 빛

의 구체를 구현한 남성이 천천히 걸 어왔다.

그의 옆에는 나무소환수가 짧은 다 리로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레텔 대단한데?”

“응애!”

정태혁은 끔찍한 고통에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눈앞의 녀석을 보아하니 승기를 잡 은 것마냥 온몸에 여유가 흐르고 있었다.

순간 분노가 차올랐지만 이건 기회 였다.

저 방심을 이용한다면 한 번쯤 녀 석을 죽일 기회가 올 수 있을 터.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마기를 미 리 압축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확실하게 죽 일 수 있게.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그리고 정태혁의 바람대로 눈앞의 상대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정태혁은 속으로 웃었다. 지금이라 면 녀석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김진우. 네놈 정체가 뭐냐?”

남성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구현된 빛의 구체를 자신의 머 리를 향해 조준할 뿐.

끝까지 자신의 정체에 대한 건 대 답하지 않을 모양이다.

아쉽긴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그렇게 빛의 구체가 방출되려던 그 때.

‘지금이다!

정태혁은 남은 힘을 쥐어짜 자신의 몸을 속박하는 나무줄기를 모조리 끊어 내었다.

그다음 빠르게 몸을 숙이며 빛의 구체를 피해냈었다.

콰아아앙!

정태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른손에 모아두었던 마기 전부를 그대로 김진우를 향해 쏘아냈다.

이 모든 게 약 1초 안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정태혁은 신체의 절반이 날아간 채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였다.

정태혁은 의문을 느꼈다.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정태혁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멀리 흘로 서 있는 김진우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마법진 하나가 구현되어 있었다.

정태혁은 그것을 보며 멍하니 중얼 거렸다.

“원…… 반격?”

원반격.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철 회 장이 만든 절대 방어의 마법.

원반격을 다를 수 있는 마법사는

전 세계에 단 3명 밖에 없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때 남성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휴…… 아슬아슬했네. 딱 2초 정 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계획 대로 잘됐네.”

남성이 안심했다는 듯 혼잣말로 중 얼거렸다. 2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는 정태혁은 알 수 없었다.

그것보다, 지금 상황이 계획대로라 고?

그러더니 남성은 발밑의 소환수에 게 말했다.

“그레텔 수고했어. 들어가.”

나무 소환수는 그 말을 끝으로 사 라졌다.

이후 남성은 바람 마법을 사용해 주변의 연기를 모두 걷어내었다. 동 시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태혁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눈 앞 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상대가 김진우일 것이라 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놈이 사용한 마법은 원반격이었다.

녀석이 ‘김진철’이나 ‘최일현’일 가

능성은 매우 낮으니 놈의 정체

“……김선우?”

김선우.

성무제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진 유망주 마법사.

김진우와 닮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태혁의 물음에 남성이 모자를 벗 으며 대답했다.

뉴스나 기사를 통해 몇 번이나 보 았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원반격을 쓰니 바로 알아보네.”

그 충격적인 정체에 정태혁은 당장 이라도 도망쳐 왕께 이 사실을 전하 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마기를 사용 한 후였다.

그때 김선우가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잠시 뒤 한 여학생이 이쪽으로 뛰 어왔다.

“선우야!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저 녀석 마무리 좀 해줘. 내가 지금 마나가 바닥나 서 아무것도 못 하겠거든.”

“으응? 아, 알았어!”

여학생은 그대로 이질적인 마나를 뿜어내더니 마법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공포에 떨게 만드는 마 나의 기운.

저 마나는 마인의 천적이라 불리는 ‘멸마의 힘’。] 분명했다.

그 모습에 정태혁을 새로운 충격을 느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예언의 아이 후보 가 존재했다.

이서준, 유아라, 신영준…….

하지만 저 여자아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정태혁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예상에도 없던 녀석이 예언의 아이였을 줄이야.”

그리고.

정태혁의 시야를 눈부시게 만드는 멸마의 마법이 그의 몸을 향해 날아 들었다.

위이이이잉——

강렬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특무팀 의 차량이 현장에 등장했다.

갑작스레 일어난 전자 마비와 강렬 한 마력의 충돌을 감지했기 때문이 다.

차에서 내린 김덕현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최소 A등급 이상의 마법사들이 벌인 전투의 혼적이다.

“팀장님!”

미리 현장에 나와 있던 정현수가

김덕현에게 다가갔다.

“상황 보고부터 해봐.”

“전투가 치러진 건 알고 계실 테 고, 총 7구의 시신이 발견됐어요. 2 구는 마법에 의해 암살당한 것 같 고, 5구는 차량의 폭발로 사망한 것 같아요.”

“......암살?”

마법은 보통 기운을 남기며 쏘아지 기에 암살이 쉽지 않다. 그런데 7명 이나 되는 적을 암살했다.

김덕현은 자연스레 작년에 일어났 던 비슷한 사건들을 떠올렸다.

“그거 혹시 전부 마인이냐?”

“네, 맞아요.”

“빛 속성 구체 혼적도 남아 있고?”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제 가 살펴보니까 빛 속성 구체가 맞는 거 같아요.”

김덕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 전과 동일하게 범인올 알 수 없는 마인 암살 사건이 일어났다.

심지어 이번 사건은 장예 사건과 마찬가지로 모든 전자기기가 마비되 어 CCTV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아!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정현수가 말끝을 흐렸다.

“뭔데?"

“남은 하나의 시신이 정태혁이에 요.”

“그게 누군데?”

“아, 그 있잖아요. 태상금융 회장.”

“……태상금융?”

김덕현이 눈을 찌푸렸다.

태상금융.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금융회사였다.

“그리고 8구의 시신 모두가 태성금 융 소속 직원이에요. 전부 마인이고 요.”

“기사뜨면 대한민국이 뒤집히겠 군.”

마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알려진 적 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지금 처럼 대기업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장 특무 인력 다 투입해서 태상 금융 털어내. 관련 회사까지 싹 다 조사하고.”

“네!”

정현수는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갔

혼자 남은 김덕현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김선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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