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8화 (287/535)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치는 방법 을 알려준다는 최일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괜찮아요. 도망 정도는 지금 도 자신 있어서요.”

나는 이미 최상급 이동 마법 중 하나인 ‘순간 가속’을 다룰 수 있다.

S둥급 마법사라도 쉽게 반응할 수 없을 만큼의 속도를 자랑하기에 따 로 이동 마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

그러자 최일현이 코웃음을 쳤다.

“흥. 네 특기 중 하나인 순간 가속 능력을 믿는 모양인데 ‘속도’로만 비교했을 때 내 마법과는 비교할 수 도 없다.”

«..

순간 가속보다 빠르다고?

최일현이 그런 마법을 다룰 수 있 었던가?

나는 머릿속으로 최일현이 말하는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추리했다.

그때 원작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왔 던 최일현의 마법 하나가 떠올랐다.

최일현이 개발한 최강의 이동 마 법.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는 순간 가 속보다 공격성은 낮지만 ‘이동 속 도’만 비교하자면 그의 말대로 그 어떤 이동 마법보다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마법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아마 전투 도중 자주 사용 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도망이나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마법보다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설명을 마친 최일현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 홍미 좀 생기냐?”

“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치는데 요?”

내가 귀를 기울이자 최일현이 피식 웃었다.

“뻔뻔하기는…… 좋다. 그럼 이 마 법의 간단한 설명과 이론을 설명해 주마.”

최일현은 손바닥 위로 마법진을 구 현하고는 내게 보였다.

“이 마법의 기본 뼈대다. 혹시 어 떤 원리인지 읽을 수 있나?”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마법

진에 담긴 내용을 살폈다.

주를 이루는 정보는 공간과 굴절이 었다.

그 외에 시간이라던가 좌표, 마력 에너지의 방향 등이 담겨있었다.

“공간 관련 마법이네요. 순수한 보 조계 계열인 거 같고요.”

“역시 술식 해석 능력 하나는 대단 하네. 그 괴물 영감도 이 정도는 아 니었던 것 같은데……

최일현이 감탄 섞인 말투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마법의 이름은 ‘공간 도약’이 다. 게이트의 공간 조작 원리를 이

용해 창안한 마법이지.”

공간 도약.

이름 그대로 공간을 도약하는 마법 이다.

미니 게이트. 혹은 순간 이동이라 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참고로 포인트 상점에서는 S등급으 로 책정되어 15만 포인트에 판매되 고 있다.

생각보다 싼 값이라 할 수도 있겠 지만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한 스킬 은 페널티가 있다.

아마 순간 가속과 같이 재사용 대 기 시간이나 이동 거리에 많은 제약

이 있겠지.

“아주 먼 거리는 이동할 순 없지만 가까운 거리 정도는 빠르게 도약할 수 있다. 물론 원반격처럼 마법진 구현에 능숙하지 않으면 공간에 몸 이 찢겨나가며 죽을 수도 있는 위험 한 마법이기도 하다.”

마법사용 도중 사망할 수 있다는 말에 조금 긴장감이 느껴졌다.

“뭐, 너는 그런 건 신경 쓸 것 같 진 않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요.”

“아무튼, 시범을 보여주겠다.”

최일현이 손 위의 마법진을 소멸시

키더니 가볍게 구두로 바닥을 두들 겼다.

동시에 최일현이 서 있던 바닥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지며 아까 보았던 마법진이 다시 떠올랐다.

자신의 공간 좌표를 지정한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고는 내 뒤편의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때.

폭발적인 강한 마력의 기운이 터져 나오더니 최일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번쩍!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내 뒤 에 최일현이 팔짱을 낀 채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자, 어떠냐? 이렇게 마법진에 공 간의 좌표를 담아 마력을 폭발시켜 공간을 타면 된다. 물론 거리에 비 례해서 소모되는 마력이 커지기에 아주 먼 거리의 이동은 불가능하겠 지만 말이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 도약은 보조계 마법인 만큼 술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에 일반적인 재능으로는 절대 익힐

수 없는 마법이다.

그러나 내게는 외부자의 혜택이 있 다.

마법진의 형태에 크게 의존하는 보 조계 마법이니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도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최일현이 다시 한번 손 위에 마법진을 구현하고는 말했다.

“자, 설명은 여기까지다. 그럼 먼저 마법진의 형태부터 똑똑히 외우도 로”

최일현의 긴 가르침이 끝나고.

훈련장에 홀로 남은 나는 공간 도 약의 마법진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 려내고 있었다.

우우우웅.

수많은 정보가 담긴 불완전한 형태 의 마법진.

한 땀 한 땀 여러 정보를 술식 안 에 담았다.

마법진을 이용한 마법은 정보를 담

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형태를 어울 리게, 또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

수많은 예비 마법사들이 주특기로 보조계를 선택하지 않는 건 바로 이 술식 조화의 난해함 때문이었다.

“후우…… 다시 해보자.”

조급해지지 않게.

천천히.

[잠재개성 ‘과몰입’이 발동합니다.]

우우웅!

다시 한번 내 손 위에서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과몰입의 효과가 있었기에 마법진 구현에 가장 필요한 ‘집중력’은 쉽 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부족한 마력 제어술 능력이었다.

마법진을 구성하는 마력이 불안정 하게 떨리자 결국 형태가 무너졌다.

“……쳇.”

낭패를 느끼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외부자의 혜택이 있어도 보조계 마 법은 쉽지 않다.

새삼 보조계 마법사들에게 존경심 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러고 있으니 예전 원반 격을 수련하던 때가 생각나네.

그때도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앞길이 막막했었는데…….

“……이건 또 언제 익혀서 실전에 써먹냐.”

뭐, 실전 사용에 2년 이상 걸릴 줄 알았던 원반격도 생각보다 금방 익 혔으니-여러 꼼수를 사용했지만-방법만 알아낸다면 이것도 의외로 금방 익힐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던 그때.

띠링!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도착 알람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적암’입니다. ‘SW’ 님이 의뢰하신 정보 결과가 나왔습니다.]

“드디어 왔네.”

지난주, 정보 길드 적암에 의뢰했 던 태상금융 정태혁의 정보 결과가 도착했다.

나는 천천히 내용을 살폈다.

“호오. 역시 적암인가?”

기대 이상으로 알찬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태혁의 스케줄을 제외하고도 평 소 동선. 그리고 측근들에 대한 정 보도 있다.

[성지훈 : 태상금융 경호실장 -정태혁의 최측근으로 거의 모든 동 선에 함께함]

“성지훈……

이놈 역시 알고 있던 녀석이었다.

정태혁의 수하로 마력 등급이 A였 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태혁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미리 제거해야 할 녀석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난도가 높아지겠는데.”

상관은 없다. 계획 일부를 수정하 면 되는 거니까.

나는 곧바로 윤하영에게 전화를 걸 었다.

―응 선우야. 무슨 일이야?

“내일모레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데 시간 괜찮아?”

이틀 뒤 새벽.

드디어 때가 찾아왔다.

S등급 마인이자 한세연의 큰 걸림 돌이 될 예정인 ‘정태혁’의 암살 작 전.

나는 윤하영과 함께 서울 외곽의 인적없는 차도에 도착했다.

적암의 정보에 의하면 오늘 정태혁 이 탄 차량이 이 도로를 지나갈 예 정이기 때문이다.

S등급의 마인을 먼저 찾아가 암살

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 기에 조금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꽤 성장했고 윤하영 역시 많이 성장했기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으, 뭔가 긴장되네.”

그렇게 차도 근처의 빌딩 옥상에서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윤하영이 옆에서 말했다.

“긴장하지 말고 연습한 대로만 하 면 돼. 훈련 결과도 좋았잖아.”

윤하영은 며칠 간의 훈련 끝에 멸 마의 마법을 전보다 더 정교하게 다 룰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의 성장 속도라 매번 그녀에게 놀란다.

“……응, 그런데 상대가 마인인 건 확실한 거지?”

“웅. 확실해. 걱정하지 마.”

윤하영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멀리서 차 4 대가 우리 쪽을 향해 달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망원경으로 맨 앞의 차량 번 호를 확인했다.

[WR-42]

적암에게 받은 정보와 같은 번호였다.

“왔다. 슬슬 준비해.”

“알았어.”

내 말에 윤하영은 곧바로 멸마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화살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는 그대로 옥 상 밑으로 점프해서 내려갔다.

타악.

가볍게 착지한 뒤, 미리 준비해 놓

은 ‘마력 은폐의 비약’을 마셨다.

꿀꺽.

그다음으로는 마인의 천적이라 불 리는 빛 속성 마법을 구현했다.

우우우웅!

내 손 위로 어둠을 밝히는 빛의 마력이 모여들더니 커다란 구체의 형태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품 안에서 유물, [푸른 응축액]을 꺼내 마력을 주입했다.

파아아앙一!

강렬한 전파의 파동이 주변 일대를 강하게 휩쓸었다.

신호등과 가로둥의 불이 꺼지고 보 안 카메라의 불 역시 모두 꺼졌다. 푸른 응축핵의 효과로 전기와 관련 된 모든 것들이 마비된 것이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차도를 달 리던 4대의 차량의 움직임이 이상해 지려는 그 순간.

나는 미리 구현해놓은 빛 속성 구 체를 정태혁의 수하, ‘성지훈’에게 방출했다.

파아아앙一!

갑작스레 마법이 어둠을 밝히며 쏘 아지자 녀석은 황급히 핸들을 꺾으 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 없이 다가온 공격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 였다.

콰아아앙!

동시에 차 한 대가 폭발하며 거대 한 화염을 일으켰다.

[A급 빌런, ‘성지훈’을 처치하셨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기대 이상의 깔끔한 성공이다. 하 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성 지훈은 어디까지나 중간 보스.

최종 보스인 ‘정태혁’은 아직 살아 있다.

이어서 마법을 새롭게 구현했다. 총 3개의 마법.

남은 3대의 차량에 모조리 방출했다.

아니, 정확히는 차량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마인들의 머리를 향해 방출 했다.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 염이 터져 나왔다.

차가 터져나가며 커다란 2차 폭발 이 터졌다.

[인과율이 0.4 상승합니다.]

“……크으윽! 어떤 새끼야?!”

화염 속에서 정태혁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걸어 나왔다.

하지만 의문에 기습 공격을 당한 사람치고는 옷이 조금 타올랐을 뿐 몸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 었다.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S등급 마인 의 생명력은 어마무시하다.

[사용 효과, ‘승전보’ 효과를 발동 합니다.]

[표적 대상은 ‘태혁’입니다.]

전투에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승전 보를 걸었다.

오늘, 녀석을 반드시 처치하겠다는 내 나름의 각오였다.

바로 그때, 정태혁이 나를 노려보 더니 말했다.

“……네 놈이군.”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마력을 끌어올리며 다음 행동 에 대비할 뿐.

그때 녀석이 나를 보고는 잠시 놀 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 네놈 설마 김진우냐?”

……뭐야? 어떻게 알아봤지?

잠시 의구심이 느껴졌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 었다.

“흐흐…… 대답이 없는 보니 김진 우 맞나보군.”

그렇게 중얼거리던 정태혁의 몸 주 변에서 검은 마기가 솟아올랐다.

동시에 녀석의 몸이 사라지듯 나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파앗!

나는 녀석의 공격에 맞춰 ‘룬의 속 박’을 사용했다.

우우웅!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수십 개의 빛줄기가 바닥에서 솟아오르며 녀석 의 몸을 속박했다.

“크윽! 이건 또 무슨?!”

녀석이 당황한 반응을 보이며 이리 저리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빛 줄 기는 녀석의 몸을 더욱 강하게 죄었다.

그렇게 녀석의 몸이 속박된 지금,

나는 옥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야!”

그리고 내 외침에 화답하듯, 건물 의 옥상에서 새하얀 빛의 화살이 녀 석을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마력.

이 화살의 정체는 [멸마의 화살]이 었다.

푸우웅!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 랐다.

나는 룬의 속박으로 녀석의 몸을 꽉 쥐어 잡은 채 연기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연기 너머로 느 껴지는 녀석의 마기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스으으으..

잠시 뒤 연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녀석의 상태는…….

“크흐흐…… 겨우 살았군. 하마터 면 그대로 죽을 뻔했어.”

치명타라고 할 법한 피해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의 팔과 어깨를 스스로 잘라냄 으로써 룬의 속박에서 벗어나 공격 올 피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설마 룬의 속박을 저런 방식으로 파훼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야말로 극한의 재생능력을 가진 S등급 마인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건방진 녀석. 시도는 좋았다. 설마 멸마의 힘을 가진 자와 한팀이 었을 줄이야. 하지만 나를 너무 얕

봤어.”

녀석의 잘려 나간 어깨가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마 이 속도라면 3분도 되지 않 아 녀석의 몸은 원상태로 돌아가겠 지.

“쓰읍.”

입맛이 썼다.

지금까지 S등급 마인을 몇 번이나 상대해 봤지만 가장 최악의 상황이 라 할 수 있었다.

아마 윤하영도 거의 모든 힘을 압

축해서 사용했기에 다음 공격을 시 도하기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나.”

나는 품에서 미리 챙겨두었던 ‘마 나 엘릭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쓴맛이 입안에 감 돌았다.

『증폭된 마나 엘릭서’ 효과로 5분 간 마나 회복 속도가 500% 중가합니다.]

[약성 증폭의 효과로 약의 효능과 지속시간이 20% 상승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사용 효과를 발동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 동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우격다짐’이 발동합니다!]

나는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강렬한 기운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후우……

그리고 천천히 눈앞의 적을 바라보 았다.

지금부터 나는 혼자서 S등급의 마인을 상대해야 한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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