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7화 (286/535)

287화

황금 같았던 주말이 지나가고 일주 일의 시작인 월요일이 찾아왔다.

오늘도 나는 마법사관학교 직업 실 즙을 위해 특무팀 본부로 출근했다.

3학년부터는 수업보다 실습 성적의 비중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근한 나는 자리에 앉은 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난주에 보지 못한 낯선 얼굴들이 몇 보였다.

아무래도 지난주 출장을 갔던 요원 들이 복귀한 모양이다.

그리고.

“선우 학생 맞죠? 나 완전 팬인데. 지난주 실버스 소탕 작전 때도 한 건 했다면서요?”

“어어? 진짜 김선우네. 특무팀 지 원하셨구나~ 아, 맞다. 원반격 다룬 다는 거 진짜예요?”

나를 알아본 몇몇 요원들이 연예인 이라도 본 듯 신기해하는 얼굴로 말 을 걸어왔다.

솔직히 말해서 눈앞의 마법사 하나 하나가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스타

마법사들이었기에 오히려 내가 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인기 많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자 옆 자리에 앉은 이서준이 장난스레 웃 으며 말했다.

“뭐래. 넌 아까 보니까 1충에서 사 람들한테 둘러싸여서 움직이지도 못 하고 있더만.”

내 말에 이서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다 시 입을 열었다.

“맞다. 기말시험이 이제 얼마 안 남았지?”

“응, 아마 다다음 주부터일걸.”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유아라가 대 답했다.

“흐음. 어떤 시험이려나……

3학년 기말시험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한 서바이벌 룰로 진행 될 예정이다.

나야 언제나 시험에 자신은 있지 만, 이번 시험에서는 높은 성적의 학생에게 불리한 몇 가지 악독한 룰 이 있기에 마냥 자신감이 넘치는 건 또 아니다.

‘현상금’과 ‘마력 차단’ 둥 각종 페 널티가 있어 원작의 이서준도 상당

히 고생했었으니까.

부우웅.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선배님 출근했어요?]

[(호기심 많은 강아지 이모티콘)]

최서윤이었다.

그런데 현재 시각은 9시 30분.

지금 첫 교시 수업이 진행 중일 텐데 어떻게 메시지를 보낸 거지.

[출근했지. 근데 너 지금 수업 중 아니냐?]

메시지를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기초 체력 수업 중인데 제 차례 기다리는 중이에요거 거 실습은 어때 요? 할만해요?]

[이제 이틀 차라 모르겠네]

[왜요. 저번에 활약했다고 기사도 뜨고 그러던데. 댓글 반웅도 엄청

좋던데요??]

아 얘도 그 기사를 봤구나.

괜히 민망함에 볼을 긁적였다.

그때 이어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댓글에 공감도 몇 개 눌리

최서윤의 메시지는 거기서 더 오지 않았다.

문장도 중간에 끊긴 걸 보아하니

몰래 메시지를 보내다가 교사한테 걸린 모양이다.

“……쯧.”

마법사관학교가 수업 중 스마트 학 생 수첩 사용에 엄격해서 그냥 넘어 가지는 않을 텐데.

바로 그때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 했다.

[피곤하당....]

보자마자 나까지 힘이 쭉 빠지게 만드는 메시지.

윤하영이었다.

주말 내내 멸마의 힘을 훈련시켰는 데 아직도 피로가 안 풀렸나 보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휴식 시간은 필 요한 법인데 너무 굴렸나?

……괜히 미안하네.

혹시 피로 해소에 도움 될만한 게 없을까 싶어서 [선물하기] 기능을 확인했다.

카테고리에 피로 해소를 선택하자 수많은 상품이 떠올랐다.

“홈.”

뭐가 좋을까.

가격보다는 가장 효율이 높은 거...

아, 이게 좋겠다.

[김선우 님이 ‘한성제약 특제 피로 회복제SS’를 선물하셨습니다.]

무려 100만 원짜리 회복제이다.

예전에 한입 마셔봐서 아는데 정신 이 번쩍 들 만큼 효과가 장난 아니 긴 하다.

돈이야 넘쳐흐르니 이 정도 플렉스 는 충분히 해줄 수 있지.

[?]

[??]

[?????? 아니, 선우야;; 이게 뭐 야...? 이거 100만 원 넘는 물약 아 니야?]

그리고 선물을 받은 윤하영은 크게 당황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주변에 유아라, 최서윤, 한세연 같 은 부유한 집안의 친구들만 봐서 그 런지 상당히 신선한 반응이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이거 마 시면서 피로 좀 풀에

[아니, 이거 너무 비싼데 -rr-rr 사 실 그렇게 피로하지도 않고..... 이거 환불 안돼? TTTrmr]

“……애가 울려고 하네.”

생각보다 더 부담스러운가 보다.

……하긴, 나도 한세연한테 50억짜 리 선물 받았을 때 심장이 벌컥 뛰 긴 했었으니까.

한편, 서울 중심에 위치한 한성제 약 본부장실.

한세연은 자리에 앉아 심각한 얼굴 로 스마트 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태상금융 정태혁 회장]

최근 태상금융 회장의 연락 빈도가 잦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AY 생명 회장 역시 그 빈도가 늘었다.

이 두 회사는 김진우가 조심하라고 경고했던 회사였기에 무언가 의구심

한세연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확인했다.

태상금융과 AY 생명으로부터 온 파트너십 계약 내용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상하리만큼 한 성제약에 유리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다른 목적을 위해 상대를 유혹하듯이…….

“……진우 씨 말대로 확실히 이상 하네.”

김진우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덜컥 계약했을지 모를 정도로 좋은 조건

내용만 보았을 때, 절대적으로 손 해가 생길 수 없을 만큼 한성 제약 에게 유리한 계약이었으니까.

간신이 아니라 ‘호구’라 불릴법한 상황이었다.

“ 으음......

한세연은 괴로운 얼굴로 계약서를 살폈다.

김진우의 조언을 들었지만 너무나 도 좋은 조건이라 쉽게 거절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한참 계약서를 내려본 한세 연은 마음을 잡았다.

“……그래, 그 사람의 조언이니까. 믿어야지.”

김진우와의 만남 이후, 그의 말을 따라서 손해를 본 경험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선구자의 밤’이나 ‘던전 호텔 사업’과 관련하여 한성 그룹 내부의 입지를 키우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거기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김진우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네.”

태상금융에게 무엇을 봤길래 내게 이런 경고를 하게 된 것일까?

예전부터 늘 궁금했다.

김진우의 조언은 언제나 상식을 벗 어난다.

심지어 그 조언은 마치 미래를 아 는 것처럼 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예언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김 실장님.”

한세연이 부르자 문이 열리며 한세 연의 충신, 비서실장이 안으로 들어

섰다.

“부르셨습니까?”

“태상금융 정태혁 회장에 대해 자 세히 조사해주세요. 하나도 빠짐없 이 샅샅이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방 밖 으로 나가려던 김 실장을 다시 불렀다.

“아, 그리고 김 실장님.”

«..

“태상금융에 파트너십 계약은 하지 않겠다고도 전해주세요.”

월요일의 특무팀은 평화로웠다.

소규모의 마법사고, 잡 범죄 같은 것들은 서울 특무팀이 출동하지도 않거니와 월요일은 통계적으로 마법 범죄율이 가장 낮은 요일이기 때문 이다.

덕분에 오늘 하루는 개인 자유 시 간이 부쩍 늘었다.

일이라고 해봤자 테러 범죄자들의 동향이 담긴 서류를 정리하는 정도.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면 오늘 내내 김덕현이 나만 빤히 쳐다보았다는 것인데 그 정확한 원 인을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월요일의 특무팀은 평화 롭게 지나가며 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장 마법사관학교의 실전 훈련장을 찾았다.

“어, 왔냐?”

장소에 도착하자 최일현이 내게 손 을 혼들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 아주었다.

“오늘은 수업 날도 아닌데 웬일이 에요?”

“제자야. 늘 말하지만, 스승이 제자 를 만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란다.”

최일현의 말에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정말 제자를 아끼는 스 숭인 줄 알겠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분명 확인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그때 최일현이 내게 다가오더니 자 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내 얼굴을 이

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아니~ 제자 얼굴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보려고.”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일현이 들리 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닮은 구석은 없는 거 같은데. 눈코입이 달린 게 닮았나?”

“닮아요? 누구를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너는 신경 꺼.”

뭔데?

내가 누굴 닮았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김덕현도 오늘 저런 눈으로 계속 나를 쳐다봤던 것 같은 데.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던 건가?

그때 최일현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 적였다.

“쯧. 그 녀석 때문에 괜히 나까지 헷갈리네.”

“아, 뭐냐고요.”

“몰라도 된다니까 그러네.”

그 순간 나를 누구와 비교하는지 눈치챘다.

아마 ‘김진우’와 내 얼굴을 비교하 고 있었을 것이다.

작년에는 질리게 들었던 이야기지 만 올해 들어서는 거의 못 들었기에 잠시 잊고 있었다.

“에휴.”

김진우와 관련해서는 나도 설명하 기 지친다.

마음대로 비교하라지.

나는 최일현에게서 등을 돌린 뒤 천천히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었다.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된 거 최일현 에게 가르침이라도 받을 생각이었다.

뭘 배워볼까.

이제 곧 기말시험이니까 그것에 대 비해서 뭔가 배워볼까.

“선생님, 오늘 따로 배우고 싶은 게 있는데요.”

“따로 배우고 싶은 거? 뭐냐?”

“다수를 효과적으로 상대하는 방법 이 뭐가 있을까요?”

다수의 적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는 방법.

이번 3학년 기말시험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게 될 상황이 오게 된 다. 특히나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 생에게는 더더욱.

그리고 이것이 이번 기말 성적을 가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내 물음에 최일현이 턱을 쓰다듬더 니 말했다.

“네가 사용하는 그 폭우 마법을 사 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아니, 그런 대규모의 다수 말고요. 어느 정도 적들이 근접된 상태에서 요. 예를 들면 포위된 상태라던가.”

“실력 차이가 크지 않으면 그런 상황 자체가 안 오게 하는 게 답이지. 그런 상황이 생겼다는 건 이미 돌이 킬 수 없을 만큼 망한 상황인 거 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답변이다. 그 런데 또 틀린 말은 아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세상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까지나 ‘만약’을 가정해서요.”

“만약이라…… 그래, 이건 내가 확 실하게 대답해주마. 실력 차이가 분

명하지 않으면 다수의 적을 상대하 는 방법은 없다.”

“숫자는 절대적이야. 네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수십 개의 속박마법이 네 몸을 묶는 걸 대처할 수는 없잖냐?”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일현이 한마 디를 더했다.

“그 괴물 영감같이 수십 개의 원반 격을 구현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말 이다.”

내 표정을 살피던 최일현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 지. 전투라는 건 정답이 없다. 항상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거야. 만약 적들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서 1:1의 상황을 만들어 한 명씩 해치우는 거 다.”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아요.”

확실히 도움이 됐다. 굳이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 줄 필요는 없다.

불리하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면 된다.

아주 간단한 논리였다.

“마침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줄 때 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잘됐 네.”

최일현이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치는 방 법을 알려주마.”

강원도 어딘가에 숨겨진 한세진 소 유의 별장.

작은 테이블 앞에 한세진과 십마회 의 S등급 마인이자 ‘태상금융’의 정 태혁이 앉아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다리를 꼰 한세진이 커피를 홀짝이 며 물었다.

맞은편의 정태혁은 거만한 눈으로 한세진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한성가의 후계 구도와 관련된 일 이 아니면 너를 부를 일이 뭐가 있 겠나, 다름 아니라 한세연이 무언가 를 눈치챈 거 같아서 불렀다.”

“……눈치 말입니까?”

“파트너십 계약을 거절당했다.”

“나 뿐만이 아니야. AY 쪽에서도 한성제약이 선을 그었다고 하더군. 그것도 하루아침에 말이야.”

한세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적당한 때에 맞춰 사고로 위 장해 자신의 동생을 망가트릴 계획 을 짜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의 것이라 믿어왔던 한성가를 그녀가 넘보고 있었으니까.

다만 마인 습격 사건 이후, 한세연

의 경호 인력이 늘어나 쉽게 시도하 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계약 조건올 받고도 선을 그었 다는 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게 맞는 거 같군요.”

“그렇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루아침에 선을 그었다라……

한세진은 자연스럽게 작년에 있었 던 던전 호텔 사업을 떠올렸다.

한세연이 1년간 열심히 추진하던 대규모 사업.

하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하루 만에 정리를 하여 자신에게

넘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구자의 밤 개최도 반대를 했고, 이런 것들을 기반 삼아 한성그룹 내 부의 입지를 천천히 키워나갔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이 모습도 그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똑한 동생이었지만, 이런 예언에 가까운 수읽기 능력과 촉을 지닌 아 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경험과 데이터 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편이었으니

그렇다는 건 그녀를 도와주는 누군 가 조언을 해주었다는 증거.

그게 누굴까?

최근 한세연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때 한세진의 머릿속에 한 남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근 한세연이 가장 자주 다니는 남성.

한세진은 그 남성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설마 김진우?’

……맞다.

분명 그 녀석이다. 아니, 그 녀석 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아버지의 병실에도 데려올 정도로 신뢰를 드러냈으니까.

막연했던 한세연의 뒷배 정체를 짐 작할 수 있게 되자 한세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제가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

뜬금없는 한세진의 말에 정태혁이

그를 쳐다보았다.

“절대로 불참할 수 없는, 큰 행사 를 열어보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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