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5화 (284/535)

285화

토요일 아침.

주말부터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와 동시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메뉴는 김선우 표 특제 된장 찌개.

사실 교내 식당에 나가서 먹어도 상관없지만 간만에 직접 해 먹고 싶 어서 요리하고 있다.

나는 숟가락으로 찌개를 살짝 떠서 한 모금 들이마셨다.

“으음~ 딱 좋네.”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시 원한 국물맛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조금 오바하자면 마법사 때려치우 고 식당을 차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 을 정도.

오랜 자취 경력으로 다져진 내공이 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특제 마나 msg빨이 있긴 했지만.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찌 개와 밥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자리에 앉자 그레텔이 맞은 편에 앉더니 호기심에 찬 눈으로 찌개를 바라본다.

“그레텔도 한입 마셔볼래?”

“응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고는 숟가 락을 넘겼다.

그레텔은 숟가락을 받더니 짧은 팔 다리로 된장찌개 앞에서서 국을 떠 마셨다.

“어때?”

“응애!”

목소리 톤이 높은 걸 보아하니 입 맛에 맞는 모양이다.

은근히 초딩 입맛이라 싫어하진 않 을까 걱정했는데 얘도 은근 야채 빼

고는 다 잘 먹는단 말이지.

바로 그때, 우우우응. 그레텔의 몸 에서 잠시 새하얀 빛이 뿜어지기 시 작했다.

[그레텔이 당신이 만든 요리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이 잠 재되어 있던 힘을 각성했습니다!]

[고유 특성, ‘유대(D)’를 획득합니 다!]

[‘유대의 끈’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어? 뭐여?”

찌개 한 입을 줬을 뿐인데 그레텔 의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고 포인트 를 획득했다.

유대.

보아하니 주인과 소환수 간의 관계 와 관련된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

설마 내 요리로 이런 결과가 생길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와. 이게 웬 떡이냐?”

곧바로 능력을 확인했다.

[유대 (D)]

설명 : ‘계약자’를 향한 유대감에 비례해 소환수의 성장력과 습득력이 상승하고, 미약하지만 감정을 공유 할 수 있게 됩니다.

유대감이 100%가 되면 ‘유대’의 등급이 상숭합니다.

현재 유대감 : 12%

“호오.”

꽤 나쁘지 않은 능력이었다.

말 그대로 그레텔이 나와 유대가 쌓일수록 성장력이 상숭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효과였다.

감정 공유는 아마 의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고.

그.러고 보니 그레텔이 찌개를 맛있 어하는 감정이 미세하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다.

가끔 그레텔과 대화가 안 통해서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이 특성을 통 해 그 답답함이 조금 해소될 수 있 을지도 모르겠다.

여차하면 급박한 전투 도중 그레텔 에게 내 의지를 전달해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테니까.

슬쩍 그레텔을 보자 그레텔은 자신 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국물 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그레텔도 이상 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바 라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맛있게 먹어.”

웃으며 말하자 그레텔이 다시 식사

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 역시 식사를 시작했다.

한 손에는 숟가락. 한 손에는 스마 트 학생 수첩.

휙휙 손가락을 놀려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뉴스란에 접속하자 최신 기사들이 떠올랐다.

'마법사 협회 “최근 소규모 마법 테러 범죄 급증, 대처할 것”」

厂한국 마법사관학교 3학년 김선 우, 1위 이서준, 2위 유아라 맹추격.

과연 수석 졸업생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r마법 범죄 조직, ‘실버스’ 소탕 완료. 실습 학생, ‘이서준’, ‘유아라’, ‘김선우’의 활약이 커……」

“실버스 소탕 기사가 벌써 떴네.”

나는 바로 기사를 클릭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유망주이자 올해 봄에 열렸던 성무제에서 큰 활 약을 한 이서준, 유아라, 김선우 학 생이 특무팀 실습 과정에서 마법 범 죄 조직을 검거하는데 큰 활약을 했

다. 지난 오후. 마법사 협회 수사 기관……」

쭉 내용을 살펴보는데 기사에 특별 한 내용은 없었다.

마법사관학교의 유망주 학생들이 큰 활약을 했다는 이야기뿐.

실버스의 배후인 ‘자운’이라던가 중간에 난입했던 마인, ‘선화’에 대 한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협회였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이기는 했다.

반웅이 궁금해서 댓글을 확인했다.

[eqr** :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건 김선우인듯. 성무제 우숭도 그렇고, 이중속성 사용도 그렇고. 개인적으 로 호감이라 앞으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네 [공감 : 1520 비공감 : 91]]

[Young94** : 다른 상위권 애들 과는 다르게 뒷배경 없는 게 호감임 [공감 : 891 비공감 : 21]]

[babal2** : 근데 김선우 점점 잘

생겨지지 않음? 이서준한테도 별로 안 밀리는 거 같은데거거 [공감 :

402 비공감 : 3201]]

의외로 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 루고 있었다.

심지어 하나같이 호평 일색.

“흠흠.”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관심은 결국에는 포인트로 돌아오기 에 조용히 모든 댓글에 공감을 눌렀다.

실제로 공감되는 댓글도 몇 있었 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12 시가 되었다.

슬슬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식탁을 정리하고는 외출 준비 를 했다.

“그레텔, 잠깐 나갔다 올게. 이따 배고프면 아무거나 꺼내 먹어.”

학교를 빠져나오고, 내가 향한 곳 은 한대현이 입원한 한성 의료원이 었다.

다름 아닌 한세연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진우 씨!”

저번 방문보다 한층 경비가 삼엄해 진 의료원 1충에 들어서자 한세연이 나를 반겼다.

밝은 미소를 보이지만 피로에 쌓여 눈 밑이 어두운 것이 뭔가 안쓰럽 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또 여기로 불러서 미안해요. 아버 지께서 진우 씨한테 전해주라고 한 게 있어서요.”

“전해줄 거요?”

한세연은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말 했다.

“아버지가 잠든 지 얼마 안 되셔 서. 장소를 옮겨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우리는 주차장으로 이동해 한세연의 차에 올라탔다.

밀폐된 공간.

이곳에는 나와 한세연밖에 없다.

코를 간질이는 달짝지근한 디퓨저 향을 맡고 있는데 한세연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더니 내게 내밀 었다.

복잡한 술식이 담긴 종이였다.

“……뭡니까?”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일 족의 증표 같아요.”

“일족의 증표?”

“네, 그러니까 이걸 몸에 새기면 저와 오빠같이 한성가의 일족이 되 는 거예요. 저와 오빠도 어릴 적에 이 술식을 몸에 새겼거든요.”

정확히 이게 뭔지는 몰라도 엄청 특별한 건 알겠다.

“……근데 이걸 왜 저한테?”

그러자 한세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

“그걸 저도 모르겠어요.”

«..Q"

“아버지가 갑자기 진우 씨한테 이 걸 드리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모 르게요.”

나는 ‘일족의 증표’를 받고는 내용 을 살펴보았다.

술식은 꽤 복잡했다. 모든 정보를 해석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만 큼.

겉으로 훑어보았을 때 ‘보안’과 ‘증 명’과 관련된 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일족의 증표’라는 것

이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완전한 일족의 증표는 아닌 지 횟수 제한이라는 안전장치가 담 겨 있었다.

“아버지께서 이걸 진우 씨께 드리 면 알아서 그 이유를 아실 거라고 하시던데요.”

“네, 왜 제게 이걸 주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술식의 진짜 정체는 ‘일족 의 증표’가 아니라 한성가의 신비 대여권일 것이다.

마침 필요하던 때에 딱 받았다.

설마 일족의 증표 형태로 넘겨 받

을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그때 한세연이 의구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역시 진우 씨랑 아버지랑 어떤 거 래가 있었나 보네요.”

역시 한세연. 눈치가 참 빠르다.

“네, 뭐…… 있기는 했죠.”

이런 걸 받은 이상, 이제와서 발땜 하기도 늦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거래, 혹시 그건가요? 저번 병 문안 때 아버지께 저를 지켜주 겠……

말끝을 흐리는 한세연.

이내 잠시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 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왜 말을 하다가 맙니까?”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갑작스레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괜 히 내가 당황스럽다.

그때 한세연이 꼼지락 손가락을 움 직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진우 씨, 혹시 피의 맹 세도 했어요?”

피의 맹세?

피의 맹세까지 나오는 걸 보아하니

대충 어떤 거래인지 눈치챈 모양이 다.

뭐, 한대현에게 한세연을 지키겠다 는 조건으로 피의 맹세를 하겠다 얘 기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안 하게 되었지만.

그나저나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 는지를 잘 모르겠으니 나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 음…… 안 했습니다.”

“……거짓말. 대체 왜 그랬어요. 그 게 얼마나 무서운 마법인데……

한세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는 몰라도 나를 향한 눈빛에는

괴로움, 안타까움, 슬픔 등이 담겨있었다.

“……안 했다니까요?”

서둘러 해명했지만, 한세연은 여전 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제 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사 실 저 그날 진우 씨와 아버지가 한 대화 들었어요. 피의 맹세로 저, 저 를 지켜주시겠다고 한 거요……

또박또박 말하던 한세연이 다시 한 번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서 해명하려 했다.

“아니, 세연 씨.”

하지만 한세연이 내 말을 자르고는 다시 말했다.

“됐어요. 아버지 성격은 제가 잘 알아요. 그 누구보다 탐욕적이고 손 해 보는 행동을 하지 않는 분이죠. 아버지께서 일족의 중표를 줄 정도 면 대체……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진우 씨 진짜 바보예요?”

아니, 진짜 안 했는데.

한편, 마법사 협회 특무팀 본부 팀 장실에서 김덕현은 의자에 등을 기 댄 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김선우.”

김덕현이 보고 있는 서류는 ‘김선 우’의 신상 정보가 담긴 서류였다.

마법사 협회의 최고위직에 오른 김덕현이었기에 일반적인 정보 길드가 습득하지 못할 협회만의 특별한 정 보조차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즉, 김덕현의 손에 쥐어진 ‘김선우’ 의 정보는 속일 수 없는 ‘진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다시 보니까 확실히 수상하네.”

김선우의 정보가 담긴 종이에는 대 다수가 빈칸이었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최근 김선우 의 행보를 생각하니 더더욱 수상하 게 느껴진다.

“……분명 뒷배경이 있을 텐데.”

마법의 숙련에는 노력도 중요하지 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타

고난 재능이다.

‘노력파’라고 알려진 스타 마법사 대다수가 뛰어난 재능을 ‘노력’으로 포장한 케이스라는 거다.

그리고 그 타고난 재능은 핏줄을 타고 이어진다.

5대 명문 가문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서준이 역대급 천재라 불릴 수 있던 이유.

몇몇 소수 일족.

이 모든 게 핏줄에서 이어지기는 강한 유전의 힘 때문에 유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선우에게는 그런 배경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가 없다면 어느 보육원 에서 자랐는지 정도라도 적혀 있어 야 정상일 텐데.

“……흐음. 애초에 이렇게 비워져 있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서류는 조작된 내용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역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세상 그 어떤 누구가 협회의 정보 를 조작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말이 안 되긴 하지.”

협회의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인 물은 세계 마법사 협회 회장, ‘김진 철’ 뿐이니까.

“......음?”

그때 김덕현의 머릿속에 새로운 의 문이 생겨났다.

가만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다.

서류가 조작된 내용인 건 확실하 다.

그리고 협회의 서류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진철 회장뿐이 다.

동시에 특무팀 경력 16년의 추리 가 발동되며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 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세계에 몇 안 되는 ‘만눙형 마법사’의 재능.

지금까지 김선우가 보인 재능은 전 세계를 찾아봐도 유례가 없을 정도 였다.

그리고 김덕현은 김선우처럼 뛰어 난 만능형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인 물을 하나 알고 있었다.

“……설마 회장님이?”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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