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CCTV를 피해 23층의 훈련장으로 돌아오자 이서준이 내게 말했다.
나를 기다렸는지 모두 한자리에 모 여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화장실 다녀오느라. 선배님이 말 씀 안 해주셨어?”
선배라는 말에 백예진이 다시 한번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 모습을 본 이서준은 살짝 한숨
을 내쉬더니 말했다.
“말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더 늦어서 그렇지.”
“그게(?) 잘 해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해.”
내 말에 이서준과 유아라가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그때, -띠링 띠링! 어디선가 강렬한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백예진의 시계였다.
백예진은 평소와 다른 굳은 표정으 로 시계를 내려보더니 말했다.
“자, 슬슬 본부로 돌아갑시다.”
“무슨 일 있어요?”
“방금 긴급회의가 떨어졌거든.”
“……긴급회의요?”
“응, 돌아가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우리는 백예진을 따라 복도 를 쭉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21충의 특무팀 본부로 돌아오자 소란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들도 몇 있었다.
그중에는 ‘박정완’이라던가 ‘김문 태’ 같은 마법사관학교의 일일 교사 로 만나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모여. 바로 회의 진행한다.”
김덕현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 앉았 다.
이서준과 유아라가 어정쩡하게 서 있자 김덕현이 다시 말했다.
“너희도 앉아라. 오늘 작전에 너희 도 투입될 거니까.”
“......작전?”
그렇게 우리가 자리에 앉자 탁! 하
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조명이 꺼 졌다.
주변에 어둠이 드리우자 김덕현은 손을 휘둘렀다.
우웅一
동시에 중앙에 거대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한 건물을 입체화한 설계도였다.
“5시간 뒤, 우리가 침투 작전올 할 건물이다.”
5층으로 된 거대한 폐건물.
아무래도 상황을 보아하니 원작에서 진행되었던 특무 사건 중 하나가
지금 진행되려는 모양이었다.
원작의 흐름보다 약 2주 정도 앞 당겨졌지만, 미래의 사건이 앞당겨 지는 것은 이미 많이 경험해 봤기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건물을 점령하고 있는 건 범죄 조직 ‘실버스’다.”
실버스라는 말에 몇몇 요원들이 긴 장된 표정을 지었다.
실버스.
작년 특무 체험에서 마주쳤던 범죄 조직 골드윈과 마찬가지로 자운의 자금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다.
주로 하는 일은 돈세탁과 테러에 필요한 마력 폭탄 운송.
물론 실버스가 자운의 하부 조직이 라는 건 이곳에서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에피소드는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
오늘의 사건이 나비효과가 되어 특 무팀이 자운의 일을 방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니까.
“지금 파악된 조직원의 수는 50명. 밝혀내지 못한 수를 합치면 아마 70이 넘겠지. 그러니 이번 작전에는 총 8명이 투입되어 3개의 조로 나
누어 침투할 예정이다.”
김덕현은 설명을 이어갔다. 작전의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서준은 긴장된 얼굴로 귀담아들 었고, 유아라는…… 조금 들떠 보인 다.
뭐, 유아라 성격상 방심할 일은 없 을 테니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 지.
그때 홀로그램에서 한 백인 남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던현은 남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더니 손으로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전에서 꼭
생포해야 할 녀석이다. 이 자의 이 름은 안토니오. 실버스의 머리다.”
저녁 8시.
우리는 게이트를 타고 부산에 도착 했다.
도착하자마자 부산 특무팀에서 준 비한 차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수는 나 와 이서준, 유아라를 포함해 8명.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에는 적은 숫 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 지만, 서울 특무팀의 멤버는 기본적 으로 s등급에 가까운 무력을 지니고 있다.
자운의 멤버가 아닌 그 하부 조직 쯤은 충분히 소탕하고도 남을 전력 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역으 로 상대가 눈치챌 가능성도 높으니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그나저나 첫날부터 작전에 투입될 줄은 몰랐네. 오늘 일정은 없다고 하셨잖아.”
이서준의 말에 유아라가 창밖의 가 로등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긴급 작전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유아라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넌 어때?”
“뭐가?”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아?”
“난 뭐, 별생각 없어.”
“그래? 너 답네.”
유아라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사사로운 대화를 나누며 첫 작전 투입의 긴장을 풀던 그때.
차량이 멈추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모두가 차에서 내리자 김덕현이 모 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3개 조로 나누어 서 침투한다. 김선우는 나와 함께하 고 이서준과 유아라는 정현수를 보 조한다.”
“네.”
이서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방금 김덕현의 지시에 의아함을 느
꼈다.
원작에서의 김덕현은 이서준의 실 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이서준과 함께 조를 이루었었다.
그런데 지금의 김덕현은 나를 지목 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거 지?
그때 김덕현이 창을 손에 쥐고는 귀에 통신 마도구를 장착했다.
다른 요원들 역시 각자 자신의 장 비를 챙기며 준비를 마쳤다.
으상황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 적 위치는…….
다른 요원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김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작전을 시작한다.”
어두운 폐공장.
나와 김덕현은 건물 안으로 조심스 럽게 침투했다.
바깥에서는 정현수와 이서준, 유아 라가 도망치는 조직원을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남은 한 조는 추 가 지원 병력을 대비해 감시를 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공격하는 조는 나와 김덕현. 둘 뿐인 셈이다.
“……제법인데?”
그렇게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앞 으로 걷던 김덕현이 나를 보며 말했다.
뜬금없는 말이었기에 의문에 찬 표 정으로 김덕현을 바라보았다.
“뭐가요?”
“네 기척 은폐 능력 말이다. 김문 태에게 듣기는 했는데 녀석의 말대 로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아…… 예. 나름 자신 있는 분야 라서요.”
“그러냐? 언제부터 익힌 거지?”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한 1, 2년 정도?”
그러자 김덕현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생각에 잠겼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와 동행하자는 것도 뭔 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 심심하네.
—흐아암. 나는 졸리다.
그때 멀리 복도 끝에서 떠드는 목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5명의 조직원이 보였다.
검, 도끼, 몽둥이…… 각자 개성 있는 형태의 무기를 쥐고 있는 걸 보아하니 강화계 마법사인 것 같았 다.
인물 간파로 확인했을 때 등급은 C부터 B까지 있었다.
김덕현은 잠시 멈추라는 듯 내게 손을 뻗었다.
“내가 처리하겠다. 마력이 퍼지고 녀석들이 눈치채면 나와 함께 위충
으로 돌파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시에 김덕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 로 놈들에게 달려간 것이다.
이내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며 김덕현의 손에 쥐어진 장창이 크게 휘둘 러 졌다.
파아앗——
“끄아악!”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이들.
“와......
그 모습을 보자 절로 입이 벌어졌
과연 특무팀의 에이스라는 건가.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의 빠른 움직임으로 적들을 쓰러트 렸다.
부드럽게 창을 다루는 백은성과는 다르게 그의 움직임에는 파괴적인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김덕현의 마력이 퍼지자 실 버스의 조직원들도 하나둘씩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 이다.
위층에서 시끄러운 발소리와 다급 한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1층으로 내려가!
—침입자다!
나는 김덕현이 지시한 대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뒤늦게 등장한 조직원들이 모습을 보이자 마법 구체를 방출하며 한 명 씩 쓰러트려 나갔다.
“끄아악!”
“이건 또 뭐야?!
”……기, 김덕현?“
”아씹! 특무팀이다! 보스께 전해!“
그렇게 한 명씩 쓰러트리며 위층으 로 오르고 있을 때, 거대한 마력의
장막이 넓게 펼쳐지며 내 공격을 막 아냈다.
나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앞길을 막 고 있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 지는 여인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대체 누구지?
“여기는 내가 막겠다. 너희들은 올 라가서 안토니오를 도와라.”
“......아, 네!”
여인의 명에 그녀를 제외한 모든 조직원이 위충으로 올라갔다.
여인은 여유로운 얼굴로 우리를 살 펴보더니 말했다.
“이거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군. 특무팀의 김덕현이 찾아올 줄이 야……
“누구냐? 보아하니 힘 좀 쓰는 녀 석 같은데.”
김덕현이 묻자 여인이 작게 웃었다.
“후후. 물으면 대답할 것이라 생각 한 건가?”
아무래도 눈앞의 상대는 김덕현 상 대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모양이 었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자라면 내가 알고 있을 텐데.
누구지?
나는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선화
나이 : 51
종족 : 마인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0
……선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선화라면 십마회 소속의 마인으로 마인의 왕의 측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강함은 십마회 내부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강하다.
그런데 얘가 왜 여기에 있는 거 지?
실버스는 자운과 연결된 조직일 텐 데? 설마 자운이 십마회와 손을 잡 은 건가?
그때 였다.
콰아아아앙——
위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내 강한 마력과 함께 발소리가 들 려왔다.
실버스의 머리인 안토니오가 도망
치기 위한 연출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통신 마도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에 뛰어 내리며 도망치는 무 리를 포착. 안토니오의 얼굴을 확인 했습니다. 저희가 추적하겠습니다.
정현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다. 인피면구를 통해 감춰진 안토니오의 부하이다.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녀석은 뒷문 을 통해 달아났을 것이다.
……이거 상황이 원작과는 달라졌 는데.
김덕현의 발이 묶인 이상 안토니오 를 좇을 사람이 사라지게 되었다.
만약 녀석이 이대로 도망치게 된다 면 실버스와 자운의 관계, 그리고 자운이 다음 테러로 무엇을 준비하 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눈앞의 선화를 잡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오늘 같은 야밤에, 녀석의 특기인 ‘암흑화’를 사용한다면 쫓기도 힘들 어질 테니까.
그렇다면 내게 남은 최선의 선택지
는 이것 뿐이다.
“……쳇!”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달렸다.
“김 선우?”
뒤에서 김덕현의 당황 어린 목소리 가 들려왔다.
하지만 눈앞에 선화가 지켜보고 있 는 이상 모든 내용을 보고할 수도 없는 법.
나는 독단 행동을 선택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간 뒤 다른 길 을 이용해 최대한 높은 층으로 올라 갔다.
그리고 혹시 모를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달의 안식처’를 사용했다.
쨍그랑!
나는 그대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동시에 지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선우?”
이서준과 유아라의 목소리였다.
지상에서 그 둘은 놀란 얼굴로 나 를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허공에 떠오 른 상태에서 에어워크를 발동해 위 로 다시 도약했다.
“우왓! 쟤 저거 뭐야?!”
이번에는 장현수의 놀란 외침이 들 려왔지만 무시하고 4충까지 오른 뒤 그대로 안으로 들어섰다.
“……후.”
안으로 올라서자마자 당황한 얼굴 로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조직원이 보였다.
숫자는 어림잡아도 30명 이상.
하지만 안토니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얘, 얘는 또 뭐야?!”
“어떻게 올라온 거지?”
나는 빠르게 인물 간파를 사용해 한명한명씩 정보를 확인했다. 안토 니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걸 보면 인피면구로 정체를 숨기고 있을 테 니까.
그렇게 약 10초가량 주변을 살피 자.
이름 : 안토니오
나이 : 42
종족 : 인간 상태 : 불안
마력 등급 : A
관심도 : 0
조직원들 사이에 숨은 안토니오를 찾을 수 있었다.
“……잠깐, 저거 뭔가 낯이 익은 데.”
“어? 저거 설마 김선우 아니야?”
“어? 맞아! 김선우! 성무제 우승한 애!”
보아하니 나를 알아본 모양이다.
내가 유명해지긴 했구나.
“아 뭐야. 서울 특무팀인 줄 알았 는데. 학생이었네.”
“일단 공격해!”
“우와아아아!”
모든 조직원이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마력을 끌어모아 공격에 대비했다.
마력 둥급이 높은 건 안토니오뿐이 었지만, 워낙 머릿수가 많아 흔자서 상대하기에는 벅찬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런 실내에서는 마력의 폭우를 사 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조금 까 다롭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상대할 수 없다는 건 아 니다.
마침 전부터 연습했던 형태가 있으 니, 실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두근!
나는 대자연의 심장올 발동했다.
그 뒤 손 위로 바람의 마력을 최 대한 압축해 구현했다.
후우우우웅!
내 손위에서 회오리치는 마법의 구 체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녀석들이 내게 접근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그렇 게 녀석들이 내게 가까워지는 순간.
나는 구체를 그대로 바닥을 향해 방출했다.
파아아앙——
동시에 강한 돌풍이 몰아치며 주변 의 모든 적을 휩쓸었다.
대자연의 심장까지 이용하며 오래 압축한 마력이었기에 그 힘은 태풍 을 넘어설 만큼의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우와아아악!”
“이게 뭐야!”
그렇게 뭉쳐있던 녀석들이 흩어지 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양발에 마력을 압축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파앗!
내 앞에 선 누군가가 당황한 얼굴 로 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순간 가속’을 이용 해 회피한 뒤 멱살을 잡았다.
그 뒤 씨익 녀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안토니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