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약 2주에 가 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요약하자면, 실종된 신비 학자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며 사회 에 큰 파장이 일으켰다.
자연스레 조명은 나와 이서준, 그 리고 최서윤을 향했다.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칭찬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무모한 짓을
한 게 아니냐며 걱정 섞인 비난도 있었다.
몇몇 네티즌은 사건의 배경인 최씨 가문을 타겟으로 원색적인 욕을 하 기도 했다.
신비 학자 본인들이 자진해서 가상 세계에 입장한 것이기에 최씨가문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없잖아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가상 세계에 있었던 일 대다수는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 았다.
보안을 위해 협회에서 미리 힘을 써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요일.
일주일간 우리를 고생하게 했던 신 비 철학 연구 수업의 조별 과제 제 출일이 찾아왔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설마 과제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셨을 줄 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넓은 대강당.
우리가 제출한 과제를 받은 교사, 라이언이 황당해하는 얼굴로 나와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이서준은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아는 건지 머쓱한지 쓴웃음 을 지었다.
나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었 기에 별 감홍은 없었다.
그저 고생한 만큼 점수나 잘 챙겨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과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 한 건 바로 안전입니다. 앞으로 이 런 무모한 짓은 절대 하시면 안 됩 니다. 아시겠나요?”
“넵.”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과 제 내용이 어떠할지……
라이언은 안경을 쓰고는 과제 내용 을 훑어보았다.
보안상 과제에 담을 내용이 제한되 었기에 딱 적당한 수준의 내용만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식상하지 않고 신선하 게 느껴질 수 있도록 나와 이서준의 개인적인 견해도 넣었다.
흥미에 찬 얼굴로 과제를 살피던 라이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업이 끝나고 자세히 읽어봐야겠 지만 겉으로만 봤을 땐 아주 훌륭합니다. 아무래도 최고 점수를 받을
조가 정해진 것 같네요.”
—오
라이언의 극찬에 뒤에서 학생들의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
“김선우, 이서준 조에게 최고점을 주겠습니다.”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목숨을 건 과제 1둥’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야 이건?
나도 모르던 업적을 달성했다.
무려 5,000포인트다.
예상치 못한 업적 달성에 입술을 씰룩이자 라이언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선우 학생. 기분 좋은 건 알겠으나 앞으로 이런 행동은 삼가 해주세요. 아시겠죠?”
“아, 넵.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라이언이 한숨을 푹 내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돌아가도 좋습니다.”
나와 이서준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 대로 뒤를 돌아 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학생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1둥 부럽다.
—쟤네는 목숨 걸고 했는데 1둥은 당연한 거지.
—그것보단 이론 수업에서 김선우 는 못 이겨.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 하고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이서준 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다가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1등 좋았다. 수고했어.”
“너도 수고했다.”
피식 웃으며 이서준의 주먹을 가볍 게 쳐주었다.
이서준은 작게 웃더니 크게 기지개 를 켰다.
“으음……! 그나저나 이제 슬슬 체 험 활동할 때가 됐네.”
“다음 주부터였나?”
“맞아. 그리고 기말시험도 있고.”
기말시험이라…….
시간의 흐름이 참 빠르게 느껴진 다.
아직 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남 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3학년 기말시험 은 체험 활동 기록이 성적에 큰 비 중을 차지하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 는 없다는 거다.
체험 활동만 잘 따라간다면 성적은 알아서 잘 나올 테니까.
그것보다는 특무 활동 중에 일어날 수많은 사건이 더 걱정이다.
아, 그리고 ‘그 사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서 인 터넷에 접속했다.
기사란에 접속하자 한성 그룹 회 장, 한대현의 건강과 관련한다양한 루머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한세연의 사진도 함께 있었다. 낯빛이 어둡다.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그렇게 멍하니 한세연의 사진을 보
고 있는데 이서준이 슬쩍 내 스마트 학생 수첩의 화면을 보았다.
“……한세 연?”
이서준이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쳐 다본다.
“왜?”
“아니, 좀 의외라서. 너 저번에 그 사람 만났을 때 좀 퉁명스럽게 대했 었잖아.”
«..2”
뜬금 없이 뭐라는 거야?
나는 휠을 올려 기사 제목을 보여 주었다.
“한대현 회장 기사야.”
내 말을 들은 이서준이 멋쩍은 미 소를 지으며 입을 벌렸다.
“아~ 난 또 뭐라고. 요즘 얘기가 많이 나오긴 하더라. 할아버지도 은 근 신경 쓰시는 것 같고.”
천하의 김진철 회장도 신경 쓰게 만드는 한대현 회장.
한대현 회장이 그만큼 거물이라는 증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니까.”
“그렇긴 하지. 할아버지 말로는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말씀하시던데.”
“……그렇지. 한 7일 정도 남았으 려나.”
내 작은 중얼거림에 이서준이 의문 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바로 그때 수업 종료를 알리는 라 이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 들 과제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 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기말시험과 체험 활동 날짜가 다가 오면서 여름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후덥지근하면서 무더운 날씨.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시 끄럽게 귀를 울렸다.
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교내 앞의 게이트로 걸어갔다. 장소에 도착하 자 꽤 많은 학생이 보였다.
이들 모두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체험 활동’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었다.
혹시 아는 얼굴이 있나 싶어 주변
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 했다.
“유아라?”
내 부름에 유아라가 뒤를 돌았다. 그러더니 작게 손을 혼든다.
“안녕. 생각보다 일찍 왔네.”
“첫날부터 늦을 순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슬쩍 유아라의 옆으 로 다가갔다.
오늘 일정은 체험 활동을 위한 서 울 특무팀 방문이다.
유아라와 나는 같은 서울 특무팀에서 활동하기에 목적지가 같다.
그렇게 함께 게이트 차례를 기다리 는데 유아라의 표정에서 들뜬 것이 느껴졌다.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오늘만 기다렸거든.”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쿨하게 긍정했다. 그러고서는 다시 한번 희 미한 미소를 짓는데 저번 인천 특무 팀 때보다 2배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생각해보면 특무와 관련된 일을 할 때마다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은데.
저런 모습을 보면 유아라도 참 순
수한 거 같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부터 유아라의 활약이 늘 어나고 비중도 크게 늘어났던 것 같 다.
기대도 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나 의 개입으로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시간이 지나 나와 유아라의 차례가 다가왔다.
우리는 게이트를 타고 서울의 중심 으로 이동했다.
번쩍!
장소에 도착하자 거대한 사옥 하나 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 마법사 협회 본부.
다른 곳에서는 ‘세계 마법사 협회’ 라고 불리기도 하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서울 특무팀의 본부가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들어가자.”
나와 유아라는 협회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수많은 마법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았는데 저들 모두 한 국에서 활동하는 마법사들이다.
서울 특무팀 본부는 21층에 있다.
하지만 본사 내부로 들어서기 위해 서는 협회의 허가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안내 직원을 먼저 찾았다.
“안녕하세요. 마법사관학교 특무 체험 때문에 왔는데요.”
“아! 반갑습니다. 김선우 학생 맞 으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내 직원이 웃으며 어딘가에 연락
을 시작했다.
한 3분쯤 기다렸을까.
“안녕하세요〜”
특무팀 직원, 정현수가 웃으며 모 즙을 드러냈다.
나와 유아라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정현수는 우리를 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제가 나와서 놀라셨죠? 원 래 여러분들의 멘토이신 김덕현 선 배님이 마중 나오셔야 하는데 귀찮 다고 저를 시키네요. 참 좋은 상사 죠? 아! 받으세요. 임시 직원증입니
다.”
정현수가 우리에게 목걸이로 된 카 드를 내밀었다.
안에는 내 사진과 함께 이름이 적 혀 있었다.
외부자의 혜택으로 확인하니 여러 보안 술식과 강화 술식이 담겨 있었다.
슬쩍 유아라의 눈치를 살피는데 얼 굴에 희미한 홍조가 어려있었다.
정식은 아니지만, 특무팀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 꽤 기쁜 모양이다.
“앞으로 여기에 직원증 찍고 들어 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직원증을 찍고 협회 내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 고 특무팀이 있는 21층에 도착했다.
복도를 걷다가 문을 열자 새로운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어, 왔냐‘?”
김덕현이 보였다.
그 앞에는 이서준이 앉아 있는데 지금까지 대화를 하고 있던 모양이 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머리의 여 성이 흥미에 찬 얼굴로 앉아 있었다.
단숨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백예진.
특무팀의 신입 요원으로 소환계를 다루는 마법사였다.
특이한 성격 때문에 굳이 엮이고 싶은 인물은 아니다.
그때 이서준이 나와 유아라를 향해 크게 손을 혼들었다.
“일로 와!”
피식 웃고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그들에게 다가가자 김덕현 이 말했다.
“반갑다. 뭐, 알고 있겠지만 나는
특무팀 소속 김덕현이다.”
김덕현이 자기 소개를 하자 그 옆 에 앉아 있던 백예진도 함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들의 선. 배인 백예진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백예진이 ‘선배’를 강조해서 말했다. 아마 선배 대우를 해달라는 함 축적인 의미가 담긴 거겠지.
나와 유아라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선우입니다.”
“유아라입니다.”
김덕현은 우리의 인사를 받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왜 멘토로 나를 선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년간 잘 지내보자.”
“넵.”
그 뒤로 특무팀 내부를 돌아다니면 다른 요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바쁘다는 설정 때문인지 죄다 출장 을 나가서 정작 인사를 나눈 사람은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들 모두가 원작 중후반부 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들이 었기에 꽤 새로운 경험이었다.
인사를 모두 마치자 김덕현이 말했다.
“오늘은 첫날인 만큼 특별한 일정 은 잡혀 있지 않다. 남은 시간은 자 유롭게 협회 내부 구경이나 해라. 음. 안내는…… 그래, 백예진 네가 가서 좀 해라.”
“제가요?”
백예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 켰다.
“왜, 싫냐?”
“아뇨. 좋아요!”
그 뒤로 우리는 백예진의 안내에 따라 협회 내부 견학을 시작했다.
별로 얽히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함 께 다니게 돼서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신경 쓰 지 않기로 했다.
“자, 여기가 23층의 훈련장이에 요.”
백예진이 안내 직원이라도 된 것처 럼 친절한 손짓과 말투로 설명을 시 작했다.
“체력, 마력 훈련은 기본이고 적응 훈련도 할 수 있게 최첨단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한번 해봐도 돼요?”
유아라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백 예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기다렸다는 듯 유아라가 훈련장에 입장했다. 훈련 시스템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살짝 입을 벌리며 감탄 한 표정을 지었다.
띡띡
기계를 터치하자 잠시 뒤 화르륵. 그녀의 주변에 화염이 타올랐다.
불 속성 마법의 적응 훈련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여기서 훈련하면 진짜 금방 늘겠다.”
유아라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원래도 컸던 특무팀에 대 한 꿈이 한층 더 커진 모양이다.
백예진은 나와 이서준을 힐끔 보더 니 물었다.
“서준 후배는 안 해봐도 돼?”
“네, 여기 훈련 시설은 많이 이용
해봐서요.”
김진철 회장을 따라 어릴 적부터 협회에 자주 방문했던 이서준이다. 당연히 협회 내부 구조는 꿰뚫고 있 겠지.
이서준의 말에 백예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겠네. 선우 후배 는?”
“전 오전에 훈련하고 와서요.”
“흐음〜 그래? 성실하네.”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서는 방금 생각난 것처럼 말 했다.
“아, 맞다. 선배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에 백예진이 입 꼬리를 씰룩거리며 나를 바라보았 다.
저런 호칭 하나에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얘도 참 단순하다.
“웅? 무슨 일이야?”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 까요?”
“엉? 어어. 다녀와.”
백예진이 관용 넓은 선배님의 미소 를 보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훈련
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서는 복도를 쭉 걷다가 엘리 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이곳의 위치는 23층.
내 기억에 의하면 바로 위충인 24 층에는 ‘기록 보관실’이 있다.
그리고 아마 그곳에 ‘대정령 실체 화’의 술식이 보관되어 있겠지.
“……슬쩍 다녀와 볼까.”
마침 딱 한 층밖에 차이 나지 않 는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싶다.
설령 들키더라도 핑계 대기도 쉽 고.
그래, 어떻게 생긴 공간인지 구경 만 하자.
언젠간 찾아와야 할 장소인 만큼 어떻게 생긴 공간인지는 알아야 할 테니까.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사람이 없음 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 옆 계단 문 을 열었다.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넓은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인기 척이나 발소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밀할 발걸음을 발동했다.
우우응.
동시에 내 몸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사라졌다.
“후.”
그렇게 복도를 걸으려는 그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복도의 끝에 CCTV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화장실이 어닸지?”
나는 다시 뒤로 돌아갔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