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서울에 위치한 한국 마법사 협회 특별 조사실.
각종 보안 마도구로 무장된 이 공 간은 마법사 협회에서 규정한 1급 보안 사건을 다룰 때만 사용되는 아 주 특수한 장소이다.
1급 보안 사건이란 ‘자운’, ‘진천 우’, ‘신비’ 등 일반 특무 요원이 다 룰 수 없는 아주 극비 사건으로 마법사 협회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서울 특무팀’만이 다룰 수 있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여러 분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에 데려온 겁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1급 보안 관련 사건이 일어나며 특별 조사실의 문이 열렸다.
방 안에는 기다란 테이블 하나가 있었다.
특무팀 소속의 김덕현은 의자에 앉 아 맞은편에 있는 7명의 사람을 바 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이기 도 합니다. 그러니 협조해주시면 감
사하겠습니다.”
김덕현이 말하자 맞은편에 앉은 흰 머리의 남성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보호라기에는 너무 강압적인 거 아니오?”
남성의 정체는 러센.
최근 가상세계에서 탈출한 신비 학 자였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1급 보안 사항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우리 가 없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 났던 겁니까?”
러센의 옆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말했다.
그 역시 러센과 함께 가상세계에서 탈출한 신비 학자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덕현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진 기간에 벌어졌었던 ‘진천우’와 ‘자운’이 벌인 일들. 그리 고 특무팀에서 그들의 흔적을 쫓았 던 긴 이야기를.
그렇게 약 30분가량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맞은편에 앉은 신비 학자들은 모두 경악한 상태였다.
가상세계에서 영웅이라 추앙받았던 진천우의 본 모습은 그들의 예상과 는 정반대였으니까.
“그런 이유로 여러분들이 겪은 일 에 대한 것들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진천우와 불사. 그리 고……
김덕현은 잠시 말끝을 흐렸다.
“이서준과 관련된 것들 역시 비밀 로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이서준’ 학생의 보호를 위한 부탁이기도 합니다.”
협회의 최고위층은 이미 ‘경계의 세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천우가 그 세계에 다녀왔 다는 것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상태 였다.
경계의 세계. 아마 불사를 조사하 는 과정에서 다녀왔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서준’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김덕현의 말에 러센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진천우에게 작은 빚을 지기 는 했지만, 자신들을 가상세계에서 구출해 준 이서준에 비할 바는 아니 었으니까.
“그렇게 하지. 우리는 그 아이에게
큰 빚을 졌으니까……
김덕현은 안심했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그곳 에 있었던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 고 싶습니다.”
그러더니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김덕현이 입을 벌렸다.
“아, 그리고 김선우 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아는 대로 부탁드립니다.”
“……이걸 어디다 쓰지.”
최씨 가문에서의 사건이 끝난 뒤.
일주일 만에-현실로는 하루였지만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 신비, ‘가상세계 생성 장치’를 살펴 보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 써먹을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이서준에게 받아오기는 했 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신비의 힘을 뽑 아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신비 자체가 가진 고유의 힘을 뽑 아내 사용하는 방법은 몇 가지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중국 의 S등급 마법사, ‘즈한’이라는 자가 가진 ‘신비 계약자’라는 특성이다.
신비 계약자는 말 그대로 신비와의 계약을 통해 그 힘을 빌려 변형, 증 폭하여 사용하는 특성을 말하는데 그 유니크한 능력 덕분에 즈한은 한 순간에 스타 마법사에 오르게 되기 도 했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신비와 높은 친 화력을 가진 김창현이 속한 ‘유성 일족’의 힘이 있다.
“잘 쓰면 어마어마할 것 같은
데……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힘.
쉽게 볼만한 능력이 아니다.
만약 신비가 가진 가상세계를 창조 하는 힘을 내가 얻을 수 있다면 전 투 중에 ‘비현실의 가호’를 상시 구 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아니면 그레텔이 전투하기 좋은 숲, 정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이렇게 생각하니 엄청 괜찮은 데?”
사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잠든 신비를 깨우는 방법이라 던가 신비의 힘을 사용하게 되는 방 법을 생각하면 험난한 길이 예상되 기는 하지만 분명 내게 큰 힘이 되 어줄 만한 요소들은 맞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포인 트 상점을 확인했다.
[신비 계약자(S)]
분류 ’ 특성
설명 : 신비와 계약하여 능력을 사 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효과]
►계약
계약할 신비를 지정합니다.
*제한 횟수 : 1회
*한번 계약이 끝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계약 발현
계약한 신비의 능력을 사용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0일
가격 : 100,000
“……더럽게 비싸네.”
10만 포인트.
S등급 특성이라 그런지 상당히 비 싸다.
거기다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서 그런지 능력도 너프된 부분도 보이 고.
제한 횟수는 그렇다 쳐도 재사용 대기 시간 20일은 무지막지하게 기 니까.
“킁.
일단 보류.
비싸도 너무 비싸다.
비현실의 가호의 능력이 뛰어나다 고 한들 그것을 위해 이걸 구매하는 건 미친 짓이다.
가장 최우선은 SS등급을 구매할 포인트를 모으는 거니까.
“포인트는 얼마나 모았지?
곧바로 포인트를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 247,000]
“오.”
24만 포인트?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모였다.
아직 1학기가 채 끝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가 아닐 까.
아무래도 성무제라던가 박람회, 가 상세계. 그리고 선현 가문의 연구실 방문 등 큼지막한 사건들을 해결한 덕이 큰 것 같다.
앞으로 일어날 큼지막한 사건들을 생각하면 40만도 멀지 않았다.
“흐흐.”
SS등급 특성을 구매할 생각을 하 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건 됐고.”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세계 최대 마법사 커뮤니티인 ‘마법사의 숲’에 접속했다.
그리고 검색창에 ‘대정령’을 검색.
[‘대정령’ 검색 결과입니다.]
[논문 : 정령의 친화력을 올리는 방법]
[논문 : 정령의 성향이 정해지는 단계]
[질문 : 정령 마법 보신 분들 들어 와 보셈. 정령 마법이라는 게 있 음‘?]
쳇.”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특별한 내용 이 보이지 않았다.
경계의 세계에서 보았던 대정령.
근원의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 시 처치해야 할 놈이었기에 혹시 정 령을 처치할 방법을 알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신비의 말에 의하면 녀석은 일반적 인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반격으로 녀석에게 상처를 입히 긴 했지만, 원반격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문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 글을 올 려보았다.
[정령 처치 방법 아시는 분 있나 요?]
한 3분쯤 기다리자 답글이 올라왔다.
[정령사랑마법사랑 : 정령을 어떻게 처치하냐. 이런 쓸데없는 거 연 구하지 말고 마법 연습이나 해라]
“……얘는 왜 또 시비야.”
닉네임 보니 뭔가 정령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녀석이긴 하다.
왠지 이 녀석이라면 답을 알고 있 을 것 같아서 답댓글을 달았다.
[작성자 : 알려주면 3000마나 드 림]
‘마나’는 마법사의 숲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인데 현금으로 전환 도 가능하다. 3,000마나는 현금으로 약 삼천만 원이다.
혹시 이러면 답변해주지 않을까 싶 었는데 녀석이 떡밥을 물었다.
[정령사랑마법사랑 : ? 구라 니
[작성자 : 내 등급 안 보임?]
마법사의 숲에는 회원등급이라는 게 있다.
이것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게시 글의 종류도 크게 늘어난다.
내 등급은 ‘대현자’로 커뮤니티 최 상위 둥급에 속한다.
아마 30명도 안 될 만큼 극소수만 이 가진 등급인데,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업적’, ‘마법사 등급’, ‘후원’
등이 있다.
참고로 나는 후원을 통해 대현자 등급에 오르게 되었다.
그때 였다.
띠링!
댓글 알람이 다시 떠올랐다.
[정령사랑마법사랑 : 아, 이런 제 가 몰라뵈었네요-. 질문에 답을 드 리자면 150년 전에 ‘영체화’라는 특 성을 사용해서 처치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250년 전 ‘정령 실체화 술
식’을 통해 처치했다는 기록도 있는 데, 이 술식은 150년 전 협회에서 습득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는 게 공 식 입장입니다.]
댓글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갑자기 고분고분해지는 게 엄청 웃기다.
“근데 술식을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 떠 올랐다.
원작에서도 짧게 언급되었던 내용 이었다.
마법사 협회 24충의 ‘기록 보관소’.
그리고 자운은 그곳에 저장된 어떤 술식을 훔쳐내기 위해 잠입한 전적 이 있었다.
“아, 그래서 자운이……
원작에서 다룰 때에는 설명이 부족 해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제야 퍼 즐이 맞춰진다.
마침 잘됐네.
조만간 학교 일정으로 협회에서 특 무 체험 실습을 할 예정이니까.
마법사 협회를 털어내야 한다는 게 조금 쫄리기는 하지만 뭐, 기척 숨 기는 건 자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거기다 자운의 아지트도 털어본 나 니까.
그때 다시 댓글 알림이 울렸다.
[정령사랑마법사랑 : 답 드렸는데 마나는 언제 주심?]
“주겠냐?”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의 화면을 톡톡 눌렀다.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아씨! 낚였다!”
마법사 협회 서울 특무팀 본부.
의자에 반쯤 누워 스마트 폰을 보 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 소리를 지르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이름은 백예진.
올해 특무팀에 입사한 신입 요원이 었다.
“또 무슨 일이야?”
백예진의 외침에 맞은편에 앉은 정 현수가 황당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아, 선배님. 이놈이 정보만 먹고 튀었습니다. 등급도 대현자이나 되 는 놈이!”
백예진이 정현수에게 스마트 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삭제된 게시글입니다.]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게 뭔데? 마숲이냐?”
“네, 3000마나 준다고 해서 성의껏 답변했는데 글삭하고 튀었어요. 등 급 올릴 기회였는데! 하아. 진짜 누 구지? 대현자 둥급이면 분명 이름
있는 마법사일 텐데.”
백예진의 외침에 정현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혹시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었는데 정말 별일이 아니었다.
도대체가 이 신입은 긴장감이라고 는 눈곱만큼 찾아볼 수 없었다.
“너 몇 살이라고 했지? 올해 스무 살이라고 했나?”
“네, 맞습니다. 가능성이 열려있는 파릇파릇한 스무 살이죠.”
“……가능성은 모르겠고, 커뮤에 소속감 좀 갖지 마라. 의미 없다.”
“허허. 선배님, 마법사의 숲은 단순 한 커뮤가 아닙니다
“뭐래냐? 정보가 필요하면 여기에 물어라. 여기 특무팀인 거 모르냐?”
정현수의 말에 백예진은 관심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제 사수님은 언제 오십니 까?”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둣 특무팀도 신입 요원에게 사수가 붙게 된다.
그녀의 사수는 특무팀에서도 에이 스로 꼽히는 김덕현이었다.
“조사 나가신 지 꽤 됐으니 곧 오 시겠지. 증요한 일이라 좀 걸릴 수 도 있어.”
바로 그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오듯 특무팀 의 문이 열리며 김덕현이 안으로 들 어왔다.
정현수와 백예진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어, 그래.”
김덕현이 피곤해하는 얼굴로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정현수가 그
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배님, 조사는 어떻게 됐어요?”
“뭐,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 그것과 관련해서 회장님께 보고드렸 고.”
“아, 맞다. 그나저나 이번 신비 학 자 실종 사건을 해결한 것도 그 애 들이라면서요?”
“맞아. 이런 걸 보면 피는 못 속이 는구나 싶기도 하네.”
김덕현이 조용히 중얼거리자 정현 수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피요?”
“몰라도 된다.”
그때 백예진이 호기심에 찬 얼굴로 다가왔다.
“근데 이번 사건 해결한 애들이 누 구예요?”
“이번에 실습하러 오는 학생들 있 잖아. 그 애들 아마 김덕현 선배님 을 멘토로 선택해서 너랑 같이 활동 할 텐데.”
“아~ 이서준이랑 김선우, 유아라 말씀하시는구나?”
백예진이 알았다는 둣 고개를 두세 번 끄덕였다.
“어어. 맞아. 아! 지금 기사 떴네.”
정현수가 앞의 홀로그램 창을 띄우 더니 인터넷 기사 하나를 올렸다.
이서준과 김선우의 활약으로 실종 된 신비 학자들이 가상 세계에서 풀 려났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보안상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 었기에 가상세계의 위험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얘네들이 다음 달에 제 후배로 들 어온다는 거죠?’’
백예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쥐 를 보는 고양이의 눈빛이었다.
김덕현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막내 들어온다고 괴롭힐 생각 하는 거지?”
“에이, 설마요〜”
대답이 들려왔지만, 김덕현은 여전 히 그녀를 못 미더운 얼굴로 바라보 았다.
백예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김덕현에게 물었다.
“그런데 걔들은 왜 그런 위험한 짓 을 한 거래요?”
정현수도 그것이 궁금했는지 호기
심에 찬 얼굴로 김덕현을 바라보았 다.
김덕현은 멍한 눈으로 기사 속 ‘김 선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 했다.
“……조별 과제 때문이라던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