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7화 (276/535)

277화

신비의 결정체는 포식자의 왕이 앉 고 있던 권좌의 중앙에 박혀 있었다.

“……이게 신비의 결정체인가.”

이서준이 권좌에 박힌 투명한 구슬 을 빼내며 중얼거렸다.

얼핏 보면 가상 세계를 구현했던 신비인 ‘가상 세계 생성 장치’와 홉 사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

‘가상 세계 생성 장치’가 외부에 보이기 위한 단순한 껍데기에 불과 하다면, 신비의 결정체는 신비의 진 정한 본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이제 이것을 파괴하면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리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갈 수 있다.

이서준은 힐끔 나를 바라보더니 말 했다.

“그럼 부순다?”

“어어.”

그렇게 이서준이 구슬을 깨기 위해 마력을 불어 넣던 그때.

구슬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야, 야야! 잠깐 기다려!]

머릿속을 울리는 다급한 목소리.

특유의 철없는 아이 같은 말투는 분명 신비의 의지였다.

동시에 공간이 칠흑 같은 어두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마치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

이제는 하도 자주 겪다 보니 놀라 지도 않았다.

이곳은 신비의 공간이었다.

“……어? 여기는?”

그리고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최서윤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 러보았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이서준 은 침착하게 주변올 살폈다.

그때 우리들의 앞에 누군가가 등장 했다.

최서윤은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양……?”

눈앞의 존재는 양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어린 인간의 몸.

기괴한 형태였지만 이전에도 비슷 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최서윤은 멍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 보더니 내게 시선올 돌렸다.

“선배님 저게 대체 뭘까요……?”

“신비야.”

“……신비라고요?”

“정확히는 신비 속에 숨어있는 신 비의 자아지.”

최서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지 당황한 얼굴로 나와 이서준. 그리고

신비를 바라보았다.

“……선배님들은 이런 상황을 자주 겪어보신 거예요?”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신비가 우리들의 앞에서 양손 을 포개더니 크게 외쳤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신비가 무릎을 꿇었다.

[너희를 밖으로 나가게 해줄 테니 까 나를 파괴하지 말아줘!]

신비답지 않은 처절한 외침.

몹시 추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유쾌 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널 파괴하면 알아서 나갈 수 있는데 뭐하러 그래야 하 지‘?”

이서준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곽무진에게서 눈앞의 신비가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들었기에 저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 것이다.

[거래, 거래하자!]

“......거래?”

이서준이 신비를 내려보며 물었다.

[그래, 너! 그 녀석의 아들이지? 진천우 말이야! 사실 그 녀석도 나 와 거래를 했거든. 그 덕에 지금까

지 내가 파괴되지 않고 살아있는 거 고.]

과거의 이야기에 따르면 진천우는 포식자 군단을 홀로 뚫으며 신비의 결정체 앞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진천우가 혼자 가상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이것과 같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비라는 녀석들은 이렇게 잔머리 가 잘 돌아가는 영악한 녀석들이다.

[어때? 나한테서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거래하고 싶지 않아?]

이서준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것 이었다.

아마 이서준도 묻고 싶은 것이 많 을 테니까.

“……뭐, 거래하는 것도 나쁘진 않 겠지.”

신비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는 흔 하지 않다.

그것도 신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거래일수록 더더욱.

그리고 원작에서도 있었던 흐름이

었기에 당연히 수락하는 게 맞다.

다만, 내가 개입한 만큼 거래의 내 용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좋아. 거래 내용은?”

[우선 나의 생존을 보장해줘. 그러 면 네가 원하는 질문 하나를 대답해 주고 너희 셋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게.]

그러자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돼.”

[……또 뭘 원하는 거야?]

“우리 말고 가상 세계에 떨어진 사

람들 모두 나갈 수 있게 해줘.”

[…….]

이서준의 말에 신비가 잠시 침묵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척하더니 입을 열었다.

[으으음. 이건 원래 안 되는데. 그 래, 인심 썼다! 특별히 해줄게!]

양의 얼굴이 기괴하게 눈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추가로 더 있어.”

[……으응? 추가?]

“네가 저지른 짓들은 이미 알고 있 어. 앞으로 사람들을 집어삼킨다거

나 하는 일은 앞으로 그만두겠다고 약속해.”

그러자 신비가 두 눈동자를 데굴데 굴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건…….]

얼굴의 털을 쓰다듬으며 심각한 얼 굴로 고민을 이어가는 신비.

슬쩍 이서준의 눈치를 보더니 그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 달은 듯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 를 끄덕였다.

[……조, 좋아. 거래는 이거로 끝이 야. 나도 이 이상 양보는 못 해. 알 았지?]

“그래.”

이서준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뭐가 궁금…….]

“잠깐.”

그때 내가 신비의 말을 자르고 끼 어들었다.

녀석은 뭐냐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 았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는데.”

그러자 신비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 진다.

양의 얼굴로 저렇게 다양한 감정표

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함 을 느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양보했 는데!]

“됐고, 내 조건은 ‘질문 개수에 제 한을 두지 않는다.’ 야.”

[장난해? 그게 될 거 같아?]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이서준.”

내 부름에 이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응?”

“결정체 줘봐.”

이서준이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체를 넘겼다.

나는 곧바로 손 위에 마력을 끌어 올렸다.

“협상 결렬. 수고해라.”

그러자 신비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뻗었다.

[어? 야야야야! 잠깐! 내 말 좀 들 어봐!]

신비가 울상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나는 잠시 마력을 거두고는 신비를 똑바로 바라봤다.

[제한을 두지 않는 건 안 돼. 나도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

[……말로 설명해도 이해 못 하겠 지만, 우리에게도 정해진 규칙이라 는 게 있어. 이걸 어기면 내가 소멸 될 수도 있어.]

아무래도 세계의 법칙을 말하는 모 양이다.

외부자인 나에게는 해당되진 않지 만,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으니 내가 이해해줘야 할 부분인가.

“……흠. 그럼 어쩔 수 없지.”

[역시 너라면 이해해줄 줄 알았 어!]

눈을 가늘게 뜬 신비가 웃으며 말 했다.

그리고 그 말에 이서준과 최서윤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 봤다.

“그럼 제한만 두면 되는 거지?”

[……응?]

“질문은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

신비의 눈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저 모습은 볼 때마다 기괴하면서도 신기하다.

“그리고 우리한테 가호 하나씩만 줘.”

[가호?]

신비에게는 인간에게 가호를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자존심이 워낙 강한 녀석들이 라 쉽게 가호를 내리지 않지만, 지 금은 상황이 상황이니까.

무엇보다 이 녀석은 다른 신비에 비해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 다.

이건 분명 먹힌다.

[……끙.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신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씨익 웃었다.

이것으로 협상 완료다.

신비의 약속에는 효력이 있으니 이 제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

[‘전문 협박꾼’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이후 우리는 신비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장 먼저 원작에서도 물었었던 불 사의 방법에 대해서.

신비는 불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 다고 설명했고, 그중 가장 부작용이 적은 정석에 가까운 방법을 이야기 했다.

신비가 설명한 불사의 방법을 요약 하자면 이러했다.

1. 불사가 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2. 불사의 재료는 경계의 세계에서 태어난 혈육의 몸.

3. 불사가 되려는 자 역시 한번 죽 음을 경험해야 한다.

4. 모종의 방법으로 죽음에서 부활 한다. 이 과정에서 신비의 힘이 필 요하다.

5. 영혼 이식의 술식을 이용해 혈 육의 몸을 차지한다.

6. 영혼 이식 과정에서 육체가 파 괴될 가능성이 있기에 양쪽 모두 강 한 마력을 지닌 상태여야 한다.

[이 방법이 가장 부작용이 없으면 서 깔끔한 불사가 되는 방법이야.]

신비의 말에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부작용이 있는 방법은 뭔데?”

[육체를 개조한다거나 인간의 몸에 억지로 신비를 주입한다거나, 그런 방법이지. 대신 그런 방법을 사용하 면 육체는 늙어간다거나, 기괴한 형 태로 변형된다거나, 혹은 정신이 탁 해진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있어.]

이것들과 비슷한 케이스는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선현 가문에서 마주쳤던 괴인이 이

것과 비슷한 케이스일 것이다. 곽무 진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자운의 목표는 진천우의 부활이 맞나 보네. 널 가만히 놔두는 것도 네 육체와 마력이 성장하던 것을 기 다린 모양이고.”

이서준에게 떡밥을 던지자 이서준 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가 봐.”

나는 슬쩍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지금 이 대화를 따라갈 수 없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불사와 진천우의 부활.

평범한 주제가 아니었기에 당연한 반웅이다.

[더 궁금한 건 없어?]

신비가 물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나, 있어.”

[뭔데?]

“신이 되는 법을 알려줘.”

진천우는 신이 되는 것을 원했다. 그리고 신이라는 건 단순히 불사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불사는 단지 ‘신’。] 되기 위한 과 정일 뿐.

이 ‘신’이 되는 과정은 원작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서준과 최서윤은 내 질문이 의외 였는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 다.

신비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 더니 말했다.

[……거기까지 알고 있는 건가. 미 안한데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어째서지?”

[말했잖아. 우리에게도 정해진 규 칙이라는 게 있다고.]

예상한 답변이었지만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약속 했던 가호나 줘.”

신비는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래, 내가 내릴 수 있는 가호는 ‘비현실의 가호’야.]

“……비현실의 가호?”

비현실의 가호.

원작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가호였다.

[이름 그대로 비현실에서 강해지는 가호지.]

“비현실이라는 게 정확히 뭘 뜻하 는 건데?”

내가 묻자 신비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닌 장소를 말 하는 거지. 예를 들면 가상 세계라 던가, 꿈속이라던가...... 여러 가지 많잖아?]

비현실 한정이라니. 생각보다 제약 이 많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 겠네.

[그럼 바로 내려줄게.]

신비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동시 에 눈부신 새하얀 빛 3개가 떠올랐다.

구슬은 각각 나와 이서준 그리고 최서윤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적웅형 특성, ‘비현실의 가호(A)’ 를 획득했습니다.]

[현실이 아닌 장소에서 모든 능력 치가 30% 상승합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보았다.

지금 이 장소 역시 비현실이었기에 효과가 발동하며 모든 능력치가 상 승했다.

30%면 투쟁심을 발동한 것과 같 았기에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 다.

애초에 ‘가상 세계’라는 것은 앞으 로의 전개에서도 계속 등장할 예정 이기도 하니까.

[에휴. 밑천 다 털렸네. 이거로 끝 이지?]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널 파괴하지 않고 이곳에서 모두가 나가는 방법을 알려줘.”

신비와의 거래를 마치고 우리는 포 식자의 요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처음 가 상 세계에 도착했던 장소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러센을 찾았다.

다름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 탈출하 기 위해서는 흘어진 사람들을 찾아

서 신비를 통해 바깥 세계로 전송해 야 하기 때문이다.

러센에게 현실로 귀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자 그는 라면을 선물 받았을 때보다 더욱 많은 감격의 눈 물을 흘렸다.

그렇게 우리는 러센을 데리고 생자 의 도시로 향했다.

생자의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게이트를 타고 도망쳤던 사람들이 포식자가 처치된 것을 확인하고 다 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러센과 여관 주인이

었던 정청호의 도움으로 현실에서 가상 세계로 떨어진 사람들을 모았 다.

그렇게 모아보니 인원수는 총 7명.

원래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전부 죽었다고 한다.

“……고맙다!”

“평생 이곳에서 살다 죽게 될 줄 알았는데……

“에휴. 이곳에서 죽은 친구들은 안 타까워서 어쩌지.”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격의 눈물을 홀리며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 했다.

그리고 가상 세계의 마지막 밤.

사람들은 여관에 모여서 만찬을 즐 겼다.

호화로운 음식과 술.

그리고 음악까지.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서 마 지막 회포를 풀자는 의미에서였다.

“허허. 우리 영웅분들도 한잔하시 지.”

이름 모르는 중년의 신비 학자가 우리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이서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는 미성년자라서요.”

“어른이 주는 술은 괜찮네.”

“그래도 아직……

“홈홈.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서준의 말을 자르고는 재빨 리 술잔을 받았다.

이서준은 뭐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 라보았고 최서윤은 가늘게 뜬 눈으 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 고 술잔을 쭉 들이켰다.

“크으.”

이 얼마만의 술이야.

맛 자체는 맥주와 비슷하지만 경계 산(?) 맥주라 그런지 맛이 조금 색 다르고 좋다.

“와. 이거 엄청 시원하네.”

“이 친구 술 좀 마실 줄 아는구만. 크하하!”

신비 학자가 크게 옷었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최서윤이 게슴 츠레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입 을 열었다.

“……선배님, 그거 맛있어요?”

“음…… 그럭저럭?”

앞의 안주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래요? 흐음. 나도 한번 마셔볼 까‘?”

최서윤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술잔 을 집었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술잔을 뺏었다.

“어허.”

“……뭐예요.”

“미성년자가 무슨 술이야.”

“……뭐래, 선배님도 미성년자면서. 심지어 선배님은 작년부터 마셨잖아 요.”

최서윤이 눈을 가늘게 뜨며 쏘아내 둣 말했다. 그러자 이서준이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작년부터라니?-

“그게......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내가 웃으며 얼버무리자 이서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잠시 바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2시간가량 이어졌던 만찬이 끝나고 가상 세계를 떠나 현실로 귀 환할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모두 여관 앞의 밖으로 모

여들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자 취기가 살 짝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손에 쥔 ‘신비의 결정체’를 모두에게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현실로 귀환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어느새 취기가 달아났는지 내가 한 말에 모두가 진지한 얼굴이 되어 고 개를 끄덕였다.

“제가 결정체에 마력을 불어넣을 거예요. 그럼 구슬이 빛을 뿜어낼 겁니다.”

시범하듯 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었

다. 그러자 투명한 구슬이 푸른 빛 을 뿜어냈다.

“이때 구슬에 손을 대시면 현실로 귀환하실 수 있습니다.”

“ 오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러센에게 먼저 시선을 돌렸다.

“그럼 러센 님?”

“……음? 나부터인가?”

러센이 긴장된 얼굴로 앞으로 나섰 다.

“네, 아까 말했듯 구슬에 손을 대 시면 됩니다.”

“……알겠네.”

러센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입을 열 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맙네. 이따 현실에서 다시 만나세.”

그 말과 동시에 러센은 구슬에 손 을 데었다.

동시에 구슬에서 뿜어지는 강한 빛.

우우우웅!

번쩍!

빛이 사라졌을 땐 러센은 이미 사 라진 뒤였다.

“……영감님, 현실로 돌아간 건 가?”

신비 학자 중 한 명이 멍한 얼굴 로 중얼거렸다.

“네, 러센 님은 현실로 돌아갔습니다. 그럼 다음 분은…… 바로 옆에 분 오시죠.”

그렇게 신비 학자들은 한 명씩 현 실로 귀환했다.

시간이 지나 모두가 현실로 귀환했다. 이제는 이서준과 최서윤. 그리고 나만이 남았다.

“둘 중에 누가 먼저 갈래?”

내 물음에 이서준이 내게 손을 내 밀었다.

“구슬 나한테 줘. 선우 네가 먼저 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마지막에 갈게.”

“……그래? 그럼 서윤아 먼저가.”

“......저요?”

최서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선배님들 이따 봬요!”

최서윤이 구슬에 손을 대었다.

동시에 이전과 같이 강한 빛이 뿜 어지더니 최서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너야.”

내 말에 이서준이 피식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현실에서 보자. 바로 와야 돼.”

“그래.”

다시 환하게 빛나는 구슬.

이서준도 손올 뻗으며 구슬에 손올 대었다.

번쩍!

그렇게 이서준도 사라졌다. 이제 이 세계에는 가상으로 구현된 인물 들을 제외하면 나밖에 남아 있지 않 다.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깊은 한숨으로 털 어냈다.

이제 나는 완전한 자유의 상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

“야. 신비.”

내 부름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부르지?]

“경계의 세계에 숨겨진 [근원의 씨

앗]의 위치 알고 있지?”

[……으웅?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신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 며 말했다.

“지금부터 찾으러 갈 거니까 안내 해.”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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