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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화 (275/535)

276화

수없이 많은 번개가 어두운 하늘을 밝히며 지상을 향해 몰아쳤다.

벼락에 맞은 포식자와 몬스터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타올랐다. 그 주위의 몬스터들 역시 빗물을 타 고 흘러오는 전류에 감전되며 쓰러 져나갔다.

끝이 보이지 않던 군단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체내의 마력이 바닥을 향하자 나는

때에 맞춰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했다.

두근!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동시에 부족해진 마나가 급속도로 차올랐다.

어두운 밤하늘, 안개 사이로 스며 드는 작은 달빛은 월석 펜던트에 마력을 불어 넣어주며 마나 회복을 보 조했다.

어마어마한 마나를 잡아먹는 전기 속성의 폭우였지만, 각종 회복 효과 가 중첩되자 버틸 힘이 생겨났다.

번쩍! 콰아아앙——

번쩍! 콰아아아아앙-

-끄아아악!

—크, 크륵! 도, 도망쳐라!

포식자와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내 려치는 벼락에 이미 전의를 상실한 뒤였다.

아까 전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두 려움에 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닥의 물웅덩이를 타고 퍼 지는 전류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 다.

쿠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번개의 폭풍.

그리고 약 3분가량의 시간이 지나 자 모든 마력이 바닥나며 고요함이 찾아왔다.

“......후우.”

나는 숨을 천천히 내쉬고는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파직…….

파지직…….

수천의 시쳇더미가 바닥을 가득 메 우고 있었다. 주변 물웅덩이에서는 뇌기가 흘렀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운은 그 어느 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괴멸.

원래 계획대로라면 30분간 시간을 끄는 것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이 찾아오자 계획이 바뀌며 몰살시 켜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게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 이라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대견해지 면서도 황당함과 허망함 같은 복잡 한 감정이 느껴졌다.

비가 오는 환경과 전기속성 마력의 폭우가 보인 조화.

……무시무시하구나.

[하나의 마법을 사용해 대군을 괴 멸시 켰습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속성과 주변 환경을 이용해 대군 을 괴멸시켰습니다!]

[전기속성 제어술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전기속성 제어술 등급이 2등급으 로 상승했습니다!]

[‘적군 괴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날씨를 이용한 전투 승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력 제어술 숙련도가 상승했고,

전기속성 제어술의 등급이 상승했다.

속성 제어술이 2등급을 찍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놀란 기분도 들 었다.

설마 빛 속성보다 빠른 속도로 2 등급을 찍을 줄은 몰랐으니까.

광역 마법이 확실히 숙련도 상승에 도움이 많이 되는구나.

“……선배님?”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최서윤의 목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최서윤이 비에 젖은 채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

그 얼굴을 보자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전기속성의 사용.

그녀의 입장에서는 방금 장면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녀 앞에서 보인 속성만 이것으로 3개가 됐으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이게 무속성만 다루기 심심해 서 예전부터 꾸준히 연습하던 건 데.”

그때 최서윤이 내 말을 자르고 말 했다.

“선배님, 삼중 속성 사용자였어 요……?”

삼중 속성 사웅자.

마법사 세계에서 극히 드문 3가지 의 속성을 다루는 마법사를 지칭하 는 말로. 전 세계에도 몇 되지 않는 다.

심지어 10대의 나이로 삼중 속성 을 다룬 마법사는 온 역사를 통틀어 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밝혀진 이상 수긍하기로 했다.

“맞아. 나는 삼중 속성 사용자야.”

실제로는 빛 속성까지 사중 속성 사용자지만.

최서윤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19살의 나이로 삼중 속성 사용자라 니.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빛 속성도 다룬다는 걸 알게 되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네.

“……언제부터요? 보니까 전기속성 도 꽤 능숙하게 다루시는 거 같던 데.”

“일 년도 안 됐어. 바람 속성은 성

무제가 시작될 때쯤부터 익히게 된 거거든.”

아무렇지 않은 내 말에 최서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 속성 때도 잘 다루시는 거 같아서 놀랐었는데…… 설마 전기 속성까지 다룰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요.”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내게 말 했다.

“그런데 전기속성 사용자라는 건 왜 숨기신 거예요?”

“……마법사라면 다들 하나쯤 필살 기를 숨기고 있으니까.”

윤하영에게도 했던 핑계를 다시 사 용했다. 사실 이것만 한 핑계가 없다.

“아무튼, 오늘 본 건 둘만의 비밀 이야. 알았지?”

내 말에 최서윤은 생각에 잠긴 표 정을 짓다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네. 비밀로 할게요.”

나는 그녀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 어주고는 뒤를 돌았다.

“그럼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서준에게 가자.”

-……크륵, 과연…… 그 인간의 혈육인가…….

산에 숨겨진 텅 빈 공간.

그 끝에는 거대한 권좌가 있고, 주 변에는 포식자의 사체로 가득했다.

그 중앙에서 있는 이서준은 빛의 검기를 내뿜은 채 권좌에 앉은 포식 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포식자의 왕인가?”

이서준의 물음에 포식자가 낮게 웃 었다.

-……그렇다. 나는 경계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 ‘뒤르페’라고 한다

포식자의 왕, 뒤르페가 권좌에서 일어났다.

3M가 넘는 크기를 지닌 그가 움 직이자 거대한 발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이서준은 녀석을 바라보며 긴장감 을 느꼈다.

가상 세계에 입장 후 많은 포식자 를 보았지만, 눈앞의 녀석은 느껴지

는 기운부터 달랐다.

등급을 나누자면 S등급에 가깝지 않을까.

이서준은 눈앞의 뒤르페를 노려보 며 소백천을 꽉 쥐었다. 동시에 빛 의 마력이 전보다 더 강한 빛을 내 뿜었다.

—……위험한 사내의 혈육이여. 이 름은 무엇인가?

“이서준이다.”

그 말을 끝으로 이서준의 몸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잠시 뒤 뒤르페의 앞에 모습을 드

러내며 검을 휘둘렀다.

후우응一!

뒤르페는 손에 쥔 거대한 흑색의 창을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냈다.

캉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동시에 마력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며 퍼져나갔고, 그 여파로 바닥 에 쓰러진 시체들이 뒹굴었다.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뒤르페 였지만, 힘에서 밀렸는지 몸이 살짝 뒤로 밀려 나갔다.

—큭!

그때 이서준의 몸이 다시 번쩍이며 사라지더니 뒤르페의 왼쪽 빈 공간 에 침투했다.

동시에 수많은 검격이 이서준의 손 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보여줄 수 없는 불가능한 신위였지만, 그에게는 ‘천적-포식자 -의 가호’가 있기에 평소보다 더 강 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크아악!

검격을 막지 못한 뒤르페의 몸에 수많은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S등급의 마법으로도 쉽게 뚫리지 않는 단단한 가죽을 지녔지만 계속

되는 검격으로 인해 가죽에 점점 깊 은 상처가 생겨났다.

뒤르페는 이를 악물고는 마력의 장 막을 넓게 펼쳤다.

우우웅!

동시에 이서준의 몸이 튕겨 나갔 다.

....크륵, 어린 나이에 제법이구 나…… 과거, ‘그 인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강한 힘이다…….

“……진천우와 겨루어 본 적 있

나?”

—……그래, 악몽과도 같은 사내였 지. 그자의 강함은 네 녀석과 비교 도할수 없을 정도로 강했으니 까…… 크륵, 물론 네가 그자의 나 이가 된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 겠지만…….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 시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뒤르페는 잠시 공포심을 느끼고 손 을 뻗었다.

—기다려라……!

«..2”

뒤르페가 낮게 웃었다.

—이곳에 네 동료들이 있는 건 이 미 알고 있다…….

동료라는 말에 이서준이 잠시 움직 임을 멈추었다.

—네 녀석의 계획 정도야 이미 어 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 네 동료 들이 시선을 끌고, 네가 잠입하는 것 아니었나?

이서준은 입을 다물었다.

—크륵, 그래서 네 동료들이 도망 칠 수 없도록 퇴각로에 미리 잠복시 켰다. 삼천이 넘는 대군이 대기하고 있으니 아마 네 동료들은 전부 포위

된 상태일 터…… 흐흐.

이서준은 그 말에 작은 불안감을 느꼈다.

녀석은 우리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쩐지 김선우가 마법으로 시선을 끌던 그 순간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 지 않아서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는 데…….

이걸 어쩌지?

아무리 폭우 형태의 광역 마법을 다루는 김선우라고 해도 3천의 군단 을 혼자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다른 하급 몬스터라면 모르겠지만 포식자들의 등급은 최소 B 이상.

심지어 마력 소모량도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하기에 버틸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네 동료를 살리고 싶다면…….

그때 였다.

—크륵! 왕이시여!

뒤에서 한 포식자가 다급한 목소리 로 등장했다. 온몸에 상처로 가득해 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 이었다.

—군단이 전멸 당했……!

콰아아앙!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며 포식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서준은 멍한 얼굴로 포식자의 뒤 에 나타난 익숙한 얼굴의 남성을 바 라보았다.

“……기, 김선우?”

뒤늦게 등장한 김선우.

뒤르페는 그를 보고는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네 놈이 여기에?

삼천의 군단. 아무리 진천우라 할 지라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

그런데 저 남성은 혼자서 삼천의 군단을 뚫고 이곳에 왔다.

심지어 방금 들리던 말에 의하면 군단이 전멸당했다고 했다.

—크륵,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 냐……?

그리고 이서준 역시 뒤르페와 같은 심정으로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김선우가 사용하는 광역 마법인 폭 우 마법의 파괴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 기 때문이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뒤늦게 최서윤이 둥장했다.

“뒤에는 다 정리했어요.”

“수고했어.”

김선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 렸다.

“5일 만이네. 잘 지냈냐?”

뜬금없는 안부 인사에 이서준은 멍 한 눈으로 김선우를 바라보다가 피 식 웃었다.

“……뭐, 그럭저럭. 너는?”

“밤마다 몬스터가 울어대서 잠자리

가 좀 불편했는데 나쁘진 않았어.”

김선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뒤르페는 그 대화를 들으며 황당함 을 느꼈다.

경계의 주인인 자신을 앞에 두고 평온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김선우와 뒤르페의 눈이 마주 쳤다.

뒤르페는 그 눈을 마주 보다가 둥 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김선우는 낮게 웃고는 손위로 무속 성의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일단 저놈부터 처치하자.”

[S등급 빌런, ‘뒤르페’를 처치했습

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포식자의 왕 처치’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만 족감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서준이 혼자 해결할 수 있을 거 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뒤늦게라도 이곳에 끼어든 게 정답이었다.

덕분에 포인트와 인과율을 획득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마력의 폭우와 대자연의 심장 을 사용한 직후라 마나가 부족해 전 투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이서준이 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며 물었다.

“뭐가‘?”

“군단 말이야. 전멸시켰다며. 어떻게 한 거야?”

“아.”

나는 피식 웃었다.

“여러 가지 운이 좋았어.”

“……무슨 운‘?”

“비 왔잖아. 덕분에 빙속성 마법이 증폭돼서 상대하기가 편했거든. 그 렇지?”

그러면서 슬쩍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서윤은 내 뻔뻔한 시선에 잠시 어깨를 들썩이며 놀래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네, 네에. 그, 그렇죠?”

이서준은 최서윤의 그 어색한 말투 에 잠시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말할 수 없는 다른 비밀 이 있나 보네.”

“비밀은 무슨.”

내가 낮게 웃으며 말하자 이서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았어. 일단 상황은 끝났으니 신 비의 결정체부터 찾아보자.”

이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권 좌를 향해 걸어갔다.

최서윤은 나를 힐끔 보더니 내게 다가오며 속삭였다.

“……선배님, 근데 이서준 선배님 한테까지 비밀로 할 필요가 있어 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어, 사정이 있거든.”

“......사정?”

최서윤의 표정이 자칫 심각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둣 그녀에 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이서준을 따라갔다.

그때 뒤에서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 을 겪었던 거 같은데…… 매번 이렇 게 넘어가신 거구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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