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4화 (273/535)

274화

포식자 군단이 오고 있다는 말에 우리는 서둘러 여관 밖으로 나와 곧 장 성벽 밖으로 이동했다.

“......뭔데.”

나는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순간 둥골이 서늘해졌다.

군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창을 쥔 경계의 포식자와 침을 질 질 흘리며 먹잇감을 찾는 몬스터들.

어림잡아도 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대군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생각했다. 원작에서 지금 과 같은 대규모 습격이 일어난 적은 없었으니까. 심지어 비슷하다고 할 만한 사건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대체 어디서부터…….

“아.”

그 순간 머릿속에서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밤에 있었던 포식자 암살.

아무래도 그때의 일이 원인이 된

모양이다.

녀석들은 내가 처치한 포식자에게 남아 있는 마력을 느끼고 위기감을 느낀 걸 테지.

진천우는 과거 가상의 세계에서 ‘불사’에 필요한 재료를 얻어내기 위해 포식자들을 학살한 전적이 있었다.

그리고 경계의 포식자들은 지금까 지도 그날의 일을 잊지 못했다.

녀석들이 군단을 모아 쳐들어오게 된 것도 진천우 때와 같은 사건이 다시금 벌어질 것을 우려해 싹올 잘 라내려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퍼즐이 딱딱 맞는다.

“……운도 더럽게 없네.”

그때 어느샌가 우리 옆에 나타난 여관 주인, 정청호가 이서준에게 말 했다.

“자네, 혹시 저건 못 막나?”

“네, 아무래도 숫자가 너무 많아서 요.”

“……역시 진천우 님의 사도라도 힘든 건가?”

진천우의 사도는 무슨, 21살의 진 천우가 와도 못 막는다.

나는 침착하게 성벽을 향해 달려오 는 군단을 보다가 주변의 도시 경비 원에게 물었다.

“이 도시를 두르는 결계로는 얼마 나 막을 수 있습니까?”

“소규모의 공격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저 정도의 대군에게는 금방 뚫릴 겁니다.”

“그럼 다른 대안은요?”

“지금 고대에 설치된 비상 게이트 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비상 게이트.

일순간 도시의 마력을 중폭시켜 한

번에 많은 사람을 탈출시키는 게이 트를 말한다.

참고로 이 게이트는 원작에서도 중 요하게 다뤄진다.

다음 목적지, 그리고 불사의 비밀 을 알기 위해서는 꼭 이용해야 하는 것이니까.

원작에서는 이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마력 공급 방법을 찾아 냈었는데 정작 위기 상황이 와버리 니 본인들이 직접 가동한 모양이다.

“가동까지 얼마나 걸리는데요?”

“……그게 주변의 마력 공급 장치 를 작동해야 해서 한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10분?”

10분이면 너무 길다.

게이트가 녀석들에게 점령당하고도 남는 시간이니까.

이걸 어쩌지?

그때 이서준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선우야 혹시 저거 막을 수 있 겠어?”

“저걸 뭔 수로 막아.”

S등급의 광역기인 ‘마력의 폭우’를 사용한다면 저기서 절반 이상은 쓸

어버릴 자신은 있지만, 문제는 그다 음이다.

잔여 세력이 남을 텐데 그 세력을 이서준과 최서윤이 처치할 수 있냐 는 거다.

‘마력의 폭우’를 사용해서 마력이 바닥난 내가 참여하는 건 불가능할 테고.

“힘들어. 아니, 못 막아.”

“저번에 보여준 폭우 마법으로도?”

“어, 숫자를 크게 줄일 수는 있어 도 전부 처리하는 건 안 돼.”

“……역시 그런가.”

그렇게 이서준이 아쉬움을 느끼던 그때.

우우우웅一!

군단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화염 구체가 떠올랐다. 포식자들이 마력 을 끌어올려 만들어낸 합동 마법이 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우리가 서 있는 성벽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꺄아아악!”

“도망쳐!”

마력이 성벽에 부딪히자 결계가 반 짝이며 흔들렸다.

다행히 결계의 힘이 강해서 부서지 는 않았지만 큰 충격이 있던 것은 확실하다.

녀석들의 공격이 계속 이어진다면 분명 얼마 안 가 결계가 무너지겠 지.

콰아아아앙——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결계가 결국

무너졌다.

성벽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어디론가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가짜라 고 하지만 원작과는 전혀 달라진 상황을 보자 황당함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크륵, 추격하라—]

군단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몬스터와 포식자가 우리 를 향해 빠르게 튀어나왔다.

어찌나 빠른지 벌써 몇몇 몬스터는 우리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일단 공격해!”

나와 최서윤은 간단한 마법으로 눈 앞의 몬스터를 처치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가 있 는 한 정면으로 싸우는 것에는 한계 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다음 전개를 위해서 게이트만큼은 꼭 지켜야 하 는데.

그렇다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이서준.”

내 부름에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았 다.

“내가 여기서 시간을 끌게 넌 게이 트 쪽으로 도망쳐서 사람들을 대피 시켜.”

“……뭐?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 는 거야?”

이서준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최서윤 역 시 당황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선배님. 설마 여기를 혼자 막겠다 는 거예요?”

최서윤이 나를 노려보며 내 팔을 잡았다.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떨림

이 담겨 있었다.

“안 돼요. 절대 혼자 못 둬요!”

“……혼자 막겠다는 얘기는 안 했 는데.”

“......네?”

최서윤이 눈을 깜빡였다.

“나랑 같이 남아.”

내 말에 최서윤이 돌처럼 굳었다. 전혀 예상 못 했는지 당황한 듯 입 을 뻐끔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모두를 위해 희생하 려는 눈물겨운 상황을 생각했던 모 양이다.

하지만 나는 모두를 위해 대신 희 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저도 남으라고요?”

“웅, 우리 둘이면 충분히 시간 끌 수 있어.”

최서윤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의외로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남을게요. 난 또 혼자 남으시 는 줄 알았네.”

«..2”

이서준은 이 상황이 어이없는지 나 와 최서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김선우. 너 지금 제정신이야?”

“이대로라면 모두 다 죽어. 이게 최선이야.”

“그렇다고 네가 희생할 필요는 ...

“이서준.”

내 부름에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았 다.

“시간을 끈다고 했지, 희생한다고 는 안 했어. 그사이에 너는 먼저 가 서 불사의 비밀이라던가 가상 세계 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이라던가. 그 런 걸 찾아. 나는 걱정하지 말고.”

“그래도……

“거참. 살아남을 자신 있다니까? 내가 언제 틀린 말 한 적 있어?”

이서준은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없긴 하지. 단 한 번도.”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서준이 고개 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씨익 미소를 보였다.

“먼저 가. 나중에 다시 보자.”

“그래.”

이서준은 그 뒤로 최서윤에게도 나 중에 보자는 말을 하고는 크게 외쳤

“모두 저를 따라와 주세요!”

나는 가만히 서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에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그러게요.”

옆에서 최서윤이 중얼거렸다.

나는 우리에게 몰려드는 군단을 바 라보다가 슬쩍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충분히 두려워할 법한 상황임에도

그녀의 눈빛에는 떨림이 없었다.

“무섭지 않아?”

“네, 안 무서워요. 오히려 조금 두 근거릴지도?”

최서윤이 긴장 풀어주려는 둣 장난 스레 웃으며 말했다.

“서윤아.”

내 말에 최서윤이 어깨를 들썩이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네? 아, 네!”

“얼음 장막 다룰 수 있지?”

“네, 다룰 수 있어요. 아뇨. 제 특 기에요.”

“그럼 지금부터 장막으로 나 좀 지 켜줘.”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대자연의 심 장을 발동했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고 동시에 내 손끝 에서 [마력의 폭우]의 마법진이 구 현되었다.

나는 침착하게 마법진에 녀석들의 좌표를 담았다.

숫자가 많은 만큼 녀석들의 모든 위치를 담을 순 없지만 ‘폭우’가 최 대한 많은 녀석을 처치할 수 있게 섬세하게 좌표를 완성해 나갔다.

우우응!

약 2초의 시간이 지나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그럼 시작해볼까.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자 내 몸속 의 마나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 작했다.

동시에 하늘 위에서 마법진 하나가 구현되더니 빛줄기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끼에에엑!

몬스터 하나가 빛줄기에 꿰뚫리며

사망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새로운 마법진이 하늘 위에 구현되 고, 하나둘씩 증식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잠시 뒤 마법진에서 수십, 수백 개 의 빛줄기가 지상을 폭격했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아앙一一!

—끼에에에엑一!

—재앙이다!

폭우 아래에서 몬스터들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끼륵, 위험하다! 끼륵! 저런 마 법, 처음 본다!

—끼륵, 저 남자 인간부터 공격해 라!

화르륵!

그 순간 군단의 위에서 거대한 화 염이 구현되었다.

화염의 크기는 점차 커졌고 이내 나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마력의 폭우를 취소하고 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화염이 나를 덮치려던 그 순간.

쩌저저적—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더니 얼음의 벽이 되어 화염을 막아내었다.

콰아아앙!

그러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곧바로 새로운 화염 마법 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얼음의 벽이 구현 되며 공격을 막아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최서윤이 식은 땀을 홀리며 나를 지켜내는 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 사이 마력의 폭우는 몬스터들을 휩쓸어 나갔다.

—키륵! 안 되겠다! 잠시 후퇴해 라!

몬스터들은 잠시 뒤로 물러섰다. 무지성 돌격으로는 답이 없다고 판 단한 것이다.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 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체내의 마력이 거의 바닥을 치자 마력의 폭우가 끝이 났다.

“ 후우......

[‘경계의 학살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하나의 마법으로 다수의 적을 학 살했습니다.]

[마력 제어술의 숙련도가 3% 상승 합니다!]

포인트와 마력 제어술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포인트는 그렇다 쳐도 마력 제어술 이 상승한 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고작 3%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수련으로 1%를 올리는 데에는 어마

어마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눈앞의 메시지를 감상하던 그때.

우우우^—!

번쩍!

뒤의 도시 중앙에서 방대한 마력이 퍼지더니 거대한 빛줄기 하나가 하 늘 위로 솟아올랐다.

나와 최서윤은 뒤를 돌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게이트가 가동됐나 봐요.”

“그러게. 다행이네.”

“선배님, 그런데 어떡하죠? 저도 슬슬 마나가 바닥인데.”

최서윤이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눈 앞의 군단을 쳐다봤다.

마력의 폭우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었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숫자가 남 아 있었다

문제는 나 역시 대자연의 심장 지 속시간이 끝나서 마나가 바닥을 보 이고 있다는 점.

하지만.

모든 패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나에겐 아직 ‘신비’라는 패가 남아 있었으니까.

나는 곧바로 [마나 결정 펜던트]에 저장해둔 마나를 사용했다. 그러자 바닥났던 마나가 빠르게 차올랐다.

—크륵…… 저 녀석들 이제 공격 안 한다. 마나가 없는 거다!

—하긴, 그런 마법을 사용하고 마 나가 남아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우리 차례인가? 크륵!

-공격해라!

그때 녀석들의 머리 위에서 다시 화염 마법이 구현되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최서윤에 게 말했다.

“상황은 정리됐으니 그럼 슬슬 도 망치자.”

“무슨 수로요?”

“꽉 잡아.”

“네‘?”

나는 곧바로 최서윤은 안아 들었다.

“꺅!”

곧바로 신발의 [에어워크]를 발동

하며 허공을 박차고 하늘 위로 올랐다.

동시에 내가 서 있던 곳에 화염이 날아들며 폭발을 일으켰다.

-……뭐, 뭐야! 크륵! 녀, 녀석이 하늘을 날았다!

―큰일이다! 날아다니면 공격할 수 없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곧바 로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동시에 내 몸이 폭발적으로 빨라지

며 허공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 다.

에어워크의 지속시간은 고작해야 5 초.

하지만 순간 가속을 동시에 사용하 면 녀석들을 따돌리는 데에는 충분 한 시간이 된다.

한편, 비상 게이트를 탄 이서준과 도시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 했다.

모든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게이 트가 빛을 잃으며 작동이 중지되었다.

이서준은 친구들을 두고 혼자 도망 쳤다는 것에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 을 느끼다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 았다.

“.…”여긴.”

작은 사원(寺院)이었다. 마치 정글 속 유적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동상도 있고 돌로 된 제단과 건물 도 보였다.

그때 뒤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휴. 겨우 살아남았네.”

“아까 그 두 어린 마법사가 시간을 끌어 주어서 살게 된 거야.”

“……그럼 그 친구들은 어떻게 된 거지?”

이서준은 가만히 서서 그 대화를 들었다. 그때 정청호가 다가와 말했다.

“친구들 일은 안타깝게 됐군. 우리 가 큰 빚을 졌어.”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 개를 저었다.

“그 애들은 괜찮을 겁니다.”

“……그런가?”

“네, 분명 괜찮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선우라 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김선우 대신 곽무진의 연구와 이 가 상 세계를 탈출할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

“왜 저를 진천우의 사도라고 하는 거죠?”

아까부터 쭉 궁금하던 것이었다.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자세히 묻지 는 못했지만.

이서준의 물음에 정청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첫 번째는 자네가 경계의 주민들 만 가지고 있는 마력을 소유하고 있 기 때문이네.”

이서준은 자신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한번 죽음을 경험했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정청호의 말은 아마 그것과 관련된

거겠지.

“두 번째는 진천우 님이 과거에 남 긴 말씀 때문이네.”

……진천우가 남긴 말?

“자신은 혼자 이곳을 떠나겠지만 먼 미래, 자신의 피가 이어진, 죽음 을 경험한 자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 라는 말을 했네. 그게 바로 자네인 것이지.”

……진천우가 그런 말을 했다고?

잠시 황당함을 느끼던 그때 정청원 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곳은 경계의 신비 학 자들이 남긴 유산인 것 같군.”

“유산?”

“나도 여기는 처음 와봐서 잘 모르 네. 다만 진천우 님께서 경계에 온 목적이 바로 이 유산을 보기 위해서 였거든.”

이서준은 생각에 잠긴 채 사원을 둘러보았다.

진천우의 목적이 이 사원이었다라.

그렇다는 건 분명 이곳에 불사와 관련된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다.

“……곽무진도 이 사원을 봤을까 요?”

“그럴 가능성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이서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원 내부로 들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자 벽에 복잡한 그림 들이 있었다.

태아, 이승, 경계, 저승…….

그리고 온갖 다양한 술식들도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건 불사와 관련된 기록인가?

이서준은 본능에 이끌려 술식에 손 을 대었다.

바로 그때.

마법진이 빛나며 시꺼먼 암흑이 뿜

어져 나왔다.

“.…”어?”

이서준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암흑은 그보다 빠르게 이서준의 몸을 감싸 안더니 그대로 집어 삼켰다.

솨아아아악-!

정신을 차려보니 깜깜한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이것과 비슷한 경험은 이미 몇 번 해보았기에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신비와의 대면이다.

[반갑다. 경계에 걸친 살아있는 존 재. 너는 오래전 이 세계에 방문했 던 남자의 혈육이구나…….]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준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 로 걸어갔다.

“……당신은 신비입니까?”

그때 희미한 어둠 속에서 쭈글쭈글 한 얼굴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신비가 아니다. 하지만

신비가 아니냐고 묻느냐면 크게 다 르진 않다. 나는 절반의 불사를 이 루며 진리를 깨우쳤고 신비와 비슷 한 힘을 얻었으니까.]

“……그게 무슨?”

그때 눈앞에 등장한 노인의 얼굴이 어딘가 많이 낯이 익었다. 이서준은 경악했다.

“……다, 당신은?”

[나를 알고 있나 보군. 아니, 이곳 에 방문했으니 나를 아는 게 당연한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노인이 말을 이

[그래, 나는 이 가상 세계를 만든 존재, 곽무진이다.]

늦은 저녁.

나는 최서윤과 함께 도시와 멀리 떨어진 숲에 도착했다.

“……휴. 완전히 따돌린 거 같은데 요?”

바위에 등을 기댄 최서윤이 힘겹게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응, 이제 안전할 거야. 좀 쉬자.”

“네에.”

나는 가방에서 물과 수건을 꺼내 최서윤에게 넘겼다.

“앗, 감사합니다.”

최서윤은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 을 닦더니 물을 찔끔 마시고는 내 눈치를 살폈다.

“선배님도 드세요.”

최서윤이 내게 물을 건넸다.

“됐어. 물 많으니까 신경 쓰지 말

고 마셔.”

그렇게 말하고는 나도 가방에서 물 을 꺼내 한입 마셨다.

그제서야 최서윤은 자신의 손에 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다 마신 최서윤은 뚜껑을 닫 고는 내게 말했다.

“이제 이야기해 주세요.”

“뭘 2”

“선배님이랑 이서준 선배님이 그 사람…… 그러니까, 진천우를 쫓는 이유요. 대체 이서준 선배님이랑 진 천우랑 무슨 관계인 거예요? 아까도 여관 주인이 이서준 선배님 보고 진

천우의 사도라고 그러던데.”

“아.”

진천우를 쫓는 이유라.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한 거겠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서준이 아닌 내가 대답해줘도 되 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최서윤의 진지 한 눈빛을 보고는 마음을 정했다.

“……진천우는 이서준과 피가 이어 져 있거든.”

그 말을 들은 최서윤의 표정이 경 악으로 물들었다.

“자, 잠깐. 피가 이어졌다고요? 그 럼 그 사람이 이서준 선배님의 아버 지예요?”

“뭐, 그런 셈이지.”

어차피 이서준과 진천우의 관계는 주요 등장 인물에게 조만간 다 밝혀 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서준도 주변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던 것에 불편함을 느 끼고 있었으니 내가 말해줘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다.

최서윤은 혼자 심각한 얼굴이 되어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큰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설마 그런 걸 줄은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서윤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선배님은요?”

오..C쓰

“선배님은 왜 진천우를 쫓는 거예

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