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1화 (270/535)

내가 이서준보다 낫다고……?

최서윤도 의외라고 느꼈는지 힐끔 나를 바라보더니 덩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요?”

그래요? 는 또 뭐야?

그러자 덩치가 머쓱은 웃음을 흘리 더니 대답했다.

“네, 뒤에 저 친구는 너무 기생오 라비처럼 생겼습니다. 앞에 친구는 성실하게 생겨서 마음에 들고요.”

이거 왜 기분 나쁘지?

“흐음. 그나저나 둘 다 어디서 많 이 본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어? 혹시!”

그때였다. 멀리서 정장을 입은 멀 끔한 인상의 30대의 남성이 다가왔다.

작년에 마법사관학교에서 한 번 마 주쳤던 얼굴이었다.

성진혁.

S등급 마법사이자 최씨가문의 몰락 을 꿈꾸고 있는 빌런이었다.

성진혁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최 서윤에게 말했다.

“오셨습니까? 이분들이 가주님께서 말씀하신 아가씨의 친구분들이군 요.”

“아, 네. 이쪽은 작년에 한 번 뵌 적 있죠?”

최서윤이 나를 가리키자 성진혁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네, 짧게 뵌 적 있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성진혁이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가주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성진혁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중간중간 최씨가문의 제자들이 눈 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 본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불법적인 일 을 저지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최서윤이 말했듯 인상만 저럴 뿐 사람 자체는 착한 편으로 알고 있으 니까.

물론 눈치가 없고 의리를 중시하기 에 극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날카 로운 인상의 미남이 우리를 맞이했다.

최씨 가문의 주인이자, 최서윤의 아버지인 최재형이었다.

“아빠.”

최서윤이 긴장된 얼굴로 최재형을 불렀다.

최재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와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님도 왔구나.”

나와 이서준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혹시 제 자들이 무례하게 굴진 않았습니까?”

“네, 그러진 않았습니다.”

“다행이군요.”

작년에 마주쳤을 때도 느꼈지만 최 재형은 엄격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말투가 부드럽고 정중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엄격하 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자들의 성격은 왜 저렇게 된 건지…….

그렇게 우리는 최재형을 따라 건물 내부의 식당으로 이동했다.

신혜원과는 언제쯤 만날 수 있나

싶었는데, 마침 배가 고픈 시간대라 저녁 식사부터 하게 되었다.

식사는 과연 5대 명문가라는 명성 에 걸맞게 호화로웠다.

고기와 야채. 그것 외에도 다양한 반찬이 준비되어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선배님 식사는 입에 맞으세요?”

식사를 마치자 최서윤이 내게 물었다.

맞은편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최 재형의 눈치를 살피다가 대답했다.

“응, 엄청 맛있었어.”

그러자 최서윤이 안심했다는 듯 밝 은 미소를 보였다.

“다행이다.”

그때 식당으로 나이 든 아주머니가 올라오더니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앉은 채 그 아주머니 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학교 과제를 위해 최씨 가문을 방문했다고 했나?”

최재형이 아까보다 편해진 말투로 물었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작은 날 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다른 학생이면 기죽을 법도 했지 만, 이서준은 똑바로 시선을 마주한 채 대답했다.

“네, 신혜원이라는 분을 찾으러 왔 습니다.”

“그분은 우리 가문에서 40년 이상 을 몸담으신 분이다. 내가 가주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계시던 분이 지. 그분을 왜 찾아왔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학교 과제로 ‘불사’를 연구했던 인물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던 중 행방불명된 ‘곽 무진’이라는 연구자를 알게 되었고

요.”

“……역시 그것 때문인가.”

최재형의 중얼거림에 이서준과 최 서윤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식탁을 치웠던 나이 든 여성 이 다시 우리들의 앞에 섰다.

최재형은 힐끔 여성을 올려보더니 말했다.

“저분이 바로 너희가 찾던 그분이 다.”

“반갑습니다. 신혜원입니다.”

신혜원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 와 이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진이랑 모습이 조 금 달라서 못 알아봤네요.”

이서준의 말에 신혜원이 인자한 미 소를 지었다.

“아마 오래전 사진일 테니까요.”

이서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아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허락해주신 다면 그분의 연구 기록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연구 기록이라는 말에 신혜원은 생

각에 잠겼다.

“……남편의 연구 기록이 제게 있 기는 합니다만.”

동시에 이서준의 표정이 한층 밝아 졌다.

“보여드릴 순 없습니다.”

“네?”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해 줄 순 있지만, 그 사람의 연구 기록 은 보여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째서죠?”

이서준이 물었다.

“그 물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 었으니까요.”

“네?”

이서준과 최서윤이 당황했다.

원작과 비슷한 흐름이었기에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신혜원은 더 해 줄 이야기가 없다 는 둣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죽었다는 거죠?”

이서준의 진지한 물음에 신혜원은 속으로 갈등하는 얼굴을 보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이는 신비를 통해 자신의

연구 기록을 ‘가상 세계’에 저장했 습니다.”

“가상 세계요?”

“네, 그것도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죠.”

이서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죽습니까?”

“기억의 세계에 한 번 들어가면 빠 져나올 수 없으니까요.”

....

“예전부터 남편이 늘 말했어요. 자 신이 만든 세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오지 말라고. 들어오게 된다면

평생 그곳에서 헤매게 될 것이라고 요.”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서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불사를 연구하던 몇몇 마법사들이 찾아보겠다며 기억을 확인 했어요. 거절했어야 했지만 저는 행 방불명된 남편을 찾고 싶었기에 위 험을 알면서도 허락했죠. 결국 가상 세계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없었어 요.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요.”

“……단 한 사람?”

이서준의 물음에 신혜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이서준이 먼저 말했다.

“……혹시 진천우입니까?”

a

최재형과 신혜원의 눈이 휘둥그레 져서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최서윤 역시 ‘진천우’라는 이름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그들의 반응을 본 이서준이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불사와 관련되어 있다면 진천우가 연관되어 있올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자를 따로 조사했나 보군.”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최재형이 끼 어들며 말했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많아서 조 사했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서준이 단호 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저도 기억의 세계 를 확인하게 해 주세요.”

“서, 선배님!”

최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서준을 불렀다.

그러나 이서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신혜원은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기는가 싶 더니 어쩔 수 없다는 둣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아요. 남편의 기억을 볼 수 있게 해드릴게요.”

“정말입니까?”

“네, 제 촉이지만 이서준 학생은 26년 전 그 사람과 비숫한 분위기 가 느껴지거든요. 어쩌면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생각이 드네요.”

“……26년 전.”

26년 전 그 사람은 당연하겠지만 진천우를 뜻한다.

당시 진천우의 나이는 21살, 당시 에는 자운이란 단체가 존재하지 않 았다.

신혜원은 최재형과 눈을 마주쳤다. 최재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혜원이 우리에게 말했다.

“따라오세요.”

그렇게 우리는 신혜원을 따라 저택 어딘가로 이동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작은 창고와 같은 방이었다. 신혜원은 마법진 형 태의 금고를 열었다.

우우응.

금고가 열리자 투명한 구슬 하나가 보였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구슬 을 확인했다.

[가상 세계 생성 장치(유물)]

설명 :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상 세계를 생성합니다. 한번 생성된 가 상 세계는 지우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마력을 사용하여 가상 세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생성된 세계가 있습니다.

*경고 : 가상 세계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이서준은 구슬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진천우는 빠져나오는 데 어느 정 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입장하고 3초도 되지 않아서 나왔 어요.”

“네, 하지만 그 사람 말로는 가상 세계에서 일주일 이상 지냈다고 하 더라고요.”

“……시간의 흐름이 다른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서준이 물었다.

“그런데 진천우는 남편분의 행방은 못 알아냈다고 합니까?”

“네, 무슨 이유인지 대답해주지 않 았어요. 못 알아냈으면 못 알아냈다 고 말해달라 했는데……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최서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선배님, 역시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걱정마. 무슨 일이 있어도 빠져나 올 테니까.”

이서준이 안심하라는 둣 미소를 보 이더니 구슬 앞에서서 손 위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김선우. 그럼 다녀올게.”

나는 피식 웃었다.

“뭔 소리야? 나도 따라갈 건데.”

나는 손바닥 위로 마력을 끌어올리

고는 구슬에 손을 짚었다.

동시에 눈앞이 번쩍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삭막한 황무지에 있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라비틀어진 나무.

바닥에 늘어진 몬스터의 뼈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 리.

[‘기억의 세계 입장’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때였다. 눈앞에 무언가가 번쩍이 더니 이서준이 등장하며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따라 들어오면 어떻게 해!”

“……뭐래? 조별 과제 혼자 해놓고 내 이름 쏙 빼놓게?”

농담하둣 말하자 이서준이 기가 막 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눈앞에 새로운 빛이 번 쩍 였다.

최서윤이었다. 이서준은 황당해하 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서윤은 머쓱한 미소를 홀리며 말 했다.

“……저도 따라왔어요.”

이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없 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