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8화 (267/535)

268화

수요일 방과 후.

나는 이서준과 함께 마법사관학교 대도서관을 찾았다.

다름 아니라 신비 철학 연구 과제 인 ‘불사’와 관련해서 조사할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사를 연구했던 신비 학자 리스 트야.”

이서준이 책상 위로 정리한 자료들 을 올렸다.

이틀간 열심히 조사했는지 자료가 꽤 방대했다.

아마 진천우와 연관이 깊은 ‘불사’ 와 관련된 주제라 이서준의 흥미를 끌어서 그런 거겠지.

“엄청 많네. 오언, 앨런, 보리스, 러센……

전부 역사책에서 본 적 있는 유명 인들이었다. 고대부터 중세, 현대 신 비 학자까지. 다양한 얼굴이 보였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서양인 이라는 점.

이는 오래전부터 ‘신비’가 타 지역 보다 유럽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

다는 설정 때문이다.

혹시 진천우도 있나 찾아보는데 보 이진 않았다. 일부러 넣지 않았나 보네.

그렇게 둘러보다가 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40대 남성.

“……곽무진?”

“아, 한국인도 있길래 넣어봤어. 40년 전 사람인데 당시에 나름 저 명했던 학자라고 하더라고.”

“그래?”

그때였다. 우리가 앉은 책상 앞으 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익숙한 얼

굴이 둥장했다.

“선배님?”

커다란 전공 책을 끌어안고 있는 최서윤이었다.

나는 멍한 눈으로 최서윤을 올려보 았다.

……뭐야. 얘가 왜 여기에 있는 거 지?

아니, 최서윤이야 원래 도서관을 자주 다니니까 그럴 수 있기는 한 데…….

원작의 흐름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이 만남이 조금 특이한 우연처럼 느 껴졌다.

그렇게 내가 빤히 바라보자 최서윤 은 내 시선을 마주하더니 민망한 둣 살짝 얼굴을 붉혔다.

“선배님, 갑자기 그렇게 빤히 쳐다 보시면 부끄러운데……

“아, 미안.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 은 생각 못 해서.”

내 말에 최서윤이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데 도서관엔 웬일 이세요?”

“조별 과제 때문에 조사할 게 있거 드 ”

이서준이 답하자 최서윤이 아~ 하 면 입을 벌렸다.

“어떤 주제인데요?”

“불사에 대한 조사.”

“불사요? 와 3학년부터는 주제부 터 남다르네요.”

최서윤이 신기하다는 듯 조용히 중 얼거렸다. 그러더니 우리 맞은편의 의자를 빼며 말했다.

“아 참, 선배님. 저 여기 앉아도 되죠?”

“웅. 상관없어. 우리가 전세 낸 것 도 아니고. 그렇지?”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히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이 번 에피소드에 최서윤의 도움이 필 요한 순간이 있어 오히려 환영이다.

“어어. 앉아.”

“네!”

최서윤이 우리의 맞은편에 앉으며 전공 책을 펼쳤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서준은 자신 이 조사한 것을 다시 이야기하기 시 작했다.

“아무튼 방금 말한 곽무진이라는 사람 있지?”

“어.”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조사해 봤 는데 홍미로운 부분이 있더라고.”

이서준이 말하자 맞은 편에 앉은 최서윤이 공부하다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개인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불사를 연구했는데 어느 날 주변 사람들에 게 불사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 대.”

“……불사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요?”

최서윤이 끼어들며 물었다. 갑자기 끼어드는 그녀를 보고는 이서준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웅. 분명 그렇게 말했대.”

“흐음. 근데 불사의 방법이 아직 안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럼 잘못 알고 있던 거겠네요.”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몰라. 왜냐면 그날 이후 곽 무진이 행방불명 됐거든.”

“행방불명이요?”

“어, 그래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한 번 큰 소동이 일어났었대. 곽무진이 라는 사람이 워낙 유명한 엘리트여 서 연구 결과가 틀린 적이 없었거 드 ”

“아하…… 그럼 확실히 큰 소동이 일어날 만하네요.”

최서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이서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흥미롭지 않아? 나는 이 사람을 조사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40년 전 사람을 어떻게 조사하려 고‘?”

원작의 흐름대로 잘 조사해온 이서준에게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모르는 척 물었다.

“곽무진의 가족은 행방불명되지 않 았거든.”

이서준이 사진을 내밀었다. 곽무진 옆에 사이좋게 서 있는 한 여인이 찍혀 있었다.

“바로 이 사람이야. 이름은 ‘신혜 원’.”

그때였다. 최서윤이 사진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이 사람……

최서윤의 반웅에 이서준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저 이 사람 알아요.”

“……안다고?”

이서준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좀 옛날 사진이기는 한데, 저 희 집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세요.”

도서관에서 조별 과제 일을 마치고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끼이 익.

문을 열자 뭔가 달라진 공기가 느

껴졌다.

“......뭐지?”

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으 로 들어섰다.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 당황했다.

“뭐야 이건?”

나무로 만들어진 두 개의 기둥. 그 리고 그 사이에 있는 나무로 엮인 작은 판자.

그러니까 저게…….

“그네 의자?”

“응애?”

내 말에 그네 의자에 누워있던 그

레텔이 눈을 떴다. 그러더니 그네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반갑다는 듯 내게 걸어왔다.

“그레텔 저게 뭐야? 그네 의자야?”

“응애!”

그레텔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 기 작품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아닐까?

“설마 그레텔이 직접 만든 거야?”

“웅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나는 멍하니 그네 의자를 바라보았 다. 마법올 이용해서 저런 가구도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이걸 사업적으로 이용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건 좀 그런가?

“우와〜 잘 만들었네. 우리 그레텔 손재주도 좋고 진짜 진짜 대단하 다.”

“응애!”

내 칭찬에 그레텔이 기분 좋은 듯 밝게 웃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괜히 나 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칭찬은 충분히 해줬으니 본론 으로 넘어 가볼까.

“그런데 그레텔 미안해서 어쩌지?”

그레텔이 고개를 갸웃했다.

“거실이 좁아져서 철거해야겠는 데.”

“......웅애?”

그레텔의 두 동공이 크게 떨렸다.

그 시선을 마주하자 괜히 마음이 약해지지만, 미관상 보기도 안 좋 고…… 또 벌레가 꼬일 수도 있으니

까.

“웅애……

그레텔이 내 바지를 붙잡는다. 철 거만큼은 안 된다는 필사적인 얼굴 이다.

하지만…….

저건 인간적으로 너무 크잖아. 조 금 작게 만들지.

“집이 너무 좁잖아.”

“응애!”

“어허. 그레텔,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땡깡을 부린다.

“웅애웅애 웅애응애 웅애 웅애. ”

“쓰읍.”

그레텔이 입을 꾹 다물더니 포기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바닥에 손을 짚더니 마력 을 뿜어냈다.

동시에 거실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 한 의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렇게 없앨 수도 있다는 것에 조 금 신기함을 느꼈다.

슬쩍 그레텔을 내려보니 시무룩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보고 있었다.

괜히 동심을 파괴한 거 같아서 미 안한 마음이 커진다.

“그레텔, 다음에 같이 산에 가서 같이 마음껏 뛰어놀까?”

“……응애.”

그레텔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는 방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 다.

나는 그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다 가 소파에 털썩 앉고는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한세연에게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진우 씨, 아버지 건강이 더 나빠 지셨어요. 눈을 뜨지 못하세요.]

못 본 2주 사이에 건강이 더 악화 된 모양이다.

아마 한대현의 수명은 이제 길어야 2주에서,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겠 지.

본격적인 한성가 ‘남매의 난’이 시 작되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한세진도 슬슬 본격적으로 마인과 힘을 합쳐 한성가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겠지.

그에 맞춰서 나도 힘을 키우고 한 세연을 뒤에서 서포트 해야 한다.

[옆에서 세연 씨가 웅원해주세요.]

어떻게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 고민 하다가 괜히 희망을 주는 것보다는 이게 가장 나은 것 같아서 이렇게 보냈다.

[그리고 세연 씨도 무리하지 말고 꼭 건강 챙겨요.]

지금 가장 힘든 건 한세연일 거다.

아픈 가족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고통일 테니까.

[고마워요.]

메시지를 보내자 짧은 답장이 왔다. 빤히 메시지를 읽다가 종료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마트 학생 수첩

을 켰다.

예상했던 대로 단톡방 하나가 개설 되어 있었다.

[최서윤 님이 이서준, 김선우를 초 대하였습니다.]

[최서윤 : 아버지한테 선배님들 오 시는 거 허락받았어요]

[이서준 : 진짜? 다행이다 신혜원 이라는 아주머니도 괜찮으시대?]

[최서윤 : 넵, 연구 때문이라고 하 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최서윤 : 그런데 집에 손님 데려

오는 건 처음이라서 (걱정하는 강아 지 이모티콘)]

[이서준 :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거거]

[최서윤 : 그럼 이번 주 주말에 본 가로 오시는 거죠?]

[이서준 : 웅 그래야겠지]

드디어 ‘불사 조사’와 함께 이루어 지는 작은 이벤트가 시작된다.

바로 5대 가문 중 하나인 ‘최씨가 문’ 방문 이벤트.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아

니지만 먼 훗날 이루어질 사건에 작 지만 영향을 끼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물론 나의 개입으로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러다가 문득 작년에 마주쳤던 최 서윤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마치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압도적 인 분위기.

엄격한 최씨 가문의 분위기도 전부 그녀의 아버지인 최재형 때문이었 지.

“……괜히 긴장되네.”

목요일.

마법사관학교의 다목적 훈련장.

월요일에 제출했던 진로 선택과 관 련하여 개별 기초 훈련 시간이 찾아 왔다.

아무래도 3학년부터 있을 진로 체 험 활동은 작년의 체험 활동처럼 견 학 느낌이 아닌 실전에 투입되기에 기초적인 훈련이 필수이기 때문이 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곳에는 진로

선택으로 ‘특무’를 지원한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당장 아는 얼굴을 찾아보면 이서준, 유아라, 이현주, 윤하영이 있다.

윤하영은 작년에 특무에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다가 마인과 관련된 사 건들을 겪고 난 뒤로 특무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오늘 훈련은 ‘특무 요원 기초 소양 훈련’을 할 것이다.”

학생들을 앞에 두고 특무팀에서 지 원 온 임시 교사, ‘김문태’가 말했다.

“아마 너희는 마법사관학교를 다니 며 기초적인 마법 전투 능력과 상황 판단, 팀플레이를 익혔을 것이다. 하 지만 그런 능력들은 ‘모든 마법사’ 가 가져야 할 능력, ‘특무 요원’에게 는 그것 외에도 필요한 능력이 많 다.”

김문태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 의미로 질문하겠다. 특무 요 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거기 이서준 학생?”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서준이 목 을 한번 가다듬고는 말했다.

“인명 구조입니다.”

김문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인명 구조. 특무 요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또 뭐 가 있을까?”

김문태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유아 라를 바라보았다.

“유아라 학생. 뭐가 있지?”

“……안전입니다.”

“안전이야 마법사라면 모두 익혀야 하는 소양이고. 다른 정답 없나?”

유아라는 생각에 잠기다가 입을 열 었다.

“침투입니다.”

김문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정답이다. 각종 테러리스트와 마인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침투 눙 력’이 반드시 필요하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김문태가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로 오늘 수업은 ‘침투’. 그리고 그에 가장 필요한 ‘위장’ 능 력을 익힐 것이다. 참고로 위장에는 ‘연기’도 포함된다.”

“......연기?”

몇몇 학생들의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연기를 무시하는 학생들이 보이는 데 연기는 스파이나 일반 직원, 시 민으로 위장할 때도 필요한 능력이 다.”

김문태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이번 훈련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학생에게는 특별한 선 물을 주겠다. 바로 다음 달에 있을 체험 활동에서 멘토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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