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한대현의 병문안 이후 특별한 사건 없이 2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바빠서 등한시했던 개 인 훈련과 JWK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JWK는 나날이 성장하는 중이다.
[태양을 머금은 황금 모루]의 영향 으로 신철 공방에서 제작되는 무구 의 퀄리티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 다.
또 마정석 광산 역시 생산 규모가 점점 커지며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 리기도 했다.
그렇게 얻은 수익들로 투자회사를 차려 미래에 크게 성장할 기업들에 재투자도 했다.
아마 가까운 시간 내에 또다시 어 마어마한 수익을 보여주겠지.
“선우야. 이번에 종합 4등에 올랐 다며?”
그리고 오전 이론 수업인 ‘신비 철 학연구회’ 강의실.
수업 시작을 10분 앞두고 내 옆자 리에 앉은 이서준이 물었다.
“뭐야. 아무한테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현주가 종합 5위로 떨어졌다고 우 울해하더라고.”
“아.”
맞다. 그랬었지.
이현주는 원작에서 졸업까지 쭉 종 합 4위를 유지하던 인물이다.
거기다 모든 상위권 학생이 그렇지 만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하다.
나의 개입으로 순위가 떨어졌으니 꽤 충격이 크지 않을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
만…… 나도 포인트를 벌긴 해야 하 니까.
참고로 나는 이번에 종합 4위에 오르며 5,000포인트를 획득했다.
아주 달다.
“그나저나 앞으로 학교에서 시험도 4번밖에 안 남았네.”
이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4번이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 나?
“너도 진짜 대단하다. 매시험마다 1등씩 올리고 있잖아. 이러다 마지 막에 1등 하는 거 아니야?”
이서준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1 등은 무슨. 3년 동안 네가 쌓아온 점수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
졸업 전까지 2위는 운이 좋으면 달성할 수 있겠지만 1위는 현실적으 로 힘들다.
이서준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시험 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내가 모든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서준은 최소 2둥을 할 것이기에 이 점수를 뒤집 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혹시 모르지.”
이서준이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갑 자기 생각난 듯 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맞다. 오늘 진로 체험 활동 제출 하는 날이잖아. 어디로 썼어?”
진로 체험 활동.
작년에 했던 ‘선택 체험 활동’과 같이 직업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 는 ‘견학’과 ‘체험’에 가까웠지만, 이 번에는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일종 의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
“나야 당연히 특무지.”
내 선택은 언제나 그렇듯 내 의지 와 상관없이 원작의 흐름에 따라 이서준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특무 쪽으로 완전 진로를 정한 거야?”
“아마도? 근데 반응이 왜 그러냐?”
“아니, 넌 졸업 후에 특무처럼 공 식적인 단체에서 활동은 안 할 거 같아서. 너 은근 비밀 많잖아.”
“……비밀이 많기는.”
조금 찔렸지만, 모르는 척 시치미
를 뗐다.
이서준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뭐, 아무튼 요즘 특무 쪽은 인기 가 떨어진 거 같더라. 저번에 대숲 에서 진로 조사한 거 봤는데 길드나 용병 쪽으로 지원한 애들이 80%가 넘더라고.”
“그쪽이 안정적이고 돈벌이도 좋으 니까.”
특무는 일종의 공무원이다.
협회에서 주는 월급을 받기에 수입 에서는 길드 활동에 비해 많이 아쉽 다.
거기다 테러리스트나 마인을 상대 하는 일이기에 위험하기도 하고.
또 서울 대테러 팀 같은 곳이면 합격 커트라인이 무지막지하게 높아 서 사실상 명예 빼면 시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울 특무팀 줄신 마법사’라 는 이름값이 있기에 은퇴 후 길드나 용병 활동을 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긴 하지만.
당장 대한민국의 3대 길드의 수장 모두가 서울 특무팀 출신이기도 하 고.
그때 였다.
드르륵.
앞문이 열리더니 하얀 수염의 나이 든 백인 남성이 뚜벅뚜벅 안으로 들 어왔다.
신비 철학 연구 수업의 교사, ‘라 이언 데닛’이었다.
“바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책을 펼쳐주시길 바랍니다.”
라이언이 능숙한 한국어로 말하자 강의실 내부에서 책을 펼치는 소리 가 들려왔다.
이서준도 곧바로 전공 책을 펼치더 니 필기 준비를 시작했다.
“72페이지…… 오늘 수업은 ‘신비 의 가능성과 불사’입니다.”
……신비의 가능성과 불사?
드디어 이 파트까지 왔구나.
이 신비 철학 수업은 진천우를 쫓 던 이서준의 몇 가지 의문을 해소해 주는 계기가 되는 수업이었다.
그 기점이 바로 오늘 수업인 ‘신비 의 가능성과 불사’ 수업이다.
“모두 아시듯 신비는 무한에 가까 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신비 학자들은 이 ‘신비’가 가진 가 능성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에 대한 의문을 품었었죠.”
강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또렷한 눈으로 필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라이언은 신비의 가능성이 연구되는 과정과 역사에 대해 설명 했다. 또렷한 목소리에 학생들은 집 중했다.
“……그런 이유로 신비 학자들은 신비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아마 자연의 법칙마저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가능성 올 지녔을 거라는 답을 내리게 되 죠.”
라이언이 숨을 한번 들이마시곤 다 시 말했다.
“그렇게 신비 연구가들이 가장 먼 저 집착하게 된 신비의 가능성이 무 엇일까요? 바로 ‘불사’입니다.”
불사라는 말이 나오자 이서준이 잠 시 필기를 멈추었다.
“왜냐? 세상에 숨겨진 신비의 비밀 을 밝혀내기엔 인간에게 허용된 시 간은 너무 짧으니까요. 그래서 불사 를 통해 수명을 늘려 신비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하는 신비 연구가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한때 불사를 연구하기도 했고요.”
라이언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 더니 손을 휘둘렀다.
우응一
동시에 중앙의 홀로그램에서 여러 사람의 얼굴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 작했다.
“여기 사진 속 사람들이 바로 불사 연구에 집착했던 신비 연구가들입니다. 아시는 얼굴도 있을 겁니다.”
홀로그램에서는 위인전에서 나올 법한 유명 연구가들의 얼굴이 있었다.
그렇게 화면이 돌아가다가 잘생긴 외모의 한 남성이 나왔다.
동시에 이서준이 몸을 움찔했다.
“모두가 아시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도 불사를 쫓다가 자운을 만들 었다는 기록이 있죠. 그가 남긴 연 구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요.”
화면은 금세 넘어가고 자연스럽게 다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홀러, 약 50분 의 강의가 끝이 났다. 모두를 집중 하게 하는 명강의였다.
“혹시 질문사항 있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다시 열었다.
“없으시군요. 그럼 과제를 드리겠 습니다. 오늘 수업을 토대로 ‘불사’ 에 대해 연구해주시면 됩니다. 자세 한 과제 내용은 오늘 저녁 정보 시 스템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라이언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럼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모 두들 수업받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십마회의 은
신처.
왕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김진우]
출생 : 2008년 03월 25일(26세) (출생지 불명)
국적 : 대한민국
거주지 : 불명
가족관계 : 불명
학력 : 불명 마법사 등급 : A
“……천해, 지금 나와 장난하는 건 가?”
왕이 낮게 말하자 천해가 공포를 느끼며 고개를 조아렸다.
“왕이시여. 정보 길드 적암을 통해 얻어낸 정보입니다.”
“……적암이라고?”
적암이라는 말에 왕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서류를 다시 내려보았다.
적암.
세계 최고의 정보 길드의 이름이었다.
왕 역시 인간 사회에 숨어 활동하 고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적암이 조사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기록이 아 닌, 협회에 등록되어있는 정보라고 합니다. 적암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
음이라고……
“……재밌군.”
왕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김진우.
한대현의 병실에서 마주쳤을 때 수 상함을 느끼긴 했다.
그리고 김진우와 저번에 마주쳤던 모자 쓴 테러리스트와의 관계를 의 심하기도 했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진우 의 정보를 개인적으로 조사했는데 결과가 이거다.
불명. 불명. 불명…….
왕은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녀석이야. 동선 같은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고 했나?”
“네, 추적이 전혀 불가하다고 합니다.”
“추적도 불가하다라……
어디서 이런 녀석이 생겨난 거지?
아니, 애초에 적암을 상대로 이렇 게 정보를 숨기는 게 가능한 건가?
“왕이시여. 적암에서 김진우의 정 체에 대한 한가지 소견이 있었습니다.”
“말하라.”
“김진우는 ‘특수 신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수 신분?”
“그렇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감춰 진 정보…… 아마 일반적인 신분이 아니라는 건 왕께서도 느꼈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모든 인간의 정보는 협회의 보안법 에 따라 데이터가 남는다.
하지만 ‘김진우’의 신분은 데이터 만 있고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이 말은 즉 만들어진 신분. 그러니 까 위조된 신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테러가 빈번한 마법사 세계 에서 위조된 신분이라는 건 금기되 는 일.
“적암에서는 김진우의 신분을 ‘위 조 신분’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협회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조 신분 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알려져 있을 뿐 불 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 말은?”
천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김진우라는 인물이 상상 이상의 거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왕이 눈을 찌푸렸다.
거물이라고?
“협회의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아마 마법사 협회장인 김진철밖에 없을 겁니다.”
“김진우가 김진철이라도 된다는 말 을 하고 싶은 건가?”
“아닙니다. 하지만 김진우의 뒤에 김진철이 있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
견입니다.”
왕은 황당함을 느끼며 다시 서류를 확인했다.
천해의 말에 의하면 김진우는 김진 철이 허락한 특수한 신분을 가진 인 물이라는 거다.
“……대체 정체가 뭐지?”
모든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개인 훈련을 마친 나는 이마에 맺 힌 땀을 닦아내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력 제어술이 A등급에 오른 뒤로 성장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었는데 ‘과몰입’을 얻은 이후 성장 속도가 전보다 빨라지고 있었다.
마나 연공도 전보다 잘 되고, 근력 운동 역시 잘 된다.
무엇보다 마력 컨트롤에 대한 집중 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
S등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을 꽤 단축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o o으|”
“ T3 .
스트레칭할 겸 크게 기지개를 켠
뒤 샤워를 했다.
밖으로 나오자 먼저 훈련을 마치고 짐을 싼 이서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선우. 요즘 훈련 잘되나 봐? 아 까 마력 제어하는 거 보니까 심상치 않던데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 였다.
“너도 느꼈어? 요즘 집중이 잘 되 더라고.”
자랑하듯 한 말에 이서준이 부러움 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얘가 지금 누가 누굴 부러워하는
건지…….
100만 포인트짜리 천재 특성을 가 진 놈이 욕심도 크네.
“......어휴.”
“뭐야. 갑자기 웬 한숨?”
이서준이 묻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신경 꺼.”
이서준은 잠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훈련 끝났지? 같이 돌아가 자.”
“잠깐 짐 좀 챙기고.”
그렇게 가방에 짐을 챙기는데 스마 트 학생 수첩을 들여다보던 이서준 이 말했다.
“방금 정보 시스템에 신비 철학 과 제 떴다. 2인 1조라는 데?”
“그래?”
모르는 척 연기하며 물었다.
“어, 2인 1조래. 주제는 불사 연구 고. 그럼 나랑 같이할래?”
“상관없어.”
오히려 환영이다.
“오케이. 그럼 나랑 같이 조 짜는 거로.”
그렇게 짐을 챙긴 뒤 나도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켰다.
[신비 철학연구회 과제]
[2 인 1조]
[기간 : 14일]
[불사에 필요한 조건, 그리고 역사 적으로 불사를 시도했던 존재들에 관한 연구와 그 결과를 조사하여 자 유롭게 의견을 써주시면 됩니다.]
“일단 1등 확정이네. 불사는 우리 전문이잖아.”
내 말에 이서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네.”
그렇게 나와 이서준은 훈련장 밖으 로 나왔다.
샤워 직후라 머리에 물기가 살짝 남은 상태라 그런지 바람이 시원하 게 느껴졌다.
나는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어둠 속에서 환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잠깐, 보름달?
보름달이라면 월석 펜던트 효과가 발동하는 날이 아닌가?
동시에 내 옷 속에 숨겨두었던 월 석 펜던트에서 마력이 느껴지기 시 작했다.
[‘월석 펜던트’가 달빛을 감지합니다.]
[보름달이 떴으므로 ‘달의 은총’ 효 과가 발동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그것을 보자 가슴에 두근거림을 느 꼈다.
드디어 0.5의 능력치를 획득하는
건가? 과연 어떤 능력치를 획득할 까?
마력이면 좋을 텐데.
그리고 잠시 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손재주가 0.5 상승합니다!]
아씨.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