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황당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자 한 세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게 디자인만 보면 조금 투박하 기는 한데 마법사들에게 좋은 효과 가 담겨 있거든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한세연이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품질 확인서를 어디다 놔뒀더라.”
잠시 뒤, 가방을 뒤적거리던 한세 연이 낭패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진우 씨 미안해요. 품질 확인서를 회사에 두고 왔나 봐요.”
“괜찮습니다. 대충 어떤 효과인지 알 거 같거든요.”
“알 거 같다고요? 어떻게요?”
한세연이 의문에 찬 눈으로 물었다.
“마법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대 충 눈에 보인다고 할까요? 능력치 상승, 회복 속도 증가. 그리고 기척 숨기기 맞죠?”
내 말에 한세연이 화들짝 놀란 얼 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네, 맞아요.”
나는 다시 펜던트를 내려보았다.
“근데 이걸 제가 받아도 될지…… 선물 자체는 당연히 마음에 드는데 너무 과분한 선물이라서요.”
그러자 한세연이 안심한 표정을 지 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 요. 무리하게 빚내서 구매한 것도 아닌데요. 뭘.”
한세연이 별거 아니라는 둣 옷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다시금 한성가 자본력의 위대함을 느꼈다.
“……흠흠. 그럼 사양하지 않고 잘 쓰겠습니다.”
나는 슬쩍 펜던트를 챙겼다.
준다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까.
나를 위해 힘들게 구했다는 데 성 의를 무시할 수 없기도 하고. 암. 그렇고말고.
“진우 씨. 바로 착용해보세요.”
“네.”
펜던트를 꺼내 목에 걸었다. 동시 에 월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월석 펜던트’가 달빛을 감지합니다.]
[‘월석 펜던트’ 효과가 발동됩니 다!]
『달의 힘’ 효과로 모든 회복 효과 가 250% 상승합니다.]
펜던트를 착용하자마자 몸에 활기 가 돌기 시작했다.
피로가 회복되고 신체의 마력 역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회복 효과의 250% 상승.
회복 효과 최대치의 절반 정도의 효과였다. 지금 달의 모양이 반달이 라 500%의 절반이 오르는 거겠지.
이렇게 보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 지만, 이 펜던트의 사기성은 ‘마나 엘릭서’나 ‘대자연의 심장’처럼 정해 진 지속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내 표정을 살피던 한세연이 조심스 레 물었다.
“선물은 마음에 드세요?”
“네, 당연히 마음에 듭니다. 효과들 도 저에게 꼭 필요한 효과들이기도
하고요.”
“다행이네요. 마법사에게 좋은 효 과가 많다고 들어서 저도 어렵게 구 한 거거든요.”
한세연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가슴이 뭉크러짐을 느꼈다.
정작 내가 그녀에게 줬던 선물 O..
슬쩍 한세연의 목에 걸린 목걸이로 시선을 돌렸다.
투박하게 생긴 수정 목걸이.
작년 안개의 섬에서 수정 골렘의
결정으로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목 걸이 였다.
손재주 상승효과가 있어 제약에 도 움이 되라는 의미로 선물했었다.
참고로 저 목걸이는 C등급…….
사실 한세연 같은 거물이 착용하기 에는 많이 초라한 장신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항상 저 목걸이를 착용하 는 건 선물의 성의를 생각해서겠지.
괜히 내가 받은 유물 목걸이와 비 교돼서 미안하네.
“진우 씨?”
순간 한세연이 내 표정에 의문을 느꼈는지 내 이름을 불렀다.
“……아뇨. 수정 목걸이, 항상 착용 하고 계시는 거 같아서요. 저 때문 에 억지로 착용하지 않으셔도 되는 데.”
“아, 이거요?”
한세연이 목에 걸린 수정 목걸이를 매만졌다. 그러고는 희미하게 웃는 다.
“제가 착용하고 싶어서 착용한 거 예요. 진우 씨가 직접 만든 목걸이 잖아요. 오히려 제 선물은 그 정도 의 정성이 없는 거 같아서 진우 씨
한테 미안해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50억보다 사람의 정성을 더 높게 평가하다니.
심성이 착한 건지, 그녀의 생각이 나와는 다른 것인지…….
분명한 건 나는 정성보다는 비싼 물건에 더 감동받는다.
한세연과 헤어지고 난 뒤.
나는 마법사관학교 주변의 좁은 골 목을 걸으며 ‘월석 펜던트’의 효과 를 다시금 확인했다.
[월석 펜던트(유물)]
설명 : 월석으로 만든 부적. 달의 힘을 지니고 있다.
[지속 효과]
►달의 힘
달빛을 받으면 모든 회복 효과가 상숭합니다. 달의 밝기에 따라 최대
500%까지 상승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착용자의 매력이 상 숭합니다.
►달의 은총
보름달이 뜬 날, 능력치 중 하나가 무작위로 0.5 상승합니다. (능력치마 다 최대 10까지 상승 가능합니다.)
[사용 효과]
►달의 안식처
달빛 아래에서 기척을 숨길 수 있 습니다.
내구 : A
다시 봐도 ‘특성’이라 불러도 손색 이 없을 만큼 감탄이 나오는 효과들 이다.
보름달이 뜬 날마다 무작위 능력치 가 0.5가 상승하고 회복 속도까지 상승한다.
물론 무작위 상숭이라는 게, 나에 게 쓸모없는 ‘손재주’ 같은 능력치 도 상숭할 수 있기에 아쉬운 부분이
기는 하다.
그래도 1년에 6의 능력치를 공짜 로 얻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 로 사기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전부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 겠지만.”
능력치 당 10.
총합 60의 능력치를 채우기 위해 서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미래의 사건이 앞당겨지 고 있는데 10년의 세월이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월석 펜던트의 효과를 바라 보다가 이것과 비슷한 효과의 특성
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달의 가호’ 특 성이랑 같이 사용하면 좋을 거 같은 데.”
나는 곧바로 포인트 상점에 접속해 ‘달의 가호’를 확인했다.
[달의 가호(SS)]
분류 : 특성
설명 : 달을 수호하는 요괴의 피
[지속 효과]
►달의 포옹
보름달이 뜬 날, 달빛을 받으면 모 든 능력치가 5배 상승합니다.
가격 : 400,000
효과 자체는 뛰어나지만 장단점이 명확한 특성이다.
보름달이 뜬 날 모든 능력치 5배
상승.
월석 펜던트와 발동 조건이 겹치는 점이 있어 함께 사용할 시 어마어마 한 시너지를 보이겠지.
아마 웬만한 빌런과 전투를 치르게 되더라도 지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 까?
하지만 ‘보름달’이라는 제약이 너 무나도 큰 단점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 제약은 차원 관측의 보상 인 ‘능력 조건변경권’을 사용한다면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는 하다.
그러나 해소할 수 있는 범위가 어
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문제 다.
“……40만으로 다른 능력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막상 뭘 사야 하나 찾아보 면 마땅히 살만한 게 없다.
원반격 같은 사기 능력은 60만 포 인트나 필요하고.
천재는 100만 포인트.
그 외 다른 특성들은 대부분이 ‘성 장형’ 특성이다.
하지만 미래의 사건이 앞으로 당겨 지는 상황에서 ‘성장형’ 특성이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약이 높지 만, 효과 자체는 확실한 특성이 나 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놈’을 상 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특성으로 는 상대할 수 없다.
“……크루아스.’’
악룡 크루아스.
차원 관측으로 본 악룡의 강함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적인 성장과 특성으로는 도저 히 상대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달의
가호’ 같은 제한된 조건으로 힘이 중폭되는 특성이 필수적이라는 생각 이 든다.
물론 지금 내가 ‘달의 가호’ 효과 를 받는다 해도 크루아스를 상대하 는 건 불가능하긴 할 테지만.
“……쯧.”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포인트를 모으면서 고민해봐야겠네.
그렇게 다시 월석 펜던트의 효과를 확인하는데 눈에 띄는 효과가 하나 있었다.
►달의 안식처
달빛 아래에서 기척을 숨길 수 있 습니다.
“이건 쓸모가 없네.”
나에게는 이미 기척을 숨기는 [은 밀한 발걸음]이라는 특성이 있다. 아쉽지만 내게는 필요 없는 효과이 다.
“......잠깐.”
그러다 갑자기 작은 의문이 들었다.
은밀한 발걸음에는 ‘제약’이 있다.
바로 걸어서 이동할 때만 발동 가 능하다는 점.
어쩌면 달의 안식처에는 이 제약이 라는 게 없지 않을까?
“……실험해볼까?”
되면 대박인데.
곧바로 펜던트에 마력을 부여했다.
[‘달의 안식처’를 사용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기척과 존재감이 사라집니다.]
“흐음. 일단 발동되기는 했는데 제 대로 되는 건지를 모르겠네.”
이리저리 내 몸을 살폈다.
내가 느끼기에는 별다른 차이가 느 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펜던트 를 안 보이게 옷 속에 넣어놓았다.
그 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달 릴 준비를 했다.
“흐읍!”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마력을 사용하면 감지될 것이 분명 하기에 맨몸으로 쭉 달렸다.
“오.”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땅을 힘차게 밟았지만 여전히 그 어떤 소리도 들 리지 않았다.
그렇게 마법사관학교 안으로 들어 선 뒤, 넓은 공원을 쭉 뛰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뒷모습을 가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갔다.
“깜짝이야!”
재빠르게 그들 앞에 멈춰 서자 놀 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선우?”
유아라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 았다.
그 옆에는 윤하영이 서 있었는데 그녀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저렇게 놀란 모습을 보니 기척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아, 미안. 잠깐 달리기하다가 반가 워서.”
“달리기했다고?”
유아라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 웃하며 물었다.
“어. 왜?”
“……아니, 방금 기척이나 소리 같 은 게 전혀 안 느껴진 거 같아서.”
“어? 생각해보니 나도 못 느꼈어.”
윤하영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로 내 기척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달리기를 해도 기척이 감춰지는구
나.
[월석 펜던트]의 사기 옵션은 다른 게 아니라 이거였구만.
이제는 이걸 50억 주고 구매한 한 세연에게 신기함이 느껴진다.
구구절절 ‘월석 펜던트’의 이야기 를 해줄 필요는 없었기에 자연스레 넘어가기로 했다.
괜히 한세연과의 관계를 들킬 여지 를 남길 필요가 없고.
“그래? 그냥 평범하게 뛰었는데.”
“아니, 평범하게 뛰어도 좀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안 느껴졌는데
유아라가 의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력을 사용 안 하고 뛰어서 그런 거 아니야? 마력 없이 순수 육체의 힘으로만 달렸거든.”
“아〜 그런가 보네.”
윤하영이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자 유아라가 고개를 저었다.
“마력을 사용해도 존재감을 숨기는 건 불가능해.”
……역시 유아라.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구만.
괜히 다른 핑계를 대다가는 유아라 의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 아서 대화 흐름을 바꿨다.
“됐고. 혹시 나 오늘 좀 달라 보이 는 거 없어?”
월석 펜던트 효과에 의하면 착용자 의 매력이 상승한다고 한다.
이참에 제대로 효과를 확인해 봐야 지.
“……달라진 거 없냐고?”
윤하영이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 리더니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애인이 할 법한 심오한 질문
이네. 흐음.”
윤하영이 진지한 목소리로 중얼거 리더니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이리 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피부가 더 밝아졌나?”
“아니, 그런 거 말고. 오늘따라 나 매력 있게 느껴진다거나 하지 않 아?”
유아라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 봤다. 옆에서 있던 윤하영은 고개 를 갸웃했다.
“매력?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 야?”
“말 그대로야. 나 오늘 좀 매력 있 지 않아?”
[등장인물 ‘유아라’가 당신을 걱정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너 어디 아파? 괜찮은 거야?” 유아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
다.
유아라에게 처음 받아보는 ‘걱정’ 이라는 감정.
갑자기 묘한 자괴감이 몰려온다.
매력 상승효과가 있다더니 저런 반 웅이 나오는 걸 보면 효과가 미미한 건가…….
하긴, 생각해보면 한세연의 반웅도 크게 달라지지 않긴 했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상황 에 대한 이상함을 감지했다.
……잠깐, 유아라가 왜 나를 걱정 하지?
원래라면 눈을 가늘게 뜨고 묘하게
열받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정 상적인 유아라의 반웅일 텐데.
설마.
내 매력이 상승해서?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