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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화 (263/535)

264화

내 제안에 최일현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곤 한참 동안 내 눈을 바라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하자. 정보 공유해.”

나는 피식 웃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최일현은 원작에서 이서준만큼이나 진천우의 흔적을 쫓던 인물.

그가 모르는 진천우의 정보가 있다 는 데 안 물어보고는 못 배기겠지.

“대신 정보는 네가 먼저 이야기해 라. 그래야 나도 설명하기 쉬워질 테니.”

“얘기만 듣고 입 싹 닫으시는 건 아니죠?”

“……제자라는 녀석이 스승을 뭐로 보고. 뭣하면 맹세라도 걸어줘?”

최일현이 찌릿 나를 째려보았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믿을게요. 이런 거로 거짓말하실 분도 아니고.”

“그래, 그럼 말해봐라. 김창현 그 녀석이 뭔 짓을 했길래 그러냐?”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작년 2학기 기말시험쯤에 우연히 S둥급의 마법을 사용하는 걸 봤어 요.”

“S둥급 마법을? 그 나이에?”

최일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것도 상당히 능숙하게 다루 더라고요.”

“흐음.”

최일현이 지저분한 수염을 매만지 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건 수상하기는 하네. 그 나이에 S등급 마법을 다룬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고. 또 힘을 숨기고 다녔다는 의미니까.”

“그렇죠.”

“그래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김창 현을 조사하고, 선현 가문까지 조사 한 거냐?”

“그게 원인이기는 하죠. 제가 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단순히 궁금해서 선현 가문까 지 조사했다고?”

최일현이 황당하다는 둣 중얼거리 더니 큭큭 웃기 시작했다.

“아니, 이서준이나 너의 모습을 보 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네?”

“나도 네 나이 때 그랬거든. 진천 우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고. 작은 거라도 궁금한 게 생기면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았지. 진천우 그 녀석은 어느 순간 선을 넘어버렸지만.”

최일현이 과거를 그리워하듯 조용 히 중얼거렸다.

“됐고, 선현 가문을 조사하면서 뭘 알게 됐는지나 이야기해봐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아연과 함께 선현 가문의 실험장을 찾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하의 비밀 공간.

신비 열병에 걸린 괴인.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세계의 법 칙’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 기에 그곳에서 본 모든 것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최일현은 심각해 진 얼굴로 벽에 등을 기댔다.

“……그런 일이 있었나.”

아세계의 법칙’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으셨나 보네요?”

“신비를 깊게 연구하다 보면 자연 스레 알게 되지. 물론 혹시 모를 후 폭풍 때문에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는 않지만.”

최일현이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나도 이야기를 들었으니 내 이야기를 해주마. 진천우의 네 번째 일지에 대해서 듣고 싶다고 했지?”

“네.”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네 번째 일 지의 내용과 위치는 잘 알고 있지 않아. 다만 그것과 관련한 정보는

알고 있지.”

“그게 뭔가요?”

“그 전에, 먼저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마.”

과거의 이야기?

“나와 진천우가 세계의 법칙의 존 재를 알게 된 것은 27년 전이다. 우리가 20살이 되던 해였지.”

최일현은 과거를 더듬듯 바닥을 내 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세계의 법칙’의 존재를 알려준 것은 ‘마인의 왕’이었다.”

……마인의 왕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들려왔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최일현 이 피식 웃었다.

“뭐 그리 놀라나? 아까도 말했지만 젊었을 때 나와 진천우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반드시 알아내는 성격이었거 든. 그래서 이런저런 경험도 많고 안 가본 곳도 없었지. 흐흐.”

“왕은 어쩌다 만나게 된 겁니까?”

“왕을 만나게 된 계기라…… 이것 도 설명하자면 긴데 요약하자면, 불 사의 방법을 쫓다 보니 ‘신비’를 쫓 게 됐고. ‘신비’를 쫓다 보니 자연스 레 ‘예언’을 쫓게 되었다.”

“……예언이요?”

“그래, 그렇게 예언을 쫓다 보니 예언의 힘을 가진 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언의 힘을 가진 자.

원작을 본 나는 그게 누구인지 알 고 있었다.

전대 마인의 왕, ‘예언의 마왕’.

“그게 마인의 왕이군요.”

“그래, 지금은 사라졌지만 전대 마인의 왕은 예언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예언의 마왕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지기 시작했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던, 처음 들 어보는 인물들 간의 관계…….

사실 작년 겨울 량량의 경기장에서 나타샤와 하령의 대화로 진천우와 예언의 마왕이 만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첫 만남이 27년 전.

그러니까 자운이 결성되기 전에 이 루어진 것일 줄은 생각도 몰랐다.

“몇 달의 조사 끝에 우리는 녀석의 거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적대적인 모습은커녕 우리를 환대했

최일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그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신비와 예언. 그리고 세계의 법칙까지. 당시에는 꽤 충격 적인 이야기였다. 모든 운명은 결정 되어 있고, 그 운명에 따라 살아가 야 한다니…… 황당하지 않나?”

“아무튼, 그때부터 진천우 그 녀석 은 조금씩 변했다. 신비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비밀 역시 많아지기 시작 했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 몰래 예언의 마왕을 몇 번 더 만나기도 했어.”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일현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네 번째 일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 려다가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군.”

“괜찮습니다.”

“뭐, 세세한 건 대충 넘어가고. 진 천우는 예언의 왕과 함께 새로운 연 구를 시작했다. 그 연구 결과의 일 부가 아마 그 네 번째 일지에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이지만 네 번

째 일지에 담긴 내용은 아마 ‘예언’ 일 것이다.”

“……예언이라고요?”

원작에서 밝혀진 첫 번째 일지와 두 번째 일지. 그리고 세 번째 일지 는 모두 ‘신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래서 네 번째 일지에도 원작에서 밝혀지지 않는 아주 특별한 신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의외였다.

“그래, 그것도 세계의 법칙에 의한 후폭풍을 걱정해 꼭꼭 숨겨놓은 예 언이겠지.”

“그 예언의 서는 아마…… 자운이 말했듯 ‘세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 겼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까?”

그 말을 듣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성무제에서 예언을 확인한 자운은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네 번째 일지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 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즉, 네 번째 일지에는 ‘보 이지 않는 미래’의 예언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너도 뭔가 의심 가는 부분이 있나 보군.”

“……네.”

“내 말을 너무 맹신하지 마라. 이 건 어디까지나 진천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내 추측일 뿐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정보가 듣고 싶다면 예언 의 마왕 최측근을 찾아보는 것도 방 법이다.”

“……최측근이요?”

“그래, 당시 예언의 마왕 옆에는

충성스러운 마인 하나가 있었다.”

예언의 마왕에게 충성을 바치던 마인…….

원작을 본 내가 알기로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왕은 그 녀석을 ‘하령’이라고 부 르더군.”

하령.

S등급 마인이자 지하 행사의 주인.

그리고 십마회에서 유일하게 2대 마인의 왕에게 악감정을 지닌 마인 이기도 했다.

“조금 위험할 수 있겠지만 정 궁금

하면 하령이라는 마인을 찾아봐라. 그자라면 아마 네 번째 일지의 내용 이나 숨겨진 위치를 알지도 모르니 까.”

최일현과의 대화 이후 많은 의문이 풀렸다.

진천우와 예언의 마왕과의 관계. 그리고 네 번째 일지의 내용.

물론 네 번째 일지의 내용은 최일 현의 추측에 가까웠지만, 최일현의 말대로 변화하는 세계의 미래가 담

겨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변화하는 미래를 어떻게 예언 할 수 있을까. 조금 의문이 들지만 이건 나중에 하령을 만나든가 해서 라도 의문을 해소해야겠지.

하지만 당장 하령을 만나는 건 불 가능하다.

아무리 2대 마왕에게 악감정을 지 닌 마인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마인 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내가 접근하더라도 경계할 것이 분 명하다.

……그렇게 많은 의문을 느끼게 했 던 금요일이 지나고 다음 날인 토요

일이 되었다.

나는 김진우의 모습으로 한세연. 그리고 한대현 회장과의 약속을 위 해 약속장소인 한성 의료원을 찾았 다.

한세연과의 약속 시간은 오후 8시 지만 한대현과 따로 할 이야기가 있 어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그렇게 VIP 병동에 도착해 노크하 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네.

—회장님께서도 결정을 내리셔야 할 때가 아닙니까?

한대현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목소리만 들으면 30대의 남성으로 느껴지는데…….

누구지?

한세진의 목소리는 아닌데.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나 고 민하는데 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누가 왔나 보군. 서 있지 말고 들어오게.

발소리를 들었나?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 익.

문을 열자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한대현과 앞의 의자에 앉은 정장을 입은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뒷 모습이었다.

“왔나? 미안하네. 다른 손님이 와 있어서.”

“아닙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대화 나누시죠.”

그때였다.

“아닙니다. 저도 슬슬 가볼 시간이 라.”

의자에 앉은 남성이 말하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간 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두 근두근 뛰었다.

온갖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이 자가 여기 왜 있지?

남성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가볍 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남성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겨우 정신 차렸다.

원작에 의하면 눈앞의 상대는 이서준과 같은 ‘감정 감지’ 능력을 가지 고 있었다.

만약 내가 ‘두려움’이나 ‘공포’ 따 위의 감정을 느낀다면 곧바로 눈치 채겠지.

그런 상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침착하자. 긴장하지 말자.

그렇게 ‘나는 눈앞의 상대를 모른 다.’라는 자기 최면을 걸던 그때.

[잠재개성, ‘과몰입’이 발동합니다!]

……응?

갑자기 과몰입이 발동되었다.

동시에 마음이 평온해지더니 정말 로 상대의 정체가 잊혀지는 듯한 착 각이 들었다.

……이거 설마 나는 ‘상대방을 모 른다.’라는 ‘몰입’이 강화된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전혀 예상 하지 못한 ‘과몰입’의 활용 방법에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설마 이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

을 줄은 몰랐으니까.

남성은 ‘감정 감지’로 갑작스러운 내 감정의 변화를 느꼈는지 잠시 의 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음.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인데…… 아! 혹시 김진우 마법사님 아니십니까?”

남성이 놀랐다는 듯 연기하며 말했다.

녀석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긴장될 법도 했지만 ‘과몰입’ 덕분 에 별다른 감정의 변화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여유롭게 남성의 손을 맞잡았 다.

“저를 아시나 보네요. 반갑습니다. 김진우라고 합니다.”

“역시, 김진우 마법사님이 맞으셨 네요. 언론으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마인을 토벌하셨다고."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마지막 말에 가시가 담긴 것을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손을 맞잡은 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제 인사를 안 드렸네

요.”

남성이 깜빡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반갑습니다. PL 그룹의 정태원이 라고 합니다.”

나는 침착한 눈으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PL 그룹 정태원.

그는 정체를 숨긴 마인의 왕이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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