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파아아아앙——
진건의 폭주화가 시작되자 날카로 운 검은 마기가 무대 내부를 휩쓸었다.
동시에 마력의 파동에 진동이 울리 며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우득. 우드득…….
진건의 몸은 부풀어 오르며 점점 커져갔다.
숨이 턱 막힐 듯 강한 압박감에
나는 이를 질끈 물었다.
상황이 안 좋다.
폭주화를 시작했다는 건 녀석이 지 금보다 2배에 가까운 힘을 얻게 된 다는 의미.
그만큼 녀석을 상대하기가 까다로 워졌다는 것이다.
폭주화를 시작하면 S등급의 마법사 두 명만큼의 힘을 낼 수 있으니까.
원래라면 폭주화를 일으키기 전에 빠르게 처치했어야 했는데.
“……하.”
다시 생각해도 룬의 속박을 먼저
사용해버린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룬의 속박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3일.
거기다 룬의 속박의 필요한 마나를 공급하기 위해 [대자연의 심장]도 이미 사용해버린 상태였다.
이제 나에게 남은 기술은 ‘원반격’ 과 ‘그레텔 소환’ 정도…….
만약 저 두 기술을 사용한다면, 모 두와 힘을 합쳐서 진건을 토벌하는 것은 큰 문제 없이 가능할지도 모른 다.
하지만 문제는 저 두 개의 기술을 사용했을 때 내 정체를 들킬 가능성
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반격은 김선우의 상징이고 그레 텔은 김진우의 상징이었으니까.
“죽어라!”
그 순간 진건이 지면을 박살 내며 달려들었다. 일단 살고는 봐야 하기 에 하는 수 없이 [순간 가속]을 이 용해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후웅!
자신의 공격이 빗나가자 진건은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가속의 지속 시간은 3초.
녀석이 다음 행동을 하기 전에 마력을 미리 압축해 놓은 빛의 구체를
녀석의 배때기에 쑤셔 박았다.
콰아아앙앙——
“크아아악!”
그 충격의 여파로 진건의 몸이 벽 에 처박혔다. 동시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특히 이서준의 표정이 그중에서 가 장 눈에 띄었다.
“저 전투 스타일은……
이서준의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목숨이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 그런
사사로운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구경하지 말고 공격해!”
내 외침에 정신을 차린 이서준은 다시 진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빛의 검기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넓 게 퍼지며 녀석의 몸을 베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15번의 검격.
진건의 몸에서 검은 피가 튀었다. 그러나 마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상 처 입은 몸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지금 당장은 이서준의 압도적인 공 세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쳇!”
결국 녀석을 처치할 방법은 하나밖 에 없다.
나는 윤하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시선을 느낀 윤하영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의 마주침.
윤하영은 눈빛으로 ‘그걸’ 사용해 도 되냐는 시선을 보냈고 나는 고개 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녀석을 처치할 화력.
은 그 화력을 충족한다.
물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멸마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이 기는 하지만, 원작에서도 동료들에 게 밝혀질 사실.
그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 달라 지는 건 없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마인의 왕이 눈치챌 수 있다는 것이기는 한 데…….
이것 또한 언젠간 밝혀지게 될 사 실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앗!”
윤하영이 기합과 함께 마력을 끌어
올렸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로 멸마의 힘이 담긴 마법 덩어리가 구 현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을 가장 빠르게 눈치챈 것 은 진건이었다.
이서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태세를 유지하던 진건이 고개를 들었다.
“저 힘은……?”
잠시 이성을 되찾은 진건이 주먹으 로 이서준의 허리를 내리쳤다.
이서준의 몸은 그대로 내팽겨지듯 벽에 부딪혔다.
“으으윽!”
이서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괴 로움에 몸을 웅크린 채 진건을 노려 보았다.
그때 뒤에서 엘린이 다시 한번 마 법진을 발동했다.
빛의 마력이 진건의 몸을 짓눌렀지 만, 발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자 압박하던 마법이 사라졌다.
이어서 최서윤이 얼음의 창을 쏘아 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팔을 휘둘 러 가볍게 공격을 막아내었다.
진건은 그렇게 모두의 공격을 무시 한 채 윤하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설마 이곳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 말을 끝으로 진건은 바닥을 박 차며 윤하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앗!
갑작스러운 기습 돌진에 윤하영의 얼굴에 잠시 당황이 일었다.
멸마의 힘을 구현하기 위해 무방비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을 끌어줄 건 나밖에 없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
다.]
[3분간,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 합니다.]
이후 [마나 결정 펜던트]에 저장해 두었던 마나를 전부 끌어올려 두 다 리에 압축했다.
짧은 순간, 내 두 다리에 녀석에게 뒤처지지 않는 폭발력이 담겼다. 그 힘을 이용해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보다 녀석의 거리가 윤하 영과 더 가까운 상황.
이대로라면 윤하영이 꼼짝없이 녀 석에게 당할 상황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나는 모든 정신을 집중해 [대자연의 손길]을 사용했다.
자연의 마나를 이용해 발목을 꽉 붙잡자 순간 녀석이 균형을 잃었다.
“......읏?!”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녀석 의 코앞까지 빠르게 다가가 미리 구 현해 두었던 빛의 구체를 녀석의 명 치에 처박았다.
“크아악——
귀를 찌르는 진건의 비명.
잠깐의 고통을 주었지만 전세를 뒤 집는 유효타를 입힌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목적은 윤하영이 멸마의 힘을 사용할 시간을 끌어주는 것.
1초의 시간이라도 벌어줄 수 있다 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네놈!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진건 역시 완성되어가는 멸마의 힘 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다급해진 움 직임으로 내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으으윽!”
진건의 주먹이 내 오른 팔뚝을 정 확히 강타했다.
팔이 뒤로 꺾이며 근육과 뼈가 파 열되었다.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다. 일반인이 었다면 평생 팔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의 치명타.
[‘고통 초월’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끔찍한 고통에 적 응합니다!]
[적응형 특성, ‘고통 내성 (F)’의 등 급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고통 내성’의 등급이 (C)로 상승 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물리 공격에 적웅 합니다.]
[적응형 특성, ‘물리 내성(C)’이 추 가됩니다.]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통 내성 등급의 상승과 물리 내 성 특성 획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덕분인지 끔찍했던 고통은 금세 잦아들었다. 녀석의 다음 공격을 피 할 여유 역시 생겨났다.
후웅一!
녀석의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내 뺨 을 스쳤다.
“지금이야!”
나는 뒤를 돌아 윤하영에게 외쳤 다. 어느덧 윤하영의 머리 위에는 완벽하게 구현된 멸마의 화살이 떠 올라 있었다.
“하아앗一!”
주변을 떨리게 하는 마력의 파동.
새하얀 빛으로 빛나던 화살이 녀석 을 향해 쏘아졌다. 나는 바닥을 박 차며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찰나의 순간.
어둠 속에서 잔상을 그리던 화살이 진건의 가슴에 정확히 꽂혔다.
우우웅一!
콰아아아앙——
[S급 빌런 ‘진건’을 성공적으로 토 벌했습니다.]
[인과율이 1.5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폭주화 1단계 (B)’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자 전 투에서 승리했음을 깨달았다.
숭전보의 효과로 특성까지 얻어낸 건 덤.
나는 멍하니 이번에 획득한 특성의 이름을 확인했다.
“......뭐야?”
……폭주화라고?
그때 였다.
“너 괜찮아?! ……으세요?”
윤하영이 내게 달려오며 외쳤다. 주변의 눈치를 본 듯 뒤늦게 존댓말 을 하는 모습에 잠시 황당함을 느꼈 다.
“종사님!”
이번에는 엘린이 내게 다가오더니 이리저리 내 팔을 살폈다.
솔직히 말해 완전히 박살 난 상태 라 고통 외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 지지 않았다.
팔이 잘려 나간 기분이다.
“너, 너무 심각한데…… 이거 평생
팔을 못 쓰게 되는 거 아닌가……?”
엘린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하더라도 팔의 형태는 유지하 고 있어야지, 이건 완전히 박살 나 서 답도 없다.
“잠깐만요. 저한테 약이 있어요.”
엘린은 품 안에서 약을 꺼내기 시 작했다.
나는 멀쩡한 왼팔을 저으며 괜찮다 고 말했다.
이서준 역시 몸을 일으키고는 내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곤 안타까움이 담긴 눈으로 내 팔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묘한 표정 이 되어 내 얼굴을 바라봤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참는듯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내가 김선우라는 것을 어 렴풋이 눈치챈 게 아닐까 싶은 데…….
—돌입해!
그때 무대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
가 들려왔다.
협회의 마법사들이 도착한 것이다. 괜히 협회의 마법사들한테 잡혀 조 사를 받게 되면 상황만 악화된다.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안돼! 치료는 받아야지!”
윤하영이 크게 외치더니 뒤에 말을 이었다.
“......요.”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건가?
잠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음에 보자.”
“어?! 잠깐!”
“종사님!”
뒤에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 지만 무시하고 앞으로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인적 없는 복도에 도착했다. 밖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지만 이 곳이라면 누군가를 마주칠 일은 적 겠지.
바닥에 잠시 주저앉고는 아공간에서 마나 엘릭서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으..”
몸의 마나가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 했다. 눈을 감고 벽에 등을 기댔다.
3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나는 망가진 내 오른팔을 바라보았 다.
“……이 능력을 언제 사용하나 했 는데 드디어 사용하는구나.”
[‘초재생능력’을 사용합니다.]
[모든 마나를 사용해 신체 일부를 빠르게 재생합니다.]
“ 끄으으윽.
동시에 뒤틀려있던 내 팔이 서서히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 가에서는 검귀와 왕의 전투가 한창 이었다.
검귀는 3M의 검기가 씨인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마력이 회오리치 며 왕을 향해 몰아쳤다.
하지만 왕의 주변에 떠오른 검은
마기들이 자아를 가진 생물체처럼 마력의 회오리를 하나하나 막아내었다.
그러는 도중에 검귀의 몸에는 상처 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큭!”
검귀는 잠시 물러난 뒤 왕을 노려 보았다. 검은 마기를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중임에도 상당한 전 투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저 정도의 마기로 모습을 감출 정 도라면 전투에 큰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감탄이 나오는 마력 제어 능력이었다.
만약 녀석이 진짜 힘을 발휘하 면…….
검귀는 둥골에 오싹함을 느꼈다.
왕은 가만히 서서 검귀를 바라보다 가 입을 열었다.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군.”
왕은 멀리서 느꼈던 멸마의 힘을 다시 떠올렸다.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마력. 그 리고 본능적으로 공포심올 느끼게 만드는 그 힘은 분명 마인의 천적이 라 불리는 ‘멸마의 힘’。]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이곳 어딘가의 ‘예언
의 아이’가 숨어있다는 것.
당장이라도 찾아내 죽이고 싶었지만, 눈앞의 검귀가 귀찮게 막고 있 어서 그러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오늘 박람회에 참석한 ‘마법사관학 교 학생’ 명단을 찾아내면 쉽게 찾 아낼 수 있을 테니까…….
—돌입해!
그때 왕은 멀리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감지했다.
쿵쿵거리는 발소리.
아마 협회의 마법사들이 들이닥친 모양이다.
“……아쉽지만 대결은 여기까지 군.”
예언의 신비에 필요한 제물을 얻어 내지 못한 건 흠이었지만 수확은 분 명히 있었다.
“……도망치는 거냐?”
이대로 왕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검귀가 도발했다.
“전략상의 후퇴라고 하지.”
“……쳇.”
그때 왕의 몸 주변에서 검은 연기 가 피어올랐다.
극소수의 마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 능력인 ‘암흑화’였다.
“아참. 아까 김진철 회장과 겨루어 봤다 했지?”
뜬금없는 왕의 물음에 검귀가 눈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언젠간 그자와도 겨루게 될 날이 오겠지.”
복도를 가득 채우던 검은 연기가
점점 짙어졌다.
“네가 느끼기엔 나와 김진철. 둘 중에 누가 더 강한가?”
검귀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홍. 그 영감이 너보다 2배. 아니
3배는 강하다.”
그러고는 뒷말을 이었다.
“네가 정체를 숨기지 않고 전력을 다하면 또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네놈보다는 강하겠지.”
“그런가?”
왕은 조용히 웃었다.
동시에 복도의 어둠이 드리우며 왕
이 모습을 감추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