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무대 내부에서 s둥급 마인이 등장 하지를 않나, 그 뒤로 마력이 느껴 지지 않는 마법이 마인을 공격하지 를 않나.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속박 마법이 S등급 마인의 몸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놀라는 반응을 보일 때, 엘린은 홀로 전율을 느끼고 있
지금 마인의 몸을 속박하는 저 마 법은 그녀가 잘 알고 있던 마법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전자의 정체 또한 그녀는 알고 있었다.
룬의 일족의 비기, ‘룬의 속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분’밖에 없 었으니까.
“……종사님이 왜 여기에?”
그녀가 아는 ‘종사님’은 일족의 복 수를 위해 자운을 쫓고 있는 사람이 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기로는 이곳은 자
운과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 장소.
그분이 왜 이곳에 계신 거지?
……설마 발표회를 관람하러 이곳 에 참가했을 리는 없고.
그때 옆에 있던 남성, 이서준이 물 었다.
“저 마법의 시전자를 아세요?”
엘린은 그 질문을 무시했다. 종사 님에 대한 정보를 굳이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이서준의 말 에 엘린은 어깨를 움찔하며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저것과 같은 마법을 본 적 있어요.”
“……잠깐, 저 마법을 본 적 있다 고?”
“네, 그것도 두 번이나.”
두 번이나 봤다는 이야기에 엘린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디서 봤어?!”
엘린이 흥분해서 묻자 이서준이 침 착하게 대답했다.
“그전에, 저 마법의 시전자가 누군 지 먼저 알려줘요.”
엘린은 잠시 고민했다.
누군지도 잘 모르는 녀석에게 종사 님의 이야기를 해줘도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종사님께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저 마법은 우리 일족의 종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야.”
“……일족이라면 소수 일족이요?”
“그래, 맞아.”
그 대답에 이서준은 머릿속에 갖고 있던 한 가지 의문이 풀렸다.
확실히 일반적인 마법과는 조금 다 르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가 소
수 일족의 마법이라 그랬구나.
“그래서 넌 저 마법을 어디서 본 건데?”
“그건......
이서준은 엘린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세히 풀 수는 없었기에 짧게 요약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한참 마인과의 전투를 치르 던 윤하영은 아주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동시에 의문을 느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저
거 선우 마법인데?’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빛 속성 마 법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속박 마법.
작년 마법사관학교 시험에 난입했 던 S등급 마인을 토벌할 때 김선우 가 사용했던 마법이었다.
워낙 특이한 마법이기도 했고 또 직접 사용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 히 보았기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옆에서 서 있는 이서준과 붉은 머리 여성의 반응을 보면 저 마법의 시전자를 다른 사람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마법의 정체가 룬의 일족 고유의 마법인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그럼 선우가 룬의 일족이라는 건가?’
선우가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그 비밀이 소수 일족이라고?
‘일단 조용히 있어야겠다.’
김선우는 자신의 능력이 외부에 알 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인 토벌 때 보였던 마법 은 남들에게는 꼭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었으니까.
그것보다 지금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1충에 나타난 S등급의 마인.
녀석올 처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멸마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곳은 공개된 장소.
섣불리 멸마의 힘을 사용하다가는 나중에 더 큰 위험한 상황에 처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 면 멸마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 라는 김선우의 신신당부가 있기도 했고.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 몇 가 지 일이 발생했다.
검귀가 계속되는 마인의 습격에서 한세연을 지키기 위해 무대 뒤로 물 러난 것과 어디선가 지금까지 느껴 지던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마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스으으으...
마기가 어찌나 강하던지 주변 일대 가 크게 떨리고 있었다.
건물이 혼들리고 천장의 조명이 바 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대에 남은 이서준 일행은 가슴 한구석에 작은 공포심을 느꼈다.
동시에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 이 떠올랐다.
이 힘은 위험하다.
……이 힘은 단순한 s등급 마인의 힘이 아니다.
5층 발코니에서 룬의 속박으로 진 건을 속박하던 나는 갑작스럽게 퍼 지는 강력한 마기에 잠시 당황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숨어있던 마인의 왕이 직접 움직이 기 시작했다는 것을.
바로 그때.
나를 향한 살기를 감지했다.
동시에 어디선가 강한 마력의 기운 이 느껴지더니 나를 향해 쏘아졌다.
“쳇!”
나는 서둘러 룬의 속박을 풀어내고 선 점프했다.
전력을 다해 움직였기에 아슬아슬 하게 피해낼 수 있었다.
콰아아앙一!
5층 발코니가 무너졌다. 내 몸은 자연스레 4층 발코니에 착지하게 되 었다.
룬의 속박이 풀린 진건은 어깨를 움직이더니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 다.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그때.
진건의 옆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 더니 검은 인영의 누군가가 등장했다.
어둠에 정체가 가려져 모습이 보이 지 않았지만 나는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왕’이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신기한 마법이 군.
왕이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그 시선을 마주했다.
왕은 재앙급 마수 같은 인외종족을
포함해 손에 꼽히는 강자.
그런 녀석과 정면에서 전투를 치르 게 된다면 숭산은 없었다.
만약 왕과 전투를 치르게 된다면 기회는 단 한 번.
원반격으로 완벽한 카운터를 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 도 의문이다.
—와, 왕이시여
—진건, 지금 밖에서 협회의 마법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예언에 필요 한 제물은 내가 찾을 테니 너는 이 곳을 떠나라.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왕은 검귀와 한세 연이 사라졌던 무대 뒤로 이동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왕은 ‘예언의 신비’에 필요한 제물로 검귀의 영혼 을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되거나 하지는 않 았다.
검귀는 마법사 세계에서 다섯 손가 락 안에 꼽히는 강자.
항상 전투에서 필요한 힘만 사용했 기에 그의 진정한 실력은 아직 세상
에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왕과 제대로 겨루게 된다면 검귀가 패배하겠지만, 협회가 올 때 까지 버틸 능력은 충분히 소유하고 있었으니까.
진건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원래라면 ‘왕’의 뜻대로 도망 쳐야 하지만 네놈만큼은 죽이고 가 주마!”
진건이 마기를 방출했다. 검은 에 너지가 작게 응축되더니 나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S등급의 마인이 사용하는 마법이었
기에 짧은 구현의 마법임에도 엄청 난 파괴력이 담겨있었다.
나는 순간 가속을 이용해 녀석의 공격을 회피하고는 1층으로 착지했다. 동시에 4층 발코니가 폭발했다.
콰아아앙一!
“종사님!”
1층으로 뛰어내리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 엘린이었다. 3충 발코니에 있던 엘린이 내가
있는 1충으로 뛰어내렸다.
“종사님, 괜찮으세요?”
“……홈홈, 괜찮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랜만에 종사 님인지 뭔지를 연기했다.
내 말에 엘린은 안심했다는 듯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얘 지금 한세진 호위 임무 중 아닌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파앗!
그때 다른 무리가 내가 서 있던 1 충으로 뛰어내렸다.
이서준 일행이었다.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내 정체를 눈치챌까 봐 괜히 불안한 기 분이 들었다.
특히 윤하영의 시선이 심상치 않 다.
아무래도 룬의 속박을 보고 내 정 체를 알아챈 모양인데…….
제발 아는척하지 마라.
“……근데 종사님, 여긴 무슨 일
로?”
엘린이 내게 다시 물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준비했던 대본을 말했다.
“……인간 사회에 숨은 악의 뿌리 를 뽑기 위해서다.”
“악의 뿌리……
쥔
엘린이 격정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찌나 과몰입했는지 불끈 두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역시 종사님은 이곳에 사건이 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군요.”
터
그런 셈이지.”
내 대답을 들은 엘린의 표정이 한
충 진지해졌다. 그러고는 옷깃을 걷 어내어 팔에 그려진 마법진 문신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이려는 듯 진 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건은 그 문신을 보더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전투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녀는 엄연히 S등급의 마법사.
제아무리 S등급의 마인이라 해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이번엔 이서준이 나섰다.
최서윤과 윤하영, 신영준도 긴장된 얼굴로 걸어 나섰다.
상황은 한순간에 5:1이 되었다.
우우우웅!
그때, 엘린의 손등에 그려진 마법 진 하나가 빛을 뿜었다.
그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마 법진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후우우웅!
동시에 바닥에서 마법진이 피어오 르더니 천장 위에서 빛의 가시가 진 건을 향해 쏘아졌다.
“감히!”
진건은 검은 장막을 구현하며 공격 을 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이어서 이서준의 빛과 같은 공격이 시작되 었다.
어찌나 빠른지 내 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였다.
푸우우욱!
“크으으윽!”
진건의 가슴에 기다란 검상이 생겨 났다.
검은 피가 천장을 향해 뿜어지고 진건의 두 눈이 검게 물들었다.
“건방진 놈들! 전부 죽여주마!”
넓게 퍼지는 검은 빛의 마기.
진건의 폭주화가 시작되었다.
한편, 왕은 검귀를 찾아 주변을 둘 러보고 있었다.
상황은 그의 예상과 정반대로 홀러 가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마인들은 이미 모든 계획을 완수한 뒤 도망쳤어야 할 터.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의 개입으로 모든 일올 망치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중요한 자원인 S둥급 마인을 또 잃 올 뻔했다.
하마터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불안해서 직접 찾아온 게 정 답이었군.”
이번 목표는 한세연의 죽음과 한성 가 행사를 망치는 것 외에도 예언의 신비에 필요한 제물을 모으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마저 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S 등급의 마법사인 ‘검귀’의 영혼이라 면 굳이 일반인들의 영혼올 모으지 않아도 예언의 신비에 필요한 제물 을 충족할 수 있을 테니까.
결국 왕인 자신이 움직이면 전부 해결될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존재감을 따라 이동하던 왕 은 검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한세연과 함께 있던 검귀는 왕을 보고는 깊은 긴장감을 느끼며 발걸 음을 멈추었다.
“……네 녀석 어떻게 그런 불길한 마력을 가진 것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검귀가 뒤를 돌 아 한세연에게 말했다.
“아가씨, 먼저 도망치십시오.”
검귀의 말에 한세연은 불안감을 느 꼈다.
그 어떤 강자를 마주쳐도 항상 자 신감을 보이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그의 모습은 오랜 시간 검귀와 함께했던 그녀로 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수기 아저씨는요?”
“녀석을 처치하고 돌아가겠습니다.”
한세연은 거절하려 했지만 검귀의 진지한 얼굴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네, 그러겠습니다.”
한세연은 뒤를 돌아 빠르게 달렸다.
그 장소에는 왕과 검귀만이 남았 다. 검귀는 착잡한 눈으로 왕을 바 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마인의 왕인가?”
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은
마기를 주변에 뿌리며 검귀의 몸을 옥죄었다.
검귀는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주변 의 검은 마기를 물리쳤다.
왕은 작게 감탄했다.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고 있구나.”
그 말에 검귀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런 긴장감은 김진철 회장 이후 로 처음인데……
그렇게 둘의 마력이 허공에 격돌하 는 그 순간.
멀리 어디선가 이질적인 마력이 느 껴졌다.
순간 왕의 몸이 굳었다.
처음 느껴보는 형태의 마력.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다.
왕은 굳은 얼굴로 뒤를 돌더니 중 얼거렸다.
“……멸마의 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