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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화 (251/535)

252화

학교에서의 모든 일정과 개인 훈련 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어째 평소보다 피로가 더 쌓인 기분이다.

귀찮은 ‘조별 과제’가 시작돼서 그 런 걸까.

조 멤버는 잘 모르는 1학년 둘과 2학년에는 최서윤과 송승아. 그리고 3학년은 윤하영과 나. 이렇게 6인조 가 되었다.

멤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최서윤은 말이 필요 없고, 송승아 역시 성실한 성격으로 알고 있다. 1 학년 둘은 잘 모르겠으나 이론 성적 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덕분에 나 흔자 모든 걸 다 한다 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된 거, 역으로 내가 묻어가 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조원들과의 상의 끝에 연구 주제 배경이 ‘H-A 박람회 조사’로 결정 되었다.

……그리고 원작에 따르면 H-A 박람회는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

건.

한세연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 는 것과 몇몇 등장인물들의 친분이 쌓이는 장소였기에 중요한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세연의 평판 을 깎아내기 위한 마인들의 깽판이 예고되어 있기에 이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근데 사건이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텐데……

사건이 앞당겨진 만큼 원작과 다른 부분이 생겼을 거다.

당장 ‘특무팀 호위 임무 체험’이

현시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이 때문에 어쩌면 원작과 다르게 이서준이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건 사소한 변화 가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한세 연이 이서준의 조력자가 되어주기에 앞으로 있을 전개들까지 바뀔 수 있 는 큰 변화였다.

“흐음. 어떻게 되려나.”

그나저나 어째 날이 갈수록 이서준 의 인간관계가 원작보다 더 빈약해 지는 것 같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유아라,

윤하영, 은설아, 최서윤…….

지금 생각해보니 원작과 달리 이들 모두 이서준과의 사이가 애매해졌다.

물론 친분이 아예 없는 건 또 아 니지만, 그렇다고 막 친한 건 또 아 니고.

그냥 반에서 아는 사이보다 더 친 한 정도라고 해야 할까?

원작에서 만큼의 각별한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나의 개입으로 생겨난 변화겠지.

이서준에게 경쟁심을 느끼던 유아 라는 발현계인 나에게서 경쟁심을 느끼게 된 것 같고.

윤하영은 멸마의 힘과 마법 강의를 도와준 나랑만 친해지게 되었고.

은설아 또한 실질적으로 신비 열병 을 고쳐준 게 나이다 보니 나랑만 친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최서윤은…….

갑자기 지난 1년간 최서윤과 있었 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가 내게 보였던 애틋한 감정,

행동들.

괜스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얘는 왜 나한테 관심을 갖게 된 거지.”

돌이켜보면 계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던 것 같다.

특별반 때문에 몇 번의 사건을 함 께 겪기는 했어도 그게 그녀의 마음 을 움직일 계기가 되었나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 다. 지금 당장 일부터 생각하자. 내 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겠지…….

그렇게 흔자 생각했지만,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생겼다.

그때 였다.

띠링.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 이 울렸다.

혹시 내가 기다리던 메시지가 맞나 싶어 발신인부터 확인했다.

[이서준]

지금까지 쭉 기다리던 메시지가 맞

았다.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김선우 : 자유 연구 주제 정했냐? 우리는 H-A 박람회인데.]

[이서준 : 오. 우리도 H-A 박람회 조사인데. 같이 가면 되겠네거 거]

“……이게 또 이렇게 되네.”

원작과 같이 호위 임무 체험의 배 경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이서준은 사건에 참여하게 된 모양이다.

시간은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하게 홀러갔다.

누군가에게는 평화롭다고 느낄 수 도 있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사건이 터질 것을 알고 있던 나에게 는 폭풍전야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 는 시간이었다.

어찌 됐든 중간시험이 가까워지고 나도 시험 준비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응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H-A 박람회 개최까지 이틀이 남은 지금.

그레텔의 머리의 ‘황금 열매’가 완 전히 익었다.

큼지막한 사건을 앞두고 있었기에 딱 알맞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그 레텔 몰래 열매를 딸 수 있을까 고 민하는 중이다.

그레텔은 뒤에서 내가 열매를 노리 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바닥의 퍼즐을 열심히 풀고 있는 중이고.

괜히 질질 끌 필요는 없겠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으니 까.

나는 천천히 그레텔의 뒤로 다가갔 다.

그레텔이 방심하는 지금 한 번에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레텔이 삐졌을 때를 대비해 준비 한 것도 있으니 걱정은 없다.

그렇게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 그레 텔의 열매를 확 따버렸다.

“응애!”

통증을 느꼈는지 그레텔이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레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러고서는 나를 획 돌아보더니 이 전과 같이 커다란 두 눈에 물기가 맺혔다.

하지만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공간에 숨겨두었던 치킨을 꺼내 들었다.

갑자기 눈앞에 달달한 향을 뿜어내 는 치킨 박스가 나타나자 그레텔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그레텔 치킨 좋아하지? 그레텔 먹 으라고 사 왔어. 따끈할 때 먹자.”

“.…”응애?”

그레텔이 눈을 깜빡였다. 눈물은 쏙 들어간 지 오래다.

그러고서는 나와 치킨 박스를 번갈 아 바라본다.

투정을 부릴지 아니면 곱게 치킨을 먹을지 갈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다.

그레텔에게 열매를 따는 것은 어린 아이의 치아를 빼거나 혹은 주사를 맞을 때와 비슷한 것.

당하기 전이 무섭지 막상 맞고 나 면 별거 없는 게 분명하다.

“아, 그리고 그레텔이 좋아하는 다 리랑 날개만 있는 거로 샀어. 그레 텔 퍽퍽살 싫어하잖아.”

그 말에 그레텔은 눈을 깜빡이다가 치킨 박스를 열었다.

역시 치킨은 못 참지.

내 계략대로 잘 진행된 거 같아서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먹어.”

협상을 끝내고는 뒤로 잠시 물러섰 다.

나는 곧바로 황금 열매를 확인했

[신비한 마계수 열매(S)]

분류 : 영약

설명 : 복용 시, 모든 능력치가 최 대 3% 상승합니다. (기존 능력치가 높을수록 상승률이 줄어듭니다.)

숨은 잠재 개성이 개방됩니다.

뭐야.”

새로 얻은 마계수 열매의 효과를 보고는 잠시 놀랐다.

그레텔이 천년삼을 섭취해서 그런 걸까? 이번에 생성된 열매는 전보다 더 특별한 효과가 달려 있었다.

그러니까, 숨은 잠재 개성을 개방 할 수 있다고 한다.

잠재 개성.

극소수의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는, 마법과 다른 특수한 힘이었다.

일종의 초능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마법사관학교의 법학 교수가 ‘졸음 유발’이라는 잠재 개성을 갖 고 있었다.

물론 잠재 개성은 발동되는데 까다 로운 조건이 걸려있다.

법학 교수 같은 경우는 ‘자신의 지 식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때’라는 조 건이 걸려있었으니까.

“……이런 것도 얻을 수 있구나.”

지금까지 잠재 개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만 얻는 힘인 줄 알았는 데 조금 의외네.

어떤 능력을 얻게 되려나.

혼자 생각하다가 과일을 입으로 물 었다.

우물우물.

“O 으”

— ◎ .

달달한 과즙이 입안에 맴돌았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비교할만한 과일은 없지만, 굳이 찾자면 배와 살짝 비슷했다.

그리고 잠시 뒤.

두근!

“……웃?”

과거 영약을 섭취했을 때와 같이 뜨거운 기운이 내 몸 안에서 휘몰아 쳤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괴롭거나 정 신을 잃지는 않았다.

내 기존 능력치가 이전과 다르게 크게 상승해서 그런 거겠지.

[기존 능력치가 높아 영약의 효율 이 줄어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1.7% 상승합니다.]

[적응형 특성, ‘약성 증폭’의 효과 로 능력치를 추가 획득합니다.]

[당신의 몸 안에 잠들어 있던 ‘잠 재 개성’을 발견했습니다.]

[완전한 개방까지 남은 기간 : 7 일]

“……아니, 무슨 개성인지 알려주 지도 않네.”

심지어 7일 뒤면 이틀 뒤에 있을 박람회 때 사용하지도 못한다.

물론 잠재 개성이라는 것이 전투에 는 전혀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은 능력이기는 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S둥급 영약을 먹고 용 케 정신을 유지했네.”

그만큼 성장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 만, 이것 역시 내가 어느 정도 성장 했다는 중거겠지.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구석

에서 삐져서 치킨을 먹는 그레텔에 게 다가갔다.

“그레텔, 맛있어?”

그레텔은 나를 힐끔 보더니, 화가 조금 풀렸는지 닭 날개를 내밀었다.

다시 이틀의 시간이 흘러 토요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H-A

박람회 당일이 되었다.

박람회가 열리는 위치는 제주도에

위치한 한성 호텔.

1박 2일로 진행될 이 행사는 한세 연이 신경 쓴 만큼 각국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몰릴 예정이다.

“이게 박람회 VIP 초대권이에요.”

오늘의 약속 장소인 마법사관학교 정문.

최서윤은 가방 안에서 손에 쥔 황 금 티켓 6장을 꺼내 들었다.

티켓 겉면에는 H-A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있었다.

“와. 대박! 진짜로 구했네?”

티켓을 본 윤하영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최서윤은 밝게 미소를 보이

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한테 날아온 초대장이 몇 장 있더라고요.”

“확실히 명문가 출신이 맞네〜 근 데 VIP면 뭐할 수 있어?”

“음. 모든 식사, 시설 무료에 호텔 방도 가장 좋은 방을 쓸 수 있다고 들었어요. 또 관람할 때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요.”

그 말에 윤하영을 포함한 모두가 눈을 빛냈다.

1박 2일간 제주도에서 호화롭게 놀 생각에 다들 설레하는 표정이었다. 보아하니 조별 과제는 이미 뒷

전이다.

……쯧.

나만 혼자 심각하구나.

그때 최서윤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배님, 왜 혼자 표정이 꿍해요〜”

내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자 최서윤이 장난스레 웃으며 허 리를 콕콕 찔렀다.

“아냐, 잠깐 다른 생각 하느라. 오 늘 기대되네.”

내 말에 최서윤이 안심한 둣 밝게 웃었다.

“그죠? 제가 풀코스로 계획 미리 짜놨으니까 선배님은 저만 믿고 따 라오시면 돼요.”

한편, 박람회가 열리는 제주도 한 성 호텔 앞.

도로를 달리던 고급 승용차 한 대 가 호텔 앞으로 미끄러지듯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뒤 승용차의 문이 열 리더니 멋지게 차려입은 검은 정장

의 남성과 경호 복을 입은 붉은 머 리의 여성이 내렸다.

그 둘이 내리자 주변의 기자들이 놀란 표정이 되어 사진을 찍기 시작 했다.

“……얘도 참. 발표 하나 하겠다고 일을 얼마나 벌이는 건지.”

호텔을 올려본 남성, 한세진이 못 마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옆에 선 붉은 머리의 여성, 엘 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경계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감을 느 끼고 있었다.

그녀의 본능이 이 호텔 안에서 불

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감지했 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호텔 밖으로 얼굴 모 르는 잘생긴 외모의 30대 남성이 걸어 나왔다.

남성은 한세진을 보더니 아는 척 말을 걸었다.

“한세진 부회장님 아니십니까?”

새로운 남성의 등장에 몇몇 기자들 은 또다시 놀란 얼굴이 되어 남성을 찍기 시작했다.

—PL그룹 회장이다.

—야야. 빨리 찍어.

“하하. 정태원 회장님. 오랜만에 뵙 습니다.”

한세진과 남성이 서로 악수를 하자 플래시는 더욱 크게 켜졌다.

둘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내용 자체는 평범했다. 식사 는 했느냐. 잘 지내고 있느냐. 등등.

하지만 엘린은 정태원이라 불린 사 내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깊은 불길 함과 공포심을 느꼈다.

‘룬의 일족’의 피에 흐르는 특별한 마력 감지 능력이, 계속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도망치라고. 저자는 위험하다고.

엘린은 그렇게 공포에 떨면서도 눈 앞 존재의 정체를 유추했다.

인간의 육체로 저런 끔찍한 기운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누가 있을 까…….

그녀가 알기로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모든 마인의 주인.

마인의 왕.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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