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화 (248/535)

249화

대한민국 어딘가에 숨겨진 ‘십마 회’의 은신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8명의 마인이 오랜만에 모였다.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건 또 오랜 만이군.”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왔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다른 목소 리가 들려왔다.

“전부 모인 건 아니지. 두 명이 없

잖아.”

그 말에 은신처 내부에서 침묵이 돌았다.

사라진 두 명.

작년 ‘예언의 아이’ 색출 임무 수 행 중 사망한 S등급 마인, 성진과 원혁을 말하는 것이었다.

비록 십마회 내부 마인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가 죽었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 모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나 하자 고.”

누군가가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

덕였다.

“한대현이 오늘 쓰러졌다지?”

“듣기로는 뇌혈관 문제로 쓰러졌다 더군. 큰 고비는 넘겼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이야.”

“흐흐. 슬슬 우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다가오는군. 빨리 한세진 이 한성그룹을 차지해야 할 텐데.”

한세진은 대표적인 친 마인 파 인 간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마인과 손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 간이기도 하다.

마인과 한세진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기에 이들은 오래전부터 은밀하고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이 모든 것은 1대 마인의 왕이 내 려주었던 ‘예언’을 통해 틈틈이 준 비한 일이었다.

“기뻐하기에는 일러. 아직 한세진 이 차기 오너로 확정된 건 아니니 까.”

“음? 이미 확정 아닌가?”

“한세연이 요즘 한성그룹 내부에서 입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거 몰 라?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고.”

“한세연이라…… 하긴, 요즘 평이

좋긴 하더라. 실적으로 중명하고 있 기도 하고. 예상외의 복병이네.”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녀의 오빠 한세진과 달리 동생인 한세연의 유능함은 이미 전 세계 사 람이 알고 있었으니까.

“아 참, 그건 어떻게 됐지? 한세연 암살 시도하기로 했던 거 말이야.”

“실패했어. 경호가 없는 타이밍을 노리라고 했는데 뭔가 실수가 있었 던 모양이야. A둥급 마인이 둘이나 있었는데…… 쯧.”

임무에 실패한 마인의 착잡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그거 상대가 김진우였다던데.”

“……김진우? 설마 그 마인 사냥 꾼?”

김진우라는 이름이 들리자 은신처 내부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마인들 사이에서 ‘김진우’는 마인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예 언의 아이’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일각에서는 김진우에게 마인을 구 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걔는 이상하게 우리랑 자주 엮이

네.”

“흐음. 그렇긴 하군. 근데 이번에 A등급 마인만 둘 보냈다고 하지 않 았나? 그런데 김진우가 혼자서 전부 쓰러트렸다고?”

한 마인이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 김진우와 한성그룹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되던 그때.

모임이 시작하고 쭉 조용히 지켜보 던 누군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혼란스럽군.”

그 말에 은신처 내부가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는 방금 목소리 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의자에 누군가가 걸터앉고 있었다.

마인의 ‘왕’이었다.

“가장 중요한 예언의 아이도 색출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한성가의 주인이 누가 될 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정말이지 한심한 상황이 아 닐 수 없다.”

왕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 리자 모두가 왕의 시선을 피하며 고 개를 숙였다.

“‘그것’을 사용해야겠다.”

“……그것이라면?”

“선지자의 제단을 발동할 제물을 준비하라.”

왕의 선언에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선지자의 제단.

예언의 힘을 가진 신비의 이름이었다.

그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제물이 필요한데 인간부터 시 작해 마인의 영혼, 그리고 또 다른 신비까지 다양한 제물이 필요했다.

마인이 예언의 신비를 소유하고 있 음에도 쉽사리 미래를 볼 시도를 하 지 않았던 것 역시 그 이유 때문이 었다.

동시에 십마회 내부의 모두가 생각 했다.

……곧 세계에 피바람이 불겠다고.

한성가와의 일이 있고 난 뒤 주말 은 순식간에 홀러갔다. 그리고 첫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되었다.

“야! 김선우! 우리랑 같이하자

“우리랑 해. 밥 사줄게!”

“선배님! 저희랑 해요!”

마법사관학교는 어느덧 시험 기간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 중간시험에는 전 학년이 동시에 치르는 6인 조별 과제가 있 는데 학년당 2명씩 팀원을 자유롭게 꾸릴 수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엄청 난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그러니까, 엄청 귀찮다.

안 그래도 한성그룹과 마인 때문에 생각할 게 많아 피곤해 죽겠는데.

“자자. 모두 조용.”

내 말에 나와 팀을 꾸리고 싶어 모인 약 30명의 학생이 입을 다물 었다.

소란스러웠던 교실 내부가 내 한마 디에 단숨에 고요해지자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 고, 나랑 할 조는 너희한테 맡길 테 니까 알아서 경쟁한 뒤에 승자만 와.”

M ?아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했다는 듯 학생들이 멍하니 눈을 깜빽였다.

“대충 알아들었지? 그러니까 지금 부터 서로 죽여라. ......가 아니라 너희끼리 좀 나가서 알아서 의견 나 누고 한 명만 오라고.”

“아. 오키. 이해했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들끼리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 그럼 뭐로 경쟁하지? 가위 바위보 할래?”

“그건 좀 아니고. 공평하게 대련하 자.”

“그건 너네끼리 정하고 좀 가라.”

훠이훠이. 손짓하자 학생들은 우르 르 복도 밖으로 나갔다.

뭘 선택하든 시간이 걸릴 테고, 이 긴 쪽이 알아서 날 찾아오겠지.

누가 되든 크게 상관없다.

‘순위 보정 점수’가 있어 낮은 성 적의 조원들과 함께해도 이점이 있 으니까.

“후우.”

잠시 평화가 찾아오자 나는 책상 위에 턱을 괴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점심시간 평화롭게 운동장에서 축 구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신영준과 전민기, 박인환…….

멍하니 구경하는 데 마력을 사용해 서 그런지 공의 움직임이 마치 마법 처럼 살벌했다.

특히 광기에 찬 웃음을 흘리며 태 클을 하는 신영준의 모습은 미친놈 그 자체.

……참 평화롭구나.

“......쯧.”

그나저나 내 예상대로 마인들이 활

동하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한세연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뻔도 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쫙 돋는다.

하루라도 빨리 마인 사건을 해결해 야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원작에서는 한대현이 죽고 난 뒤, 잠깐 한세진이 한성가를 장악했던 시기가 있었다.

마인이 날뛰며 사회에 큰 혼란이 생기던 시기 역시 그때였다.

무한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마인까 지 날뛰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로 헬게이트가 열린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운에게 얻은 소원권을 마인 토벌 에 이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자운이 가진 힘이라면 ‘십마회’와 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터.

“흐음.”

그렇게 앞으로의 다양한 계획을 생각하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 는데 눈앞에 알람이 떠올랐다.

스마트 폰 동기화로 온 문자 메시 지였다.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곧바로 메 시지를 확인했다.

[진우 씨, 저번에 도와주셨던 거 감사의미로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오 늘 시간 돼요?]

한세연의 메시지였다.

저녁 8시.

한세연과의 약속대로 김진우의 모 습으로 한대현이 입원한 ‘한성 의료 원’을 찾았다.

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VIP 병동에 도착했다.

텅 비어있는 대기실.

주변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세진이라던가 한세연도 보이지 않 고.

스마트 폰을 열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있었다.

[회사 일 때문에 10분 정도 늦을 거 같아요. 미안해요. 금방 갈게요!]

10분쯤이야. 기다릴 수 있지.

나는 병실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 았다.

그렇게 한세연을 기다리는데 병실 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동시에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지며 등골의 오싹함을 느꼈다.

한성가와 한대현을 지키는 최강의 검.

검귀, 장수기였다.

꾸벅 고개를 숙이자 장수기가 팔짱 을 끼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

탐색하는 그의 눈빛에 괜히 긴장됐 다.

장수기의 실력은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강자니까.

“요즘 자주 보는군. 아가씨와 만나 기로 한 건가?”

“네, 맞습니다.”

손에 들린 과일 바구니를 들어 올 리며 말했다.

장수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다시 밖으로 나오더니 내게 말했다.

“회장님께서 들어오시라고 한다.”

……한대현이?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 이고는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한대현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오히려 환영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호화로운 방이 눈 에 들어왔다.

병실이아니라 무슨 최고급 호텔같 다. 특히 창밖의 뷰가 엄청 좋다.

“오랜만이군.”

침대에 누운 한대현이 내게 말했다. 쓰러졌다더니 지금 내 앞에 보 이는 모습은 생각보다 건강하다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몸은 괜찮으신지 요?”

“괜찮네. 앞에 앉지. 저번에 만나자 고 하자 했는데 시간이 꽤 늦었군.”

침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한대현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 을 열었다.

“토요일에 세연이와 함께 왔다지?”

“네,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함께

있었습니다.”

“습격을 당했는데 세연이를 지켜주 었다고 들었네.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한대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번 만남 때의 이야기나 이어서 하지. 자네가 분명 그랬었지? 내 고 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한대현과 만났올 때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한대현의 고민은 그가 과거에 저지 른 일에 대한 후회.

한성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다투었 던 형제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때의 일 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가 한세진을 차기 오너로 점찍었 던 이유도 자식 간의 경쟁을 부추기 고 싶지 않아서였고.

하지만 한세연은 한성가에서 그 누 구보다 ‘욕심’을 진하게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둘이 한성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 하는 것은 한성가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

이다.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도 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지? 내 고 민이 무엇인지 알고?”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느낀 한세진 부회장은 회장 님의 잔인한 면을 많이 물려받았습니다.”

내 말이 갑작스럽게 들렸올까? 한 대현이 두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자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

가?”

“한세진 부회장이, 한세연 본부장 님을 해치지 않을까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닙니까?”

내 말에 한대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정의 변화는 없지만 동요하고 있다는 것쯤은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저는 압니다. 회장님께서 세상을 뜨면 한세진 부회장이 한세연 씨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한대현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별다른 반웅을 보이지 않았다.

“대대로 한성가의 사람들은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될 인물들을 가만두 지 않았으니까요.”

이건 나만 아는 정보가 아닌, 실제 이 세계의 역사에 쓰여있는 내용이 다.

나는 한대현에게 말했다.

“제가 책임지고 한세연 씨를 지켜 드리겠습니다. 저를 못 믿겠다면 피 의 맹세도 해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부탁이 있..

그때 였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나는 말을 멈추고는 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세연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