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금요일 저녁 8시.
태백산 근처의 몬스터 필드, ‘악마 의 숲’.
파아아앗一!
바닥에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6개의 거대한 나무줄기가 솟구치듯 소환되 었다.
나무줄기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목표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끼에엑!
B등급 몬스터, ‘녹색 숲 악마’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나무줄기를 보고는 헐레벌떡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의 앞에 새로운 나무줄기가 소 환되더니 앞길을 막았다.
길이 막히자 녹색 숲 악마는 당황 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나무줄기는 녀석 의 발을 묶었고 어느새 녀석의 몸
전체가 나무줄기에 묶이며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끼엑! 끼에엑!
공포에 질린 녹색 숲 악마는 자신 의 몸을 조여오는 나무줄기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천년삼’을 섭취하고 강화 된 그레텔의 나무줄기는 녀석의 몸 을 더 강하게 조여올 뿐이었다.
“……오. 대박.”
나는 나무줄기에 온몸이 묶인 녹색 숲 악마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속박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그레텔의 나무줄기는 전보다 더 단 단해졌고, 줄기 하나하나에 정교한 움직임 역시 가능해 이 정도면 웬만 한 속박계 마법보다 뛰어난 수준이 었다.
“그레텔, 대단한데?”
“응애.”
그레텔이 나를 바라보며 귀엽게 웃 었다.
그 모습을 따라 나도 미소를 지었다.
S등급 영약인 천년삼 섭취가 확실 히 그레텔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그레텔을 소 환해 함께 전투를 치뤄도 괜찮을 정 도.
물론 김진우의 신분으로밖에 그레 텔을 소환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 만, 그래도 내게 큰 힘이 되어줄 것 은 분명하다.
영약을 양보한 보람이 있구만.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해 그대로 온몸이 묶인 녹색 숲 악마의 머리를 터트렸다.
[소환자와의 협동 전투로 B등급 몬 스터, ‘녹색 숲 악마’를 처치했습니
다.]
[‘불멸의 마계수 그레텔’의 능력치 가 소폭 상승합니다.]
[‘불멸의 마계수 그레텔’이 기쁨을 느낍니다.]
[‘신비한 마계수 열매어???)’에 좋은 에너지가 담깁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다가 그 레텔에게 시선올 돌렸다.
머리 위에 새롭게 생겨난 작은 황 금색의 열매.
그것을 보며 꿀꺽 입맛을 다셨다.
저 열매에 어떤 효과가 담겨있는지 는 알 수 없지만, ‘열매 생성’의 등 급이 올랐으니 분명 효과도 상승했 올 것이다.
과연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아, 빨리 먹어보고 싶다.
“......웅애?”
그때 그레텔이 열매를 노리는 살기 (?)를 느꼈는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서둘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시치미를 뗐다.
그러고서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8시 5분.
슬슬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레텔의 능력은 확인했으니 이만
약속 장소로 이동해볼까.
“그레텔, 수고했어. 집에 들어가서
쉬어.”
“응애.”
곧바로 소환 해제를 했다.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그레텔의 모 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손을 탁탁 털고는 산 아래로 내려 왔다.
“선우야!”
장소에 도착하자 오늘의 약속 상 대, 윤하영이 밝게 웃으며 나를 반 겼다.
교복을 입은 걸 보아하니 교내 활 동을 마치고 곧바로 온 모양이다.
“웬일이야? 갑자기 밖에서 만나자 하고.”
윤하영이 웃으며 물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멸마의 힘 얼마나 연습했나 확인하고 싶어서.”
원작의 사건이 앞당겨지고 있는 지 금, 숨어 있던 마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생겼다.
게다가 원작에서 기폭제가 되었던 한성가 ‘남매의 난’이 시작되었으니 그에 맞춰 윤하영의 힘을 키울 필요 가 있었고.
“멸마의 힘? 흐음 그건 상관없는 데, 어디서 확인하게? 악마형 몬스 터한테만 먹히잖아.”
“여기서 확인해야지. 여기에 ‘악마 의 숲’이 있거든.”
“악마의 숲? 아! 태백산에 그런 게 있다고 듣긴 했던 거 같아.”
“웅, 아까 슬쩍 둘러보는데 악마형 몬스터가 보이긴 하더라고.”
“그래? 신기하네.”
윤하영이 내 뒤의 산 위를 바라보 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렇게 나와 윤하영은 악마의 숲을 향해 산을 올랐다.
악마 몬스터를 마주치기 위해서는 꽤 깊숙이 들어가야 하기에 15분가 량을 걸었다.
그때 윤하영이 나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
“선우야. 근데 중간시험은 준비하 고 있어?”
중간시험?
내 기억에 의하면 이번 중간시험에
서 특별한 사건 같은 건 일어나지는 않는다.
거기다 성무제도 끝나서 굳이 전처 럼 성적에 목맬 필요도 없고.
물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만, 그 계기가 없다 보니 조금 은 편안한 상태이다.
“따로 준비하진 않아.”
“오~ 역시 성무제 MVP. 자신 있 나 보네?”
그 속뜻을 모르는 윤하영이 내 말 을 다르게 해석한 모양이다.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크으으으
그때 숲 어디선가 악마의 울음소리 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잔뜩 긴장한 윤하영이 걸음을 멈추 고는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끼에엑!
동시에 울음소리와 함께 숲 악마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도 산만한 것이 못해도 A등급 은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반격하려는 찰나, 내 등 뒤에서 새하얀 빛의 에너지가 녀석을 향 해 쏘아졌다.
파。}아앙——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뭐야?
방금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던 몬스 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A둥급 몬스터답지 않은 허무한 최 후였다.
“와. 뭐야?”
놀라서 뒤를 돌았다.
몇 달 사이에 멸마의 힘이 훨씬 강해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성장이었다.
윤하영은 나를 바라보더니 씨익 미 소를 지었다.
“선우야. 나 많이 늘었지?”
한편, 강원도 어딘가에 숨겨진 한 세진의 별장.
엘린은 굳은 얼굴로 별장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오늘 저녁, 한세진의 호위를 전담 하는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운 토벌을 위해 녀석의 밑으로
들어왔지만, 한성가가 소유한 일족 의 비전 마법서, ‘룬의 서’를 빌미로 협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녀석의 수 발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엘린에게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앞으로 2년 반.
계약 기간만 지나면 한성가로부터 일족의 비전서를 돌려받을 수 있으 니까.
그리고 비전서를 통해 ‘룬의 속박’ 만 제대로 익히게 된다면 자운이든
한성가든 세상에 복수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룬의 속박을 배운다 한들, 두 세력 을 어쩌지는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
확실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 과 뜻이 맞는 동료들이 필요하겠지.
“종사님은 뭐 하고 지내시려나?”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자신의 앞에서 룬의 속박을 시전하 던 일족의 종사님.
아마 일족의 복수를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실 터.
이미 자운의 멤버 하나를 처치하셨 을 정도면 그분의 주변에는 자신과 다르게 믿을 수 있는 동료들도 잔뜩 있을 게 분명하다.
“……나도 거두어주시지.”
에휴. 한숨이 나왔다.
그분께 직접 룬의 속박을 배울 수 있다면 한성가 밑에서 이런 개고생 은 안 해도 될 텐데.
왜 나를 거두어주시지 않은 걸까?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 걸까?
엘린은 아쉬움을 느끼며 복도의 끝, 한세진의 방문에 도착했다.
그렇게 방문을 두들기려는 그때.
—너무 걱정이 많으신 거 아닙니 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한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세진 부회장, 우리가 당신에게 투자한 게 얼마인지 알고 하는 소리 야?
—압니다. 그리고 걱정마시죠. 한성 그룹은 반드시 제 손에 들어옵니다.
—됐어. 한세연 건은 우리가 알아 서 처리하지. 어차피 당신과 한세연 사이에 혈육의 정 같은 건 없을 테 니 반대하진 않겠지?
—……그건 크게 상관없습니다만, 너무 헛된 짓을 벌이면 아버지께서 눈치채실 수도 있습니다.
—그건 내 알아서 하지.
끼이익.
문이 열리더니 차가운 인상의 남성이 밖으로 나왔다.
남성은 문 앞에서 있는 엘린을
발견하고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엘린 역시 침착한 얼굴로 남성의 시선을 마주했다.
남성은 획 고개를 돌리더니 복도로 빠져나왔다.
엘린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 았다.
불길한 마력. ‘룬의 일족’의 피에 흐르는 특별한 마력 감지 능력이 저 남성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을 깨닫게 해주었다.
‘……저거 설마 마인인가?’
시간은 빠르게 홀러 토요일 저녁 8시.
한세연과의 술자리를 약속한 날이 찾아왔다.
장소는 서울 외곽지역의 인적 없는 작은 술집.
사람들의 시선이 끌리는 걸 원하지 않은 한세연이 직접 고른 곳이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술집은 아니고, 나름 호화로운 룸까지 존재했다. 방 음도 완벽한 거 같고.
“그래서 던전에 매장된 광석을 발 견하고 회사를 차렸다는 거죠?”
그렇게 도착한 술집에서 한세연과 나는 최근 근황을 이야기했다.
한세연은 한대현과 한세진과 있었 던 일을, 나는 따를 차리게 된 경 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했던 일들이 우연이라 치부할 만한 것들뿐이라 한세연은 술자리 내내 놀라는 반웅을 보였다.
“진우 씨한테만 그런 우연들이 벌 어지는 게 신기한 거 같아요.”
“그러게요.”
모르는 척 작게 웃었다.
“아니, 진짜로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촉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근데 또 아는 건 많으시잖아요. 이상할 정도로……
대답 대신 술잔을 홀짝였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쭉쭉 넘어 간다. 좋다. 좋아. 고급술은 언제 마 셔도 다르구나.
“……진짜로 궁금해요. 뭐 하는 사 람인지.”
한세연이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나는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작게 웃어주었다.
“근데 한세연 씨.”
“네?”
“혹시 요즘 수상한 일은 없습니 까?”
“수상한 일이요?”
“네, 예를 들면 미행이라던가. 감시 라던가.”
내 물음에 한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그건 왜요?”
“명색의 회장 후보인데 그런 일이 생길 법도 하잖아요. 또 어떤 미친 인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
르고.”
이건 원작에서 있었던 마인의 개입 을 우려해서 한 말이었다.
한세진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목적 을 달성하기 위해 마인과 거래를 하 던 인물이었으니까.
“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 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심해야겠다 는 생각은 드네요.”
한세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 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가지를 챙겼다.
“자, 슬슬 나갈까요? 너무 과음하
는 것도 좋지 않으니.”
“그래요. 서로 중요한 시기니까.”
그렇게 나와 한세연은 술집 밖으로 나왔다.
찬 밤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적당 한 취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더 마시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시 기가 시기인 만큼 서로서로 조심해 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원작처럼 마인이 기습이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슬쩍 고개를 돌리니 한세연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저러는 거겠지.
“그러면 여기서 이만……
그때 였다.
오싹한 기운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의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살기. 아마 숫자는 셋…….
“……진우 씨?”
갑작스럽게 내 표정이 굳자 한세연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서둘러 마력을 끌어올렸다.
언제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 졌다.
위치는 인근의 건물 옥상.
그때 마법 에너지가 한세연을 향해 쏘아졌다.
나는 빠르게 한세연의 앞으로 다가 가 작게 장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 었다.
콰아아앙!
살기를 눈치챈 덕에 기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옥상을 바라보니 한 인간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인물 간파를 사용 하니 상대는 마인.
그렇다는 건 녀석의 정체는 한세진 과 거래를 하는 마인의 수하 중 하 나일 터.
나는 서둘러 마법 구체를 구현해 녀석을 향해 방출했다.
파아아앙一!
“끄아악!”
비명이 들렸다.
마법이 제대로 적중한 모양이다. 이런 가벼운 마법에 당한 것으로 보 아 그렇게 강한 녀석은 아닌 것 같 다.
문제는 두 녀석이 더 남아 있다는 건데…….
“……지, 진우 씨?”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당황한 한 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러곤 급히 경호를 부르려는 듯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렇게 어딘가 에 연락을 하려던 그녀가 스마트 폰 화면을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이에요?”
내 물음에 한세연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대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