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마법사관학교의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5시.
베르트는 인피면구로 정체를 숨긴 채 한국 마법사관학교 근처 길목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과를 마쳤다는 기쁨에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좋을 때다.”
조용히 중얼거리고서는 오늘의 약 속 상대의 얼굴을 찾았다.
하지만 계속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다.
약속 시간까지 2분 남았는데 얘는 대체 언제 오는 거지?
피의 맹세가 걸려있는 이상 도망치 지는 않을 텐데.
그렇게 걱정을 느끼고 있을 때.
“저기요.”
뒤에서 작은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 가 들려왔다.
베르트는 뒤를 돌았다. 익숙한 얼
굴이 보였다.
“……김선우?”
상대는 다름 아닌 오늘의 약속 상 대, 김선우였다.
“뭐야. 나인 거 어떻게 알았어?”
이번에는 목소리도 안 들려줬고, 외형도 완전 다른 얼굴로 바꿔서 알 아볼 수 없었을 텐데.
그러자 김선우는 별거 아니라는 둣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서 가장 수상해 보이는 사람 중 한 명 찍었는데 맞춘 거야.”
베르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고 뭐라 반박할 순 없었다.
특수 마도구를 가진 게 아니면 인 피면구 속에 가려진 얼굴을 알아내 는 건 불가능하니까.
“……촉이 좋네.”
“됐고, 사람도 많으니 장소부터 옮 기자.”
김선우가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앞 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베르트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 보다가 뒤를 따랐다.
김선우가 이동한 곳은 근처의 인적
이 드문 작은 골목길이었다.
어젯밤에 만났던 골목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자, 받아. 덕분에 잘 썼어.”
김선우가 [마나의 핵]을 넘겼다.
베르트는 그것을 받고는 혹시 가품 이 아닐까 했지만, 구슬 속에서 느 껴지는 깊은 마나를 느꼈다.
동시에 느껴지는 어마무시한 마나.
확실한 진품이다.
“이것으로 계약 종료 맞지?”
김선우의 물음에 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선우는 그녀를 보고는 자신의 팔 뚝에 새겨진 ‘피의 맹세’를 지웠다.
베르트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마나의 핵은 대체 어디다 쓴 거 야?”
“말했잖아. 몰라도 된다고.”
또 저 반응이다. 아직 성인도 안 된 녀석이 뭔 비밀이 그리 많은 것 인지 모르겠다.
마나의 핵을 사용할 정도면 보통 비밀은 아닐 텐데.
진짜 얘 정체가 뭐지?
“너 19살은 맞아?”
“19살이 아닌데 마법사관학교를 어떻게 다녀.”
“……뭔가 애 늙은이 같은 게 급식 먹을 나이는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아! 혹시 회귀자같은 건가?”
베르트가 농담 삼아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김선우가 정색했다.
“회귀자는 무슨……
“농담한 거 가지고 뭘 그리 정색 해?”
김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쯧. 베르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이지 재미없는 녀석이다.
주변에 워낙 독특한 성격을 가진 녀석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낀 걸 수 도 있고.
베르트는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0 분.
슬슬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러 갈 때다.
“……바쁘니 이만 가본다. 김선우, 다음에 보자.”
베르트가 뒤를 돌아 걸었다.
“베르트.”
그때 김선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베르트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왜?”
김선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말한 소원권 지금 사용하 려고.”
소원권을 지금?
“무슨 소원인데?”
“너희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 알려 줘. 또 무엇을 찾는지도.”
……우리의 진짜 목적.
우리의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그 분’을 다시 뵙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을 다시 뵙는 것이 진짜 목적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그분’의 목적.
그리고 ‘그분’의 목적은 단순한 부 활이나 불사 따위가 아니다.
아마 더 큰 뜻이 있을 터.
우리가 ‘그분’의 진정한 목적을 알 기 위해서는 ‘그분’이 남기신 네 번 째 일지를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한데 그건 말 못 해. 다른 소 원을 빌어.”
김선우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그럼 소원권은 다음에 쓴 다.”
베르트와 헤어지고 나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 다.
저번 성무제에서 베르트가 동료들 에게 했던 말.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실이 담긴 그분의 네 번째 일지를 찾는 거야.’
이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진천우의 네 번째 일지는 원작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자운에게는 원작에서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목적이 있다 는 이야기인데.
이게 혹시 이서준의 죽음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쯔 ”
하지만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
혹시 소원권으로 그 목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는 역시나.
“ 에휴.”
아쉬움을 한숨으로 털어내고는 품 안에서 성무제 학교 우승 상품으로 받은 천년삼을 꺼냈다.
[천년삼 (S)]
분류 : 영약
설명 : 섭취 시, 마력과 마력 제어 숙련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 등급에 따라 상승 폭이 달 라집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과연 이걸 섭취함으로써 마력과, 마력 제어술의 숙련도가 얼마나 상 승할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빨리 먹어야지.
그렇게 천년삼을 입에 넣으려는 그 때.
“응애.”
그레텔이 내게 다가왔다.
마치 놀아달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레텔 지금 할 일이 있어서 이따 가 놀아줄게.”
그레텔은 고개를 저었다.
놀아달라는 의미가 아닌 모양이다. 그럼 뭐지?
그때 그레텔의 시선이 천년삼에 향 해있는 것을 보았다.
“……이거 갖고 싶다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인다.
얘가 무언가를 탐하는 성격은 아닌 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요 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레텔, 미안한데 이게 엄청 귀한 거거든?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줄게.”
“응애! 응애!”
그러자 그레텔이 아이처럼 떼를 쓴 다. 방방 뛰면서 아주 난리다.
얘가 진짜 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당황했다.
나는 그레텔에게 시선을 맞췄다.
“그레텔, 떼쓰지 말고 왜 갖고 싶
은지 이유를 알려줘야지.”
“웅애.”
응애 거리면 뭐라는지 모른다고.
어쩔 수 없이 하나하나 물어보기로 했다.
“그레텔 네가 먹으려고 달라는 거 야?”
그레텔이 당당한 얼굴로 고개를 끄 덕인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나무가 삼을 먹겠다고?
“그레텔, 그거 동족 포식이야.”
“응애.”
그레텔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었다.
야채 같은 건 죽어도 안 먹고 항 상 고기류만 먹어던 애가 왜 저러 지.
“배고파서 먹고 싶은 거야?”
그레텔이 고개를 저었다.
“맛있어 보여서?”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 흐음......
아무래도 단순한 식욕 때문에 저러 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천년삼에 담긴 마력 때문인가?
“천년삼에 담긴 마력이 갖고 싶어 서 그래?”
“응애. 응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년삼이 그레텔에게 어떤 큰 도움 을 주는 효과를 지닌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불가능할 건 없다. 그 레텔에게 동족 포식(?)을 하면 더 강해지는 특성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거기다 그레텔은 머리에서 영약을
생성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천년삼을 섭취함으로써 전 보다 더 뛰어난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쩔 수 없네. 알았어. 양보할 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그리고 영약이라는 게, 먹으면 먹 을수록 내성이 생기고 그에 대한 효 율이 떨어진다.
지난 1년간 꽤 많은 영약을 섭취 했으니 슬슬 효력이 떨어질 때가 되 기도 했다.
“응애!”
천년삼을 넘기자 그레텔이 눈을 반 짝이며 받았다.
기분 좋은 듯 몸을 덩실덩실 혼들 더니 한입에 삼켰다.
우물우물…….
꿀꺽.
그 순간, 그레텔의 몸에서 강한 마력이 뿜어졌다.
“……어? 뭐야?”
우우웅…….
그레텔의 몸이 성장하듯 점차 커지 기 시작했다.
2살 어린 아이 정도의 크기에서
내 허리까지 올 만큼 몸이 커져 버 렸다.
10살 아이 정도의 크기라고 해야 할까?
[‘계약 소환수 성장’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이 큰 성장을 했습니다.]
[소환수의 고유 특성 등급이 상숭
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그레텔의 고유 특성 등급이 상승했 다고?
곧바로 그레텔의 상태창을 열었다.
[정보]
이름 :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
종족 : 마계수
[능력치]
체력 : 22
근력 : 14
마력 : 62
속도 : 33
순발력 : 62
손재주 : 8
►고유 특성
[불멸의 마계수(SSS)] [나무 소환
(A) ] [소환 제어술(A)] [신체 변화
(B) ] [열매 생성(S)]
“ 대박.”
그레텔의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크 게 상승했다.
고유 특성은 SSS등급인 불멸의 마 계수를 제외하고는 등급이 모두 1, 2단계 상승했다.
특히 영약 생성을 담당하는 [열매 생성]이 A등급에서 S등급으로 상승 했다.
즉 그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그레텔이 만들어내는 영약의 질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 다.
“와……
나는 신기한 눈으로 그레텔을 바라 보았다.
어린이(?)가 된 그레텔은 명상을 하는 수도승처럼 눈을 감은 채 가만 히 서 있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성장한 그레텔의 모습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기쁘면서도 뭔가 섭섭한 기분.
원래 알던 작고 귀여운 그레텔의 모습은 앞으로 볼 수 없는 건가?
그때 였다.
우우웅!
그레텔의 몸에서 다시 강한 빛이 뿜어졌다.
빛이 사라지자 그레텔의 몸은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웅애......
그레텔은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성장 때문일까? 그 대로 기절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레텔의 느껴지던 엄청나
게 강한 마력은 여전했다.
마력의 성장은 이루어졌으나, 몸의 크기만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흐뭇한 미소로 그레텔의 머리 를 쓰다듬고는 작은 담요로 그레텔 의 몸을 덮어주었다.
조만간 그레텔이 얼마나 강해졌는 지 몬스터 필드에 가봐야겠다.
저녁 8시.
그레텔을 재워놓고는 기숙사 밖으
로 나왔다.
그리고는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김 진우로 행색을 바꾸었다.
이서준의 검 의뢰와 관련하여 할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한성가의 일로 준비해야 할 것도 있 었고.
그렇게 포탈을 타고 이동해 목적지 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장소는 이번에 ‘신철 공방’ 건물 옆에 새로 세운 JWK의 본사 건물이었다.
“......오.”
목적지에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감
탄이 나왔다.
건물의 외형이 제법 그럴싸하다. 아직 회사 규모가 작기에 호화롭다 거나 웅장한 느낌은 없었지만 ‘회 사’라는 느낌은 충분히 들었다.
“진우 님!”
안으로 들어서자 양태민이 나를 반 겼다.
“양 대표님, 2주만인가요? 잘 지내 셨습니까?”
“저야 바쁘게 잘 지냈죠. 하하!”
양태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를 따라 작게 웃으며 사무
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럴싸한 내부를 바라보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신철 공방이 마법사들 사이 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하. 네, 그것 때문에 의뢰가 늘 어서 요즘 너무 바쁩니다. 공방 직 원들도 전보다 두 배 늘렸고요.”
“지금 의뢰가 얼마나 밀렸나요?”
“21개 정도입니다. 중요 의뢰가 아 니면 직원들이 제작하고 제가 중간 중간 손봐주며 완성하는 식으로 진 행하고 있습니다!”
21 개라고?
무구를 제작하는데 최소 2주의 시 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일이 밀렸다.
물론 양태민이 공방의 모든 무구를 제작하는 건 아니기에 이서준의 무 기 완성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 진 않을 테지만.
나는 책상 위에 올려진 공방 의뢰 서류를 살폈다.
이서준이 보낸 메시지에 의하면 오 늘 공방에 의뢰를 넣었다고 했다.
아마 여기에 이서준의 의뢰 내역서 도 있을 텐데.
그렇게 서류를 살피던 때.
똑똑.
사무실의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양태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나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가 들렸다.
“......어?”
양태민이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놀라서 얼어붙 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그 자 리에서 있었다.
“……진우 씨?”
바로 한세연이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