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늦은 밤.
뒤늦게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소파 에 앉아 [능력 조건 변경권]을 확인 하고 있었다.
“흐음…… 어디까지 변경되려나.”
아마 내 생각에는 능력의 조건을 완전히 내 마음대로 바꿀 순 없을 것 같다.
[능력 조건 변경권]은 어디까지나 능력의 조건을 변경하는 티켓이지
새로운 특성을 창조하는 티켓이 아 니니까.
그래도 그 조건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는 알아봐야겠다
능력 변경을 확인한다고 해서 변경 권이 소멸되는 것도 아니니.
[‘능력 조건 변경권으???)’을 사용하 시겠습니까?]
니다.]
[조건 변경을 원하는 능력을 선택 하십시오.]
[조건 변경은 능력의 ‘등급’에 따라 효과의 효율이 달라집니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가장 무 난한 ‘순간 가속’을 선택했다.
내가 가진 특성 중 가장 직관적이 니까.
[순간 가속(B)]
마력을 사용하여 2초간 순간 가속 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분
[‘순간 가속(B)’을 선택했습니다.]
[‘순간 가속(B)’의 능력 조건을 변 경할 수 있습니다. 변경 가능한 조 건은 ‘재사용 대기시간 : 3분’입니다.]
순간 가속의 제약은 재사용 대기시 간 3분.
3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속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때가 많 다.
만약 이걸 5초로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재사용 대기시간 : 3분 -> 5초]
[변경된 조건의 특성을 확인합니
다.]
[순간 가속(B)]
마력을 사용하여 0.06초간 순간 가
속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5초
눈앞에 떠오른 변경된 순간 가속의 효과를 보고는 벙쪘다.
“……0.06초? 장난해?”
곧바로 취소했다.
이런 쓰레기를 봤나.
재사용 대기시간이 5초로 줄어든다 해도 지속시간이 0.06초면 아무 의 미가 없다.
사용하자마자 순간 가속이 풀릴 테 니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 겠네.”
조건에 따라 능력이 바뀐다고 했으 니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실망스러 운 건 어쩔 수 없다.
“ 흐음......
그럼 재사용 대기시간을 잔뜩 늘려 볼까?
그렇게 흔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
었다.
재사용 시간을 늘려버린다면 순간 가속에 소모되는 마나량이 감당 안 될 거 같다.
고작 2초를 사용하는 데에도 엄청 난 마나가 소모되니까.
역시 이건 됐고.
다음 실험을 해보자.
완전히 새로운 조건을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
[재사용 대기시간 : 3분 -〉보름 달이 뜬 날 발동]
별생각 없이 조건을 바꿔보았다.
가장 최근에 본 특성이 ‘달의 가 호’여서 그냥 한번 해봤다.
과연 될까?
[해당 조건은 ‘순간 가속’과 연관성 이 없어 변경할 수 없습니다.]
“……뭐야. 안 되네.”
조건과 능력에 연관성이 없으면 새 로운 제약을 추가할 수 없는 모양이 다.
기존 능력의 컨셉과 근본은 지키라 는 의미다.
“흐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 다.
능력의 이름이 ‘달의 가호’인데 태 양이 뜬 날 발동. 이렇게 바꿀 수 있다면 그것도 웃기긴 하니까.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재사용 대기시간 : 3분 -〉전력 질주 중에 발동]
전력 질주 중에 발동.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 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에 찬 눈으로 눈앞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해당 조건과 ‘순간 가속’의 연관성 을 발견했습니다.]
“어? 된 건가?”
[변경된 조건의 특성을 확인합니다.]
[순간 가속 (B)
전력 질주 시, 마력을 소모하여 60%의 추가 속도를 얻습니다.
조건 자체를 바꾸자 효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속시간이 사라진 대신 60%의 추가 속도로 바뀐 것이다.
60%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
만 지금의 경우 내 움직임이 5배
이상 빨라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 금은 애매하다 느껴졌다.
지속시간이 사라진 건 확실히 큰 메리트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도 변경이 되긴 하는 구나.”
이제야 [능력 조건 변경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왔다.
순간 가속이 B등급 특성이라 변경 효율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SS둥 급 능력에 사용하면 더 좋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능력 조건 변경권을 취소합니다.]
“……포인트는 언제 모으냐.”
나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지금 가진 특성 중에 조건을 바꾸 고 싶은 특성은 없었다.
역시 [능력 조건 변경권]은 포인트 를 모아 새로 구입할 능력에 사용하 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등급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했으 니 이왕이면 SS등급으로.
그렇게 소파에 누워 고민하는데 가 벼운 무언가가 내 배 위에 올라왔다.
“응애.”
졸린 둣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레 텔이 었다.
잠든 도중 내 인기척을 느끼고 잠 에서 깬 모양이다.
“깼어?”
내 물음에 그레텔이 작게 끄덕이더 니 내 배 위에서 다시 잠들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의 딱딱 한 등을 쓰다듬었다.
이러고 있으니 심신의 안정이 느껴 진다.
앞으로 이런 평화로운 날만 있으면
좋겠네.
그러다 문득 오늘 차원 관측으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미래의 사건을 아는 듯 행동한 김 창현.
원작보다 훨씬 강해진 악룡.
그리고 악룡이 말한 자유를 쫓고 있다는 진천우.
이들 사이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 가 얽혀있는 듯 보인다.
특히 악룡이 이서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악룡은 진천우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서준을 죽인 목적 이 진천우와 연관된 거 같은데.
어찌 됐든 차원 관측을 통해 앞으 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바로 이서준의 생존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악룡을 처치하는 것.
하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녀석의 강함은 내 상상을 초월했으 니까.
거기다 ‘관측의 악마’의 말에 의하 면 미래의 사건은 점점 앞으로 당겨 질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즉, 당장 내일이라도 악룡 이 도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내 이서준을 죽여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 이란 얘기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나로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악룡을 토벌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계획이 있다.
JWK를 차린 것도, 다리아를 구한 것도. 모두 그 계획의 일부 중 하나 였다.
……바로 나만의 세력을 구축하는
것.
성무제가 시작하고 일주일하고도 2 일이 지났다.
등교하기에 아직 이른 오전 7시라 는 시간에 나는 마법사관학교의 둥 굣길을 걷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오늘 오전에 성무제 의 우승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기 때 문이다.
그 이유로 성무제 참가 학생이자 우승자인 나는 행사 시작 전 리허설
을 위해 더 일찍 등교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대강당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자 커다란 현수막이 보였다.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자랑 김선 우, 이서준 학생의 성무제 우승을 축하합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자랑.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김선우!”
그때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마주치네.”
이서준이 실실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눈앞의 현수막 을 바라본다.
“현수막 걸렸네?”
이서준의 반웅은 덤덤했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아온 그에게는 이런 상황이 일상이겠지.
나는 그런 이서준의 얼굴을 물끄러 미 바라봤다.
어제 차원 관측으로 보았던 이서준 의 죽는 모습이 겹쳐 보였다.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맞다. 오늘 성무제 우승 축하식 끝나고 우승 상품 준다던데 알고 있 지?”
이서준이 물었다.
“ 알아.”
어제 잠들기 전부터 기대하던 것이 었다.
오늘 주어지게 될 우승 상품은 이 전에 예고했듯, s등급 최고급 영약 인 천년삼과 우승 상금 10억.
주식과 사업 등으로 큰돈을 벌게 되면서 상금은 크게 와닿지 않았지 만, S등급 영약은 다르다.
영약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을 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s등급의 영약이라면 더더 욱.
그렇게 우리는 대강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단상 위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 시상식을 위해 찾아온 협회 사람들인 모양이다.
그때 단상 아래에서 수다를 떠드는 무리를 발견했다.
신영준, 유아라, 은설아, 최서윤, 이현주 등등...
함께 성무제에 참가했던 동료들이 었다.
“김선우랑 이서준 늦네.”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서준은 늦잠 자서 지금 오고 있 다고 하더라고. 김선우는…… 뭐, 걔 도 알아서 잘 오겠지.”
“제가 연락해볼까요?”
신영준의 말에 최서윤이 물었다.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이현주의 시 선이 나와 이서준을 향했다.
“저기 주인공 왔다.”
리허설을 마치고 9시가 되자 본격 적인 축하 행사가 시작되었다.
작게 시작할 것이라 했던 축하 행 사는, 학교 측의 예상과 다르게 각 국의 기자들이 모여 소란스러운 분 위기가 되었다.
어찌 됐든 대표 학생이자 성무제 MVP인 나와 이서준의 수상 소감과 함께 행사가 모두 끝이 났다.
“으~ 드디어 끝났다.”
단상에 내려오자 최서윤이 기지개 를 켰다.
다른 참가 학생들은 각자 손에 들 린 천년삼을 바라보며 설렘에 찬 표 정을 지었다.
나 역시 손에 들린 천년삼올 바라 봤다.
[천년삼 (S)]
분류 : 영약
설명 : 섭취 시, 마력과 마력 제어
술 숙련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 둥급에 따라 상숭 폭이 달라집니다.
S등급 영약답게 특이한 효과를 지 니고 있었다.
마나 제어 능력 상승.
지금까지 먹던 영약은 전부 능력치 와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번 영약은 제어와 관련되어 있었다.
신영준은 손에 들린 천년삼을 쥐고 기분 좋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야〜 김선우 고맙다〜 성무제 첫 시험에서 광탈했는데 덕분에 공짜로 영약 받았네?”
나는 신영준의 손을 치우곤 물었다.
“근데 너는 뭐 하다가 광탈한거 냐?”
갑자기 궁금해졌다. 원작에서 신영 준은 성무제에서 꽤 오래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1차 시험에서 광탈한 걸까?
혹시 여기에도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내 물음에 신영준은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아 그거? 중국 팀이랑 5대1로 싸 우다가……
별 이유는 없던 거 같다.
그리고 5대1로 패기롭게 싸우다가 패배하는 건 내가 아는 신영준이라 면 충분히 가능할 만한 전개라 납득 됐다.
“근데 갑자기 10억이라는 큰돈이 생기니 기분이 이상하네. 이 돈을 어디다 쓰지.”
“검이나 사. 지금 쓰는 거 한 4년 썼잖아.”
신영준의 말에 이서준이 생각에 잠 겼다.
“……확실히 오래 쓰긴 했지. 그리 고 요즘 얘가 내 마력을 못 버티더 라고.”
이서준이 허리 춤의 검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이서준이 사용하는 검은 C등급에 평범한 강철 검이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치고는 상 당히 초라하지만, 김진철 회장에게 어릴 적부터 무기에 의존하면 안 된
다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그렇다.
“그래, 검이나 사. 괜찮은 공방 하 나 알고 있는데 추천해줄까?”
“공방?”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시선을 마주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신철 공방이라고 괜찮은 곳 있거 든. 그, 가끔 기사에 뜨는 JWK 알 지? 거기 계열사야.”
“아, 신철 공방 거기 알아. 요즘 핫하지.”
신영준이 끼어들었다.
예상 못 한 말이었기에 조금 의아
함을 느꼈다.
핫하다고?
“거기 가격 대비 품질 좋기로 소문 난 곳이잖아. 강화계 마법사들 사이 에서는 요즘 입소문 타고 있는데.”
“……그러냐?”
내 물음에 신영준이 눈을 찌푸렸다.
“네가 추천해놓고 그 반웅이 뭐 냐?”
“아니, 내가 알던 때는 그렇게 유 명하진 않아서.”
몰랐다. 유명해질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이야.
양태민이 워낙 혼자 잘하다 보니 회사 일에 무심했다.
반성해야지.
“……아무튼 거기 괜찮으니까 한번 의뢰 맡겨봐. 혹시 알아? 네 의뢰로 엄청난 명검이 탄생할지.”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말할 정도면 한번 맡겨봐야겠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