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3화 (242/535)

243화

김창현이 내뱉은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이번 생은 망했다니.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물론 김창현의 저 말이, 계획한 일 이 잘못되었을 때 습관처럼 내뱉는 말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는 그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했었 으니까.

하지만 김창현에게서 수상함을 느 끼던 나에게는 저 말이 다른 의미로 들렸다.

마치 다음 생이 있다는 것처럼 들 렸기 때문이다.

그때 김창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데.”

이어지는 괴로운 한숨.

마치 앞으로 이어질 사건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김창현이 보였던 수상했던 행동들.

마치 나를 이미 알고 있는 둣한 말투.

신비가 김창현을 보고 말했던 ‘흔 돈’의 의미.

그리고 현재, 악룡의 출현을 예상 했다는 듯 대기하는 모습까지.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생각하자 머 릿속에 김창현의 정체로 의심되는 것이 떠올랐다.

“……설마 회귀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상황이 딱딱 들어맞는다.

애초에 회귀의 가능성은 이 세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이론이기 도 하니까.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는데 김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적으로 다음에는 달라지 겠지.”

김창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론 가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사라지 는 김창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뒤를 쫓고 싶었지만 이제 이서준과 악룡의 전투가 치러질 시간이었다.

늦기 전에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나는 김창현에 대한 의문을 뒤로한 채 원래의 장소로 돌아갔다.

콰아아아앙一!

사건의 장소로 돌아오자마자 무너 지는 건물이 보였다.

하늘을 휘젓던 악룡은, 입에서 검 은 마나의 브레스를 쏘아내며 지상 을 불태웠다.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들에

휩쓸리며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출동한 협회의 마법사들이 악룡을 막아내려 했지만, 그들의 수준으로 는 악룡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눈이 찌푸려지는 끔찍한 현장.

눈앞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과 마법사가 죽어가고 있었다.

“……뭐 이리 강해?”

악룡이 가진 힘이 강하다는 것은 원작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악룡의 강함 은 텍스트로 보며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아니, 적어도 원작에서는 협회의 마법사들이 악룡에게 어느 정도 피 해를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악룡이 그들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순간 협회의 마법사들도 전의 를 잃었는지 공격을 멈추고는 두려 운 눈으로 악룡을 올려보았다.

악룡은 거대한 날개로 날갯짓하며 협회의 마법사들을 내려보았다.

[인간들이여. 너희들의 하찮은 마 법으로 이 몸을 막을 수 있다 생각 하는 건가?]

악룡의 말,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 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전의를 완벽히 상실한 것이다.

“……저건 못 이겨.”

당장 달려가서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는 무력감에 손끝이 떨렸다.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때.

멀리서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 졌다.

악룡도 이를 감지한 듯, 고개를 돌 려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 을 돌렸다.

멀리서 빛의 검을 쥔 한 남성이 굳은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잘 생긴 외모.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저 남성의 정체는 25살의

이서준이었다.

이서준은 생지옥이 된 주변의 풍경 을 보고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다.]

이서준을 바라보던 악룡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악룡의 말을 들으며 의문을 느꼈다.

원작에 따르면 이날 있었던 악룡과 이서준의 만남은 우연이나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지금 악룡의 말은 마치 이 곳에 이서준이 올 것을 알았다는 둣 한 뉘앙스가 있었다.

그때 주변을 둘러보던 이서준이 굳 은 얼굴로 물었다.

“……나를 기다렸다고?”

[그렇다. 오랜 시간 이날만을 기다 렸다. 이서준, 너를 만나기 위해.]

검을 쥔 이서준의 손이 살짝 떨렸다.

“……고작 나를 만나기 위해 이 많 은 사람을 죽인 거라고?”

[죽은 자들에게 마음 쓰는 건가? 신경 쓸 필요 없다. 어차피 너와의 만남에 휩쓸려 죽을 운명이었으니 까.]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서준이 이를 악물었다. 이내 강 한 마력이 이서준의 전신을 휘감았 다.

파앗!

동시에 이서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의 빠른 속도 였다.

잠시 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같이 이서준이 악룡의 머리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빠른 움직임에 악룡도 당황했는 지 빠르게 날갯짓하며 이서준으로부 터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보다 이서준이 검 을 휘두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서준이 허공에 검을 휘두르자 거 대한 반원 형태를 한 빛의 검기가 쏘아졌다.

파아앗!

[크아아으비

검기는 악룡의 날개에 길쭉한 상처 를 남겼다.

나는 그 전투를 보며 전율을 느꼈 다.

25살이 된 이서준의 전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소설에서 묘사되 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전율이 느 껴졌다.

“흐아압一!”

바닥에 떨어졌던 이서준의 몸이 다 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악룡 의 배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휘두르자 다시 반원의 검기가 녀석의 배를 향해 쏘아졌다.

푸슈우욱!

[크으으윽!]

악룡의 배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며 검은 피가 바닥에 흘렀다.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었지만, 악룡의 가죽이 워낙 단단했기 에 치명상까지 입히지는 못했다.

직접 공격이 아닌 검기 방출이 가 진 한계였다.

[……크흐흐. 역시 보통이 아니구 나.]

악룡의 전신에서 다시 한번 불길한 검은 마력이 뿜어졌다.

그리고는 거대한 날갯짓과 함께 천 공 위로 올라섰다.

이서준의 공격이 쉽게 닿지 않을 높이였다.

“……쳇.”

이서준은 혀를 차더니 악룡의 다음 행동에 대처하려는 듯 자세를 낮췄 다.

그때 악룡의 몸에서 뿜어지던 검은 마나가 구체의 형태로 한곳에 뭉쳐 졌다.

강한 마력이 구체로 모이며 서서히 압축되더니 이내 이서준을 향해 쏘 아졌다.

워낙 빠른 속도로 방출되었기에 피 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一!

거대한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 랐다.

이서준의 몸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거대한 돌풍에 휩쓸리며 사라졌다.

마력의 장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서준이 몸을 한번 웅크리

더니 바닥을 박차며 그대로 하늘 위 로 솟아올랐다.

사각!

[크아아아악!]

악룡의 날개 한쪽이 잘리며 바닥으 로 쿵! 하고 떨어졌다.

날개를 잃은 악룡이 그대로 추락하 나 싶었지만 검은 마나가 피어오르 며 새로운 날개를 만들어 자신의 추 락을 막아냈다.

지금까지 행했던, 보았던 전투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 의 전투였다.

저번 질병의 마수 토벌 때와는 수 준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제법이군…….]

악룡이 낮게 웃었다.

[……설마인간을 상대로 이런 기 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악룡의 몸에서 새로운 힘이 뿜어지 기 시작했다.

붉은 안광이 더욱 진해졌고, 거대 했던 크기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했다.

원작에서도 나왔었던 상황.

[2차 폭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 삶에서도 악룡 크루아스가 2차 폭주를 일으키며 이서준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었다.

그렇다는 건 이제 곧 이서준의 죽 음이 다가온다는 것.

원작에 따르면 악룡은 이서준의 손

에 죽게 되니 이 순간 다른 누군가 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긴장감을 갖고 전투를 지켜보던 때.

2차 폭주를 마친 악룡이 입안에 마나를 가득 머금고는 이서준을 향 해 내뿜었다.

파아아아앙——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마력포에 이서준은 앞으로 달리며 피하려 했다.

그때였다. 강한 마력의 손아귀가 피어오르더니 이서준의 발을 꽉 잡 았다.

...

이서준의 얼굴에 당황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당황한 건 이서준뿐만이 아 니었다.

나 역시 지금 상황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을 사용해 상대 의 발을 묶다니.

……악룡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다 고?

원작에서는 전혀 묘사되지 않았던 능력이었다.

동시에.

악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이서준이 서 있던 자리를 그대로 폭 격했다.

콰아아아앙!

“……미친.”

전투를 지켜본 나는 욕지거리를 내 뱉었다.

강하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원작에 묘사되었던 녀석이 아닌, 다른 악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전투 능력을 보이고 있

었다.

저 정도 전투력이라면 S등급 마법사 10명이 모여도 토벌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 정도다.

><、o o.

그때 이서준이 서 있던 자리의 연 기가 사라지더니 피투성이로 바닥에 쓰러진 이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대로 목숨을 잃은 것인지 이서준 은 아무런 반웅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마력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건가?”

이게 이서준의 최후라고?

그때 악룡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유를 쫓는 자의 혈족이여…….]

자유를 쫓는 자.

아마 진천우를 뜻하는 걸 것이다. 악룡은 진천우의 존재를 알고 있던 걸까.

[너에게는 악감정은 없다…… 하지 만 너의 존재는 먼 훗날 세계의 법 칙을 어지럽히게 될 씨앗…….]

a..

이서준이 세계의 법칙을 어지럽힐 씨앗이라고?

[거대한 흐름이 네게 집중되어있는 지금, 네 존재의 생존 여부에 따라 세계의 운명은 크게 변화할 것이다. 나는 단지 그것을 막으려 했던 것 뿐…….]

그렇게 중얼거리던 악룡이 잠시 입 올 다물다가 다시 말했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세계의 뜻이 다.]

그때 였다.

아무런 마력이 느껴지지 않던 이서준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지 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서준에게 느껴보지 못 한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

이서준이 좀비처럼 몸을 일으켰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피해 를 입었음에도 이서준의 몸은 이질 적인 기운에 조작되어 움직이는 둣 보였다.

이서준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죽음을 품은 자…… 그건 ‘불사의 힘’의 일부인가…….]

이서준이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쏘아지더니 악룡의 날개를

잘라내었다.

[크아아악……

이서준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검기는 계속해서 쏘아지고 악룡은 결국 장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었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폭발이 계속해서 일었다.

악룡은 최대한 버텼지만 결국 장막 이 파괴되었다.

그때 악룡이 다시 한번 쥐어짜듯

검은 마력을 입안에 모았다. 이서준 은 악룡의 움직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으로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악룡이 입안의 마력을 이서준에게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이서준은 악룡의 마력에 휩쓸리며 다시 쓰러졌다.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끝났다는 것을.

[크으윽…… 완전하지 않은 불사 의 힘이라 다행이군…… 운명마저

바뀌게 할 정도의 힘인가…….]

악룡의 검은 마력은 다시 날개가 되어 힘겹게 허공에 떠올랐다.

비록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악룡 역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괴로운 듯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다 가 악룡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악룡이 떠난 허공을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 름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서준의 죽음은, 내가 생각했던,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 을 보여줬다.

천천히 이서준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서준은 마치 잠든 듯, 편안한 얼 굴로 쓰러져있었다.

“……이서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서준이 진천우의 실험으로 죽음 을 경험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불 사의 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이런 식으로 중간 에 부활시켜 주게 될 줄은 전혀 예 상하지 못했다.

나는 이서준의 죽음에 숨겨진 변 수. 그러니까 누군가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서준과 악룡의 전투에는 그 어떤 개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악룡은 원작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강했다.

이서준의 죽음을 확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다시 바뀌었다.

나는 강화도의 뒷산에서 있었다.

차원 관측을 사용하기 전의 장소였다.

나는 멍하니 깜깜한 하늘을 바라보 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밤 9시.

시간은 처음 차원 관측을 시도했던 그때와 같았다.

또 다른 차원에서 몇 시간의 시간 이 흘렀지만, 현실에서는 단 1초도 지나지 않은 셈이다.

워낙 충격적인 상황 속에 있다가

평화로운 현실로 돌아오니 말로 설 명하기 힘든 괴리감이 느껴졌다.

[차원 관측을 성공적으로 사용하셨 습니다!]

[‘차원 관측’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능력 조건 변경권으??)’ 을 획득합니다.]

[‘능력 조건 변경권’은 외부자의 혜 택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능력 조건 변경권?”

처음 보는 형태의 보상이었다. 포인트 상점에도 저런 건 없었는

데.

나는 곧바로 확인했다.

[[특수] 능력 조건 변경권(???)]

분류 : 특수

설명 : 특성 혹은 스킬을 하나 선 택해 능력의 제한 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변경된 조건에 따라 위력 도 변화합니다.

……그러니까, 능력의 제한을 바꾸 는 티켓이었다.

이 세계의 법칙이다. 몇몇 힘은 제 약이 강할수록 그만큼 강한 힘을 발 휘한다.

예를 들면 ‘룬의 속박’이 가지는 어마무시한 마나 소모량이라던가.

혹은 ‘순간 가속’의 짧은 지속시간 이라던가.

아니면 전투광이 가진 3일의 재사 용 대기 시간이라던가.

그것 외에도 저번에 눈여겨보았던

‘달의 가호’의 보름달이 뜬 날에만 발동된다는 조건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 능력 조건 변경권 은, 그 조건을 자신의 입맛대로 변 경할 수 있는 아이템인 모양이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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