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1화 (240/535)

241 화

이서준은 가부좌를 틀고 몸 안에서 날뛰는 마력을 다스리고 있었다.

내면의 안식처에서 자운이 신비를 이용해 만들어 내었던 마력의 파동.

그날 있었던 사건 이후 이서준의 몸 안에는 대량의 마력이 날뛰게 되 었다.

정상적인 힘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마력임에도 전혀 제어할 수 없었고, 마력의 성

질 또한 인간이 다루는 마력과는 달 랐다.

마치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 의 마나’와 홉사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서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 속해서 몸 안에 흐르는 마력을 제어 하려고 노력했다.

먼저 마나와 친해지자. 적응하자. 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자신이 기 존에 가지던 마력을 이용해 새로운 힘과 융화시키려 했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서준은 마나 운용 능력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 었고, 아무리 자연의 마나라고 할지 라도 결국 이서준의 몸 안에 깃들게 된 이상 그 힘은 이서준의 힘이었으 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계속된 노력 끝에 몸속에 날뛰던 이질적인 마나가 이서준의 마나와 서서히 융합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그리고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 나 이서준은 눈을 떴다.

이서준은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하니 자신의 양손을 내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힘이 느껴졌다.

몸도 개운하고 마력의 농도도 전보 다 훨씬 진해진 기분이 들었다.

이서준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 쥐었다.

“후우.”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검에 빛의 검기를 둘러 그대로 휘둘렀다.

파앗!

동시에 검풍이 불며 반원 형태의 마력의 칼날이 앞으로 쇄도했다.

정상급 강화계 마법사들이나 사용 한다는 완벽한 ‘검기 방출’이었다.

그리고 검기는 날카로운 움직임으 로 눈앞의 표적을 반으로 잘라내었다.

사각---

눈앞에 깔끔하게 잘린 표적을 바라 보며 이서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성장했다.

비록 순수한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성장은 아니었지만, 기연 역시 성장 에 필요한 요소였다.

오늘의 성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이 넓었기에 이서준은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머릿속에서 한 이름이 생각났다.

김선우.

지금의 자신이 김선우와 겨루게 되 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에 천재라 칭송받는 이서준

이었지만 김선우가 보여준 재능은 절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세계에서 가장 고난도의 마 법 중 하나로 알려진 원반격을 그렇 게 빠르게 익힌 것을 보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르 는 일이다.

“……김선우.”

정말이지 뭐 하는 애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쭉 성무제에 참가하고 싶어 하더니 막상 최후의 시험에서는 우 승을 양보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우승이 아니면 대체 뭐가 목적이었 던 거지?

이서준은 미간을 좁혔다.

……김선우가 성무제에 참가로 얻 어낸 것.

혼자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자운과의 거래.”

김선우는 자신이 가진 패를 이용해 자운과 거래를 했다.

피의 맹세를 이용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켜냈으며, 또 ‘신비의 대여권’이라던가 ‘소원권’ 같은 것들

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김선 우가 성무제 참가를 노렸다고 하기 에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자운이 성무제에 개입할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대체 뭐지.”

예언 능력이라도 가진 건가.

또 신비의 대여권은 어디다 쓰려 고?

“ 흐음......

이서준의 머릿속은 한충 복잡해졌다.

김선우에 대해 뭔가 알 거 같으면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자신 올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는 과연 언제쯤 김선우의 진정한 정체를 알 수 있게 될까.

자운의 개입으로 많은 논란이 생겼 던 성무제가 끝나고 새로운 첫 주.

각국의 마법사관학교는 성무제와 관련된 논란들을 수습하기 위해 화 요일까지 수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틀의 휴일이 큰 의미가 있겠냐만 은 성무제로 지친 학생들의 육체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꿀 같은 휴일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으! 드디어 끝났네!”

협회의 조사실에서 나온 이서준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 이틀의 시간 동안 우리는 성무 제에서 자운과 있었던 일과 관련해 조사를 받게 되었다.

물론 자운과 있었던 거래에 대해서 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었기에 이

서준과 적당히 입을 맞추어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 대답했다.

“선배님들 수고하셨어요!”

우리와 함께 조사를 받던 최서윤이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제일 수고했지. 그 자리에 없었는데 5시간이나 조사받았잖아.”

이서준의 장난스러운 말에 밝은 모 습을 보이던 최서윤이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러게요. 제가 내면의 안식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때였는데.”

힝. 최서윤이 울상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그녀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 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니까.

나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이서준에 게 시선을 돌렸다.

이서준의 몸에 잠재되어있는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왜‘?”

“아니, 또 성장했구나 싶어서.”

“역시 눈치채는구나.”

이서준이 민망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게 바보지. 숨기지도 않고 그렇게 티를 내는데.”

“큭큭. 마력 제어가 아직 내 맘대 로 안 되더라고.”

이서준의 말에 조용히 이야기를 듣 던 최서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얘기하시는 거예요?”

“아, 저번 성무제 이후로 마력량이 크게 상승했거든.”

최서윤은 눈을 깜빽였다.

“마력량이요? 전혀 몰랐는데……

흐음. 근데 선배님 말씀 들어보니까 확실히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드는 거 같기도 하고.”

이서준은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나는 그런 이서준을 빤히 바라보다 가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이서준

나이 : 19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2

‘와.’

마력 등급이 어느새 S-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보았던 등급이 A-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단계를 홀쩍 뛰어넘어버리는 말이 안 되는 성장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마력 농도의 수치 일 뿐이고 S등급의 마법사가 되었다 는 의미는 아니다.

S등급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력 등급뿐만 아니라, 제어 능력과 실전 경험까지 뒷받침되어야 하니 까.

그럼에도 이서준이 보인 성장은 정 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저 나 이에 저런 마력 등급올 얻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서준은 작게 웃더니 우리에게 말 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그러자.”

그렇게 우리는 협회의 건물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수많은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빌딩의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광판에서 뉴스가 홀러나오고 있었는데 한성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한세연, 후계 구도 참가 최초 선 언」

기사가 터졌구나.

저렇게 정식 기사를 통해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게 되는 건 원작에 없 던 흐름이었다.

아마 우리와 했던 마정석 거래가 그 계기가 된 모양이다.

한성제약이 성장할수록 한세진에게 맞서는 힘 역시 강해질 테니까.

뭐, 이번 주말에 술 한잔하기로 약 속했으니까 그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그럼 조사도 끝났으니 이만 가볼 게.”

내 말에 최서윤이 몸을 흠칫 떨었다.

“ 벌써요?”

“어, 할 일이 있어서.”

이번엔 이서준이 끼어들었다.

“그럼 밥 만이라도 먹자.”

“맞아요.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데.”

최서윤이 옆에서 내 옷깃을 잡았 다.

옅은 화장과 화사한 의상.

평소보다 꾸미고 온 걸 보니 조사 가 끝나고 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괜히 실망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 하네.

하지만 오늘 약속은 진짜 중요하거 든.

“미안. 중요한 약속이라.”

“……중요한 약속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이서준이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최서윤도 아쉬워하는 얼굴로 내게서 떨어졌다.

이서준은 그런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우리끼리 먹을래?”

“……아뇨. 저도 그냥 집에서 먹을 래요.”

고민 없는 대답에 이서준이 예상했 다는 듯 작게 웃었다.

“큭큭. 그래. 그럼 수요일에 학교에서 보자.”

대충 상황이 정리된 듯 하다.

“그럼 간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녁 7시.

모두와 헤어진 나는 붉게 물드는

노을을 감상하며 서울 외곽 도시를 걷고 있었다.

그렇게 목적 없이 길을 걷다가 인 적없는 허름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선우.”

나는 발걸음을 멈추곤 목소리가 들 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골목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 을 드러냈다.

선글라스를 쓴 금발의 한 여인.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단번

에 그 정체를 눈치챘다.

오늘의 내 약속 상대.

인피면구로 얼굴을 숨긴 ‘베르트’ 였다.

“베르트.”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피식 웃었다.

“뭐야? 나인 걸 어떻게 알았대?”

“목소리가 저번이랑 똑같잖아.”

“아, 그러네. 이건 내 실수.”

베르트가 쿡쿡 웃었다.

민망해하는 척하지만, 실수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줬음에 하는 마 음에 일부러 힌트를 남긴 거겠지.

악취미지만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바로 다음 날에 연락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솔직히 신비 의 대여권을 달라고 할 때 그냥 해 본말인 줄 알았거든.”

쓸데없는 정보를 홀리고 싶지 않아 서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물건은?”

베르트가 품 안에서 새하얀 구슬을 꺼냈다.

“자, 여기. 네가 원하던 ‘마나의 핵’.”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서 베 르트의 손에 쥐어진 마나의 핵을 확 인했다.

[마나의 핵(성유물)]

분류 : 구슬

설명 :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가진 핵

내구 : SSS

등급, 성유물.

확실한 진품이다. 애초에 ‘피의 맹 세’가 걸려있는 시점에서 가품을 가 져올 리는 없겠지만.

“근데 이건 어디다 쓰려는 거야? 마나의 핵이 겉으로는 대단해 보여 도 써먹을 곳이 별로 없을 텐데.”

“그건 몰라도 돼.”

내 대답에 베르트가 눈을 찌푸렸다.

“……진짜 얘가 은근히 건방지다니

까. 피의 맹세고 뭐고 같이 자결할 까?”

잠시 입을 다물자 베르트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데 너 하나 잡겠다고 죽을 순 없 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베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마나의 핵은 우리에게 꽤 중요한 물건이거 든. 약속대로 다음 날 돌려준다는 피의 맹세를 해줘야겠어.”

“그건 약속이니까 해주지.”

베르트가 만족스럽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의 조건 첫 번째는 자운에게 해를 입힐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다. 두 번째는 다음날에 제때 돌려 준다. 이 정도면 됐지?”

“그래. 근데 너 피의 맹세 사용할 줄 알아?”

“어제 대충 공부해왔어.”

술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법이 니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하면 쉽게 익힐 수 있다.

애초에 그렇게 어려운 마법이 아니 기도 하고.

그런데 공부라는 말이 베르트한테 는 웃기게 들렸나 보다.

혼자 큭큭 웃는다.

“……그럼 시작한다.”

나는 손가락 끝에 바람 마법을 구 현했다.

바람 마법은 내 팔목에 작은 상처 를 만들었다.

상처에 맺힌 피에 마력을 방사하자 오묘한 붉은 빛을 뿜어내더니 팔목 에 술식이 새겨졌다.

“위의 조건으로 나는 피의 맹세를 한다.”

[‘피의 맹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다행히 피의 맹세는 실수 없이 단 번에 성공했다.

베르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술식 의 내용을 살폈다. 피의 맹세가 제 대로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조

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이거 처음 맞아? 자기 몸 에 술식 입력하는 게 쉬운 게 아닌 데.”

“술식 관련은 자신이 있거든. 아무 튼 이거로 됐지?”

“어? 어어.”

“그럼 빨리 줘. 나도 시간 없으니 까.”

베르트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내게 마나의 핵을 넘겼다.

마나의 핵을 손에 쥐자 강한 마력

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게 마나의 핵…….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성 유물이었기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으로 나는 ‘차원 관측’에 필요 한 마나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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