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8화 (237/535)

238화

번쩍!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공간이 바 뀌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흑과 백이 물감처럼 섞여 있는 공 간.

방금까지 치열한 전투를 치렀었고, 앞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게 될 성무제 시험의 결승점, ‘내면의 안 식처’였다.

성무제는 나와 이서준의 우승으로 종료되었지만 꿈의 세계는 아직 유 지되고 있다.

잠시 멍해진 상태로 서 있다가 이 내 정신을 차렸다.

관측의 사도가 말한 ‘미래가 앞당 겨지고 있다는 이야기’. 그 말이 계 속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지금은 잠 시 잊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야 한다.

꿈의 세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베르너’가 원작의 흐름대로 현실에서 관측의 악마를 조작하고 있다는

중거니까.

나는 내 손에 쥐어진 투명한 보석 을 내려 보았다.

[자아의 결정체(유물)]

설명 : 위젠에서 발명한 술식을 읽 는 기계, ‘관측의 악마’의 자아. 이 보석에 방대한 마력을 주입하면 관 측의 악마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 보석은 관측의 악마를 잠시나마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열쇠다.

원작에서는 소환석으로 소환된 베 르트가 ‘내면의 안식처’에 구현된 관측의 사도의 가슴을 꿰뚫으며 얻 었던 물건이다.

하지만 관측의 악마는 내게 선물이 라며 자신의 몸을 분열시켜 자아의 결정체를 건네주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꼭 필요한 물건이 었기에 귀찮은 일이 덜어진 셈이다.

그때였다. 번쩍!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이서준이 둥장 했다.

“김선우?”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 왔다.

“어, 왔냐?”

“웅. 아 맞다. 너도 알고 있지? 너 랑 나랑 동시 우승한 거. 가호는 제 대로 얻었어?”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준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나저나 공동 우승이라니. 생각도 못 했네. 듣기로는 엄청 희 박한 확률이었다던데.”

“그러게다.”

나도 그게 가능할 줄은 꿈에도 몰

랐지. 다시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아니, 관측의 악마가 조작한 것이 니 운이 좋은 건 아닌가?

그때 이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시험이 끝났는데도 꿈의 세계가 유지되고 있네.”

“아마 자운이 무슨 수를 써둔 걸 거야. 걔네도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우리가 현실로 돌아가지 못 하게 가둬둔 거지.”

“ 흐음......

이서준의 표정이 자칫 심각해졌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나에게서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 공간 일부분에 균열 이 생기며 다음 사건의 주인공이 등 장했다.

“다리아.”

뒤늦게 결승점에 도착한다리아였다.

자운에게 받은 증폭제를 과다 복용 했는지 눈 밑이 퀭하고 낯빛이 어두 웠다.

다리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 쪽 으로 걸어왔다.

“……여기가 결승점이야?”

“맞아. 근데 너 괜찮냐?”

“뭐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서.”

“아, 증폭제를 좀 많이 마셨거든. 그래서 지금 몸의 마나 제어도 제대 로 안 되는 상태야.”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생각났다는 듯 입을 벌렸다.

“아 참. 들었어. 공동 우승했다며?”

다리아가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 라보며 말했다.

“신기하네. 공동 우숭도 가능할 줄 이야…… 성무제 최초 아니야?”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다.

심심해서 이전 성무제 기록을 확인 했을 때 그런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 으니까.

그때 다리아가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시 불편함이 담긴 눈으로 이서준을 바라보다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얘는 우리 계획을 모르는데 이제 어쩔 거냐. 라고 묻는 표정이다.

그러자 이서준이 말했다.

“네 일에 대해서는 선우한테 어느 정도 이야기 들었어.”

“.…”그래?”

다리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 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아는 잠시 민망함을 느꼈는지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가 내 손에 들린 결정체를 바라보았다.

“그건 뭐야?”

다리아의 물음에 이서준도 궁금증 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에 대답하듯 손에 들린 자아의 결정체를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자아의 결정체. 그러니까, 관측의 악마를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열쇠

같은 거야.”

“……관측의 악마를 통제할 수 있 다고?”

다리아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빡 였다.

“어. 그렇다고 이거 하나로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마 방 대한 마력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까.”

“……신기하네. 딱 보니까 이게 자 운이 노리는 물건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지. 그게 아니라면 녀석들 이 이곳에 나타날 이유가 없으니

까.”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녀석들이 원하는 물건은 확보했으니 다음 계획을 설명할게.”

한편, 가상세계의 밖인 ‘현실’에서 는 성무제의 최종 우승자가 확정 지 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중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서준과 김선우. 과연 둘 중에 누 가 우승할 것인가에 대해 긴 토론이

이어졌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동 우숭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 문이다.

하지만 성무제의 시험이 성공적으 로 끝났음에도 가상세계 속의 학생 들은 현실로 귀환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가상세계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상세계 통제 권한을 빼앗긴 것 같 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위젠 종합 시 스템 통제실’은 또다시 비상사태가 되었다.

원래라면 성무제의 시험이 종료됨

과 동시에 가상세계는 해체되어야 했다.

그렇게 설정되어 있었고, 그게 정 상적인 성무제의 진행 흐름이었으니 까.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가상세계는 해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상세계의 유지는 ‘관측 의 악마’가 아닌 위젠에서 관리하는 상황.

그 말은 즉, 위젠의 연구진 증 누 군가가 가상세계가 해체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위젠 내부에서 누군가가 가상

세계를 통제하고 있다는 건데.”

최고 기술 책임자가 조용히 중얼거 렸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 상황의 원인을 생각해냈다.

“대체 누구지? 가상세계를 통제할 권한을 가진 인물……

책임자의 머릿속에 여러 사람의 얼 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명씩 용 의자를 지워나가자 단 한 사람만이 남았다.

“……베르너.”

“네?”

“베르너 그 자식 어딨어?!”

“……베르너 님이요?”

“베르너 그 녀석 당장 찾아내!”

……그리고 같은 시각 세계 어딘가 에 숨겨진 자운의 아지트.

베르트는 티비에 중계되는 공동 우 승자, ‘김선우’와 ‘이서준’의 사진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거긴 안전해?”

-웅, 아마 당분간은 여기로 찾아 오지는 못할 거야. 가상세계도 제대

로 유지되고 있고.

수화기 너머에서 베르너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다행이네.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마 15분 정도. 그 이상은 나도 못 버텨. 최대한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게 좋을 거야.

“15분이라…… 애매하네. 다리아가 빨리 우리를 소환해야 할 텐데.”

—아직 소환 반웅은 없어?

“어, 아직 도착을 못 한 건지 우승 자가 나온 지 10분이나 지났는데 반응이 없어.

—그래? 내가 다리아 위치를 찾아 볼까?

베르너의 말에 베르트의 안색이 살 짝 밝아졌다.

“그것도 알 수 있어?”

—가상세계 일부를 내가 통제하고 있으니까 가능해. 일단 기다려봐.

탁탁탁탁.

수화기 너머에서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아 위치 찾았다.

“어디인데?”

—위치가…… 잠깐, 이거 뭔가 이

상한데?

“뭐가? 어디라고 나오는데?”

—내면의 안식처.

베르너의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 베르트는 눈을 찌푸렸다.

내면의 안식처라면 결승점인데.

“확실해?”

—어, 확실해. 내면의 안식처가 맞 아.

“……뭐야. 제대로 결승점에 도착 했는데 왜 우리를 소환 안 하는 거 지?”

베르트는 의아함을 느꼈다.

결승점에 도착하는 즉시 소환석을 사용하라 했었는데.

동생의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배신할 리는 없을 테고.

“일단 알았어. 거기서 대기하고 있 어.”

—웅. 위젠에서 기다리고 있올게.

=r.

전화가 끊겼다.

베르트가 주변을 둘러보자 아지트 내부의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트, 베르너가 뭐래?”

진이 물었다.

“다리아는 결승점에 제대로 도착했 대.”

“뭐야? 근데 왜 아직도 소환 반응 이 없어? 설마 동생을 포기했나? 아니면 혹시 이서준이나 김선우한테 제압올……

그때 였다.

아지트 내부에 있던 마법진이 푸른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운의 일행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진?”

“어? 소환 반응이다!”

진은 서둘러 무한의 마나를 지닌 성유물, [마나의 핵]올 쥐었다.

그 후 마나의 핵을 [마나 방출 장 치]에 끼워 넣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마나의 핵에 담긴 짙은 마력이 방출 장치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짙은 마력은 곧 아지트 내부를 가 득 채웠고, 마법진에 스며들기 시작 했다.

시간이 지나 마법진의 술식이 강한 빛을 내뿜었다. ‘술식’을 발동하기 위한 마력 공급이 완료된 것이다.

우우우웅!

“안으로 모여.”

진의 말과 동시에 모든 자운의 멤 버가 술식 위로 을라왔다.

그리고 눈 부신 빛과 함께 공간이 바뀌었다.

번쩍!

공간 이동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 어졌다.

베르트를 포함한 여섯의 자운 일행 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검은색과 백색이 물감처럼 섞여 있 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내면의 안식처인가? 신기하게 생겼네.”

“다리아는 어디 있지?”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베르트는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 는 다리아의 얼굴을 발견했다. 순간

반가운 기분이 들어서 그녀에게 걸 어갔다.

그런데 멀리서 보이는 다리아의 모 습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양옆으로 김선우와 이서준 이 마치 동료라도 된 것처럼 옆에 붙어있었으니까.

……마치 지금 이 상황을 기다렸다 는 듯이.

김선우와 이서준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자운의 일행을 침착한 눈으 로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세계 최악의 테러 집단, 자운을 눈앞에 마주했다는 것만으로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영웅의 가히 효과가 평정심을 유 지하게 해주었으니까.

“다리아, 이게 무슨 일이지?”

베르트가 물었다.

다리아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 며 대답했다.

“다 알고 있어.”

“뭘?”

“너희가 나와 내 동생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걸. 난 너희 생각대로 놀아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베르트가 다리아를 바라보 다가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꼭두각시 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아니면 옆의 김선우나 이서준 이 쓸데없는 말을 해준 건가.

그렇게 다리아의 시선을 마주하던 중, 백은성이 다가왔다.

“베르트, 내면의 자아가 보이지 않

아.”

“안 보인다고?”

백은성의 말에 베르트가 주변을 이 리저리 둘러보았다.

백은성의 말대로 원래라면 이곳에 있어야 할 ‘내면의 자아’. 그러니까 관측의 사도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라면 성무제 시험이 종료 되어도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하는 데.

그 순간 베르트는 무언가 잘못됐음 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김선우의 손에 들 린 투명한 보석을 발견했다.

“그 보석……

김선우가 보석을 들어 올렸다.

“이걸 원하는 거지?”

김선우의 말에 자운의 일행 모두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보석의 정체는 분명 ‘자아의 결 정체’.

자운이 이번 성무제에서 얻고자 하 던 물건이었다.

이렇게 된 거 김선우를 빠르게 암 살한 뒤 보석을 회수해야 한다.

그렇게 김선우에게 달려가려는 그 순간.

“움직이지 마!”

김선우가 크게 외쳤다.

동시에 자운의 모두가 발걸음을 멈 추었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선우의 손에 압축된 강한 마력.

자신들이 달려드는 순간, 결정체를 부숴버릴 것 같았으니까.

“야! 너 그게 뭔지 알고 그러는 거 냐?!”

백은성이 당황한 목소리로 크게 소 리 쳤다.

“시끄럽고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 봐. 바로 부숴버릴 테니까.”

김선우의 말에 베르트는 식은땀을 흘렸다.

“……김선우. 지금 뭐 하는 짓이 야? 죽고 싶어?”

“이걸 원하지? 그럼 내 말에 따 라.”

“보니까 여기가 가상세계라 죽어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러는 거 같은데. 우리가 너 하나 못 죽일 거 같아?”

베르트의 협박에 김선우가 입꼬리 를 들어 올렸다.

“알아. 현실로 복귀하면 바로 날 죽이려 들겠지.”

“잘 알고 있네. 그런데 뭘 믿고 그 러는 거지?”

“거래를 제안한다.”

“거래?”

김선우의 뜬금없는 말에 베르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피식 웃는다.

“알았어. 그거 주면 밖에서도 널 살려줄게. 됐지?”

“그런 거래가 아니야.”

“그러면 무슨 거래를 말하는 건데? 계약서라도 써줄까? 큭큭.”

“피의 맹세를 해.”

“.....♦뭐?”

베르트를 포함한 모두가 눈을 찌푸 렸다.

피의 맹세.

마력과 피를 사용한 맹세.

맹세를 깨트리면 죽게 되는, ‘절대 적인 약속’이었다.

그리고 자운의 멤버들이 기밀 유지 를 위해 이미 맺고 있는 약속이기도 했다.

김선우는 자운을 향해 말했다.

“맹세의 조건은 총 세 가지.”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조건 1.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도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주변 인물도 절대 건들지 않는 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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