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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234/535)

235화

“흐음. 근데 여기는 뭐 하는 장소 이지?”

이서준이 태연한 얼굴로 주변을 둘 러보았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걱정하는 나 와는 다르게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 다.

‘꿈속의 자아 찾기’는 팀전이 아닌 개인전으로 치러지는 시험.

시험 도중에 다른 사람을 마주치면

경쟁을 위해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 다.

하지만 이서준은 내가 잠재적 적이 라는 생각을 안 하는지 완전히 경계 를 푼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서준은 이렇게 자신이 믿는 동료 의 앞이라면 무방비한 모습을 보인 다.

이서준에게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였다.

“김선우? 혼자 무슨 생각해?”

이서준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났 다.

“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말해 봐.”

이서준이 재차 물었다.

“아니, 뭐가 그렇게 무방비한가 싶 어서.”

으..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는 얼굴이 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역시 말하는 게 좋겠네.

“이거 개인전이야. 내가 갑자기 너 급습했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그야 그러지 않을 거 아니까.”

“.…”뭐?”

이서준의 말에 잠시 황당함을 느꼈 다.

내 반웅은 본 이서준은 볼을 긁적 이더니 횡설수설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심리 라고 해야 하나? 감정? 아무튼 그 런 게 느껴지더라고.”

“……감정이 느껴진다고?”

이서준의 말을 들으며 살짝 놀랐다.

인간의 감정이 느껴진다는 건, 새 로운 특성을 자연 개화했다는 의미 였으니까.

“어, 물론 정확한 건 아니고 어디 까지나 감이야. 그런데 이게 꽤 정 확해. 틀린 적이 거의 없었거든.”

그 말에 나는 이서준이 특성을 개 화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아마 이서준이 개화한 특성의 이름 은 ‘감정 감지’일 것이다.

‘감정 감지’는 내가 가진 ‘살기 감 지’와 비슷한 특성인데, 미묘한 차 이점이 있다.

내 특성은 인간의 ‘살기’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면, 이서준의 특성은 다른 사람의 ‘모든 감정’을 은은하 게 느낄 수 있다.

그나저나 이건 좀 놀랍네.

‘감정 감지’는 원작에서 졸업 후에 나 얻던 능력이었었는데.

시기가 무려 1년이나 앞당겨졌다.

정확히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 르겠지만, 이서준이 원작보다 빠르 게 성장하고 있으니 그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냐? 그건 몰랐네.”

“……너 생각보다 쉽게 수긍한다?”

“그것과 비슷한 능력을 알고 있거 든.”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아무 튼, 빨리 여기서 탈출할 방법이나 찾아보자.”

이서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이서준과 데스매치를 치를 것이 아니면 빠르게 협동해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놓여있는 수많 은 계단.

그리고 천장 위에 맞물리며 돌고 있는 톱니바퀴들.

나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딱 보니 저거네.”

으.?아

“저기 톱니바퀴 중간에 작은 틈 보 이지?”

이서준이 내 손끝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안 보이는데?”

“잘 봐. 저기 아주 작게 하나 있잖 아.”

“어디 있다는 건데? 아! 저건가?”

이서준이 잘 보이지 않는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응, 한 5cm 정도 되는 작은 홀 있잖아.”

“어어. 찾았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용케도 찾았네.”

“저기에 끼워 넣을 톱니바퀴를 찾 으면 될 거 같아.”

내 말에 이서준이 묘한 눈으로 나 를 바라본다.

“……저기에 톱니바퀴를? 으음. 그 럴싸한데?”

“그럴싸한 게 아니라 맞아.”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걸었다. 이서준은 눈을 끔벅이며 천장을 바 라보더니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내가 이동한 곳은 가까이에 있는 계단이었다. 계단올 오르자 문 하나 가 보였다.

“너 뭐 알고 가는 거 맞아?”

“아는 게 어딨어. 단서가 없으니 무작정 부딪히는 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어느 문 을 향하든 다 똑같은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끼이 익一

그렇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황야가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철컥! 철컥! 거리는 톱니바 퀴가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나는 황야 너머를 웅시했다.

멀지 않은 곳에 여러 개의 톱니바 퀴가 맞물린 이족보행 괴물이 서 있었다.

[악몽, ‘톱니바퀴 괴인’을 마주쳤습니다!]

시험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마주친 ‘악몽’이었다.

악몽은 몸을 삐걱대더니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철컥! 철컥! 철컥!

어느새 전투태세를 갖춘 이서준이 허리춤의 검을 꺼내 들었다.

나 역시 곧장 손 위에 마나를 끌 어 올렸다.

끼이이익一

톱니바퀴 괴인이 우리에게 한 발짝 걸어왔다.

그때 빛이 번쩍이더니 이서준의 신 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톱니바퀴 괴인의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우우웅!

녀석을 향해 휘둘러지는 빛의 검.

검에 압축된 날카로운 마력이 톱니 바퀴 괴인과 충돌했다.

콰아아앙——

빛의 검기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 여파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 니 녀석의 몸을 감싸 안았다.

어느덧 연기에 가려져 녀석의 모습 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서준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곤 뒤 로 빠르게 물러섰다.

그 순간.

지지직一

바닥에 전류가 흐르더니 강한 마력 의 기운이 느껴졌다.

위기를 감지한 이서준이 나를 향해 뒤를 돌았다.

“김선우! 피해!”

피 웅——!

검은 연기가 마력의 파동에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푸른 빛의 광선.

영화나 만화 속에서나 보던 ‘레이

저’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피하 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스으으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고.

손을 뗃어 정신을 집중했다.

내 손 위에서 마법진이 펼쳐졌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틈틈이 연습해왔기에 타 이밍을 맞추는 건 자신 있었다.

그렇게 레이저가 손바닥 앞에 펼쳐

진 마법진에 닿으려는 그 순간.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무적의 방어 마법, 원반격을 발동 했다.

파아아앙——

원반격은 성공적이었다.

강한 마력을 머금은 레이저는 나에 게 쏘아졌던 그 힘을 그대로 간직한 채, 톱니바퀴 괴인을 향해 쏘아졌다.

괴인은 당황한 모습으로 피하려 했 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콰아아앙——

[‘톱니바퀴 괴인’을 쓰러트렸습니다!]

[톱니바퀴 괴인이 흔적을 남깁니다.]

털썩!

톱니바퀴 괴인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

전투에 승리한 나는 원반격을 구현 했던 손바닥을 내려보았다.

손끝이 떨려왔다.

원반격을 성공시켰을 때의 그 짜릿 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

그때 이서준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반격은 진짜 언제 봐도 신기하 네.”

이서준이 검을 허리춤에 다시 집어 넣으며 내게 다가왔다.

“김선우 수고했어.”

“너도 수고했어.”

이서준은 피식 웃더니 톱니바퀴 괴 인의 시체로 걸어갔다.

허리를 숙이고 사체의 몸을 뒤적거 리더니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이서준은 그것을 내게 보이며 씨익 옷었다.

“톱니바퀴 찾았다.”

한편, 현실 세계 어딘가에 있는 자 운의 아지트.

성무제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자 자운의 일행들은 바쁜 시간을 보내 고 있었다.

“백은성. 너 준비 다 하고 그러는 거야?”

“아, 말 걸지 말고 조용히 해봐.”

소파에 누워 스마트 폰올 들여다보 던 백은성이 짜중을 냈다.

그 모습에 베르트가 눈을 찌푸렸다.

“……너 오늘 무슨 날인지 알긴 하 는 거지?”

“아니까 조용히 좀 해보라고.”

“뭐 하는데? 너 지금 게임하냐?”

베르트가 다가가 물었다.

“……아니, 어디 투자한 게 있는데 잘 안되가지고.”

백은성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주식이냐?”

“……주식은 아니고, 비슷한 거 있 어. 아! 아무튼 집중 안 되니까 좀 가!”

백은성이 소파에 드러누운 채 허공 에 휙휙 발길질했다.

한심한 눈으로 백은성을 바라보던

베르트가 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 역시 그 옆에서 소파에 앉은 채 스마트 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너도 뭐 투자인지 뭔지 그거 하는 거냐?”

“아니, 성무제 문자 중계 보는데?”

진의 말에 식탁에 앉아 과자를 먹 던 스카가 끼어들었다.

“문자 중계 그거 보면 이해가 돼? 나는 봐도 모르겠던데.”

“음. 누가 우승에 가까운지 정도는 알 수 있어.”

“그래? 흐아암.”

스카가 흥미 없다는 듯 크게 하품 했다.

대신 베르트가 다가와 흥미를 보였다.

“다리아는 잘 해내고 있어?”

“증폭제를 마신 건지 기대 이상으 로 잘하고 있기는 해. 이대로라면 1 둥은 못해도 결승점에 도착하는 건 가능할 거야.”

진의 말에 베르트가 안심됐다는 표 정을 지었다.

“그건 다행이네.”

그렇게 말을 하던 베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1등은 누가 할 거 같아?”

진은 스마트 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이서준이나 김선우.’’

톱니바퀴를 회수한 나와 이서준은 처음의 장소로 돌아와 천장 위를 바 라보았다.

“……일단 톱니바퀴는 구하기는 했 는데, 저기에 무슨 수로 끼워 넣

지?”

천장의 높이는 약 5충 건물 정도 로 상당히 높다.

발 디딜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 지만 얼마없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저 위에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 다.

“톱니바퀴 줘봐. 내가 해볼게.”

“..

그 말에 이서준이 궁금하다는 표정 을 짓더니 내게 톱니바퀴를 넘겼다.

나는 톱니바퀴를 받고는 계단 위로 올라갔다.

계단 위에 오른 뒤 다시 점프해 더 높은 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계단을 갈아타자 어느 정도 천장에 가까워진 높이가 됐다.

“김선우! 설마 거기서 점프해서 넣 으려고?!”

밑에서 이서준이 크게 외쳤다.

“어!”

조금 무식한 방법이지만 원작에서 도 이렇게 했었다.

물론 홈에 완벽하게 끼워 맞춰야 하기에 원작에서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다.

그때 밑에서 이서준의 목소리가 다 시 들렸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

“걱정 마!”

나는 대답하고는 크게 심호흡하며 다리의 긴장을 풀었다.

이서준이 하면 10번 정도의 시도 끝에 성공하겠지만 나는 2번 이내로 성공할 자신이 있다.

운이 좋으면 단 한 번만으로 성공 할 수도 있겠지.

나는 계단의 끝에서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에어워크’를 발동하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파앗!

나는 에어워크의 효과를 이용해 허 공을 밟았다.

지속시간은 5초.

톱니바퀴의 홈과 가까워지기에 충 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나는 톱니바퀴의 홈에 가까 이 다가갔다.

에어워크의 지속시간이 끝나자 나 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 후우......

목적지 코앞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팔 힘을 이용해 위로 점프하여 홈을 끼워 넣는 것.

“홉!”

나는 마력으로 팔 힘을 강화해 천 장으로 몸을 날렸다.

허공에 떠오른 몸 상태로 주머니에서 톱니바퀴를 꺼내 홈이 있는 방향 으로 던져버렸다.

“어? 야! 그걸 그렇게 던지면 어떻

게?!”

밑에서 이서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 려왔다.

하지만 나도 다 계획이 있거든.

나는 ‘대자연의 손아귀’를 발동했다.

자연의 마나를 움직여 ‘염동력’과 비슷한 효과를 사용하게 해주는 힘 이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손 아귀를 이용해 톱니바퀴를 홈에 끼 워 넣었다.

철컥!

됐다……!

내 몸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추락 했다.

동시에 밑에서 이서준의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 뭐야?! 이걸 던져서 끼워 넣는다고?”

나는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해 허공 에서 몸을 회전했다.

그 후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3점 착지를 했다.

쿠웅!

“ 대박!”

이서준이 아이 같은 얼굴이 되어 눈을 반짝였다.

그 반웅을 보며 나는 내심 흐뭇함 을 느꼈다.

무엇보다 방금 내가 보인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좀 멋있었던 거 같아 서.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때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톱니바퀴의 세계를 완성했습니

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문이 열립니

다!]

끼이이익.

자동문처럼 꽉 막혀있던 벽이 양옆 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오. 다음 스테이지 문이다. 김선우 수고했어.”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이서준은 문을 빤히 바라보더니 잠 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이 하나인 거 보니까 다

음 스테이지도 함께 하는 건가?”

“그러지 않을까?”

“흐음. 이러면 1등은 마지막에 우리끼리 겨루게 될 거 같은데.”

이서준의 중얼거림에 나는 이서준 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

이곳에서 이서준과 만나고 쭉 고민 하던 것을.

“이서준.”

갑작스러운 내 부름에 이서준이 의 문의 시선을 보냈다.

“왜‘?”

“1등은 네가 해. 대신 조건이 있 어.”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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