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4화 (233/535)

234화

“……꿈의 세계?”

생각지도 못한 배경의 정체에 학생 들 사이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사도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학생 들을 둘러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네, 꿈의 세계입니다. 누구의 꿈이 냐고 묻는다면 저의 본체. ‘관측의 악마’의 꿈입니다.”

“엥? 뭐야? 관측의 악마도 꿈을 꿔? AI 같은 거 아니었나?”

관측의 악마가 꾸는 꿈이라는 말에 다시 의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란이 점점 커지려 하자 사도가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저의 꿈이라는 것에 다들 놀라신 듯하네요. 네, 결론만 말하자면 저도 꿈을 꿉니다. 비록 인간에 의해 만 들어졌지만, 저의 중앙 처리 시스템 은 인간의 뇌 구조와 홉.사하거든 요.”

“……와. 기계도 꿈을 꾸는구나. 신

기하다.”

내 옆의 최서윤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마지막 시험의 배경, ‘꿈의 세계’의 규칙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꿀꺽.

어디선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간단합니다. 꿈속에 숨어 있 는 저의 ‘내면의 자아’를 찾아주시 면 됩니다.”

“내면의 자아?”

구석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던 릴리 로즈가 중얼거렸다.

“네, 제 내면의 자아입니다. 이해하 기 힘드시다면, 그냥 꿈속에 숨은 저를 찾아주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종에 숨바꼭질이죠.”

“어디에 숨은 건데요?”

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더 니 질문올 던졌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꿈속 에서는 모든 게 자유니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저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쳇.”

“시험의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곧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니 모두 마 음의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학생들은 자신의 몸 상태 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서준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고, 유아라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최서윤은 쭈그리고 앉아 휴식했다.

다리아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더 니 힐끔 내 눈치를 본다.

그러다 잠시 눈이 마주쳤다. 다리

아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시 선을 돌렸다.

“자 그럼, 성무제 마지막 시험, ‘꿈 속의 자아 찾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여러분들과 이렇게 마주하 는 건 마지막이 되겠네요.”

사도가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 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담긴 숨은 의미를 눈치챘다.

마지막이라는 것.

아마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자신 의 파괴를 예상하고 한 말이겠지.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의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방 문해 주신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덕 분에 즐거웠습니다. 진심입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나는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럼 잡다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 고,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강한 마력이 우리가 서 있는 공간 올 가득 채웠다.

바닥에서 복잡한 술식이 드러나더 니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 더니 번쩍!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 한 빛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학생들이 사라진 중간 저택 앞의 거대한 마당.

그곳에 남은 베르너는 텅 빈 마당

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성무제의 마지막 시험, ‘꿈속 의 자아 찾기’가 시작되었다.

‘꿈의 세계’는 단순한 시험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측의 악마가 실제로 꾸는 꿈의 세계다.

그리고 그 꿈속에 숨은 ‘내면의 자 아’는 관측의 악마가 가진 모든 정 보를 통제하는 일종의 영혼. 혹은 진정한 본체라고 할 수 있다.

자운이 노리는 것이 바로 꿈속에 꼭꼭 숨겨 놓은 ‘내면의 자아’였다.

내면의 자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면, 세계의 비밀. 혹은 예언의 신비

로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미래를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꿈의 세계’는 성무제 참가 학생이 아니면 개입할 수 없는 공 간.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리아’ 가 우리의 목표대로 잘 해내기를 비 는 것뿐이다.

베르너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관 측의 사도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 았다.

방금까지 자신의 앞에서 있었던 관측의 사도는 학생들과 함께 모습 을 감추었다.

학생들을 따라 꿈의 세계로 갔다기 보다는, ‘꿈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 해 잠들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지.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베르너 님.”

옆에서 있던 제임스가 다가와 말 을 걸었다.

베르너는 제임스를 바라보더니 작 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 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뭔 가 속이 후련하네요.”

제임스는 대답 대신 가벼운 미소를 보이고는 마당의 공원 쪽으로 발걸 음을 옮겼다.

베르너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함께 이동했다.

“베르너 님은 누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제임스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선두에 오른 김선우나 이서준…… 둘 중 한 명이 아닐까요?”

“흐음. 의외의 대답이네요.”

제임스가 허공을 웅시하며 대답했다.

“……그런가요? 제임스 님은 제가 누구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요?”

“저야 모르죠. 그런데, 베르너 님은 다른 사람이 우숭하는 걸 원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마치 자신이 다리아를 최종 시험장 에 올려놓기 위해 개입했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렸으니 까.

실제로 ‘시험 때 어디에 있었나?’ 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었고.

‘촉이 좋네.’

괜히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관리하 는 위젠의 보안팀장이 아니다.

……나중에 귀찮게 될 수 있으니 미리 죽여야 하나.

하지만 제임스 역시 S등급의 전투 능력을 갖춘 마법사.

녀석과 싸우게 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괜히 도박 수를 던져 모든 일을 망칠 바에는 적당히 받아주는 게 맞 겠지.

베르너는 제임스를 향해 순박한 미 소를 홀렸다.

“하하. 다른 사람이 우승하기를 바 란다뇨? 제임스 님, 저는 성무제 특 별 시험관으로서 언제나 중립의 입 장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다행이고요.”

두 사람은 어느새 공원의 분수 앞 에 도착했다.

제임스가 크게 손짓을 하자 분수 앞에 거대한 포탈 마법진이 떠올랐다.

“베르너 님? 그럼, 이만 현실로 돌 아갑시다.”

베르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하나뿐이 다.

성무제에서의 목적을 달성한 동료 들이 현실에서 안전한 탈출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발판을 쌓는 것.

번쩍!

강한 빛이 번쩍임과 함께 내가 서 있던 공간이 바뀌었다.

동시에 우우웅…… 하는 기계 소리 가 귓가를 울렸다.

“ 으음

나는 눈을 찌푸렸다. 정신이 몽롱 하고 온몸이 무기력해 힘이 들어가 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몸을 비틀거리다가 힘을 쥐어 짜 손바닥으로 양 뺨을 때렸다.

찰싹!

“후……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드네.

잠이 확 달아난 기분이다.

‘꿈의 세계’라 그런지 정말 그대로 잠들 뻔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 간.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새까만 암 혹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몸은 선명하게 보인 다.

그 말은 즉, 이곳은 어둠으로 가려 진 공간이 아니라는 중거다.

아마 우주처럼 검은색으로 보이는 공간인 거겠지.

“……신기하네.”

[‘꿈의 세계’에 입장하셨습니다.]

[습득하신 개인 포인트 점수에 따 라 ‘악몽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김선우’님이 보유하신 포인트는 2,120입니다.]

[악몽 저항력이 21.2% 상승합니다.]

머릿속에서 악몽 저항력이 상승했

다는 의지가 들려왔다.

악몽 저항력.

이름 그대로 악몽에 저항하는 힘이 다.

이 ‘악몽’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악 몽’과는 달리, 꿈의 세계에 등장하 는 새로운 개념인데 공간, 물체, 생 물 둥 다양한 모습으로 시험 참가자 들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악몽 저항력이 높을수록 악몽에게 입히는 피해가 늘어나고, 악몽에게 입는 피해가 적어진다.

꿈의 세계에서 ‘악몽’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에 저항력이 수

치가 높으면 무조건 이득이다.

“……가볼까.”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 뎠다.

정해진 길이 없었기에 목적지를 정 하고 움직인 건 아니었다.

그저 무작정 앞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3분 정도를 걸었을까.

어둠 속에 놓인 여러 개의 문을 발견했다.

“호오.”

원작에서 묘사됐던 문을 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졌다.

정말 상상하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이 ‘꿈의 세계’는 외부 중계가 영 상이 아닌 텍스트로 중계되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어떤 문으로 가는 게 좋으려나.”

문의 종류는 가지각색으로 다양했다.

문을 지나쳐 뒤를 확인하자 아무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텅 빈 공간에 문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니 마치 여러 개의 문 중에 진짜 문을 찾아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눈속임이다.

아무 문을 선택해도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거든.

“이게 제일 이쁘네.”

나는 가까이에 있는 ‘분홍색’ 문을 활짝 열었다.

한편, 꿈의 세계에 입장한다리아 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목적은 자운이 원하는 대로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그 결승점은 바로 꿈속에 숨은 ‘내면의 자아’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저번 새벽에 김선우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들었다.

우선 김선우는 내 힘으로는 스스로 결숭점에 도달하는 것은 힘들 것이 라고 했다.

실력이 무시당한 것 같아 굴욕적인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틀린 말은 아 니었다.

러시아 대표로 알려졌지만, 그래봤

자 자신은 2학년.

3학년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상대하 기에는 분명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 문이다.

다리아는 품 안에서 ‘물약’을 꺼냈 다.

자운에게 건네받은, 힘이 부족할 것 같으면 마시라고 한 ‘증폭제’였다.

……역시 이걸 마시는 게 좋겠지.

김선우도 마시는 걸 생각해보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었으니까.

다리아는 물약의 병을 따고 한 모 금 마셨다.

‘꿈의 세계’의 특성상 외부에 실시 간으로 중계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이었다.

두근!

“……읏!”

심장이 크게 뛰었다. 몸이 거부하 는 듯 가슴 깊은 곳에서 얕은 고통 이 느껴졌다.

다리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겨우 한 모금이었는데 이 정도 거 부 반응이라니.

잘못 마셨다가는 평생 마력을 사용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거짓말은 아 닌 모양이다.

다리아는 약물의 뚜껑을 닫고 다시 품속에 넣었다.

남은 물약은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그때 다시 마실 생각이었다.

다리아는 주저앉은 몸을 다시 일으 켰다.

눈을 감고 신체 내부에서 날뛰는 마력을 느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방금까지 있었던 우주 비슷한 공간 과는 다르게 이곳은 바닥과 벽, 천 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또 주변에는 수많은 계단이 미로처 럼 엉켜 있는데 뭔가 미술 작품 같 아서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때 귀에서 딱딱한 금속이 맞물리 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보았다.

수십 개의 은빛 톱니바퀴가, 서로 를 맞물린 채 회전하고 있었다.

“……꿈도 참 특이하네.”

역시 기계는 기계라는 건가.

꾸는 꿈도 묘하게 기계스럽다.

그렇게 신기함을 느끼며 계단을 오 르려는 그때.

우우우웅!

가까운 벽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공 간이 생성되었다.

갑작스러운 신비한 현상에 나는 발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공간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오. 신기하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공간 너머를 바라보았다.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둥장했다.

“……이서준?”

내 부름에 이서준도 나를 발견하고

는 눈을 깜빡였다.

“어? 김선우?”

이서준이 반가운 말투로 내게 다가 왔다.

“이야. 여기서 만나네.”

“……그러게.”

꿈속에서 다른 참가자를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시 작부터 이서준과 마주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동시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 다.

다리아와의 계획.

혹시 이서준이 방해되진 않을까 싶 어서.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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