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3화 (232/535)

233화

내 말을 들은 다리아의 표정이 한 층 복잡해졌다.

“……그놈들이 자운이었다고?”

“그래, 14년 전 해체되었다가 최근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된 테러 집 단.”

다리아의 손끝이 떨려왔다.

괴로운 얼굴로 눈을 찡그리다가 옅 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어떻게 믿지? 네가 그놈들과

한통속일지 어떻게 알고?”

“내가 녀석들과 한통속이라면, 들 킬 위험을 감수하고서 굳이 너에게 접근하지는 않았겠지.”

나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봐. 내가 녀석들과 한통 속이라면, 너에게 접근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겠어?”

내 말이 그럴싸했는지 다리아는 수 긍하는 둣한 모습을 보였다.

“……설마 그놈들이 자운이었을 줄 이야. 그런데 자운이 왜 나를?”

“나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 다만 녀석들이 원하는 것이 성무제에 있

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야.”

“하…… 뭔가 이상하긴 했어. 이상 하리만큼 강한 마력. 협회의 감시를 속이는 움직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다리아가 나를 올려 보았다.

좀 전까지 보이던 나를 향한 분노 의 감정은 이미 옅어진 지 오래다.

“근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 거 야?”

“말했잖아. 전부터 자운을 조사했 다고.”

“아니, 왜 자운을 조사하게 됐냐

고.”

다리아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 었다.

“……그건 비밀이야.”

많은 사연이 담긴 듯, 말끝을 흐리 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방법이 통했는지 다리아 의 표정에 의문으로 변했다.

“......뭐?”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 다만 나 도 자운의 피해자라는 것만 알려줄 게.”

굳이 자세하게 지어내서 설명할 필

요는 없다.

대충 분위기만 잡는다면 다리아의 상상력이 알아서 그럴싸한 추리를 해줄 것이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 나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그리고 무엇보다 방금 내가 한 말 은 거짓이 아니었다.

소소하지만 나도 자운에게 입은 피 해가 존재하긴 했으니까.

뭐, 굳이 따진다면 자운이 내게 입 은 피해가 더 크기는 할 테지만.

도둑질이라던가, 테리사 체포라던 가, 백은성의 팔이라던가…….

그런 여러 가지.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다리아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분노에서 의문으로.

의문에서 연민으로.

“혹시 자운에게 가족을 잃은 거야? 그래서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

“비밀이라고 했잖아. 묻지 마.”

거기까지는 설정은 못 짰으니까.

“……알았어. 안 물을게.”

다리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 였다.

좀 더 의심할 법도 한데 나를 완 전히 믿고 있었다.

찔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다 도 우려고 하는 거니까 좋게 생각해야 지.

“……그래서, 어떻게 나를 도와준 다는 건데? 사실 나는 너랑 이러고 있는 것도 불안해.”

다리아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괜한 짓을 벌이다가 동생에게 무 슨 일이 생길 바에는 차라리 녀석이

원하는 대로……

“정신 차려. 자운은 네 동생과 너 를 살려둘 생각이 없어.”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다리아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었다.

불안해 보이는 그녀에게 정신 차리 라는 의미에서 평소보다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나는 자운을 오랜 시간 조사해왔 고 그 누구보다 잘 알아.”

현재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심 이나 공감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제시하는 것.

“녀석들은 절대 혼적을 남기지 않 아. 목표를 완수하는 즉시, 너와 네 동생을 분명 죽일 거야.”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내 머릿속에 네 동생을 구할 방법 이 있어. 물론 너도.”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정말로 내 머릿속에는 그 둘을 구 할 계획이 있다.

여차하면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에 자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다리아를 살려보고 싶었다.

무한히 변해가는 미래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미래를 헤 쳐나가기 위해서는 아군이 한 명이 라도 더 있는 게 좋을 테니까.

무엇보다 누군가가 죽을 것을 알면 서, 운명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고 싶 지는 않았다.

“우선 네가 가진 정보를 모두 오픈 해. 녀석들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는 지. 무엇을 받았는지 등을 말이야.”

다리아는 내 눈을 응시하다가 진심 (?)이 전해졌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어.”

그 후 다리아는 자운과 있었던 일 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동생이 납치당한 순간부터, 그들에 게 어떤 지시와 어떤 물건을 받아왔 는지.

다행스럽게도 다리아의 이야기는 원작에서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크 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로 나를 믿고 사실대로 털어놓 은 것이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자운에게 받았다는 돌부터 보여줘 봐.”

다리아는 주머니에서 오묘한 푸른 빛을 내뿜는 작은 돌 하나를 꺼냈 다.

나는 돌을 빤히 바라보았다. 돌의 표면에는 복잡한 수식들이 그려져 있었다.

[소환석 (유물)]

설명 : 소환석에 인물의 술식 정보

를 저장합니다. 소환석에 마력을 주 입하면 술식의 정보가 담긴 대상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사용 시 소환 석은 소멸됩니다.

“소환석이야.”

“소환석?”

“일종의 소형 게이트 같은 건데, 마력을 주입하면 특정 인물을 소환 할 수 있어.”

다리아가 눈을 찌푸렸다.

“……감정도 없이 그걸 어떻게 아

는 거야?”

“잘 봐. 이 돌에 술식들이 보이 지?”

나는 돌 표면에 그려진 술식을 손 으로 가리켰다.

“이 술식에는 ‘특정 인간의 술식 정보’가 담겨 있어.”

“……특정 인간의 술식 정보?”

“그래, 쉽게 말해 게임 속 캐릭터 의 데이터 같은 거지. 너도 알잖아. 세계의 모든 것들은 술식으로 이루 어져 있다는 걸.”

“아, 이해했어.”

다리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 1위 출신답게 이해력 도 뛰어나다.

“보니까 6명의 정보가 담겨 있네. 베르트, 나타샤, 백은성, 진, 스카, 이청…… 전부 자운의 멤버로 알려 진 자들이야. 오래된 초창기 멤버들 이기도 하고. 소환석이 아니라면 인 물의 정보를 술식으로 담을 이유가 없어.”

나를 바라보던 다리아의 표정이 또 다시 달라졌다.

이번에는 놀라움이었다.

“……너 추리력 엄청 좋네. 이론

성적 1위인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내 추리보다는 원작과 외부자 의 혜택 딸이다.

다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여기는 가상세계인데도 외 부의 사람을 소환하는 게 가능해?”

러시아 1위 우등생답게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가능해. 여긴 단순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술식’으로 만들어진 세계잖 아.”

«..2”

지금까지 잘 이해하던 다리아가 처 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보였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이러고 있으니, 마치 술식학 교수 라도 된 기분이네.

“아까 말한 이론이랑 비슷해. 현실 이 술식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이 세계도 술식으로 만들어진 세계야. 그러니까 신비가 만들어낸 가

상세계와는 근본이 다르다는 거지. 이곳은 실제 ‘현실’과 같은 이론으 로 만들어진 세계니까.”

내 설명에도 다리아의 표정은 여전 히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과 현실이 같은 이론으로 만 들어진 세계라면 굳이 가상세계라고 구분할 필요가 있나?”

……어? 그러네.

갑작스러운 철학적인 질문에 나까 지 살짝 의문을 느꼈다.

“……뭐, 아무튼. 자운이 어떤 목표 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윤곽이 보이 지?”

다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운은 최종 시험장에 소환된 다 음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했던 거 네.”

“맞아.”

다리아의 얼굴에 잠시 평온이 깃들 었다.

정체를 모르던 상대에서 상대가 무 엇인지. 또 무엇이 목적인지를 대충 알게 되었으니 심적으로 여유가 생 겨서일 것이다.

“그래서, 동생을 구할 방법이 뭔 데?”

“일단 녀석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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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는 듯 한 표정이다.

“동생을 구하는 게 우선이잖아.”

“원하는 목적을 이루면 내 동생을 죽일 거라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못할 상황을 미리 만들어 야겠지. 녀석들이 거부할 수 없는 거래 조건을 내밀면 돼.”

“……거부할 수 없는 거래 조건?”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 쓱였다.

“인질 교환이야.”

다리아와의 밀회(?) 이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성무제의 수많은 시험을 치르면서 많은 사건 또한 발생했다.

우선 중국 마법사관학교가 원작의 흐름과 같이 팀 점수 최하위를 기록

하며 탈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베르너가 시험에 개입하면 서 루크가 억울한 탈락을 하게 되었 으며, 한국 마법사관학교에서는 은 설아가 탈락하게 되었다.

릴리 로즈는 기적적으로 끝까지 살 아남아 최종 시험장에 올랐다.

이것으로 최종 시험장을 확정 지은 것은 나, 이서준, 유아라, 릴리 로 즈, 다리아, 최서윤, 그 외 다른 학 년의 1위와 2위들.

총 10명의 인원이 남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성무제의 최종 시험

날이 찾아왔다.

“최종 시험까지 살아남은 학생 여 러분, 지금까지 고된 시험을 치르느 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중간 지역 저택 앞의 거대한 마당.

10명의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관 측의 사도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 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내었습니다. 그리고 성무제의 마지막 시련, ‘최종장’에 오를 자격을 얻었습니다.”

최종장의 자격을 얻었다는 말에 몇 몇 학생이 우수에 찬 표정이 되었

그 모습을 사도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특별 시험관, 제임스는 가 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최종장의 시험을 설명하기 에 앞서, 현재 학교 순위표를 공개 하겠습니다.”

관측의 사도가 허공에 팔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허공 위에 거대한 홀 로그램이 떠올랐다.

+실시간 학교 순위+

1. 한국 마법사관학교 - 4,200pt

2. 영국 마법사관학교 - 3,400pt

3. 러시아 마법사관학교 - 3,250pt

4. 미국 마법사관학교 - 2,850pt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학교는 ‘한국 마법사관 학교’입니다.”

4,200포인트.

2위인 영국과 무려 800포인트의 격차를 내며 단독 선두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1둥을 확정 지은 건 아닙 니다. 다음 최종장의 시험에서는 우 승한 학생의 소속 학교에 1,000포인 트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영국과 러시아 소속 학생 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우승 포인트가 1천이라는 건, 마지 막 시험으로 1위를 쟁탈할 수 있다 는 의미였으니까.

“그렇다고 미국 마법사관학교 학생 분들도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최종장에서 승리한 학생은 ‘개 인전 MVP’라는 명예와 함께 가호 가 주어지니까요.”

관측의 사도는 모두를 쭉 둘러보더 니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나와 단둘이 대화했을 때 잠깐 보 여주었던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다음은 개인전 순위를 공개하겠습니다.”

관측의 사도가 팔을 휘저었다.

+실시간 학생 순위+

1. 김선우 — 2,120pt

2. 이서준 - 2,010pt

3. 유아라 - l,690pt

4. 릴리 로즈 一 l,600pt

“1위는 김선우 학생입니다. 2위는 이서준 학생. 3위는 유아라 학생입 니다. 신기하게도 모두 한국 마법사

관학교 학생들이네요.”

나는 순위표를 보며 살짝 놀라움을 느꼈다.

초반 이서준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시작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110포 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쫓아오다니. 괴물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만약 ‘이론 시험’이 없었더라면 내 가 2위였겠지.

그때 어디선가 으. 하는 분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4위를 차지한 릴리 로즈였다.

“이 개인 포인트는 최종 시험장에

서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 특별한 혜 택으로 주어질 예정입니다.”

“ 오호......

이서준의 얼굴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럼 지금부터 성무제의 마지막 시험의 룰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사도를 향했다.

“성무제 마지막 시험의 배경은 ‘꿈 의 세계’입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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