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1화 (230/535)

231 화

혼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고 아침.

사도와 했던 대화를 곱씹을 겨를도 없이 다시 성무제의 네 번째 시험 날이 찾아왔다.

관측의 사도와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범한 시험관과 학생의 관 계로 되돌아왔다.

사도는 이른 아침 학생들을 한자리 에 모아두고 어제 시험인 ‘마법사의 소양’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당연하겠지만 ‘외부자의 혜택’이 있는 나는 만점을 획득했다.

개인 포인트에서 1등을 굳건히 지 키며 2위인 이서준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사도는 그 뒤 다음 시험에 관해 설명했다.

다음 시험의 배경이 발표되자 모두 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번 시험의 배경은 육지가 아니었 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다음 시험장으로 이 동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했다.

우우응……

어느덧 육지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바다의 중심에 도착했다.

사도는 우리를 둘러보며 본격적인 시험의 규칙을 설명을 시작했다.

“저택에서 공지했듯이 성무제 네 번째 시험은 팀전으로 진행합니다.”

이번에 치루는 시험의 이름은 ‘고 래 장기 쟁탈전’.

이름 그대로 [거대 괴물 고래]의 몸속으로 들어가, 최대한 많은 장기 를 파괴하는 쪽이 숭리하는 시험이 다.

이런 생물체의 몸속을 탐험하는 던 전을 ‘생체 던전’이라고 하는데 일 반적인 던전과 다른 만큼 진입 방법 과 공략 방법도 특이하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각 팀은 공격 대 한 명과 수색대로 역할을 나누어 고래의 몸속으로 진입합니다.”

공격대와 수색대.

공격대는 팀에서 단 한 명만이 부 여받는 역할로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고래의 심장’을 노 리는 역할이다.

팀에서 단 한 명만이 선택할 수 있기에 보통은 팀의 에이스가 이 역

할을 맡게 된다.

우리 쪽에서는 언제나 믿을 수 있 는 든든한 아군, 이서준이 맡게 되 었다.

수색대는 심장이 아닌 다른 장기들 을 파괴하는 역할이다.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나뉘어 고래의 간, 혈관, 위장, 췌장, 살 둥 을 파괴한다.

장기 별로 획득할 수 있는 포인트 가 다르기에 적은 포인트를 주는 ‘살’보다는 ‘간’이나 ‘췌장’, ‘뇌’와 같은 부위를 노리는 게 좋다.

이렇게 보면 많이 잔인하고 징그럽

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생체 던전’ 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만큼 실제 고 래의 몸속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생물체이긴 하지만 ‘던전’에 가깝 다고 해야 할까?

“여러분들은 고래 몸속의 장기를 최대한 파괴하여 포인트를 획득하시 면 됩니다. 포인트를 많이 획득한 순서대로 순위가 결정됩니다.”

우우우우웅!

그때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바다 밑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 났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의 크기보다

7배는 더 커 보이는 크기였다.

마치 작은 섬 하나를 보는 것 같 다고 해야 하나?

“저게 고래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몇몇 학생이 기대에 찬 얼굴로 고 래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파도가 강하게 밀려오더 니 바닷속에 숨어있던 거대한 고래 가 우리를 반기둣 튀어 올랐다.

“와! 대박!”

“진짜 크다.”

“우와. 저게 생체 던전이야?”

고래는 다시 물속으로 헤엄쳤다. 파도가 강하게 밀려오며 배가 크게 흔들렸다.

비록 가상 세계라고 하지만 혼히 볼 수 없는 광경에 모두의 눈빛에 기대감이 가득 차올랐다.

이서준과 은설아. 그리고 유아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로 배의 난간에 기대 고래의 물 쇼를 바라보 았다.

어차피 우리 손으로 처치해야 할 고래인데 괜히 정을 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으 ”

그때 옆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너 괜찮냐?”

“……아뇨. 안 좋아요.”

최서윤의 안색이 창백했다. 뱃멀미 로 또다시 고생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인지 몸속의 내용물을 쏟아 낸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저 괴로운 얼굴로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을 뿐.

“ 에휴.”

괜히 보는 내가 안타깝다.

……이래서 시험은 제대로 치를 수 있을런지.

그러던 그때, 번뜩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 키워드를 입력했다.

[특제 멀미약(F)]

분류 : 약

설명 : 8시간 동안 멀미에서 자유 로워지는 특별한 약

가격 : 300

역시 있다.

가격은 300포인트.

포인트를 버는 게 쉽지는 않으나 300포인트라면 충분히 낼 수 있지.

나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 지대에서 조용히 멀미약을 구매했다.

내 손바닥 위에 작은 빛이 어리더

니 푸른 알약 하나가 생겨났다. 나 는 그녀에게 알약을 내밀었다.

“자, 받아.”

«..2”

최서윤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예요?”

“멀미약이야. 일반 멀미약이랑은 달라서 아마 효과가 좋을 거야.”

“멀미약이요? 언제 구매하신 거예 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정신이 멍해 졌다.

언제 구매했냐고?

“원래 있던 건데.”

“위젠 가는 배 위에서는 없다고 하 시지 않으셨어요?”

아, 맞다. 그랬었지.

최서윤이 성무제 첫날 멀미약이 같 은 게 없냐고 물었었다.

“……사실 위젠에서 첫날 자유 시 간 때 샀어.”

최서윤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 나 양 뺨에 붉은빛 생기가 돌기 시

작하는 것이 뭔가 착각을 하는 거 같은데.

최서윤은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밝 게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최서윤이 알약을 집더니 입 안에 삼켰다.

효과가 바로 생겨났는지 그녀의 안 색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포인트 아이템 선물’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오.

예상치 못한 업적을 달성했다.

300포인트를 투자해 3,000포인트 획득이라.

무려 10배의 수익률이다.

그렇게 포인트 획득에 흐뭇하던 그 때.

촤아아아악——

거대 고래의 꼬리가 바다를 크게 내리치며 강한 파도를 일으켰다.

동시에 배가 거의 뒤집히다시피 크 게 흔들렸다.

“으앗?!”

순간 최서윤이 허공에 팔올 휘젓더 니 안기다시피 내 몸을 꽉 잡았다.

«..2”

내 옷자락을 꽉 잡은 최서윤이 당 황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최서윤은 이내 화들짝 놀라더니 내 몸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다시 파도가 일었다.

나는 다시 몸의 균형을 잃은 최서

윤의 팔을 꽉 잡았다.

“앗. 감사합……

그렇게 잠시 혼란이 생기던 그때, 사도의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자, 그럼 지금부터 ‘고래 장기 쟁 탈전’을 시작합니다!”

동시에 모두가 바닷속으로 뛰어내 렸다.

콰아앙!

마력이 폭발과 함께 고래의 살점이 뜯긴다.

동시에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 며 넓은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물속을 헤엄치며 고래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뒤 마법으로 생겨난 구멍이 ‘재생력’에 막히며 바닥에 발을 내 디딜 수 있게 되었다.

“후.”

천천히 공기를 들이마시며 고래의 몸 내부를 둘러보았다.

던전답게 일반적인 생물의 몸속과

는 확연히 달랐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이 살덩어 리로 되어 있을 뿐, 복잡한 미로처 럼 되어 있는 것이 던전의 구조와 빼닮아 있었으니까.

“휴. 겨우 안으로 들어왔네.”

최서윤이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오 며 중얼거렸다.

함께 헤엄쳐서 그런지 온몸이 물에 젖어 있었다. 그 옆의 유아라는 긴 머리의 물기를 탁탁 털었다.

나는 가방에 미리 챙겨둔 수건을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오 땡큐. 준비성 좋네.”

“감사합니다!”

“잘 쓸게.”

어느 정도 옷과 머리의 물기가 마 르자 이서준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 했다.

“심장을 노리는 건 내가 하기로 하 고. 인원수 때문에 2인 1조로 두 팀 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래?”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아라가 나 섰다.

“나랑 얘랑 한 팀으로 할게.”

유아라가 가리킨 것은 은설아였다. 은설아는 어깨를 움찔했다.

둘 사이에 별다른 접점이 없고 어 색한 사이라 그러겠지.

이서준은 은설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괜찮아?”

“아, 네! 전 좋아요.”

은설아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표정에 작은 기대감이 보이는 것이 유아라와 친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레 나와 최서윤이 한 조가 되었다.

최서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 았으나, 발걸음이 경쾌해진 걸 보아 하니 내심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렇게 3개의 조로 나뉘어 각자 움직이기로 했다.

이서준은 고래 몸통 중앙에 있는 ‘심장’ 방향으로.

유아라는 광역 마법에 특화되어 있 기에 꼬리 방향의 ‘위장’으로.

나와 최서윤은 머리 방향의 ‘뇌’로 향했다.

방향은, 무작정 정한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넓은 ‘위장’은

유아라의 특기인 광역 마법이 처리 하기에 유리하고.

‘뇌’ 부분은 각종 복잡한 마법 트 랩들이 설치되어 있기에 내가 맡게 된 것이다.

“선배님, 이 쪽으로 가면 될 거 같 아요.”

나와 나란히 걷던 최서윤이 앞장서 더니 손가락으로 통로를 가리켰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녀의 뒤를 따랐다.

“근데 살덩어리도 포인트인데 살덩 어리 파괴는 안 하세요?”

최서윤이 살덩어리로 된 벽을 손가

락으로 가리켰다.

“살덩어리는 워낙 부위가 넓어서 포인트가 얼마 안 될 거야. 그럴 시 간에 다른 장기를 노리는 게 낫지.”

“흐음. 그런가? 어디 포인트가 얼 마나 벌리나 한 번 볼게요.”

최서윤이 마법을 구현했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차가운 냉기가 어리더니 기다란 얼음의 장창이 나 타났다.

그 장창을 보며 내심 놀랐다.

구현의 디테일도 그렇지만 장창의 길이가 전보다 훨씬 길고 날카로워 졌기 때문이다.

이서준, 유아라 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재능이 특출나서 그런지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하앗!”

최서윤은 짧은 기합과 함께 창을 쏘아내었다.

장창은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벽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악!

살덩어리가 찢기고 피가 쏟아졌다.

얼음 마법 특성상 ‘폭발력’이 부족 했기에 그렇게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 했다.

[‘최서윤’이 거대 고래의 살

0.004%를 파괴했습니다.]

[팀 포인트가 1만큼 상승합니다.]

“……겨우 1점?”

최서윤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거봐. 살덩어리는 포인트가 얼마 안 돼. 뇌가 1,000포인트이고 심장 이 3,000포인트인데. 살덩어리 백날 파괴해봤자 의미 없다.”

“진짜네요……

“됐고. 빨리 가자. 다른 팀보다 늦 을라.”

이 시험의 기본적인 규칙은 ‘쟁탈 전’이다.

먼저 고래의 장기를 파괴하는 쪽이 점수를 획득하기에 신속하게 움직여 야 한다.

……그렇게 통로를 지나가던 중.

“어? 저기 결계가 있어요!”

최서윤이 저 멀리에 보이는 좁은 통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말대로 좁은 통로에 푸른 빛의 결계가 하나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춰섰다.

“잠깐. 기다려.”

“네?”

최서윤이 나를 따라 발걸음을 멈췄 다.

나는 작게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평소와 다르게 소량의 마나가 담긴 구체 였다.

“선배님?”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최서윤이 물 었다.

나는 대답 대신 마법 구체를 결계 앞의 바닥으로 쏘아냈다.

콰앙一!

바닥에서 작은 폭발이 일며 살점이 튀었다.

단순히 바닥을 노린 건 아니었다. 그곳에 숨겨진 ‘함정 마법진’을 건 드린 것이다.

마법진에 충격이 가해지자 바닥이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거렸다.

쿠왁!

바닥의 살덩어리가 위로 크게 솟았 다.

이내 살덩어리가 찢어지더니 날카 로운 손톱이 있는 팔이 모습을 드러 냈다.

—크아아악!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상 어 얼굴의 괴물.

뇌로 향하는 입구를 지키는 ‘수호 자’였다.

느껴지는 마력의 등급만 보자면 못 해도 A등급. 아니, 이 정도면 S둥급 에 근접한 수준이다.

굳이 등급을 나누자면 A++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무슨.”

원작에서도 이서준 시점으로만 보 았기에 설마 저렇게 강한 수호자가 등장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저 정도 수준이면 나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데.

최서윤 역시 상대의 강함을 알아본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생긴 거와 다르게 느껴지는 마력이 엄청나네요.”

“일단 공격하지 말고 가만히 있

어.”

S등급에 근접하다 해도 상대는 A 등급. A등급과 S등급의 차이는 분 명하다.

그리고 상대는 몬스터.

지능이 인간만큼 뛰어나지 않기에 상대법만 잘 생각한다면 상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녀석을 어떻게 상대해 야 할까 고민하던 그때.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선배님, 저기서 마력이 느껴 지는데요?

—응, 나도 느꼈어. 따라와!

등 뒤의 통로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최서윤은 눈앞의 수호자를 놔 두고 뒤를 돌았다.

“러시아어?”

최서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이내 우리의 둥 뒤에서 익숙한 얼

굴의 두 사람이 등장했다. 그 둘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따라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김선우?”

여성은 다름 아닌 러시아 마법사관 학교의 다리아였다.

나와의 만남을 예상 못 했는지 눈 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그 옆에는 더 앳되어 보이는 얼굴 의 어린 여학생이 함께 있었는데 인 물 간파로 확인해보니 ‘미라’라는 이름의 1학년이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러시아 1학년 1 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내 옆의 최서윤의 표정이 사 늘하게 굳었다.

“……다리아.”

최서윤의 부름에 다리아는 그녀에 게 시선을 돌렸다.

다리아의 표정이 잠시 굳는 걸 보 아하니 최서윤을 알아본 모양이다.

그 후 다리아는 우리 등 뒤에서 포악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는 수호자 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호자?”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된 둣 작게 미소를 지었다.

최서윤은 불안감에 찬 얼굴로 뒤와 앞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내게 말했다.

“선배님, 지금 우리 포위된 거 같 은데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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