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7화 (226/535)

227화

[같은 팀으로 위장한 도플갱어를 처치했습니다.]

[3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유아라의 도플갱어에게서 숭리한 나는 주변의 전투의 혼적을 바라보 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화르르륵.

숲이 화염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유아라의 도플갱어답게 전투 스타 일마저 흡사해서 광역 화염 구체를 여기저기에 뿌려댔기 때문이다.

그 덕에 공기가 탁해져서 숨쉬기가 힘들지만, 전투에 깔끔하게 숭리했 으니 만족한다.

애초에 실제 유아라 능력의 50% 정도이기에 질 수가 없기도 했고.

“일단 300포인트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인물 간파]가 있는 한 ‘도 플갱어 사냥’ 시험에서만큼은 나는

그 누구보다 유리하다.

이대로 1둥까지 노려봐야지.

……그렇게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 비를 하던 때였다.

두근.

갑작스레 심장이 뛰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가슴 한구석 에 작은 공포심이 피어올랐다.

죽음을 피하려는 내 본능이, 내 고 개를 자동으로 움직이며 ‘살기’를 감지했다.

그렇게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 거대한 바위 위에서 있는 한 남성이 홍미에 찬 눈으로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한 상태였기 에 그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베르너.

자운의 스파이이자 이번 성무제의 특별 시험관이었다.

나는 마치 잠깐의 우연인 것처럼 연기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서 등을 돌리곤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와 씨……

식은땀이 흐른다.

혹시 베르너가 다리아에게 위협될 인물로 나를 노리지는 않을까 걱정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베르너에게 노려지게 된다면 숭산은 없다.

녀석은 무려 S등급의 마법사.

정면 대결에서 내가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무슨 살기가 저러지?’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스토리에 개입하면서 나 를 노렸던 수많은 살기를 느껴왔다.

대부분이 B 등급과 A 등급이었고, 간혹 S등급도 있었다.

하지만 베르너가 방금 보여준 살기 는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조차 안 됐다.

정말로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 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S등급의 괴물이라 그런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렇게 강한 살기가 느껴진 다는 건 지금까지 보아온 그 누구보 다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는 중거다.

……피해야 한다.

이 자리를 벗어나자.

나는 다시 뒤를 돌아 방금 베르너 가 서 있었던 바위 위를 돌아보았 다.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던 베르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녀석이 나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 다는 의미였다.

“……귀찮게 됐네.”

베르너는 자운에서 ‘추적’을 담당 한다.

자운 내부에서도 ‘사냥개’라는 별 명으로 불릴 만큼, 예민한 후각과 기척 감지 능력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의 추격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

하지만 나에게는 [은밀한 발걸음] 이 있다.

특성의 힘을 빌려 나의 ‘존재감’을 숨긴다면 잠시나마 녀석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 녀석과 나의 거리는 꽤 되니 아마 당장 내 쪽으로 달려온다고 해 도 최소 몇 분은 필요하겠지.

거기다가 시험장에 중계되는 시선

들을 피하기 위한다면 더 늦어질 테 고.

불가능할 건 없다.

나는 마음의 여유를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가자.”

그렇게 [은밀한 발걸음]을 유지한 채 장소를 이동했다.

도플갱어 사냥을 통한 포인트 획득 도 중요하지만, 지금 최우선 과제는 나의 생존이다.

베르너가 김선우를 쫓아 움직인 지 15분.

베르너는 어느새 김선우가 있던 장 소에 도착해 있다.

“흐음. 일단 도착은 했는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타오르는 나무와 수풀. 그리고 바 닥에 쓰러진 도플갱어의 사체.

하지만 김선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 는다.

물론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자 리에 머무를 이유가 없기에 김선우

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베르너는 이상함을 느꼈다.

“……흔적이 전혀 없는데?”

인간의 움직임에는 흔적이 남는다. 발자국, 기척, 마력, 존재감…….

자운의 사냥개로 불리며, ‘추적자’ 특성을 가진 베르너에게 이런 혼적 을 쫓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이 장소에 는 김선우와 관련된 그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운의 멤버로 ‘추적’을 담당했던 그에게도 이 상황은 손가

락 안에 꼽힐만한 일이었다.

“뭐지?”

15분이라면 작은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정상인데…….

이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그러다 문득, 베르너는 24년 전, ‘그분’에게 구원받기 전의 일을 떠 올렸다.

과거, ‘그분’과 대립했던 그 시절.

베르너는 이것과 비슷한 환경에서 ‘그분’과 추격전을 벌인 경험이 있

었다.

추격전에는 언제나 자신 있던 그였 기에 그 당시, 전 세계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칭송받는 그분이라 할지라 도 자신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 로 생각했다.

하지만 베르너는 끝내 그분을 찾아 내지 못했다.

아마 의도적으로 자신의 혼적을 지 우는 방법을 알고 있던 거겠지.

바로 지금처럼.

베르너는 잠시 신을 향한 그리움에 슬픔에 잠겼다.

그분을 만나 뵙지 못하게 된 지 벌써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분이 뼈저리게 그리웠다.

‘……빨리 다시 뵙고 싶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 았다.

성무제에서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면,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분의 진정한 의도를. 그리고……

“……이럴 때가 아니지.”

그분을 향한 그리움은 나중으로 미 루어도 된다.

당장의 목적, ‘야간 도플갱어 사냥’

시련 종료까지 약 4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서둘러 김선우와 그 외 다른 위협 이 될 학생들을 찾아야 한다.

“쯧.”

베르너는 하늘 위를 올려보았다.

별이 떠오른 깜깜한 밤하늘 위에 네모난 큐브 하나가 허공을 떠다니 고 있었다.

저 큐브의 이름은 ‘중계 큐브’.

성무제의 시련을 실시간으로 외부 에 중계해주는 특수 장치였다.

“……저것만 아니면 이 주변을 확

엎어버리는 건데.”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자운에게 있어 최우선은 성무제가 취소되지 않는 것이니까.

“재밌네.”

어릴 때 즐기던 숨바꼭질 하는 기 분도 들고.

어디 숨어봐라. 반드시 찾아줄 테 니까.

그렇게 마음가짐을 잡고 다시 김선 우를 쫓으려는 때였다.

바스락바스락-

가까운 수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베르너는 곧바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내 수풀 속에서 만두 머리를 한 여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잉?”

베르너의 부름에 양잉이 손에 쥔 창을 쥐고는 자세를 잡았다.

“이서준!”

«..2”

뜬금없는 말에 베르너가 고개를 갸 웃했다.

그리고 이내, 그 말의 의미를 깨닫 고는 입을 벌렸다.

“아. 어어, 나 이서준. 아임 이서준.”

나 이서준으로 변장했었지?

베르너는 뒤늦게 이서준을 연기(?)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연기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언어가 달랐기에 양잉 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양잉이 자세를 낮추며 크게 소리쳤 다.

“……뭐라는 거야.”

중국어를 모르는 베르너였기에 그

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양잉이 마력을 뿜어내더니 영 체 소환술을 사용했다.

—히이이잉!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말이 울 음을 터트렸다.

양잉은 말 위에 올라타더니 다시 소리쳤다.

베르너는 양잉을 빤히 바라보다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었다.

우선 저 시끄러운 녀석부터 탈락시

키자.

“♦.....워메.”

베르너를 피해 장소를 옮긴 나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서서 주변을 둘 러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이서준으로 분장한 베르 너가 양잉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퍽 웃기다.

어찌어찌 이서준과 비슷한 전투 방 식을 보이며 필사적으로 이서준을

연기하고 있지만, 사소한 디테일에서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방금 보인 화려한 백 덤블링이라던가.

이서준은 저런 거 안 한단 말이지.

“……이서준 연기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이서준 전문가인 나에게는 만족스 럽지 않은 연기력이다.

저러다가 정체나 들키지 않을까 걱 정이네.

연기 똑바로 하라고 귀띔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성무제 에피소드에서 자운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운 에피소드의 결과로 이서준에 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예정이 기 때문이다.

자운의 성공이라는 ‘실’이 있지만, 그보다 ‘득’。] 더 큰 상황이라 자운 의 성공도 빌어줘야 한다.

나는 베르너에게서 신경을 끄고 나 무 아래로 내려왔다.

털썩.

거의 5충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마

력으로 육체를 강화했기에 발바닥이 살짝 저리는 정도였다.

베르너가 저렇게 한눈파는 지금.

도플갱어든 적팀이든 만나서 포인 트를 쌓아야겠지.

“흐음.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으려 나‘?”

나는 포인트를 찾아 다시 이동했다. 이왕 움직이는 김에 베르너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렇게 길을 쭉 걷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익숙한 마력의 형태.

아니, 익숙하다 못해 너무 잘 아는 마력이 느껴졌다.

“......설마.”

나는 서둘러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 으로 뛰어갔다.

“아아앗!”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달빛을 머금은 화려한 은발.

전투 도중에 뒤로 넘어진 은설아였다.

그리고…… 그녀와 겨루고 있는 상 대는.

……‘나’였다.

나는 멍하니 ‘김선우’를 바라보았 다.

나와 똑같이 생긴 녀석올 저렇게 보니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내 모습을 홈친 도플갱어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싸울까?

“흐으윽!”

은설아는 보조계의 결계 마법을 펼 쳐 ‘김선우’의 접근을 막아내었다.

내 능력의 50% 정도를 보여주는 도플갱어였으나 은설아에게는 그조

차 버거운 모양이다.

힘겹게 상대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도와줄까 했지만, 아예 상대를 못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좀 더 지켜보 기로 했다.

그때 ‘김선우’가 마법 구체를 구현 했다.

무속성의 구체였다.

‘전기’나 ‘빛’ 속성을 구현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이 었다.

혹시 몰라 계속 지켜보았지만, 무 속성 구체와 체술 외에 다른 것은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성격과 전투 스타일도 카 피해서 저러는 것 같다.

내 성격이라면 이곳에서 바람 속성 외에 다른 속성을 사용하지는 않을 테니까.

괜히 다른 속성이나 룬의 속박 같 은 걸 사용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 는데 이건 다행이다.

이쯤 지켜봤으니 슬슬 도와줘 볼 까.

나는 기습 공격을 위해 빠르게 마 법 구체를 구현했다.

우우웅!

그리고 녀석이 반응할 수 없도록 구현과 동시에 방출했다.

파앙——

마법은 어둠을 밝히며 새하얀 잔상 과 함께 쏘아졌다.

많은 마력을 담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습 공격이었기에 적중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김선우’는 내가 쏘아낸 마법보다 반응이 빨랐다.

아니, 구체를 구현하기 이전부터 녀석은 이미 내 공격을 대비하고 있

었다.

당연하겠지만 적이 이미 눈치챈 공 격은 ‘기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녀석은 가볍게 몸을 꺾는 것으로 내 공격을 피해내었다.

“……허.”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함을 느 꼈다.

“……살기 감지를 사용할 줄이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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