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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224/535)

225화

첫 번째 시련, ‘자격증명’이 시작된 지 2시간.

나는 여전히 복잡한 미로를 헤매며 누군가와 마주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로가 생각보다 넓나 보네.”

무려 2시간이나 걸었는데도, 맨 처 음 한 명을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아직 그 누구도 마주치지 못했다.

물론 가끔 가까운 곳에서 전투하는

듯한 마력이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미로의 길이 워낙 복잡하게 꼬여있어 찾아가고 싶어도 찾아갈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속성 연습 좀 해보려 했더만. 쯧.”

아쉬움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확인 했다.

[42]

어느새 75명에서 42명으로 줄었다.

35명으로 줄어들면 이번 시련이

끝나는 것이니 이제 거의 골인 지점 에 도달한 셈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줄어들 동안 그 누구도 안 마주칠 수가 있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때 였다.

갑작스럽게 오한이 느껴지며 심장 이 두근 뛰었다.

이 오싹함의 정체는 ‘살기 감지’.

동시에 등 뒤에서 두 개의 발소리 가 들리더니 빠른 속도로 나에게 가 까워졌다.

피옹一!

나는 침착하게 마력으로 신체를 강 화해 몸을 옆으로 꺾었다.

푸른 빛의 섬광이 번쩍이더니 방금 내가 서 있던 허공을 지나갔다.

살벌한 기습이었다.

각 학교 최상위권 실력을 갖춘 학 생들이 모이는 성무제라 그런지 마 법 수준도 상당했다.

“흐아아압!”

그리고, 그 틈을 노렸다는 듯 이번

에는 뒤에서 대검 하나가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나는 몸을 회전하며 공격을 다시 피해냈다.

상대의 숫자는 둘.

지금 눈앞에서 대검을 휘두르는 녀 석과 뒤에서 푸른 마법을 쏘아낸 녀 석이었다.

2:1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 하긴 했지만 침착함을 되찾곤 마법

을 구현했다.

우우웅!

마치 폭풍이 회오리치듯 날카로운 바람이 동그란 구체 형태로 압축되 었다.

제어가 쉽지는 않지만 될 대로 되 라는 듯 그대로 방출했다.

파아앙!

폭풍을 머금은 구체가 대검을 쥔 녀석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귀를 찢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구체의 압축이 풀리 며 그 안에 담긴 바람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쳇……!”

의도한 게 아니었다.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실패한 공격 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마법의 제어 가 흐트러지자 대검을 쥔 녀석은 검 을 휘두르는 것으로 손쉽게 공격을 막아냈다.

그때 였다.

“끄아악!”

사방으로 퍼져나간 바람이, 뒤에 있던 녀석에게 닿으며 유효타를 만 들어내었다.

그리고 녀석의 형체가 먼지처럼 서 서히 흩어지더니 그대로 탈락했다.

“......뭐여?”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 한 명을 처치한 건가?

대검을 쥔 녀석 역시 방금 나의 공격에 당황한 둣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래도 실력의 격차를 체감한 모 양이다.

녀석이 도망치려 하자 나는 곧바로 마법을 방출해 녀석의 발밑으로 쏘 아냈다.

“이게 어딜 도망치려고.”

나는 다시 바람 마법을 구현했다.

이번에는 녀석이 쉽게 막아내지 못 하게 전보다 더 강한 마력을 압축했다.

그때 녀석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만요!”

녀석의 외침에 잠시 마법의 구현을

멈추었다.

“호, 혹시 어느 나라 소속이세요?”

녀석이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비밀인데? 너부터 말해.”

녀석은 내 물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빨리 대답 안 하면 그냥 쏴버린 다. 5, 4, 3, 2……

“하, 한국이요!”

그 대답에 나는 숫자 세는 것을 멈추었다.

……한국이라고?

내가 움직임을 멈추자 녀석이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

“네?”

“이름 뭐냐고

“기, 김해원…… 이요.”

……김해원?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

1학년 중에 그런 이름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 3위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나저나 이놈이 한국 소속이면 방

금 내가 탈락시킨 놈도 한국 소속인 거 아닌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아니, 왜 어디 소속인지 물어보지 도 않고 공격을 해?”

“먼저 때려눕힌 다음에 소속을 물 으려 했었죠. 하하.”

나는 구현한 마법을 풀어냈다.

녀석이 한국 소속이라고 밝힌 이상 탈락시킬 필요가 사라졌다.

물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 속 경계하기는 할 거지만.

내가 마법을 풀어내자 녀석이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 같은 한국 팀끼리 평화롭게 지내자고요. 아, 근데 선배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듣기로는 한국 에 바람 속성 마법사가 없던 거로 기억하는데.”

“몰라도 돼.”

“……넵.”

녀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녀석에게 먼저 앞장서서 가라 고 했다.

그리고 내 명령에 녀석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앞장서서 걸었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 내 눈치를 살 피는 데 혹시 모를 배신을 신경 쓰 는 모양이었다.

사람 구분이 안 되니 확실히 불편 하기는 하다.

어떻게 구분할 방법 없나?

그때.

아주 우연히 기가 막힌 생각이 머 릿속을 스쳤다.

……이걸 왜 여태 생각 못 했지?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는데.

나는 녀석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장웨이

나이 : 17

종족 : 인간 상태 : 긴장 마력 둥급 : B-관심도 : 0

“에라이.”

내 혼잣말에 장웨이가 뒤를 돌았 다.

“왜 그러세요?”

“운도 좋네.”

“뭐 가요?”

녀석이 꿀꺽 침을 삼켰다.

“5개 국가 중에 하필 한국을 찍은 거 말이야.”

“……네? 그, 그게 무슨?”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동시에 녀석이 어깨를 움찔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어? 서, 선배님? 자, 잠깐……!”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녀석 을 향해 방출했다.

콰아아아앙一!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방금까지 내 앞에서 있던 ‘중국 마법사관학교 소속, 장웨이’는 그대 로 탈락했다.

짧지만 나의 활약으로 중국팀의 숫 자 2명이 줄어든 셈이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보았다.

42라고 적혀있던 숫자가 40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련 종료까지 이제 5명만이 남았 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다시 홀러.

나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상대를 찾아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

“아, 진짜 지루하네.”

천장 위의 숫자는 어느덧 36이 되

어 있었다.

시련 종료까지 남은 건 이제 단 한 명.

그렇게 다시 따분함이 느껴지려 할 때, 마치 미로가 내 목소리를 화답 하둣 내 앞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 켰다.

나는 반가움을 느끼면서 [인물 간 파]를 사용했다.

이름 : 다리아

나이 : 18

종족 : 인간 상태 : 긴장 마력 등급 : B+ 관심도 : 0

……다리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원작의 전개를 위해, 이곳에서 그 녀를 마주치는 건 그렇게 좋은 상황 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우우웅!

다리아의 발밑에서 마력의 파동이 크게 일었다.

18살의 마력이라 믿기 힘들 만큼 강력했기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이 나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파아앗——

과연 러시아 최고의 재능이라 불릴 만한 실력이었다.

아까 겨루었던 장웨이와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

른 속도였다.

나는 그녀의 공격에 대웅하기 위해 서 침착하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 다.

그리고 다가오는 걸 견제하기 위해 바람 속성 구체를 구현해 사방으로 방출했다.

파앙一!

그러나 그녀는 내 공격에 맞춰 움 직임을 잠시 멈춰서더니 장막을 넓 게 펼쳤다.

콰아앙!

“오호.”

기본기가 뛰어나면서도 탄탄한 대 처 능력이었다.

내 공격이 멈추자 그녀는 다시 장 막을 풀어내고는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내 코앞까지 다가오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미 원작을 통해 그녀가 어떤 유 형의 전투를 즐기는지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근접 전투를 즐기는 강화계 마법사.

그.러나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무기 는 실제 형태가 있는 무기가 아니

다.

파지지직!

그녀의 손 위의 마력이 떨리더니 전기 속성의 단검이 구현되었다.

그녀가 보인 구현의 디테일, 가까 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나이대에 부특기를 저렇게 잘 다룬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그리고.

그녀의 단검이 내 복부를 향해 쏘 아졌다.

파아아아앗一!

다리아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 생각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지?’

방금 있었던 의문의 존재와의 전 투

그녀는 이번 시련에서부터 무려 6 명의 탈락자를 만들어내는 쾌거를

보였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던 그녀였기에 흔히 말하는 각국 학교 의 ‘에이스’라 불리는 이들만 아니 라면 전부 이길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

보기 좋게 패배해 버렸다.

심지어 어떻게 패배했는지도 모를 만큼 한순간이었다.

내가 이겼다고 확신한 그 순간, 정 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눕혀져 있었 으니까.

대체 뭘까?

오랜만엔 느껴보는 압도감인 패배 였다.

이서준, 루크, 릴리, 양잉, 김선우, 유아라 말고도 이 정도의 실력자가 더 남아 있었다니.

“……분명 바람 속성을 사용했었는 데.”

하지만 그녀의 기억에 의하면 이번 참가자 중에 바람 속성을 사용하는 실력자는 없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진짜 뭐야.”

아니,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나를 왜 살려준 거지?”

방금 마주쳤던 자는 확실히 이상했다.

전투에서 다 이겨 놓고는 갑자기 나를 내려보며 한숨을 푹 내쉬지를 않나.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이…….

“……동정받은 건가?”

다리아는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리 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확실한 건 동정받는 경험이 그렇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왜 자신을 살려뒀는지는 자세히 모 르겠지만, 그녀에게는 아주 운이 좋 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탈락했더라면.

동생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 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살아남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동생을 위해서.

그때 였다.

천장 위에 떠 올라 있던 숫자가 바뀌었다.

[35]

[첫 번째 시련, ‘자격증명’이 종료 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생존자 여러분들은 성무 제의 시련을 받을 ‘자격’이 주어졌 습니다!]

[그럼,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겠 습니다!]

번쩍!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장소가 바뀌 어 있었다.

어두웠던 미로와는 다르게 따스한 햇볕이 보이는 야외 도시의 풍경이 었다. 그리고 눈앞에 마치 궁전을 연상시키는 서양식 저택 하나가 보 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저 저택이 다음 ‘시련’의 시험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여기는?”

“와. 갑자기 장소가 바뀌니까 탑에 오르는 기분이네.”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 신기하다 는 듯 중얼거렸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생존 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75명에서 35명으로 줄어서 그런지 뭔가 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선우!”

그때 멀리서 이서준이 내게 다가왔다.

“잘 살아있네?”

“그건 기본이지.”

이서준이 작게 웃었다.

나와 이서준이 함께 있자 한국팀 소속 학생들이 하나둘씩 우리 쪽으 로 모여들었다.

한국의 생존자 수는 6명이었다.

나, 이서준, 이현주, 유아라, 최서 윤, 은설아.

이렇게 6명만이 살아남았다.

“6명……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는 데요?”

최서윤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

“그러게. 이 정도면 거의 절반 이 상이 떨어진 건데. 근데 뭔가 허전 한데 누가 없는 거지?”

이서준이 고민에 빠졌다.

나도 마침 허전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상당히 존재감 있던 누군가가 안 보였으니까.

그때 나는 그 정체를 깨달았다.

“……신영준이 안 보이는데?”

“어? 정말이네?”

3학년 3위인 신영준이 없다는 말 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민기도 없어요.”

최서윤도 끼어들며 말했다.

“큰일 났네. 그 둘이 떨어질 거라 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서준이 착잡해 하는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나 역시 조금 놀라기는 했다.

전민기의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하 기는 했지만, 신영준은 원작에서 마 지막까지 살아남는 인물이었기 때문 이다.

그때 ‘의지’가 다시 들려왔다.

[중간 지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모든 참가자분들은 앞에 보이는 저택에 입장해주시면 됩니다.]

[학생각각에게 ‘번호표’가 주어질 겁니다. 번호표에 맞는 방을 찾아 자유롭게 휴식 시간을 가지시면 됩 니다.]

각자의 눈앞에 새하얀 빛이 뿜어지 기 시작했다.

이내 그 빛은 ‘번호표’의 형태가 되었다.

내 번호표에는 [21]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숫자 자체에 큰 의미가 담겨 있거 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모든 학생은 저택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옆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누군가 싶어서 옆을 돌아보는데 릴 리 로즈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안

본 척 내 시선을 피했다.

……쟨 또 왜 저래?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궁금증이 생 겼다.

“너 혹시 미로에서 나 마주치지 않 았냐?”

내 말에 릴리가 어깨를 들썩였다.

“……으옹? 마주친 적 없는데?”

릴리가 여유를 가장한 채 내게 말 했다.

“그래? 뭔가 너 같았는데.”

“무슨 소리야? 거기서 마주쳤으면 너나 나 둘 중 하나는 여기 없었을

텐데.”

그 말에 나는 수긍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가 나한테 겁먹고 도망칠 애는 아니긴 하지. 내가 착각한 모 양이네. 미안.”

릴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너 정도 되는 애가 얼굴 인식 안 된다고 자존심 버리고 도망쳤을 리가 없기는 하네. 항상 나랑 다시 겨루고 싶어 했잖아. 설

마 갑자기 쫄아서 튀었겠어?”

“으응…… 그렇지……

릴리 로즈는 초점 없는 눈으로 다 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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