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4화 (223/535)

224화

친목회가 끝나가는 밤 10시 30분. 호텔의 지하 3층에서, 이서준은 홀

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쯤이라고 들었는데.”

이서준이 찾는 것은 호텔 지하에

마련된 마법 훈련장이었다.

듣기로는 이곳 어딘가에 실전 훈련

을 위한 장소가 있다고 들었다.

오늘 아침부터 견학과 개최식 준비

로 바빠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몸이 근질근질해서 훈련장을 찾은 것이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곤란하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성무제가 시작 이라 그런지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내일 시험을 위해 체력을 비 축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때 였다.

—어, 다른 이상한 점은 없어.

—아니야.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거야. 자료도 전부 백업 중이야.

복도 끝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어였지만 이서준도 어 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있 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방향으로 다가가자 흰 가 운을 입은 백인 남성이 통화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남성은 잠시 놀란 눈으로 이서준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따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남성은 서글서글 웃음 을 지으며 이서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이서준 학생 맞으시 죠?”

그 말에 이서준은 살짝 놀랐다.

현지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유창 한 한국말이었다.

“아, 네. 맞습니다.”

“오. 반갑습니다! 저는 위젠 연구 팀 소속 베르너라고 합니다.”

이서준은 얼떨결에 베르너의 손을 맞잡았다.

손바닥에서 굳은살이 느껴졌다.

자신처럼 무기를 사용하는 강화계

마법사의 손이었다.

“개인적으로 팬이라 꼭 보고 싶었 는데 운이 좋네요! 하하하.”

“아……, 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이서준은 민망 함을 느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이서준은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고 훈련장의 위치를 묻기로 했다.

“근데 여기 훈련장이 있다고 들었 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아세요?”

“훈련장이라면 저기 복도 끝 왼쪽 에 있습니다.”

베르너가 복도를 가리켰다.

이서준은 감사함을 느끼며 꾸벅 고 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이서준은 베르너를 지나 다시 복도 를 걸었다.

약 3분쯤 걸었을까, 원하는 목적지 에 도착했다.

[위젠 종합 마법 훈련장]

“휴. 드디어 찾았네.”

드디어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에 이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설레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사아아악----

강력한 마력의 기운과 함께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크게 울렸다.

순간 이서준은 깜짝 놀랐다.

방금 느껴진 마법이 못해도 A둥급 이상의 마법이었으니까.

대체 누굴까?

소리만 들어보면 바람 속성인 것 같던데.

근데 성무제 참가자 중에 이 정도 실력을 갖춘 바람 속성 마법사가 있 던가?

“……바람 속성 그거 어려운 건 데.”

이서준은 의문을 느끼며 훈련장 안 으로 들어갔다.

그때 눈앞 개인 훈련실의 문이 열 리더니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이서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선우?”

그 정체는 바로 김선우였다.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편한 활동 복을 입고 있었다.

김선우는 이서준을 바라보더니 물 었다.

“……너도 훈련하러 왔냐?”

“어, 이래저래 훈련 못 했더니 몸 이 근질근질해서. 근데 방금 마법 그거 네가 한 거야?”

김선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훈련장 안에 다른 사람이 있 나 살펴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훈련장 내부에는 이 둘 뿐 이었다.

“어, 나야.”

“그래?”

이서준은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방금 느껴졌던 마법.

소리로 들었을 땐 바람 속성이 아 니었나?

“……착각인가?”

“착각? 그게 무슨 소리야?”

이서준의 작은 중얼거림에 김선우 가 물었다.

“응? 아, 아니야.”

이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김선우는 잠시 눈을 가늘게 좁히더 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내일 오전부터 시험 시작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럴 거야. 가볍게 몸만 풀 거라 서.”

“그래, 나는 먼저 가본다.”

“웅. 잘자.”

김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훈련 장 밖으로 나갔다.

이서준은 김선우가 나간 훈련장의 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금 김선우가 훈련했던 훈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이서준은 멍한 눈으로 눈앞의 풍경 을 바라봤다.

칼에 베인 듯 수십 조각으로 무참 히 절단된 훈련용 더미.

그리고 칼로 난도질한 것 같은 흔 적이 가득 남은 내부의 벽.

자세히 살펴보니 검 같은 무기로 만들어낸 흔적은 아니었다.

‘절단력’을 가진 바람 속성의 혼적 이 분명했다.

이서준은 뒤를 돌고는 김선우가 방 금 나갔던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김선우가 바람 속성을?

[바람 속성 제어술][등급:0(0.5%)]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나는 방금 훈련장에서 실험해본 바

람 속성의 숙련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첫 사용 보너스로 0.5%의 숙련도 가 상승했다.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바람 속성이 가진 특유의 자유로운 성질 때문인지 제어하는 것이 상당 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어에서 막힐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괜히 5대 속성 안에 못 드는 게 아니구나.

물론 ‘바람 속성’의 파괴력은 만족 스럽긴 했다.

‘절단력’은 바람 속성이 아니면 발 현계에서 구현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잘못 사용하다가는 내 몸이 잘려 나갈 가능성이 있으니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홈.”

그나저나 이서준이 방금 속성 훈련 한 거 눈치챈 거 같은데…….

딱히 상관없으려나?

바람 속성은 다른 신분이 아닌, 김 선우의 필살기로 사용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호텔 지하의

복도를 쭉 걷고 있던 때였다.

—이서준 만났어.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 을 멈추었다.

―웅,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진짜 후광이 나더라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쭉 걷자 횐 가운을 입은 백인 남성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남성은 나를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통화를 이어나갔다.

뚜벅뚜벅.

나는 계속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았 다.

남성은 힐끔 나를 보더니 다시 통 화를 이어갔다. 나는 남성에게 [인 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베르너

나이 : 44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0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베르너.

자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으나, 협회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자운의 비밀 스파이이다.

다음 날 아침 9시.

드디어 기다리던 성무제 시험의 첫 번째 날이 찾아왔다.

미리 공지 받은 대로 우리는 위젠 도시 중앙에 설치된 ‘관측의 악마’ 앞, 실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0]——

입장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거대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젠의 관광객들과 방송국, 기자, 그리고 각국 마법사관학교 학생들이 모여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지금부터 2033 성무제 시험의 규 칙을 설명하겠습니다.]

주최 측 대표가 단상 위에 올라오 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기존 규칙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개별로 진행되었던 ‘팀 전’과 ‘개인전’의 결과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규칙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에 학생

들 사이에서 옹성거림이 들려왔다.

“……팀전과 개인전이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어떻게 바뀐 건지 감이 안 오네.”

기존 성무제는 기본적으로 개인전 과 팀전을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을 치러왔다.

하지만 올해 성무제는 팀전과 개인 전이 영향을 끼치게 바뀌었다.

이는 바로 성무제의 시험이 치러질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성무제는 ‘관측의 악마’가 술식으

로 만들어낸 가상 세계에서 6일간 치러집니다. 신비가 만들어내는 가 상 세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술식으로 만들어낸 가상 세계라 고? 와. 그런 것도 가능해?”

“이 세계도 술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가 있으니 이론상 가능하지. 그 래도 진짜로 성공시켰을 줄은 상상 도 못 했네.”

“아니, 그 전에 6일이나 가상 세계 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이건 좀 아 닌데.”

[그 외 자세한 시험 종목과 규칙은 가상 세계에 입장하면 설명해드리겠 습니다. 그럼 이번 성무제 우승자에 게 주어질 영광인 우승 상품을 설명 해드리겠습니다.]

우승 상품이라는 이야기에 모두의 눈에 기대감이 가득 차올랐다.

[승리한 학교의 일원들 각자에게 우숭 상금 10억과 S등급 최고급 영 약인, ‘천년삼’이 주어집니다.]

“와! 천년삼?!”

“미쳤다. 대박!”

[그리고 개인전의 MVP에게는 신 비의 선물인 ‘가호’가 주어집니다.]

가호.

신비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특별 한 힘으로, 일종의 특성이라 할 수 있었다.

원작에 따르면 이번 개인전 MVP 에게 주어지는 가호는 [영웅의 가

히인데, 전투 집중력을 대폭 상승 시켜주는 무려 s등급의 특성이었다.

원작에서는 이서준이 개인전의 MVP를 차지하며 영웅의 가호를 획 득했었다.

[자, 그럼 바로 성무제의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가까이에 있는 ‘관측의 악 마’의 본체인, 동그란 구체에서 빛 이 뿜어졌다.

압도적이면서도 강한 마력의 기운 에 모두가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내 우리가 서 있던 바닥에서 빛 이 뿜어졌다.

바닥을 내려보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술식에 담긴 정보들이 머 릿속으로 들어왔다.

이 빛의 정체는 ‘역 소환 마법진’ 이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우우우웅……!

번쩍!

정신을 차려보니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길게 늘어진 벽.

그리고 어둠.

미로였다.

[가상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머릿속에서 의지가 들려왔다.

신비가 들려주는 ‘의지’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원작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달라진 풍경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것과 비슷한 환경을 작년 1학기 기말시험에서 겪어보기도 했고.

나는 천천히 몸에 다른 문제가 없 나 확인했다.

마법도 제대로 구현되고, 몸의 움 직임도 현실과 차이가 없다.

이곳이라면 내 실력 100%를 발휘 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때 의지가 다시 들려왔다.

[그럼 성무제의 첫 번째 시련, ‘자 격증명’의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이 안에는 총 75명의 참가자가 있 습니다.]

[하지만 단체전과 개인전을 진행하 기에 75명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자격증명’의 시험에서 참 가자 수를 35명으로 줄이려고 합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미 알고 있던 첫 시련이었지만 직접 겪으니 황당하긴 하다.

시작부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줄 이겠다니.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미로를 자유 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모든 수 단과 방법을 이용하여 마주치는 상 대와 싸워 승리하시면 됩니다. 물론 싸우지 않고 도망치셔도 됩니다.]

우우우웅!

강한 마력의 기운이 공간 전체에 깃들더니 내 몸을 스쳤다.

[방금 여러분들에게 ‘설정’을 부여 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상 대방의 외형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말하는 언어 역시 모 국어로 들리게 됩니다.]

[사람을 마주쳐도 같은 팀인지, 적 팀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직접 겨루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말은 즉 운이 나쁘면 팀킬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내가 이곳에서 이서준을 마주 치게 된다면, 겨루다가 둘 중 한 명 이 조기 탈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 도 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서준과 내가 겨루게 된다면 곧바 로 서로의 정체를 눈치챌 테니까.

[그리고 학년이 낮을수록 ‘저 학력 보너스’가 적용되어 체력과 마력 회 복이 빠르게 상승하도록 설정되었습니다.]

[그럼 생존을 기원하고, 카운트 다 운을 시작하겠습니다.]

[5, 4, 3, 2, 1……]

[첫 번째 시련, ‘자격증명’을 시작 합니다!]

천장 위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거대 한 숫자가 생성되었다.

나는 멍하니 천장 위의 숫자를 바 라보았다.

[75]

저 숫자는 현재, 생존한 인원수를 알려주는 장치였다.

나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고는 미로 의 앞을 걸어갔다.

“……팀킬 안 하게 조심해야 하는 데.”

3학년들은 마주치면 능력만 보고 누군지 알 수 있지만, 문제는 1학년 과 2학년이다.

잘 아는 은설아나 최서윤이 아닌

이상 실수로 팀킬 할 가능성이 충분 히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미 로를 걷는데 가까운 어딘가에서 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내 앞 의 미로가 꺾여지는 곳을 바라보았 다.

이내, 그곳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쥔 ‘누군가’였다.

“……누구지?”

얼굴이 흐릿해서 보이지 않는다. 옷차림 역시 뭘 입었는지 알 수도

없고.

신체 조건으로 봤을 때 여자인 거 는 분명한데.

검을 사용하는 여성 참가자가 누구 누구 있더라?

“너 누구냐?”

그때 누군가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렸다.

«..2”

그러더니 내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 니 슬금슬금 뒷걸음질했다.

파앗!

그러고는 이내, 뒤를 돌더니 빠르

게 내달렸다.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쫓아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심지어 달리는 속도도 무지막지하 게 빨랐다.

저 정도의 능력이라면 성무제에서 도 손가락 안에 들 실력이다.

“......누구지?”

목소리를 듣고 바로 도망쳤으니 나 를 잘 아는 적팀이 분명할 터.

내 목소리를 눈치챘으면서, 검을 사용하는 여성이라…….

순간 누군가의 이름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설마 릴리 로즈인가?”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에이, 설마.

어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도발했 는데 그럴 리가 없겠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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