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7화 (216/535)

217 화

유아연이 준비한 저녁 식사를 마치 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기분 좋은 포만감에 몸이 붕 떠오 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준비한 메뉴는 양식 스테이 크와 다양한 볶음 요리.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돈 주고 사 먹고 싶을 만큼 내 입 맛에 맞았다.

물론 스테이크 같은 경우는 고기를

굽는 것이기에 품질만 좋다면 맛없 게 요리하는 게 힘들긴 하다.

하지만 고기에서 느껴지는 향이라 던가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 을 보면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사 람이 구웠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제 입맛에 딱 맞 네요.”

내 말에 유아연이 만족스러움을 내 비쳤다.

“다행이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최 대한 대중적인 거로 준비했거든.”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에야 육식

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

나는 물 한잔을 마시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래. 바라던 바야.”

유아연이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 어났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내 맞은편 에 앉은 유아라가 눈을 깜뻑였다.

“어디 가게? 여기서 대화하면 되잖

아.”

“가볍게 떠들 주제가 아니거든.”

유아연의 말에 유아라의 얼굴에 황 당함이 깃들었다.

유아연은 나에게 따라오라는 둣 눈 짓을 하더니 복도를 걸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내, 복도 끝에 있는 어느 방문 앞 에 도착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유아연과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 다.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던 유아라 역 시 방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그때 유아연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

“아라야.”

유아연이 부르자 유아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유아라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중 얼거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쿵.

문이 닫히고 나와 유아연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야 단둘이네.”

유아연이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럼, 선현 가문에 대해 알고 있 는 걸 말해주세요.”

내 말에 유아연이 잠시 생각에 잠 기더니 말했다.

“그 전에. 네가 선현 가문을 조사 한 이유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알려줄 수 있거든. 나 는 어디까지나 의심 단계라서 말이 야.”

……의심 단계?

무엇을 의심한다는 걸까.

순간 궁금증이 생겼지만, 적당한 진실을 섞어서 내가 아는 것을 말하 기로 했다.

“기말시험이 끝나고, 우연한 계기 로 김창현 선배님이 사용하는 마법 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김창현?”

유아연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김창현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 혀 예상 못 했다는 반응이다.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데?”

“마치 S등급의 마법사가 사용할 법

한 마법을 다루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너도 그러잖아. 완 전하진 않지만 금빛의 마나를 구현 하는 거를 내가 똑똑히 봤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 네.

“홈홈. 저는 마력을 최대한 압축해 서 최소 2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사람은 아주 손쉽게 구현했어 요.”

유아연이 생각에 잠겼다.

“김창현이 S등급의 마법사다 이 말 이지? 흐음. 확실히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이상하기는 하네. 그 나이에

S등급 마법사가 된 케이스는 지금까 지 없었으니까.”

“네, 그래서 개인적인 궁금증이 생 겨서 김창현 선배님을 조사했습니다. 선현 가문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거고요.”

나는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의심 받지 않는 선에서 내 패를 전부 보 여주기로 했다.

“혹시 이 사진을 아시나요?”

내가 꺼낸 사진은 김창현의 어릴 적 사진이었다.

유아연은 자칫 심각해진 얼굴로 사 진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디서 난 거야? 김창현 맞 지?”

“네, 선현 가문의 저택에서 얻었습니다. 마법 잠금장치에 숨겨져 있더 군요.”

“저택까지 침투한 거야? 근데 이상 하네. 내가 조사했을 때는 김창현에 게는 수상하거나 이상한 점은 없었 는데. 3년 전에 대화를 나눴을 때도 그런 건 없어 보였고.”

“……김창현을 조사했다고요?”

내 물음에 유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내가 조사한 게 아니고,

예전에 특무팀에서 근무할 때 비밀 문서로 접했어.”

그 말에 작게 놀랐다.

특무팀의 비밀문서.

그 말은 즉, 선현 가에는 협회에서 도 쫓을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숨겨 져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이참에 그녀에게 사진 뒷면에 적힌 문구도 보여주기로 했다.

그녀라면 혹시 의미를 알지 않을까 싶어서.

“이 문구, 뭘 의미하는지 아시나 요?”

나는 그녀에게 사진을 넘겼다.

[약속된 시간까지 1년 정도밖에 남 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 찾아가겠 습니다. 2018/4/22]

순간 유아연의 표정이 굳었다. 동 공은 커지고 침착하던 그녀의 손끝 도 떨려왔다.

아무래도 이 사진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챈 모양이다.

“이 문구의 의미를 아시는 거군 요.”

“……후우. 그래, 알고 있어. 그리 고, 이 사진을 보니까 확신이 드네.”

유아연은 사진을 쥐어 문구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곤 내게 손가락으 로 한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 작성 날짜 보이지?”

보인다.

2018년.

“그리고 여기에서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이 글의 작성자는 2019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암시한 거지. 그리고 2019년도에 무 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생각해보면 그 뜻을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2019년이라면 14년 전이다.

14년 전이라…….

그 순간 생각이 멈추었다.

……에이, 설마.

“방금 뭔가를 떠올렸나 보네.”

떠올리긴 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사실에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이미 머릿속에서는 이 문구 작성자의 정체를 확신하고 있었다.

유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2019년은 자운, 그리고 진천우가 김진철 회장에게 패배했던 날이야.”

나는 떨리는 눈으로 다시 사진의 문구를 바라보았다.

진실을 깨닫고 나서야 몰랐던 것들 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글씨체.

강력술의 신비가 내게 말했던 사진 으로 부를 수 없는 영혼의 흔적.

……진천우. 또 너야?

“……대단하군. 벌써 거기까지 조 사한 거냐?”

최일현이 이서준을 바라보며 조용 히 감탄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이서준은 속으로 당황했다.

……거기까지 조사했냐니.

마치 선현 가문이 진천우와 연관되 었다고 말하는 둣한 뉘앙스였다.

짧은 시간, 이서준의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김선우가 조사하던 선현 가문이 왜 진천우와 연관되어 있는 걸까?

그리고 김선우는 왜 선현 가문을 조사한 걸까?

그러고 보니 유아연이 김선우를 잠 시 자운으로 의심했던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그때 최일현이 먼저 말했다.

“거기까지 알아냈으니 더 숨길 필 요도 없겠지. 좋다. 내가 아는 걸 말해주마. 참고로 이건, 협회 내부에서도 극비니, 내가 알려줬다고 영감 한테 말하지는 마라.”

이서준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우 선 선현 가문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 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진천우의 패배 이후 협회는 진천우와 커넥션 이 있던 한 단체를 알아냈어.”

“그게 선현 가문인가요?”

“맞아. 그들은 진천우와 함께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지. 자운도 모르게 말이야. 하지만 진천우의 패배 이후, 그들은 미리 모든 자료를 폐쇄했기 에 어떤 실험을 진행했는지는 전혀 알아낼 수 없었어.”

“심지어 실험에 참여했던 모든 이 들은 이미 신비 열병에 사망한 뒤였 거든.”

신비 열병에 의한 사망.

이건 뉴스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실험은 불사에 관한 실험이었 을까요?”

“그건 모르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불사와 관련된 실험은 아니었을 거 로 생각한다. 왜냐면……

최일현은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고 개를 저었다.

“아니다. 방금 말은 잊어라.”

이서준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최일현 덕에 많은 의문이 해소되기 는 했지만, 아직 몇 가지 의문이 남 아 있었다.

“김창현 선배님은 선현 가문의 생 존자로 알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김창현 선배님을 조사하지 않은 건 가요? 그 사람에게 물으면 뭔가가 나왔을 텐데요.”

“당시 김창현은 너무 어렸다. 그리 고 실험에 대해 물어도 그 애는 아 는 게 전혀 없었어. 수상한 점이 있

나 검사도 해봤고, 오랜 시간 몰래 뒷조사를 하기도 했지.”

“그런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고요?”

“그래, 그 애는 몇 년 동안 아무것 도 모르는 것 같이 생활했다. 계속 되는 뒷조사에도 단서가 나오지 않 자, 협회는 김창현은 실험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 그리고 진천 우의 실험에 관한 조사도 함께 종료 했지.”

협회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다.

그런 그들이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은, 정말로 김창현은 진천우와 무관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 하아......

이서준은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자 온갖 의문에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선현 가문이 진 천우와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선우는 그런 선현 가문의 존재를 쫓고 있다는 것이고.

‘김선우..

무슨 이유로 선현 가문을 쫓고 있 는 걸까?

혹시. 이상하리만큼 적극적으로 나 를 돕던 건,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 문인 걸까?

유아연과의 대화를 마친 나는 유씨 가문의 저택에서 나왔다.

스산한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나는 멍하니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 려보았다.

환하게 빛나는 달과 별.

그것들을 보자 여러 생각이 스친

다.

이 세계는 대체 뭘까.

이 세계에는 내가 모르는 비밀이 얼마나 숨겨져 있는 걸까.

저 하늘의 달과 별은 실제로 존재 하긴 하는 걸까.

……그런 철학적인 의문에 사로잡 히다가 의미 없음을 깨닫고는 한숨 을 푹 내쉬며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 뎠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는데 뒤에서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내 옆에 도란

도란 걸었다.

나는 힐끔 옆을 바라보았다.

“……왜 따라왔냐?”

“바래다주려고. 손님이잖아.”

예상치 못한 유아라의 대답에 잠시 황당함을 느꼈다.

핑계는…….

유아연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 궁금 해서 따라온 거면서.

유아라답지 않게 귀여운 면이 보였 지만 모르는 척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렇게 유아라와 나란히 밤길을 걸

었다.

주변에 인적이 없어 고요함이 계속 이어졌다.

유아라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직설 적으로 물었다.

“언니랑 무슨 얘기 했어? 꽤 중요 한 이야기 같던데.”

“비밀 얘기.”

내 짧은 대답에 유아라가 특유의 답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괜히 장난기가 들어서 속으로 웃었다.

“그니까 무슨 비밀 얘기.”

“지금은 이르고, 나중에 더 크면 알려주든가 할게.”

“……누가 보면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겠네.”

유아라가 불만스러운 말투로 중얼 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아, 뭔데 알려줘.”

“아직도 포기를 못했네. 나중에 알 려준다니까.”

“아, 치사하게!”

나란히 걷던 유아라가 발걸음을 멈 추었다.

“됐어. 너 혼자 돌아가.”

그 말을 끝으로 유아라가 획 고개 를 돌리더니 다시 저택 방향으로 돌 아갔다.

다음 날.

개학을 하루 앞둔 나는 오랜만에 마법사관학교를 찾아갔다.

다름 아니라, 기숙사에 짐을 미리 풀어두기 위해서였다.

“그레텔, 답답해도 조용히 있어야

해. 알았지?”

“응애.”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그레텔도 함께 생활 해야 하기 때문에 백 팩 에 몰래 넣어두었다.

소환술로 영구적으로 옮길 수 있다 면 좋겠지만, 소환술이 끝나면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그레텔이 던전 광산에서 김진 우의 소환수라는 게 알려지지만 않 았어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됐을 텐 데. 이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흠. 그나저나 생각보다 많이 왔

네.”

나는 천천히 마법사관학교의 풍경 을 둘러보았다.

개학까지 하루를 앞두자, 나처럼 짐을 들고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야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 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아는 얼굴은 없나 주변을 둘 러보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

뒤를 돌아보니 모두의 시선을 잡아 끄는 은발의 여학생이 눈을 깜빽이

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설아구나.”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은설아가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전처럼 낯가린다거나 부끄 러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은근히 남 시선을 신경 쓰 는 걸 보아하니 완전히 고쳐진 건 아니고 나만 편해하는 것 같기도 하 다.

“선배님도 짐 옮기러 오신 거예 요?”

“응. 너도 짐 옮기러 왔나 보네. 앞으로 기숙사 생활해야 하는데 기

분이 어때?”

“기대되면서도 걱정돼요. 집 밖에서 생활하는 건 처음이라……

은설아가 수줍게 웃었다.

“잘 적응 할 거야. 처음에만 힘들 지 한 일주일만 지나면……

“웅애.”

으.C斗

은설아가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근처에서 아기 울음소리 같은 거 들리지 않았어요?”

“응? 아니 못 들었는데?”

“……그래요? 잘 못 들었나.”

“웅, 여기에 아기가 왜 있……

“응애.”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리자 은설아 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 또 들린 거 같은데.”

“그, 그런가? 누가 아기를 데리고 왔나? 하하.”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천천히 뒷걸 음질했다.

“아. 시간이 늦었네. 난 바빠서 먼 저 가볼게.”

“아! 네! 들어가세요!”

은설아가 다시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는 반쯤 뛰어가듯 앞으로 걸어가 다가 백팩을 앞으로 해서 열었다.

“옹애.”

그레텔이 딸꾹질을 하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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