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6화 (215/535)

216화

토요일 오후 1시.

한 주의 끝인 주말이 찾아오자 어 김없이 공원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 들었다.

이제는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 공원의 식물들도 생기를 되찾고 있 었고, 두꺼웠던 시민들의 옷차림 역 시 전보다 가벼워졌다.

“흐으음..

그리고 지금.

벤치 위에서 지저분한 턱수염의 한 남자가 다리를 꼰 채, 스마트 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특급 유망주’ 김선우, 질병의 마수 토벌전에 참가해 큰 활 약]

[마법사 커뮤니티에서 논란 중인, 김선우의 ‘원반격’ 사용설…… 어떤 마법이길래?]

“……이걸 진짜로 익혀버렸네.” 최일현이 황당함을 느끼며 혼자 중

얼거렸다.

2달 전.

마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라는 의미에서 자신의 제자인 김 선우에게 원반격의 이론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원반격은 김진철 회 장이 만들어낸 최고난도의 마법.

단순히 이론을 안다고 해서 익힐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마나의 흐름에 대해 해박해야 했고, 마법진에 담긴 술식에 대한 이 해 역시 해박해야 했다.

최일현은 2년 정도 마나의 흐름을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반격의 뼈대를 구현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 으로 원반격을 가르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선우는 자신의 예상을 뒤엎고 2달 만에 원반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경악스러운 재능이 었다.

“진천우도 적성에 안 맞는다고 포 기한 기술인데……

이걸 2달 만에 익히다니.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온 건 지…….

“참나.”

최일현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멍하 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김선우.

사실 그가 김선우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친우이자, 악연. 진천 우를 향한 열등감 때문이었다.

최일현은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 과 실력을 입증받아 김진철 회장의 제자가 되었다.

세계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 철이었기에 아무나 그의 제자가 될 수 없었고, 최일현은 그런 김진철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진철 회장이 새 로운 제자라며 자신과 동갑인 녀석 을 데려왔다.

그것이 바로 진천우.

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는 악연과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의 최일현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자만감에 빠져 있던 상태였다.

또래들은 당연했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들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 있게 진천우에 게 대련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련의 결과는 그의 예상

을 뒤엎고 패배했다.

큰 충격이었다.

물론 전투 자체는 아슬아슬한 한 끗 차이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몇 번의 재대결을 해도 결과는 달라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일현은 진천우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 었으니까.

……그리고 그의 아들인 이서준은 과거의 진천우를 떠올리게 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최일현은 그런 이서준이 마음에 들 지 않았다.

특히 남몰래 특별한 감정을 품었던 오랜 소꿉친구, 이윤경과 상당히 닮 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최일현은 개인적 인 연구를 잠시 멈추고 뉴스를 보다 가 ‘김선우’라는 학생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당연히 1둥을 차지할 것이라 여겨졌던 이서준이 듣도 보도 못한 학생에게 밀리 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근접전에 약한 발현계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강화계 마법사인

이서준을 상대로 겁 없이 돌진하며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은, 마치 학창 시절 진천우를 상대하던 자신을 떠 올리게 했다.

최일현은 자신도 모르게 김선우에 게 자신을 투영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비록 자신은 끝까지 진천우를 이기 지 못했지만, 김선우만큼은 이서준 을 이기게 만들어 주자고.

“……참 신기한 녀석이란 말이지.”

그렇게 혼자 제자의 활약을 떠올리 며 다시금 신기함을 느낄 때였다.

“최일현 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일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른 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아주 살짝, 가슴이 철렁였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한 여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 왔냐?”

최일현은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맞은편의 남자, 이서준은 고 개를 끄덕였다.

“네, 왔습니다. 혹시 오래 기다리셨 어요?”

“아니,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

어. 근데 웬일로 보자고 한 거냐? 그리고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대?”

“협회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알려주 던데요?”

이서준이 태연하게 말하자 최일현 이 쯧쯧 고개를 저었다.

“……쯧. 거기 놈들은 개인 정보 보호라는 개념도 없구만.”

이서준은 피식 웃더니 최일현의 옆 에 앉았다.

“몇 가지 얘기해줄 것도 있고, 궁 금한 것도 있어서 불렀어요.”

“그게 뭐냐?”

최일현이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최근에 어머니를 만났어요.”

이서준의 말에 최일현이 몸을 움찔 했다. 어머니라면, 이윤경을 만났다 는 건가?

무슨 방법으로?

“……알았다. 윤경이의 영혼을 불 렀구나.”

“네. 맞아요. 거기서 최일현 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어요. 잘 계신다 고 하니까 다행이라고 안심하시더라 고요.”

“……그러냐.”

최일현이 먼 허공을 응시하며 조용 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눴 지?”

“제 비밀에 관한 이야기요. 어머니 는 저를 낳기 전에 진천우에게 살해 당했다고 했어요. 알고 계셨죠?”

“알고 있었다.”

“그럼 제가 왜 살아있는지도 알고 있나요?”

최일현은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어머니의 영혼까지 불러내는

행동력.

이런 모습은 진천우를 닮은 것인가.

“……미안하지만 나도 자세한 건 몰라. 그저 정황을 보고 의심할 뿐 이지.”

“의심이라면요?”

“진천우가 죽은 너를 살린 이유 말 이야.”

“진천우는 너를 아무 이유 없이 살 린 게 아니야. 분명 어떤 목적이 있 었을 거다.”

“……그게 불사인가요? 저는 진천 우의 불사를 위한 제물. 아니, 재료 인 거고요?”

이서준은 자신이 추측해왔던 가설 을 입 밖으로 꺼냈다.

최일현은 그런 이서준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아.”

이서준이 괴로운 한숨을 토해냈다.

진천우의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왜 나를 살린 걸까. 온갖 복잡한 생각의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영감이 살아 있는 한 네가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거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또 있는데요. 혹시 선 현 가문에 대해 아시나요?”

오후 2시.

유아연과의 약속을 앞두고 남는 시 간을 활용해 서울의 커피숍을 방문 했다.

딸랑.

안으로 들어서자 양태민이 나를 반 갑게 맞이했다.

“진우 님!”

나는 가볍게 인사하고는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하하. 오늘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괜히 시간 땟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 요.”

“아뇨. 괜찮습니다. 같이 하는 일인

데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양태민이 싱글 벙글 웃었다.

“아! 네! 그럼 바로 드리겠습니다.”

양태민이 가방에서 서류를 차곡차 곡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우리 회사와 독점으로 마정석 거 래를 원하는 기업 명단입니다. 조건 만 본다면 한세진 부회장이 운영하 는 한성개발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나는 서류를 살폈다.

마정석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일 까, 쟁쟁한 대기업들의 명단으로 가

득 차 있었다.

나는 쭉 서류를 살피다가 내려놓고 는 다른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일은 요즘 어떤가요?”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되는 수준 이 아니죠. 너무 좋습니다. 쌓인 마 정석 일부만 정리해도 아마 100억 이 넘는 매출이 나올 것 같습니다.”

100억이라는 말에 입가가 미세하 게 씰룩였다.

“마정석 채굴일은 직원에게 맡기시 고 공방 일도 슬슬 시작해보세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양태민은 공방의 제작사다.

그에게는 이서준이 사용할 검을 만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제작사 될 양 태민이니 사업 파트너로써 그의 성 공은 곧 나의 성공이기도 했다.

“넵.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양태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마정석 독점 거래는 어디 와 진행할까요?”

나는 다시 서류를 확인했다.

이미 어디와 거래할 것인지는 정해 뒀다.

제시한 조건도 나쁘지 않고, 이 정

도면 그녀에게 작은, 아니 꽤 큰 선 물이 되어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먼 미래에 한세진을 견제할 수단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

“한성제약으로 하죠.”

한편, 서울 어딘가에 있는 유씨가 문의 저택.

마법사관학교 개학을 이틀 앞두고 유아라는 바닥에 물건들을 어지른 채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2학년 서적은 다 떼버리고.”

성격상 필요한 물품만 챙기기 때문 에 가방에 담을 물건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는 도증, 삐빅.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혼히 없는 일에 유아라는 본능적으 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택의 현 관으로 달려갔다.

“언니?”

그녀의 언니인 유아연이 거의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집은 웬일이야?”

“최근에 일로 바빴으니까 조금 쉬 려고 돌아왔어.”

“그래? 얼마나 있을 건데?”

“한 이틀?”

“흐음.”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면 자신도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 니 이 저택은 또 비워지겠구나.

“아! 맞다. 소식 들었어. 질병의 마 수 토벌에 참여했다며?”

«으 ”

“다친 곳은 없고?”

유아라는 질병의 마수 토벌에 김선 우가 개입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미 개인적인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도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걱정에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유아연은 동생을 안심시키려는 둣 남들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 미소 를 지었다.

“웅, 딱 봐도 멀쩡해 보이잖아?”

“그러네.”

유아라도 가볍게 웃었다.

“아, 언니. 그럼 오랜만에 들어왔는

데 나가서 외식이나 할까?”

살짝 신난 유아라의 말에 유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곧 손님 올 거야.”

“손님? 집에?”

“응. 한 30분 뒤에 올걸?”

유아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언니가 집에 손님을 데려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누군데? 혹시 남자는 아니지?’’

유아라답지 않게 장난스러운 말투 로 물었다.

유아연은 두꺼운 겉옷을 벗으며 잠 시 생각에 잠기는 척 대답했다.

“음…… 남자는 맞지.”

그 대답에 유아라는 잠시 멍해졌다.

“……남자라고?”

“어. 남자면 안 돼?”

“아니, 그건 아닌데.”

……언니가 남자를 데려오는 건 처 음이니까.

누구지? 언니 성격에 남자친구는 아닐 테고.

아니지, 언니도 슬슬 남자 만날 때

도 되기는 했지.

“아! 정제원 그 사람이야?”

그 말과 동시에 유아연이 눈을 찌 푸렸다.

“내가 걔를 왜 집에 데려와?”

“……하긴.”

유아라는 다시 추리를 시작했다. 언니가 데려올 만한 남자.

정제원이 아니면 누가 있을까.

그렇게 계속 생각에 잠기다가 결국 포기하고 직접 묻기로 했다.

“누군데?”

유아라의 물음에 유아연이 주방으 로 발걸음을 옮더니 말했다.

“김 선우.”

“......뭐?”

순간 유아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와. 더럽게 크네.”

나는 거대한 저택을 올려보았다.

한대현 회장의 저택을 제외하면 내

가 본 저택 중에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저택은 지금이야 멀쩡하지 만, 과거 자운의 습격을 당하며 불 타오르며 무너졌던 사연이 있다.

당시 저택과 함께 몰락했던 유씨가 문을, 유아연이 저택의 재건축과 함 께 다시 일으킨 것이다.

“후우.”

초인종 앞에 선 나는 크게 심호흡 을 했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네.

띵동.

_네.

초인종 너머에서 유아연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이내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혹발의 여성, 유아연이 모습을 드러 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아직 준비 덜 됐는데.”

“……무슨 준비요?”

유아연은 비밀이라는 듯 어깨를 으 쓱이더니 말했다.

“들어와.”

나는 유아연의 안내에 따라 성큼성

큼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음식을 하고 있던 모양이 다.

“식사 준비하고 있었어. 그것에 대 해 이야기하기 전에 너한테 빚진 것 도 있으니 대접을 좀 해주고 싶어 서.”

“아하.”

유아연의 요리라.

그건 좀 기대되네.

그렇게 저택 내부를 쭉 둘러볼 때 였다.

계단 위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 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편한 복장을 한 유아라가 묘한 눈으로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김선우.”

“안녕.”

내가 인사하자 유아라가 어색한 손 짓으로 따라 인사했다.

“......어, 안녕.”

유아라는 그 말과 함께 터벅터벅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러곤 힐끔 유아연의 눈치를 살피

다가 뜬금없이 내 옆에 달라붙으며 귀에 속삭였다.

“여기 왜 온 거야?”

“……너희 언니가 오라고 해서 온 건데.”

속삭이길래 나도 조용히 대답했다.

“……언니랑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라.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

“뭔데? 언니랑 뭐 있어? 언니가 손님 데려온 거 처음이라고.”

“……자꾸 뭐라는 거야.”

나는 유아라가 달라붙은 한쪽 팔을 휘저으며 그녀를 떨어트렸다.

유아라는 내게서 떨어지더니 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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