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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211/535)

212화

갑작스러운 자운의 둥장에 나는 바 위 뒤에 숨은 채 당황해하고 있었다.

“……쟤네가 왜 여기 있어?”

자운이 이번 에피소드에 참가한다 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자운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정확히 어떤 행동들을 해왔는지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질병의 마수와의 최종 결전의 순간이었으니 까.

“와. 레어 진짜 크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조심해. 레어 안에 아마 수호자가 있을 거야.”

“그냥 유적지 공략하둣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맞아. 비슷해. 아무튼 이번에도 실 수 없이 잘하자고.”

자운은 눈으로 덮인 거대한 동굴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정확히는 동굴보다는 화산 분출구 가 섞인 형태였다.

저것이 바로 질병의 마수가 관리하 는 ‘드래곤 레어’이다.

‘자운이 레어도 털었헜구나.’

몰랐던 사실이다.

원작을 보았을 때는 질병의 마수의 ‘심장’만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했었 으니까.

나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며 빠르 게 머리를 회전했다.

자운을 눈앞에 둔 내가 할 수 있 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아연을 포함한다른 마법사들을 몰래 이쪽 으로 불러 소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두를 모아도 자운 일 행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이로 인해 질병의 마수 레 이드에도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역시 자운과의 싸움은 피해야 해.’

자운을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질병의 마수를 처 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질병의 마수는 재앙급 마 수, S둥급 마법사가 한둘이 모였다

고 해서 쓰러트릴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 자운의 힘 역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나는 통신 마도구를 켜고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아아. 이서준. 들려?”

[어. 들려. 길 찾아보고 있어?]

“웅. 근데 워낙 길이 험해서 완전 히 돌아가야 할 거 같네.”

[그래?]

“뒤쪽으로 조사하고 다시 연락해줄 게.”

[알았어. 근데 혹시 거기 레어는

없어?]

나는 레어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어로 보이는 게 있기는 한데 정 확하지는 않아.”

[흐음. 오케이. 우리도 올라갈 방법 찾고 있을게.]

“그래.”

뚝. 전화를 끊고는 다시 바위 뒤에 숨어 자운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소풍 가듯 경쾌한 발걸음으 로 레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은밀한 발걸음’을 발동해 존

재감과 발소리를 죽인 뒤 바위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 귀찮게 됐네.”

하필 이곳에 자운이 나타나다니.

유아연은 침착한 성격을 갖고 있지 만, 자운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그 야말로 살아있는 복수의 화신이었다.

만약 이곳에 자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이 또한 나의 개입으로 생긴 변화 겠지.

“……다른 장소로 유인해야 하나.”

한편, 유아연은 멍한 눈으로 김선 우가 올랐던 절벽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의문으로 복 잡한 상태였다.

다름 아닌 김선우 때문이었다.

대체 뭐 하는 애일까?

김선우는 과거에도 수상한 점을 느 끼고 개인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낮은 등수 로 힘을 숨기는 것도 그랬고, 자운 의 중요 인물인 이서준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도 혹시 자운이 심 어놓은 인물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조사에서 나온 그의 정보 또한 수상했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정보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운이 조작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허술 한 면모가 많아 김선우에 대한 의심 을 잠시 풀었었다.

하지만 오늘의 만남을 통해 의심이 다시금 불거졌다.

우선 어떤 식으로 구현한 것인지 감도 안 오는 폭우 형태의 마법과 함께 보여주는 괴물 같은 마법 제어 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까 전 김선우가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이 매우 수상했기 때문이다.

바로 선현 가문에 관해 물은 것.

‘왜 그걸 물어본 거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어떤 비밀을 쫓는 과정

에서 선현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니까.

그리고 조사 결과 선현 가문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막이 숨겨 져 있었다.

바로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은밀한 연구가 진행된 것.

‘……정말 녀석들과 연관이 있는 건가?’

정황상 불가능할 건 없었다.

유아연은 슬쩍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서준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올라 갈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었다.

‘김선우……

지금이야 김선우가 여기저기서 존 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과거에는 최하위의 성적으로 조용히 지내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본 실력 을 뽐내더니 이서준의 관심을 끌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건 단순 한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이서준.”

유아연의 부름에 이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네?”

“궁금한 게 있는데 김선우. 그 애 랑은 어떻게 친해지게 됐어?”

이서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각 에 잠겼다.

“음. 학교에서 던전 탐험 수업이 있는데 거기서 저보고 먼저 같은 조 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친해졌죠.”

“......그래?”

역시 김선우가 먼저 접근했었구나.

이서준은 그런 그녀를 의문에 찬 얼굴로 물었다.

“그건 왜요?”

“……아니야. 그나저나 우리도 절 벽을 넘을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상황이 상황이니 김선우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하자.

유아연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 다. 이대로 시간을 축낼 수는 없었다.

다른 동료들 또한 레어에 침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에 그들의 도착 시간에 맞춰야 했다.

그렇게 방법을 궁리하던 중 아주 우연히 절벽의 오른쪽에 작게 파여 진, 상대적으로 평평한 눈길을 발견 했다.

물론 저곳도 경사가 매우 가파르기 에 일반인이 오르는 건 불가능하겠 지만,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한다면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

“저기로 가자.”

이서준 역시 유아연이 가리킨 절벽 을 보고는 넘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통신 마도구를 이용해 김선 우에게 연락했다.

“김선우. 우리 길 찾았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자 곧바로 답이 왔다.

[길을 찾았다고?]

김선우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어, 찾았는데. 금방 올라갈 수 있 을 거야.”

[아니, 하…….]

갑자기 뜬금없는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갑자기 웬 한숨?”

[어? 아니 추워가지고. 아! 그럼 나는 레어 찾고 있을게.]

“어…… 그래.”

뚝. 통신 마도구를 껐다.

이서준은 유아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고개 를 끄덕이고는 마력으로 신체를 강 화했다.

파앗!

그리고 절벽을 타고 빠르게 올랐다.

눈이 쌓여 조금 미끄러웠지만 단련 된 신체와 마력은 큰 문제 없이 절 벽을 오를 수 있게 해주었다.

“……후.”

절벽 위에 오른 유아연이 한숨을 크게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동굴 하나가 보였다.

“……저게 레어인가?”

“그런 거 같아요. 뭐야. 바로 보이 네.”

유아연은 통신 마도구를 이용해 다른 레어를 공략 중인 정제원에게 연 락했다.

“우리 레어 찾았어.”

[그래? 우리는 지금 입장해서 공략 중. 그쪽 상황은 어때? 다른 문제는 없어?]

유아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대답했다.

“어. 별문제 없어. 너희는? 마수라 던가 안 보여?”

[마수는 아직 없어.]

그때였다. 마도구에서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모두 들리십니까?]

[네, 들립니다.]

[여기 B팀인데 저희 방금 레어 공 략을 마쳤습니다.]

[오…… 상당히 빠르시네.]

정제원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어가 가까운 곳에 있었거든요. 아! 그리고 선발대 입장에서 레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면, 그 내부는 유적지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유적지요?”

[네, 유적지처럼 레어의 끝에 수호 자가 지키고 있고 수호자를 처치하 면 용의 보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근데 수호자가 상당히 강해요. 저희 팀에 한 분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런. 질병의 신비는 찾았습니 까?]

[네, 근데 이게 신비라고 불러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신비인데 마치 생명체 같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직접 보시면 아 실 겁니다. 근데 이게 부수려 해도 부서지지 않는데 아마 다른 레어에 있는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야 파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됐다.

즉, 질병의 신비가 여러 개로 나누 어져 있어 질병의 저주를 풀기 위해 서는 그 조각들을 모아 완전체로 만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공략 마치면 다 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뚝.

유아연은 통신을 끊고는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이서준 역시 통신 마도구를 착용하 고 있어 대화 내용은 전부 들었다.

“서둘러 공략해야겠네요.”

그때 멀리서 한 남성이 다가왔다.

김선우였다.

“뭐야. 어디 갔다 왔어?”

“미안. 주변 둘러보다가.”

“레어 바로 코앞에 있던데. 봤어?”

이서준이 레어를 가리켰다.

김선우는 그것을 보더니 몰랐다는 듯 작게 웃었다.

“아 저기에.…””

그렇게 김선우가 대답하려는 그 순 간.

콰아아앙一!

강력한 마력의 기운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폭발 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레어 안에서 일어난 굉음이었다.

순간 유아연의 표정이 굳었다.

“이 마력……

평범한 마법사가 낼 수 있는 마력 이 아니었다.

최소 S등급 이상의 마법사가 다루 는 마법.

유아연은 아무 말도 없이 먼저 레 어 안으로 달려 나갔다.

그 뒤를 김선우와 이서준이 따랐다.

콰앙! 콰앙! 콰앙!

레어 안으로 들어설수록 굉음은 더 욱 크게 들려왔다.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으로 미루어 볼 때, 최소 여섯.

그리고 이내, 동굴 내부에서 목소 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드디어 쓰러트렸다. 이 야. 이놈 강하네!”

“자자, 수호자는 쓰러트렸으니 빨 리 챙길 거 챙기고 빠지자고.”

유아연은 그 목소리를 듣고는 달리 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손목에 있는 자해의 흉터 가 저려왔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어릴 적 불

타오르는 저택에서 들었던 웃음소 리.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설마. 저 안에 그놈들이?

유아연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서준 역시 눈치챈 둣 손 에 쥔 검을 꽉 쥐었다.

그렇게 유아연이 앞으로 뛰쳐나가 려는 때였다.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 다.

“진정해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

유아연은 들끓는 분노를 잠시 가라

앉히고 고개를 돌렸다.

김선우가 똑바로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녀석들이랑 싸우면 개죽음 이에요.”

“무슨 소리야. 저 안에 그놈들 이……

“혼자서 뭐 어떻게 할 건데요?”

유아연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녀석들을 처치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어요.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 회는 많다고요.”

유아연이 이를 악물었다.

분하지만 김선우의 말이 맞았다.

동료인 정제원이라도 옆에 있다면 모를까.

혼자서, 아니 이 세 사람으로도 자 운을 상대하는 건 무모하다 못해 멍 청한 짓이었다.

유아연은 분노를 잠재우고 다시 평 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동시에.

김선우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사라 졌다.

“……넌 자운이 아니구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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