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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화 (210/535)

211화

—끼에에에에에엑!

복잡했던 정글을 지나, 테벨라에 도착하자 귀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 가 크게 울려왔다.

동시에 처음 느껴보는, 압도적이면 서도 끔찍한 기운의 마력이 온몸을 휩쓸었다.

“미친……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팔이 떨리

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상대적으로 마력의 저항력이 약한 샤키아는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바 닥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울음소리와 마력의 정체를 깨달았다.

재앙급 마수이자 이번 에피소드의 메인 보스인 ‘질병의 마수’.

질병의 마수의 강함은 원작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직접 경 험해보니 내 예상을 한참 초월해 있었다.

나는 멍하니 하늘 위를 바라보았

다.

거대한 검은 용이 주변에 강한 돌 풍을 일으키며 날갯짓하고 있었다.

[‘재앙급 마수’를 마주쳤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본능이 도망치라고. 위험하다고 외 치고 있었다. 그러나 더 나은 전개 를 위해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봤다. 이서준 역시 긴장된 얼굴로 내 시선을 마주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질병의 마수가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히말라야산맥이 훤히 보이는 테벨 라의 외각 고지대.

그곳에는 약 12명 정도의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역 마법사 없어?! 유아연은? 유 아연은 어디 갔어?!”

“정찰 나갔잖아.”

“……아니, 유아연 없이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마법사들은 갑작스러운 마수의 침 공에 침착함을 잊은 채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는 앞으로 나 아가 지상을 내려보았다.

무려 천 마리에 이르는 검은 마수 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얘들은? 여기는 위험하니까 뒤로 도망쳐!”

누군지 모르는 백인 마법사가 나와 이서준에게 말했다. 뒤에서 다른 마법사들도 우리에게 위험하다고 빨리 피하라는 말을 했다.

“어? 너 이서준 아니냐?”

그때 잘생긴 얼굴의 사내가 한국말 을 하며 이서준에게 아는 척했다.

정제원.

여명의 칼날 소속의 마법사였다.

“……너는 김선우고. 너희가 왜 여 기에?”

그때 우리보고 도망치라고 했던 외 국인이 정제원의 말을 이해한 듯 눈 을 찌푸렸다.

“뭐야? 얘네 한국 유망주인 걔들이 야? 설마 이런 애송이들한테도 지원 요청한 거냐?”

나를 보고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들 려왔지만 한가하게 들어줄 상황이 아니었다.

“비켜요!”

나는 백인 마법사를 무시하고는 외 각에서서 지상을 내려보았다.

저 멀리 우리를 향해 밀고 들어오 는 천마리의 검은 마수들.

일반적인 광역 마법으로도 막기 힘 든 엄청난 수였다.

다른 마법사라면 저것을 막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나에게는 숫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마력의 폭우’가 있다.

나는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하고 마력을 끌어모았다.

심장에서 생성되는 마력을 쥐어 짜 내듯 내 양손 끝에 모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다.

그러나 특성으로 구매한 능력이기 에 오랜만에 사용한다고 해서 낯설 거나 하지는 않다.

우우우우웅!

내 양 손바닥 위에서 마법진이 구 현되기 시작했다. 다음 작업은 마법 진 속에 폭우를 쏟아낼 좌표를 담아 내는 것이다.

나는 눈으로 나의 거리와 밀려 들 어오는 검은 마수들의 위치를 확인 해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설정 완료.

“흡!”

짧은 기합과 함께 내가 설정한 좌 표 위로 마법진 하나가 작게 구현되 었다.

이내 마법진 아래에서 마법 하나가 떨어지더니 검은 마수의 머리를 터 트렸다.

—뀌에엑!

마력의 폭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늘 위에서는 수많은 마법진이 계 속해서 생겨났다. 그리고 각각의 마 법진에서 살상력을 가진 눈부신 빛 줄기들이 지상 아래로 쏟아졌다.

콰앙! 콰앙! 콰앙!

이름 그대로 마력이 담긴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뀌에에에엑!

—꾸엑!

“이게 무슨……

방금 나를 막아 세웠던 백인 마법사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건 그뿐

만이 아니었다. 뒤 모두가 놀란 목 소리로 한마디씩 했다.

—뀌에엑!

마수의 비명이 울릴 때마다 마수의 오염 효과로 바닥이 검게 물들여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나는 마나의 한계를 느끼고 마력의 폭우를 중단했다.

마력 탈진이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적정선에서 끊었기에 다행히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나는 지상을 내려보았다.

살아있는 검은 마수는 보이지 않았 다. 모두 폭우에 휩쓸리며 몰살당한 것이다.

[‘마수 대학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12명의 등장인물이 당신에게 경악 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인과율을 0.8 획득합니다.]

1만 5천 포인트에 0.8 인과율이라.

인과율 획득은 조금 의외지만 수익 은 생각보다 짭짤하다.

티벨라에 도착하자마자 마수의 습 격이 일어나서 조금 당황하긴 했는 데 어찌 됐든 결과가 좋으니 만족스 럽다.

그렇게 메시지창을 확인하는데 뒤 에서 숙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

“……와. 이거 아연 누나보다 더하 네.”

“이게 아직 3학년도 안 된 학생이 라고? 일당백도 아니고 일당천인 데‘?’

나를 향한 감탄의 목소리들이 끊임 없이 들려와 조금은 민망했지만 지 금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아직 검은 마수들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질병의 마수가 살아있으니 까.

“김선우. 수고했어.”

이서준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무슨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네. 아직 남았어.”

나는 하늘 위의 ‘질병의 마수’를 가리켰다.

질병의 마수는 하늘 위에서 가만히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내가 파충류(?)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얌전히 나 를 내려보고 있는 걸 보니 나름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질병의 마수는 이내 내 옆의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질병의 마수는 그 말을 끝으로 크 게 날개짓하며 히말라야 산맥 저편 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홀러 우리는 검은 마수들의 사체가 널브러진 넓은 평 야로 이동했다.

이내 저 멀리서 거대한 마력의 새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더니 익숙한 얼굴의 흑발 여성, 유아연이 등장했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모든 마법사가 한곳에 모였다.

숫자는 약 15명 정도 되었다.

국가 비상사태치고는 상당히 빈약 한 숫자였지만 개개인의 실력은 A 와 S등급으로 이루어져 절대 약한 구성이 아니었다.

유아연은 새의 등에서 내리자마자 신기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 다.

입을 움찔움찔하는 게 내게 무언가 묻고 싶은 게 많은 눈치다.

그러다 끝내 내게 한 마디를 건넸 다.

“……마법 잘 봤어. 엄청나던데. 네 덕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어.”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뭐.”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뒤 멀리서 협회 정복을 입은 3명의 협회 사람이 우리를 향해 뛰 어왔다.

그들은 눈앞의 마수 사체들을 살펴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슬쩍 나를 바라보는데 내

작품이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협회의 직원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아! 하며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검은 마수의 괴질에서 회피할 방 법을 찾아냈습니다.”

“회피? 치료가 아니라요?”

옆에서 정제원이 의문 가득한 목소 리로 물었다.

“네, 치료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지 만, 회피는 가능합니다. 이 괴질이 ‘저주’라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아, 왠지 저주일 거 같더라. 그럼 저주를 풀려면 저주를 건 신비

를 파괴하거나 해야겠네.”

“이제 와서 아는 척하기는.”

옆에서 누군가가 이죽거리자 정제 원이 눈을 찌푸렸다.

“야. 어젯밤에 저주 같다고 했던 거 잊었냐?”

분위기가 과열되려 하자 유아연이 끼어들며 협회 직원들에게 물었다.

“약은 완성됐나요?”

협회 직원들은 손에 쥔 사각 케이 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알약 이 여러 개 있었다.

“네, 완성됐습니다. 이게 한성제약

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검은 저주’의 회피 약입니다. 지속 시간은 약 4일 정도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협회 직원이 마법사들에게 하나씩 알약을 내밀었다.

다들 알약을 하나씩 받더니 그대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나 역시 알약을 입에 털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다만 몸에서 검은 저주와 비슷한 기운이 뿜어졌다.

“……이거로 질병은 해결되었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죠?”

“밀고 들어가야지. 검은 마수를 거 의 처치한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 니까.”

유아연이 말했다.

“맞아. 선우 학생 덕에 검은 마수 들도 해결됐는데 지금 처치해야지.”

“근데 병력이 너무 없는데. 게다가 2명은 학생이기도 하고. 그리고 질 병의 마수도 어디로 도망쳤는지 모 르잖아.”

정제원이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 라보았다.

“아까 못 봤어? 얘는 이미 프로 수준이야. 저기 이서준은 모르는 사

람이 없을 거고. 이런 비상사태에 학생이고 그런 게 어딨어? 그리고 녀석의 본거지로 가다 보면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이름 모르는 한 마법사가 말했다.

“야. 그래도 괜히 이런 일에 어린 애들 끼게 되면 기자랑 협회에서 엄 청 뭐라 할걸?”

“지금 그게 중요해? 지금밖에 기회 가 없다니까?”

다른 마법사의 반박에 할 말이 없 어졌는지 입을 다물었다.

결국 유아연이 나와 이서준에게 물

었다.

“너희는 어쩌고 싶어? 너희 의견이 중요할 거 같은데.”

이서준은 힐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 선택을 따르겠다는 둣 고개 를 끄덕였다.

“저희도 도울게요.”

우리의 대답에 유아연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럼 정해졌네. 자, 그럼 앞으로 계획을 설명해줄게.”

유아연은 모두를 둘러보더니 계획 을 설명했다.

시간이 홀러 계획이 정해졌다.

우선 사람들에게 걸린 검은 저주를 풀어내기 위해, 레어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의 신비를 파 괴하기로 했다.

하지만 레어의 개수는 총 4개.

어느 레어에 질병의 신비가 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어 결국 4개의 팀 으로 나누었다.

참고로 내 팀은 유아연과 나, 그리

고 이서준이다.

우리 팀의 숫자가 가장 적었지만 유아연이 이 중에 가장 강하기도 하 고 총인원 수 역시 15명밖에 되지 않아 이렇게 짜이게 되었다.

나의 개입으로 원작의 전개 흐름과 많이 달라지고 있기는 한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겠지.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 으니까.

“으. 올라갈수록 춥네.”

이곳은 히말라야다. 산 전체가 눈 으로 뒤덮여 있고 하늘에서는 눈보 라가 쏟아진다.

물론 나에게는 특성이 있어 그렇게 춥지는 않은데 이서준과 유아연은 두꺼운 옷으로 몸을 끌어안으며 추 위에 떨고 있었다.

그때 이서준이 무언가 생각난 둣 내게 속닥였다.

—너 저분한테 뭐 물어볼 거 있는 거 아니었어?

이서준의 속닥거리는 모습을 보았 는지 유아연이 힐끔 나를 바라보았 다.

유아연과 시선을 마주쳤다.

보석 같은 검은색의 눈동자. 이렇 게 보니 정말 유아라와 떼닮았다.

솔직히 자매가 아니라 몇 살 더 먹은 유아라를 보는 것 같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예전에 선현 가문을 조사했었다고 들었습니다.”

내 말에 유아연의 표정이 잠시 굳 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더니 내 게 물었다.

“……선현 가문?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그건......

그렇게 대답하려는 순간 유아연이

이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손을 들어, 내 말을 잘랐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모든 일이 끝 나면 그때.”

“……그러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설산의 높은 절벽 앞에서 길이 막혔 다.

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높이가 상당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오를 수가 없다.

“……여기 막혔는데?”

이서준이 절벽 위를 올려보며 중얼 거렸다.

강화계 마법사인 이서준이지만 눈 으로 미끄럽기도 하고 경사도 상당 히 높아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유아연은 강화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불가능할 것 이고.

“……마법으로 절벽을 부술 수도 없고.”

유아연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절벽을 올려보았다.

“레어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모 르는데, 함부로 마력을 사용하면 안 되죠.”

“......알아.”

그때 나는 조용히 그들 앞으로 나 섰다.

“비켜봐. 내가 올라가 볼게.”

“……여길 올라간다고?”

유아연이 의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를 수 있어요.”

“됐어. 눈 때문에 미끄러운데 무리 는 안 하는 게……

나는 유아연의 말이 끝나기 전에 신발의 에어워크를 발동했다.

그리고 마력을 사용하여 발을 앞으 로 크게 내디뎠다.

폴짝폴짝.

벽을 밟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허공 위를 올랐다.

절벽 맨 위로 오르는 데에는 3초 도 걸리지 않았다.

“휴우.”

이 정도는 가뿐하지.

절벽 위에 올라온 나는 절벽 아래 를 내려보았다.

유아연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입을 벌리며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혼들었다.

그리고 미리 받은 통신용 마도구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말했다.

“괜찮은 길 있나 찾아볼게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높은 곳 에 오르다 보니 주변의 상황이 훤히 눈에 들어왔다.

“공기부터 다르네.”

그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서둘러 거대한 바위 뒤로 몸 을 숨겼다.

“이 근처에 레어가 있을 거야.”

“어? 저건가 본데.”

다수의 목소리였다.

나는 힐끔 바위 뒤에서 그들을 바 라보았다.

인원은 총 6명.

전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들 이 누구인지 눈치챘다.

자운이 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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