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8화 (207/535)

208화

수련의 방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 고 탑 밖으로 나왔다.

원반격의 완벽한 구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원하던 목표치는 달성하 였기에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내 목표보다 높은 성과 를 달성한 셈이니까.

빨리 훈련장이나 그레텔한테 부탁 해서 원반격을 실험해 보고 싶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다.”

기분 좋아진 나는 모두를 둘러보며 훈훈한 인사를 건넸다.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 었다.

“너도 수고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개학식 때나 다시 만나는 건 가? 뭔가 아쉽네.”

그때 이서준이 내게 다가왔다.

“김선우, 우리는 조만간 다시 봐야 지.”

나와 이서준에게는 둘만의 일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강령술에 필요한 마지막 재료 를 얻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이번 겨울방학의 중요 에피소드가 될 예정이기도 했다.

“그래야지. 너도 어떤 신비를 얻어 야 할지 고민 좀 해보고.”

내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마치고 헤어 졌다.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김진우로 변장한 채 곧장 강원도의 던전으로 향했다.

나에게는 일주일이지만 현실의 시 간은 이틀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사이 또 던전 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던전 밑으로 내려오자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서 지켜보니 마정석 박스 를 옮기는 그레텔의 차력 쇼를 보는 남녀 셋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박수 를 치고 있었다.

“이야. 그(그레텔) 반장님, 보기와 다르게 힘이 엄청나시네.”

“진짜 볼 때마다 놀랍다.”

“응애.”

보아하니 저번에 말했던 대로 양태 민이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한 모양 이다.

얼굴은 20대와 30대 정도로 보이 는데 일 잘하게 생긴 건 모르겠고 성실하게는 생겼다.

근데 이거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 나름 회사의 주인이라 첫인상 을 잘 보여야 할 텐데.

이왕이면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게.

“으, 홈홈……

내가 헛기침하며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누구시죠? 여기 멋대로 들어오시 면 안 되는……”

“응애!”

그때 나를 알아본 그레텔이 반가워 하는 얼굴로 다가왔다. 나는 작게 웃으며 그레텔을 안았다.

“그레텔! 보고 싶었어.”

그레텔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 는지 세 사람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작업 반장님이 엄청 좋아하시 는데?”

“누구세요?”

……작업반장은 또 뭐야?

나는 그레텔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 려놓고는 직원들에게 내 소개를 하 려 했다.

그 순간 양태민이 둥장하더니 나를 크게 불렀다.

“어?! 진우 님!”

양태민의 등장에 직원들이 어리둥 절한 표정을 지었다.

“양 대표님.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네, 잘 지냈죠. 아! 이쪽은 이번에 새로 채용한 신입사원들입니

다.”

그 순간 세 사람이 나를 향해 꾸 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정보근이라고 합니다.”

“저는 홍승철이라고 합니다.”

“신지영입니다!”

나 역시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 를 숙였다.

“아, 네. 저는 김진우입니다. 편하 게 짜의 공동 창업자라고 생각하 시면 됩니다.”

내 소개를 하자 홍승철이라고 소개

한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 데.”

그리고 잠시 뒤, 깨달았다는 듯 입 을 벌리며 반응했다.

“어? 혹시 예전에 마인 사건 해결 하고 그러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대박!”

홍승철이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정보근과 신지영 역시 나를 알아본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려

하자 양태민이 끼어들며 가라앉혔 다.

“진우 님, 공사로 던전 내부가 바 뀌었는데 구경하시죠.”

“그러죠.”

나는 양태민의 안내에 따라 달라진 던전 내부를 구경했다.

새로운 공간이 몇 개 생겼는데, 휴 게실이라던가 작업실이나 개인실까 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나를 위한 개인실도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티비와 소파가 있어 마치 개인 거주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구경을 마친 나는 모두에게 일하라 고 한 뒤 개인실에 혼자 남았다. 그 리고 터벅터벅 소파로 걸어가 몸을 던지듯 누었다.

“......좋네.”

푹신하고 편하다. 감촉부터 남다른 걸 보니 꽤 비싼 물건을 산 모양이 다.

나는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유아라와 수련의 방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예전에 언니가 조사하는 걸 본 적 이 있어.’

유아연이 과거에 선현 가문을 조사

했다는 것.

“……유아연이 선현 가문을 왜 조 사한 거지?”

유아라의 말로는 대략 6-7년 전쯤 이라고 한다.

내 기억에 의하면 6, 7년 전에는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이유가 뭘까?

이 둘은 연관점이 전혀 없을 텐데.

심지어 유아연은 자운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는 복수귀이다.

“흐음……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 올 텐데.”

당장이라도 유아연에게 달려가서 묻고 싶지만, 나비 효과로 미래가 바뀌지 않는 이상 유아연과 나는 조 만간 다시 만날 운명이다.

이서준과 신비를 찾는 과정에서 그 녀가 등장할 예정이니까. 그때를 기 다리면 된다.

나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리모 컨을 쥐어 텔레비전을 켰다.

삑!

厂네팔의 민간 마을, 테벨라에서 마수에 의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수들은 토지를 오염시키고

사람과 동물들에게 병마를 옮기며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J

뉴스 앵커가 굳은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이내 화면이 바뀌며 산에서 내려오 는 다양한 종류의 마수들이 카메라 에 잡혔다.

마수의 종류는 다양했다.

늑대, 뱀, 도마뱀, 개, 매 등등 말 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많았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모두 같은 종이라도 되는 듯 검은색 털을 가지 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늘 위에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마법사 협회에서는 정확한 사태 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마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이 알 수 없는 괴질에 걸리며 조사 진행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J

「마법사 협회에서는 거대한 용이 마수들의 주인으로 판단하고 ‘질병 의 마수’라는 이름을 임시로 붙였습니다.J

나는 카메라에 잡힌 거대한 용을 바라보았다.

저 용이 바로 앞의 등장한 마수들 의 대장이자 주인이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질 이야기지만 회귀 전, 이서준을 죽음으로 몰아넣 은 재앙급 마수, ‘악룡 크루아스’의 수하이기도 하다.

원작에서의 이서준은 강령술에 필 요한 신비의 재료를 얻기 위해 네팔 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질병의 마수 토벌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질병의 마수를 토벌하는 과

정에서 악룡 크루아스의 미움을 받 게 된다는 것이 원작의 이야기.

그렇게 티비를 보며 앞으로의 계획 을 흔자 구상하고 있는데 스마트 학 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링크]

이서준이 보낸 메시지였다. 링크를 클릭하자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다.

내용은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서 네 팔 유적지에 있는 신비를 원하고 있 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우리가 찾는 물건이 네팔에 있는 거 같은데. 갈래?]

나는 메시지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서준은 지금 네팔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 르고 있을 거다.

원작에서도 신비를 찾는 과정 중에 사건에 휘말린 거니까.

뭐, 원작의 흐름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니 문제없기는 하다.

“흐음. 네팔이라.”

출입국 게이트 티켓부터 끊어야겠 는데.

그렇게 인터넷에 접속해 티켓 예매 를 하려는 때였다.

전화 알람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였는데, 무슨 국가 기관 같기도 하 고. 누구지?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네팔대사관 소속 카날이라고 합니다. 혹시 한국 마법사관학교 소속 김선우 학생 맞으십

니까?]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네팔대사 관이라고?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로?”

[다름이 아니라, 김선우 학생이 사 용하는 폭우 형태의 마법이 필요해 서 연락드렸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꽤 먼 곳에 위 치한 네팔의 작은 마을, ‘테벨라’.

며칠 전만 해도 유동 인구가 많아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던 도시였지 만, 지금은 마수의 습격으로 황폐해 져 있었다.

그곳에서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 성이 여섯 사람을 거느린 채 길을 걷고 있었다.

“와. 진짜 여기 4년 전에 왔을 때 는 사람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보이지도 않네.”

잘생긴 외모의 동양인 남성이 주변 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누나. 여기 바닥 검게 물든 거 보 여?”

남성의 말에 맨 앞에서 있던 여 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남성이 가리 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으로 물들어진 땅바닥이 보 였다. 그 위에 자라난 식물들은 말 라비틀어져 있었다.

여성은 그 바닥을 바라보며 불길한 마력을 느꼈다.

“……많이 심각해 보이는데.”

여성은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는 다 시 앞으로 걸었다.

얼마나 걸었올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지역이었다.

환한 전경에 고개를 들자 멀리 거 대한 산맥, 히말라야가 눈에 들어왔다.

휘이잉.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 람이 여성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그리고 무감정한 눈으로 눈앞의 풍 경을 바라보았다.

말라비틀어진 식물. 검게 메마른 땅.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맥에서는 강 력하면서도 불길한 마력이 느껴졌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오기는 했 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잘생긴 외모의 남성이 투덜거리자 그 뒤의 투박한 외모의 남성이 팔짱 을 끼며 산맥을 바라보았다.

“여태 자운 녀석들 찾는다고 쭉 놀 았잖아. 길드 자금도 슬슬 떨어지는 데 해야지. 특별 보상도 있고.”

“아니, 그래도 3대 길드랑 마법사 협회에서도 손 놓은 일올 왜 우리가 하냐고.”

잘생긴 남자가 다시 투덜거렸다.

“불의 마녀님의 광역 마법이 필요 하시다잖냐?”

그때 강한 마기가 주변을 크게 울렸다.

—끼에에에에엑!

이내 정체불명의 울음소리가 히말 라야산맥을 중심으로 크게 메아리쳤 다.

쿠우우우옹!

동시에 눈으로 뒤덮였던 산맥이 검 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제히 산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정체는 마수였다.

모두 각자의 무기를 쥐고 전투 자

세에 돌입했다.

그때 맨 앞에서 있던 여성이 앞 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손을 뻗자 그녀의 머리 위 로 마치 태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구현되었다.

여성. 아니, 길드 여명의 칼날의 주인이자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유 아연은 그들을 향해 화염 구체를 쏘 아내었다.

번쩍!

강한 빛이 뿜어지더니 출입국 게이 트에서 6명의 사람이 걸어 나왔다.

“……와. 네팔은 처음 와보는데 신 기하네. 베르트 여기도 와본 적 있 어‘?”

한쪽 팔에 의수를 착용한 남성, 백 은성이 들뜬 얼굴로 주변올 둘러보 며 베르트에게 물었다.

“예전에 와 본 적 있어. 18년 전인가 아마 그럴 거야.”

“너는 진짜 안 가본 곳이 없네.”

백은성의 말에 진이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베르트는 ‘그분’이랑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냐.”

“그렇긴 해도……

“한가롭게 떠들 시간 없어. 빨리 이동하자.”

베르트가 먼저 앞서나가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뒤를 따 랐다.

그렇게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친 그들은 출입국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근데 이번에 불의 마녀가 참가했 다는 소문이 돌던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백은성, 얘 진짜 걱정이 많네. 야! 정체만 잘 숨기면 괜찮아. 그리고 오늘 일은 엄청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이잖아.”

과자를 삼키던 스카가 쾌활한 목소 리로 말했다.

자운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일을 계 획해왔다.

그것은 단순한 ‘신비 수집’에 국한 되어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수많은 일이 계획되어 있었다.

“장난은 그만 치고, 다들 마음 단

단히 먹어.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하 면 안 되니까.”

베르트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하 자 다른 자운의 멤버들이 그녀의 눈 치를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뒤에 있던, 베르트 와 함께 가장 오래된 자운의 멤버인 나타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반웅을 보였다.

“맞아. 이번 일은 무조건 성공시켜 야 해. 이건 ‘그분’이 맡긴 임무 중 하나니까.”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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