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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206/535)

207화

내 부름에 유아라와 최서윤, 신영 준이 의문에 찬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별거 아니고 너희 수련하는 모습 보니까 조금 답답해서.”

“ 답답하다고?”

유아라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 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답답해. 더 좋은 방법이 있는 데 일부러 힘든 길을 가잖아. 마나

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연비가 안 좋다는 거지.”

내 말에 셋이 묘한 표정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연비가 안 좋다니?”

“말 그대로야. 너희가 마나를 타고 나서 넘치는 건 알겠어. 근데 그 타 고난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려고 일 부러 많은 마나가 필요로 하는 마법 을 사용하려고 하는 거잖아?”

모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괜 히 훈수 둔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을 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 과정에서 너희들의 방식이 너

무나도 비효율적이라는 거지 100의 위력을 위해 100의 마나를 써야 하 는데 너희는 130의 위력을 위해 200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 고 개를 끄덕였다.

“네 말도 맞기는 하는데 마법이라 는 게 일정 이상의 위력을 담으려면 어쩔 수 없이 효율을 포기해야 하잖 아.”

신영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네 말도 맞아. 그게 다 너희가 어 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뒷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마나의 압축을 연 습할 때가 되었다는 거지.”

“……아.”

내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의 압축.

압축 구현술이나 시너지 등에 사용 되는 고급 기술이다.

실력 있는 프로 마법사들이 사용하 는 기술이지만 뛰어난 천재성을 가 진 이들이었기에 학생의 신분으로도 마나의 압축을 배울 때가 되었다.

최서윤은 아직 유아라와 신영준에 비하면 부족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먼저 시범을 보였다.

우우우웅.

내 손 위로 마법 구체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이내 구체의 부피를 더 이상 키우지 않고 마나를 채우며 서 서히 압축을 시작했다.

“와……

마나가 압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최서윤이 작게 감탄했다.

“마나의 압축에는 제어술도 중요하

지만, 가장 기본이고 근본이 되는 건 ‘상상력’이야.”

나는 마나의 압축에 필요한 기본적 인 지식을 전수했다.

마나 압축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오 던 기술이기에 전문적인 지식도 쉽 게 설명하고 전수할 수 있었다.

전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었기에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물론 마나 압축은 하루 이틀 사이 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빠르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보통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요결만 알려주면 알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재능이 있 는 이들이었기에 핵심만 짚어 설명 했다.

그나저나 함께 수련하려고 수련의 방에 오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스승 과 제자의 관계처럼 변했다.

그래도 배움의 열정이 강해서 그런 지 같은 학생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는 것에서 자존심을 상해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약 1시간의 설명이 끝났다.

“마나 압축은 이쯤이면 됐고, 오늘 부터 천천히 연습해봐.”

“응. 그래야겠다. 땡큐.”

“저는 가서 연습하고 올게요!”

신영준과 최서윤은 수련을 하겠다 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유아라는 이동하지 않고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잠깐 구현 형태 좀 봐줄 수 있 어?”

« o ”

“〒

유아라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 더니 마법을 전개했다.

화르르륵!

유아라의 손끝에서 화염의 벽이 구

현되 었다.

이제 갓 19살이 된 학생이 구현해 낸 마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마나가 담겨 있었다.

여태 마나의 압축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압축된 마나의 힘이 느껴졌다.

구현 자체만 보면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너무 과해.”

“……과하다고?”

“구현의 형태에는 목적이 있어. 네 가 구현한 ‘벽’ 형태의 목적은 상대

방의 접근 차단, 혹은 방어 아니 야?”

유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반 정도의 마나만 사용해도 웬 만한 마법은 다 막을 수 있는데 굳 이 이렇게 마나를 사용할 필요는 없 잖아. 벽 형태로 상대를 후려칠 것 도 아니고.”

“……방어 마법이면 단단한 게 가 장 중요한 거 아니야? 방어가 뚫릴 것도 생각해야지.”

그렇게 말하지만 유아라의 목소리 에는 그녀답지 않게 자신감이 느껴 지지 않았다.

“방어가 뚫리면 그다음으로 더 강 한 방어 마법을 구현해서 막으면 돼. 때를 봐서 강화해준다거나.”

“벽을 겹겹이 쌓으라는 거네.”

“그렇지. 절반 정도의 마나면 웬만 한 공격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내 말을 끝으로 유아라는 생각에 잠겼다.

“일리 있네.”

“네가 다른 애들보다 마나량이 월 등히 높은 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과소비하는 습관은 줄이는 게 좋다 는 거야.”

“응, 이해했어.”

유아라는 다시 마법을 구현했다.

이내 거대한 화염의 벽이 넓게 구 현되더니 유아라의 주변을 둥글게 감싸 안았다.

강도는 낮추고 면적을 넓힌 형태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재빠르게 마법 구체를 구현해 그녀에게 방출했다.

마법 구체는 화염의 벽을 아슬아슬 하게 뚫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다.

파앙!

마법 구체가 유아라가 만들어낸 벽 을 향해 쏘아졌다.

이내 구체와 벽이 충돌하더니 벽에 균열이 생기며 벽을 뚫어내려 했다.

그러나 유아라는 침착하게 새로운 벽. 그리고 더 단단해진 벽을 구현 하며 벽을 강화했다.

콰아앙!

결국 내 마법은 유아라의 벽에 의 해 소멸되었다.

“잘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유아라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을 숨기려는 듯 무표정한 얼굴 을 짓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씰룩씰 룩 올라가는 것이 기분이 좋긴 한 모양이다.

“확실히 이렇게 사용하는 게 구현 이 쉽고. 마나 사용도 효율적으로 변하네. 고마워. 네 덕에 작은 깨달 음을 얻었네.”

유아라는 나를 향해 기분 좋은 미 소를 지었다.

“구현은 딱 필요한 타이밍에만 적 절히 사용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다가 순간 머릿속에 무 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구현은 딱 필요한 타이밍에만 사 용한다.’

왠지 나에게도 필요한 말처럼 들렸다.

지금 원반격 훈련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구현의 유지와 발동이었 기 때문이다.

구현을 유지하지 못해도 적절한 타 이밍에만 딱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면.

완벽하게 다루는 건 불가능해도 효 율은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서둘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 션을 돌렸다.

결과만 따지면 이론상으로는 가능 했다.

다른 마법사면 몰라도 나에게는 외 부자의 혜택이 있어 오차 없는 마법 진의 구현이 수월했으니까.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깜깜했던 길에 빛이 들어오는 기분 이다.

원반격.

굳이 제대로 완성해서 사용할 필요 는 없다.

구현 유지의 난이도가 높다면, 유 지하지 않고 타이밍에 맞춰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력 포션의 효과 때문인 지 지금 내 머릿속에는 원반격을 짧 게 사용하기 위한 편법과 꼼수가 가 득 떠올랐다.

“미안한데 나 지금 수련하러 가야 겠다.”

“ 웅?”

한참 구현 훈련에 집중하던 유아라 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말했다.

“내가 말해준 거 명심하고. 마나 압축도 꾸준히 연습해. 아무튼 난 가본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멀리 떨어졌다.

수련의 방에 입장하고 3일의 시간 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원반격의 마법진을 제 대로 발동하는 연습을 했다.

목표는 마법진 발동 후 0.5초 이상

을 유지하는 것.

5초를 유지하는 것과 0.5초를 유지 하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천차만별 이기에 정신적으로 훨씬 여유가 생 겼다.

그렇게 무념무상의 상태로 매일매 일 훈련했다.

마법진의 유지는커녕 발동 자체가 상당히 어려웠기에 큰 진전은 없었지만 적어도 나에게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는 것은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5일이 되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원반격의 수련 은 나아질 기미 없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다.

마법진을 발동하는 과정에서 계속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원반격에 접근하는 방 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원반격의 구현 유지에 실패하는 근 본적인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포션을 통해 상승한 이해력은 내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우선 원반격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마나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원반격은 마법을 막아내는 기술이 아니다.

마나를 홀려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나를 흘려내면 서 내가 구현한 원반격의 마나의 흐 름을 이동시키는 것을 동시에 하는 건 이론상 불가능했다.

연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득 ‘마 나’의 흐름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마나는 자연의 흐름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에 흐르는 마나 를 자신의 힘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 힘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온 다.

상상력.

하지만 ‘상상력’은 자신이 가진 마 나의 흐름을 다루는 힘이지 상대방 이 가진 마나의 흐름을 다루지는 못 한다.

그렇다면 원반격은 어떤 원리로 마 나의 흐름을 바꾸는 것인가.

원작 속에 언급된 원반격은 마나의 성질과 흐름, 구성을 완벽히 이해해 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의미가 무엇 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마나는 제어할 수 없다.

모든 마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

만함을 떨쳐내고 인정해야 한다.

나는 마법진의 내용을 다시 점검했다.

마법진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 다. 구현과 방출. 흐름. 에너지의 이 동 방향.

그리고 사용자의 의지를 담는 술식 도 있다.

이 복잡한 정보를 하나로 합쳐 조 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다시 원반격의 마법진에 담긴 마나를 움직였다.

강제로 제어하려 하지 않아도 된 다.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그리고 집중력을 담아서.

우우우웅!

손 위에 떠 오른 작은 마법진이 크게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약 0.5초의 시간이 흐르고.

마법진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됐다.”

[‘자연의 깨달음’ 업적을 달성했습

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SS둥급 마법의 첫 발걸음’ 업적 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깨달음’의 영향으로 ‘원반격(S)’을 획득했습니다.]

[원반격은 SS등급까지 성장 가능합

니다.]

[마나에 예민해집니다!]

잠깐이었지만 완벽한 마법진의 발 동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목표로 하던 0.5초의 구현 을 유지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떠올리자 가슴 이 벅차오르고 손끝이 떨렸다.

“ 흐흐.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원반격을 시 험해보고 싶었지만 참아내었다.

아직 원반격이 가진 ‘반사’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괜히 누군가에게 마법을 쏴달라고 부탁하다가 어떤 일이 생겨날지 모 른다.

무엇보다 마법진의 크기가 엄청나 게 작아서 실전에 사용하기는 아직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 결과에 충분히 만족스 럽다.

불안전하지만 원반격을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시간이 홀러 수련의 방 마지막 날 인 7일 차가 되었다.

밖으로 나가기까지 약 4시간이 남 은 지금, 아공간에 챙겨놓은 요리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탁탁탁탁.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재료 다 꺼 내 놔.”

나는 도마 위의 야채를 칼질하며 이서준에게 말했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 에 챙긴 음식 재료들을 꺼냈다.

지난 7일간, 우리는 식사 시간마다 미리 챙겨놓은 음식 재료를 이용해 요리해 먹었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애들한테 요리 를 맡겼었는데 얘들 요리 솜씨가 너 무 심각해서 직접 요리를 선보였더 니 그 후로는 강제로 요리 당번이 되었다.

“선배님, 요리는 어디서 배운 거예 요?”

칼로 능숙하게 야채를 써는 내 앞 에 쪼그려 앉은 최서윤이 물었다.

“독학이야.”

“와. 정말요? 보통 실력이 아니신 거 같은데……

최서윤이 신기하다는 둣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훨씬 잘했어.”

“예전이요?”

회귀 전, A등급 특성인 요리 명인 을 갖고 있을 때를 말하는 거다.

포인트 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첫날에 환불하긴 했었지만 요리 명 인 특성으로 얻은 지식과 손놀림은 아직 남아있다.

물론 요리 명인 특성을 갖고 있을 때처럼 재료를 손으로 만지는 것만 으로 어떤 맛을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 어떤 맛이 나 오는지 어느 정도 암기하고 있기에 일반인 최상급 실력 정도는 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요리도 자주 안 하면 실력이 줄더 라고.”

“아하.”

시간이 지나 요리를 모두 마치고 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들은 도란도란 모여 식사를 시

작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

먼저 말을 꺼낸 건 이서준이었다.

“뭔가 아쉽다. 이제 슬슬 깨달음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저도요. 진짜 수련에만 집중하니 까 실력이 확확 늘어나는 기분이라 고 해야 하나.”

“선우 덕이 컸지.”

이서준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기와 야채를 입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

각했다.

수련의 방에서 나오게 되면 바쁜 일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서준과 해야 할 일도 있고, 개인 적으로 할 일도 있다.

그중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한다면 역시 ‘김창현’이었다.

선현 가문…….

아무래도 소설 속에 언급되지 않은 맥거핀 같은 존재라고 넘어가기에는 수상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걸 어떻게 조사해야 할까.

“너네 혹시 선현 가문이라고 알

아?”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과거에 이름을 날리던 가문이기도 했고, 소설을 통해 세상을 아는 나 와는 다르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현 가문? 처음 들어보는데.”

“거기 그거잖아. 신비 연구가 가문. 김창현 선배님이 속해있던.”

이서준과 신영준이 옆에서 서로 떠 들었다.

최서윤은 잘 모르는 듯 가만히 입 을 다물고 있었고, 유아라는 생각올 알 수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게 물었다.

“……선현 가문은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혹시 뭔가 알고 있냐?”

유아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아는 건 아니고…… 다만.”

“ 다만?”

유아라는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다시 열었다.

“예전에 언니가 조사하는 걸 본 적 이 있어.”

나는 눈을 찌푸렸다.

“언니라고?”

유아라의 언니라면 불의 마녀라 불 리는 유아연인데.

……걔가 왜?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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