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3/535)

204화

내 말에 한세연은 대답 없이 운전 을 계속했다.

차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지하 차도에 들어가 밖으로 나오고 빨간 불의 신호등이 나타나서야 차 는 멈추었다.

운전대를 잡은 한세연은 내게 시선 을 돌렸다.

“한성가가 예언의 신비를 소유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과거 한대현 회장이 이루어낸 기 적과 몇몇 사건들을 보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있었잖아요. 이런 추측.”

실제로도 한성가가 예언의 신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캣소 리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주 들려 오기도 한다.

마치 원래 내가 살던 세계의 특정 기업이 외계인을 감금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몇몇 방송사에서는 한성가 는 정말로 예언의 신비를 소유하고 있을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프로그

램을 방영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한성가가 이 자리에 오르는 데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있었다.

“……단순한 추측으로 한 이야기 같지는 않은데요. 뭐라고 해야 하지. 진우 씨 특유의 확신이 담긴 목소리 였거든요.”

“그렇게 들렸나요?”

신호등의 빨간 불이 다시 초록색으 로 바뀌었다.

멈췄던 차는 다시 앞으로 달렸다.

“이미 다 아시는 거 같으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예언의 신 비. 한성가가 소유하고 있는 건 맞

아요.”

의외로 순순히 알려준다.

“그런데 신비는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도 안 돼요. 아버지랑 오빠가 관리하고 있고, 한성가의 사람이 아 니면 사용할 수 없게 해놨거든요.”

몰랐던 사실이다. 한성가의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다니.

한세연이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아마 진실이겠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근데 무슨 이유로 예언의 신비를 사용하려는 거에요?”

이유라.

내가 예언의 신비를 사용하려는 이 유는 이전 삶에서 이서준이 죽던 순 간이 궁금해서 그렇다.

예언의 힘을 사용하여 그날을 미리 볼 수 있다면 이서준의 죽음과 관련 된 미스터리가 조금은 풀릴 것 같았 으니까.

그 외에 예언의 신비가 사용되는 과정이 궁금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미래의 일을 알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 것 치고 평소에는 미래를 아 시는 것처럼 행동하시던데요?”

살짝 찔려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솔직하게 미래를 안다고 말 할 수 없기에 시치미를 똈다.

“제가 무슨 수로 미래를 압니까?”

“알 수도 있죠. 실제로 먼 과거에 예언 능력을 가진 인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잖아요.”

“그건 어디까지나 이야기죠.”

“진우 씨 생각보다 보수적이시네. 인간의 가능성을 너무 무시하면 안 좋아요.”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말에 작게 웃 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래가 궁금하다 기보다는 미래를 알아보는 과정이 궁금한 거예요.”

“과정이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 다.

“궁금하잖아요. 신비가 어떤 방식 을 사용해서 미래를 알아내는 것인 지. 또 미래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지도요.”

한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러곤 입을 열었다.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뜬금없는 말에 한세연을 바라보았 다.

한세연은 힐끔 내 시선을 마주 보 더니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빠 말로는 엄청 불친절하고 알 려주는 미래도 한정적이래요.”

오후 10시 30분, 한세연의 집.

테작은 조명 아래에서 한세연은 테 이블에 앉아 푸른 해초를 이용해 영 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집중하는 데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한세연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저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있으셔 도 되는데.”

한세연이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해초를 만지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일하시는데 제가 편하게 있을 순 없죠.”

한세연이 약 제조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안에 술 있는데 술이라도 드실래 요?”

“술이요?”

“네, 비싼 술 하나 있거든요. 무려 영국 마탑 소속의 마법사가 신비를 이용해서 만든 술이요.”

그렇게 말하니 혹하기는 하다. 귀 한 술이라고 하면 정신 못 차릴 만 큼 좋아하기는 하니까.

그래도…….

한세연이 일하고 있는데 혼자 마시 는 것도 좀 그렇다.

“괜찮습니다. 저 혼자 마시는 것도 미안하고.”

“에이, 미안할 게 뭐 있어요.”

한세연이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짓더니 다시 약 제조에 몰입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은 이미 구경했지만, 이 렇게 마주 보고 있으니 괜히 뻘쭘해 져서 다시 구경하고 싶어졌다.

천천히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테이 블 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발견했다.

대충 보아하니 마정석 거래와 전문 적으로 마정석올 채굴하는 마법사들 의 리스트였다.

요즘은 마정석이 하도 품귀현상이 라 자체적으로 구하려는 모양이다.

그렇게 리스트를 넘기다가 한 부근

에서 시선이 멈췄다.

UWK]

JWK라면 내 회사를 말하는 거 같 은데.

괜한 호기심에서류 내용을 살폈 다.

그 안에는 3일 정도 물량을 풀다 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 이건 마정석 값이 계속 오르 길래 나중에 파려고 매물을 모으고

있던 것이다.

나는 슬쩍 식탁에 앉아 약을 제조 하고 있는 한세연의 뒷모습을 바라 봤다.

마음 같아서는 JWK가 내 회사고 마정석 공급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 하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그리고 언젠간 밝혀질 이야기니까.

그렇게 서류 내용을 살피다가 문득 그레텔에게 선물 받은 마정석이 생각났다.

나는 마정석을 꺼내 손으로 쥐었다.

겉보기에는 크기만 큰 마정석처럼

보인다. 그렇게 모양이 이쁘지도 않 고.

근데 그레텔이 왜 갑자기 나한테 준 거지? 이 정도 크기의 마정석은 던전에도 얼마든지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자의 혜택 을 발동했다.

[마정석 (???)]

분류 : 마정석

►???

*잠재된 힘이 있습니다. 신비를 이 용해 개방할 수 있습니다.

……뭐야? 잠재된 힘?

“진우 씨!”

마정석에 숨겨진 효과를 보고 놀라 고 있는데 한세연이 나를 크게 불렀다.

나는 서둘러 마정석을 다시 집어넣 었다.

“네‘?”

“약 완성했어요.”

“ 벌써요?”

나는 한세연에게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는 푸른 해초의 마나가 담긴 물약이 있었다.

[정제된 푸른 해초 약(S)]

분류 : 영약

설명 : 복용 시, 마력이 5% 상승 합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신선한 상태입니다. 3일이 지나면 약효가 줄어듭니다.

“오.”

효과가 꽤 좋다.

다른 건 몰라도 ‘마력’을 상승시켜 준다는 점에서 높은 가산점을 줄 만 하다.

“신성초를 사용해서 효과를 증폭시 켰어요. 아마 마력 상승에 큰 도움 이 될 거예요.”

“고마워요. 이거 이대로 마시면 됩

니까?”

“네, 지금 바로 드시는 게 좋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줄어들거든 요.”

나는 약을 품에 넣었다. 한세연은 의문에 찬 눈빛을 보냈다.

“지금 안 드시게요?”

“집에서 마시려고요. 지금 마셨다 가 약 효과로 정신 잃을 수도 있는 데 그러면 민폐잖아요.”

“그런 건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신경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다.

그리고 괜히 이곳에서 정신을 잃었

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예를 들면 김진우의 분장을 들킨다 거나.

“제가 신경 쓰여서 그렇습니다. 어 차피 신선도는 3일 정도는 유지되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죠.”

나는 웃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 다.

“그것보다는 아까 한세연 씨가 말 씀하신 귀한 술이나 마시죠.”

한세연의 집에서 아주 건전하게 술 만 마시고 헤어졌다.

적당히 기분 좋은 상태로 집에 돌 아온 나는 영약을 마셨다.

영약을 먹자 예상했던 대로 강한 마력의 기운이 내 몸을 헤집었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내 마력 수 치는 68로 상승해 있었다.

회귀 첫날에 마력이 21이었는데 어느덧 70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레텔이 준 마정석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정석에 담긴 잠재된 힘을 개방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어 다음 으로 미루기로 했다.

설명에는 신비를 사용하면 된다고 하니 금방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틀 뒤.

나는 이서준을 다시 만났다.

[‘미니 스테이지 공략’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후우. 드디어 끝났네.”

“여기가 보상 방이네.”

오늘 이서준과 나는 충남 지방의 거대 던전을 공략했다.

거대 던전은 수많은 스테이지가 숨 어 있어, 하나의 던전 안에서 수많 은 사람이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던전을 말한다.

일종의 ‘탑’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거대 던전의 미니 스테이지

공략은 어렵지 않았기에 나와 이서준은 크게 위험한 일 없이 공략에 성공했다.

애초에 나와 이서준이 호홉을 맞춰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시너지가 엄청나게 좋기도 했고.

“제발 정령의 눈물 나와라.”

이서준이 보상 상자를 앞에 두고 양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정령의 눈물은 몇몇 던전에서 가끔 둥장하는 보상으로, 장비나 물약의 성능을 강화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정 령의 눈물은 강령술에도 사용되는

재료였다.

“……쯧. 그냥 돈 주고 사자니까. 왜 이런 노가다를 하는 건지.”

지금 이서준과 내가 하는 짓은 일 종의 노가다였다.

게임으로 치면 드랍률이 1%도 안 되는 희귀 아이템을 얻으려고 던전 을 계속 돌며 땡뺑이를 치는 셈이 다.

“정령의 눈물 가격이 3억이야. 그 돈을 어디서 구하는데?”

“아니, 내가 살 수 있다고 해도 그 러네. 나 돈 많다고.”

내가 살짝 짜증 내자 이서준이 나

를 홀겨보았다.

“너한테 빚지기 싫어서 그래.”

“……에휴. 됐다. 보상이나 열자. 여기서 안 나오면 그냥 내가 사버린 다. 오케이?”

“……노.”

이서준은 내 말을 무시하고는 보상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상자의 문이 열리고 동시에 환한 빛이 번쩍였다.

눈 부신 빛에 시야가 가려졌다. 그 리고 잠시 뒤, 보상이 모습을 드러

냈다.

“......미친.”

보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정령의 눈물(B)]

분류 : 재료

설명 : 마력이 담긴 도구의 효과를 증폭시켜준다.

“……이게 진짜로 나온다고? 그것 도 한 번에?”

“와. 대박! 거봐. 내가 나온다 했 지?”

던전 공략 내내 나한테 갈굼 당해 움츠러들었던 이서준의 기세가 등등 해졌다.

나는 황당함을 느끼며 정령의 눈물 을 바라보았다.

말이 안 되는데.

아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원작의 이서준도 말도 안 되는 확 률을 뚫고 정령의 눈물을 얻었으니

하지만 미래가 바뀌었고, 던전 공 략을 시도하는 시간대와 장소 역시 달라졌기에 당연히 다른 보상이 튀 어나오리라 생각했다.

“허……

이게 무슨 우연인지…….

아니, 이제는 우연이 맞긴 한 건가 의심이 든다.

이서준은 정령의 눈물을 손에 쥐더 니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시선을 돌 렸다.

“정령의 눈물도 얻었으니 이제 몇 개 안 남았네.”

“……어. 그러게.”

“다음 주는 수련의 방이니까. 신비 모으는 건 잠깐 쉬어야 할 거 같고. 아니면 아직 시간 남았는데 다른 신 비도 찾아볼래?”

이서준의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정령의 눈물을 생각보다 빨리 얻긴 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그것도 괜찮겠지.

“일단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나와 이서준은 던전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

다. 애초에 이곳 거대 던전의 평균 보상 등급이 낮아 당연한 현상이었 다

그럼에도 나와 이서준이 이곳의 던 전을 공략한 이유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프로 마법사 자격이 없으면 던전 입장은 금지되어 있으니까.

물론 이런 인적이 드문 던전에 몰 래몰래 공략을 시도하는 학생들도 많긴 하다.

“그래서 다른 신비 지금 찾아볼 거 야?”

“그건......

대답하려는 순간 주머니 속 스마트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진동 의 정체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아니었다.

메일이었다. 메일을 확인하자 장문 의 글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을 보자마자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며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늘 은 안 되겠네.”

“그래?”

“웅. 남은 신비는 수련의 방이 끝

나면 찾자.”

“……어. 그러자 그럼.”

“그럼 이만 가본다.”

이서준에게 짧게 인사를 한 뒤 곧 바로 혼자 쉴 수 있을 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내 적당한 공원의 벤치를 발견해 앉았다.

나는 벤치에 앉아 다시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메일을 다시 확인했다.

[안녕하십니까. ‘적암’입니다. ‘SW’

님이 의뢰하신 정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보 길드 ‘적암(赤巖)’.

한성가의 정보 길드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정보 길드였다.

의뢰 비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는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정 보 길드에 익명으로 의뢰를 하나 맡 겼다.

그리고 지금, 결과가 도착했다.

[이름 : 김창현]

내가 의뢰한 것은 김창현에 대한 정보였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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