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3화 (202/535)

203화

낮 12시.

2박 3일간 진행되었던 성무제 특 훈이 모두 끝이 났다.

지난 2박 3일간 다양한 훈련을 해 왔다.

체력 훈련, 개인 전투 훈련, 스테 이지 탈출 훈련 등 많은 훈련을 해 왔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훈 련은 역시 팀워크 훈련이다.

성무제에는 개인전도 존재했지만,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건 학교 대항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어색했던 첫날과 다르 게 지금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 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다들 친해진 거겠지.

특훈이 모두 끝났기에 학생들은 각 자 짐을 챙기고 한 자리에 모였다.

성무제 특훈 담당 교사이자 대표, 이희영은 학생들 앞에 섰다.

“2박 3일간 훈련받느라 모두 고생 했습니다. 성무제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라 느낄 수 있

겠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로 잘 모 르던 팀원들과 친분도 쌓이고, 팀워 크도 좋아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희영의 말에 학생들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이희영의 말에 집중했다.

그 이후로 이희영은 마법과 동료에 관한 연설을 시작했다. 슬슬 지루해 지려는 찰나, 이희영이 짝! 손뼉을 쳤다.

“그럼 이것으로 모든 특훈 일정을 마치겠습니다. 3월에 다시 만납시 다!”

“네에!”

밝은 대답과 함께 학생들은 주변에 작별 인사를 하고는 각자 자신의 갈 길을 떠났다.

나도 슬슬 갈 준비를 하려는데 누 군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선배님이라는 말에 최서윤이 부르 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수줍은 모습으로 서 있는 은발의 여성.

은설아였다.

목소리도 다른데 왜 최서윤이랑 헷

갈렸는지는 모르겠다. 최서윤에게 ‘선배님’이라는 표현을 질리도록 들 어서 그런가.

“특훈 받느라 고생했어.”

내 말에 은설아가 작게 미소를 지 었다.

“선배님도 수고하셨어요.”

“이제 은월가로 돌아가는 거야?”

은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야죠. 선배님은요?”

“나도 집에 가서 쉬어야지.”

“아하.”

은설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야! 뭐해!”

그때 은설아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 려왔다.

목소리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앳 된 얼굴의 예비 1학년들이 멀리서 은설아를 부르고 있었다.

워낙 낯을 가려서 걱정했는데 함께 돌아갈 친구들도 사귄 모양이다.

“친구들이 기다리네. 이만 가 봐.”

“네! 봄에 다시 봬요!”

힘찬 목소리와 함께 은설아가 고개 를 꾸벅 숙이더니 친구들에게 달려

갔다.

나는 은설아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여동생을 보는 게 이런 기분일까.

“김 선우.”

이번에는 이서준이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는 최서윤, 유아라를 포함해 여러 주요 등장인물들이 있었다.

“뒤풀이로 점심 식사 같이하려는데 갈 거지?”

점심 식사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바빠서.”

“뭐 하시는데요?”

최서윤이 다가와서 물었다.

“선약이 있거든.”

“선약이요?”

최서윤은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좀 오래전 약속이라 꼭 가야 하거든.”

내 대답에 이서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아쉬운데.”

“선약이 있다는데 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 먹자.”

신영준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 다음 주에 이 멤버 그대로 만나잖아. 그때 같이 먹으면 되지.”

“생각해보니 그러네. 다음 주에 또 보는구나.”

다음 주는 ‘수련의 방’ 티켓을 사 용하는 날이다. 아마 수련의 방에서 는 이번 특훈보다 더 오랜 시간 있 어야 할 것이다.

“……나는 수련의 방 티켓 없는 데.”

그때 이현주가 뒤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쟤도 있었구나.

요즘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잠시 잊었네.

“어휴. 그러게 태휘제 때 놀지 말 고 적극적으로 하지 그랬냐?”

신영준이 이죽거리자 이현주가 찌 릿 도끼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무튼 난 이만 가본다. 다음 주에 보자.”

“그래, 잘 가라.”

“어어.”

“선배님 다음 주에 봬요.”

“ 웅.”

작별 인사를 마친 나는 훈련센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포탈 게이트 방향으로 걸어 가는 척하다가 몰래 방향을 틀었다.

내가 갈 곳은 서울이 아니라 강원 도의 다른 장소이다.

이 훈련센터 근처에 내 소유의 던 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내 선약 상대인 양태민이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주변에 시선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김진우’의 모습으로 분 장했다.

시간이 지나 나는 던전에 도착했다.

“ 오호......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외관이 꽤 바뀌었다.

이전에는 누가 봐도 던전이라는 느 낌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공장같이 변했다. 주변에 컨테이너도 생겼고, 그것 외에도 던전 확장을 진행하는 둣 확장 공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건 보안 시스템인가?”

나는 던전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 는 붉은 레이저를 바라보았다.

양태민에게 보안 시스템을 설치했 다고 언질을 받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역 시 공방 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마공 학 기술을 잘 이용하는구나.

나는 저번에 미리 받은 카드를 이 용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마정석이 매장된 보상의 방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웅애‘?”

안으로 들어서자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텔.”

내가 웃으며 이름을 부르자 그레텔 이 짧은 다리로 내게 달려왔다.

“잘 지냈어?”

“웅애!”

그레텔을 안고는 주변을 둘러보았 다.

엄청난 양의 마정석들이 차근차근 쌓여있는 걸 보아하니 나 없는 사이 에 노동자 그 씨(그레텔)가 열심히 일한 모양이다.

“어? 김진우 님?”

그때 양태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오셨습니까?”

양태민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양 뺨이 검게 물들여있는데 열심히 일하고 있던 모양이다.

누가 보면 고용된 직원으로 알겠 네, 나름 회사 대표인데 말이지.

“방금 왔습니다.”

“아하. 며칠 사이에 이곳도 많이 바뀌었죠?”

“네, 며칠 사이에 많이 바뀌긴 했 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빈틈없이 채워진 채굴 기계들.

저것들을 사느라 몇 달 동안 주식 으로 복사한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물론 마정석 판매를 제대로 시작하 면 금방 회수할 테지만.

“응애.”

그때 그레텔이 양태민을 바라보았 다. 양태민은 그레텔을 마주 보더니 말했다.

“저 나무 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 시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아기처 럼 울길래 뭔가 싶었는데 일하실 때

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하하.”

“그레텔이 보기와 다르게 힘이 엄 청나기는 하죠.”

나는 그레텔을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레텔은 양태민에게 뛰어가더니 친근감을 표현하듯 톡톡 다리를 두 들겼다.

나 이외의 사람과 함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잘 지내는 거 같아 서 다행이다.

“직원 면접은 언제부터 합니까?”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기는 한데 아직 정리할 것이 많아서 다음 주에 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면 이번에도 제가 도와드 리기 힘들 것 같은데. 일주일 정도 시간을 비워야 해서요.”

“다음 주도요? 일정이 많으신가 보 네요.”

“진행 중이던 일이 많이 밀렸거든 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시 던전 내부를 걸을 때였다.

그레텔이 아장아장 내게 걸어오더 니 나무줄기를 소환하여 무언가를 쥐고 내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응애.”

그레텔이 내민 것은 거대한 마정석 이었다.

진한 붉은 빛은 마정석 안에 어마 어마한 마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설마 나한테 선물로 주는 거야?”

“응애.’’

이거 팔면 엄청 비쌀 거 같은데. 왜 굳이 내게 선물로 준다는 거지.

어차피 내 건데.

그래도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씨가

고우니 일단 받아주기로 했다.

“고마워. 그레텔.”

나는 웃으며 그레텔을 품에 안았 다.

던전에서의 바빴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밤 8시가 되었다.

나는 다음 약속을 위해 포탈 게이 트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내가 향한 곳은 예전에 방문한 적 이 있는 고급 한식당, ‘한소옥’이었

직원의 안내에 따라 문을 열자 한 세연이 나를 반겼다.

“한세연 씨.”

“진우 씨.”

한세연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뭔가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다. 분위기도 뭔가 바뀐 거 같은데. 뭔 가 더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이 난 다.

“헤어 스타일이 살짝 바뀌었네요?”

“아, 오늘 미용실에 다녀왔거든요.

오늘부터 이틀 휴가예요.”

한세연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을 보자 괜히 나도 기 분이 좋아져 따라 웃었다.

자리에 앉자 한세연이 즐거운 얼굴 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웬일이에요? 이런 식당에 먼저 예약도 하시고.”

“밥 사드리기로 했잖아요. 조금 늦 긴 했지만.”

“그랬지. 참.”

그렇게 한세연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 고급 요리들 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술은 없었다. 술도 좋지만 가끔 이 렇게 맨정신으로 담백한 대화를 나 누는 것도 좋으니까.

“아, 그리고 이거.”

나는 물을 삼키다가 유적지에서 얻 은 푸른 해초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 았다.

동시에 한세연의 눈빛에 흥미가 차 올랐다.

“푸른 해초네요? 마나량도 상당한 거 같고……

한세연은 계속해서 해초를 바라보

았다.

“이거 동해산 맞죠? 어떻게 구했어 요? 보니까 꽤 상등품인데. 이런 건 돈 있어도 못 구해요.”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우연히 얻었 습니다.”

“헤엄이요? 이 날씨에요?”

한세연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수중 몬스터 사냥할 일이 있었거 든요.”

“와.. 수중 몬스터 사냥도 하시

는구나. 다른 마법사들은 꺼리던 거 같던데.”

그렇기는 하다. 물속에서는 자유롭 게 움직이기도 힘들고, 자신의 힘을 100% 발휘할 수도 없으니까.

“근데 이건 왜요?”

“요리 전문가한테 이거 맛있게 먹 는 법 좀 묻고 싶어서요.”

“맛있게 먹는 법이라……

한세연이 풋. 하고 웃었다.

“저 주세요. 특급 쉐프 출신인 제 가 진우 씨 입맛에 맞게 요리해드릴 게요.”

한세연의 농담 섞인 말에 나는 작 게 웃으며 해초를 그녀에게 넘겼다.

한세연은 해초를 손에 쥐더니 나를 힐끔거리고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이렇게 된 거 오늘 요리해드 릴까요?”

“오늘요?”

“네, 이렇게 좋은 재료가 있는데 기다리기 힘들잖아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였다.

뭐, 나쁘지는 않다. 뭐든 빠르면 좋지.

“오늘 요리할 수 있으면 저야 좋 죠. 그럼 회사로 가는 거예요?”

“아뇨. 회사는 다른 사람 시선도 있고 하니까. 집에서 요리해드릴게 요. 제조 기구는 다 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야밤에 한세연의 집에 간다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자고.

그렇게 즐거웠던 식사를 마치고 식 당 밖으로 나왔다.

한세연을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해 고급스러운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앉자 달콤한 디퓨저 향이 코를 간질였다.

한세연은 내 옆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옆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뒤 적였다.

그러다 순간 손짓을 멈칫하더니 나 를 올려보았다.

“왜 그래요?”

한세연의 얼굴이 아주 살짝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잠시 멈짓 하더니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에요.”

아무래도 내 냄새를 맡은 모양이 다.

그레텔의 열매를 먹고 몸에 향기가 생겼는데 밀폐된 차 안이라 향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 거겠지.

한세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악셀을 밟았다. 차는 미끄러지듯 어 두운 도로를 달렸다.

나는 멍하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을 바라보 는데 괜한 감상에 젖었다.

그러다 문득 최근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달라진 세계. 나를 향해 의문을 표 하는 존재들.

원작에서는 묘사되지 않았던, 나조

차 몰랐던 이야기들.

“한성그룹이 소유한 신비들은 한세 진 부회장이 관리하고 있습니까?”

내 뜬금없는 말에 운전하던 한세연 이 힐끔 나를 보더니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비요?”

“한성가가 수많은 신비를 보유하고 있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잖아 요.”

“……그렇기는 한데. 그건 왜요?”

“한성가가 소유한 예언의 신비. 혹 시 저도 사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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