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1화 (200/535)

2()1 화

여성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누구냐니. 철학적이면서도 참 어려운 질문이다.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김선우인데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문득 눈앞의 여성. 그러니 까, 신비의 사도가 했던 말에 작은

의문이 생겼다.

“그전에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네가 말한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그것’은 예언의 힘을 말하는 건가?”

원작에서는 ‘예언’과 관련된 능력 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그리고 그 ‘예언’의 힘은 정해진 운명을 바꾸며 새로운 결말을 만들 어내기도 했다.

윤하영이 마인들에게 노려진다거 나, 한세진의 자운 토벌단이 자운을 쫓아 아틀란티스에 올라탄다거나 하 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사도는 내 말에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그 의미를 네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정말 몰라서 묻는 건데?”

_……뭐라?

사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리고 이내,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내 물음에 대답이나 해.”

사도는 묘한 눈으로 한참 동안 나

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정말 모르고 있구나. 됐다. 어디 정해진 운명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확인해 보자꾸나.

우우우웅……

사도의 몸에서 검은 마나가 피어오 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전체가 검게 물들더니 눈을 중심으로 얼굴에 검은빛이 피 어올랐다.

느껴지는 마력은 A등급 최상위권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 검은 마력 속에 숨어있 는 작은 ‘신비’의 힘도 느낄 수 있

었다.

이서준은 굳은 얼굴로 녀석을 바라 보다가 빛의 검기를 발산하며 전투 자세를 갖추었다.

나 역시 이서준을 따라 마력을 끌 어올렸다.

“조심해. 녀석의 마력에 담긴 순수 한 신비의 힘. 너도 느꼈지?”

내 말에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육체에 순수한 신비의 힘이 노출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조 심해.”

“알았어. 너도 조심해.”

우우우우웅!

사도의 머리 위에서 검은 구체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나와 이서준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사도는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보더 니, 누구를 공격할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내 목표를 정한 듯 나를 향해 구체를 쏘아내었다.

파아아앙!

구체는 대기의 마나를 흡수하며 나 를 향해 쏘아졌다.

속도가 상당히 뺄랐기에 지금의 내 육체 능력으로는 피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곧바로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파앗!

동시에 내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빨 라졌다.

적어도 순간 가속을 사용한 3초만 큼은 그 어떤 공격도 피할 자신이 있었기에 빠르게 움직여 구체를 피 해냈다.

콰아아앙!

구체를 피함과 동시에 뒤에서 굉음 과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하아앗!”

그때 사도의 등 뒤로 이서준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사도가 내게 한눈판 사이, 빈틈을 발견한 이서준이 단숨에 달려든 것이다.

하지만 사도는 검은빛의 장막을 펼 치며 이서준의 육체를 밀쳐내었다.

“큭!”

바닥을 구른 이서준은, 금세 자세 를 고치고 사도를 향해 다시 돌진했

사도 역시 이서준이 귀찮았는지 내 가 아닌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곧바로 ‘대자연의 심장’을 발 동했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며 차오르는 마나를 손끝에 집중했다.

이내 주변의 마나가 크게 떨리며 구체의 형태를 이루었다.

약 10초. 마력 제어 능력이 향상된 지금 이 정도의 시간이면 녀석을 쓰 러트릴 마법을 구현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완성된 구체를 녀석의 등을 향해 방출했다.

파아앙一!

새하얀 잔상을 남기며 쏘아지는 은 빛의 구체.

“이서준!”

내 외침에 이서준이 기다렸다는 듯 사도를 발로 밀쳐냈다.

―윽?

사도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균형을 잃은 것처럼 몸을 휘청였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쏘아낸 구체 가 사도의 등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콰아앙!

—끄아아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마력의 충격파 가 넓게 퍼졌다.

마력의 충격파로부터 잠시 몸을 피 했던 이서준은 기회라고 생각한 듯, 다시 사도에게 달려갔다.

—크으으으윽!

비록 가슴이 뚫렸지만, 사도는 이 성을 잃지 않으며 검은 마력을 발산 했다.

이내 작은 수십 개의 검은 구체가 사도의 머리 위에 가득 떠 오르더니

이서준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난도질 하듯 휘둘러지는 이서준의 검 앞에서 수십 개의 구체는 힘을 잃으며 사라졌다.

—큭!

구체를 막아낸 이서준은 재빠른 움 직임으로 사도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회전하듯 몸을 돌리며 자신 의 검을 휘둘렀다.

파직!

눈 깜짝할 사이에 사도의 왼쪽 어 깨가 잘려 나갔다. 이어서 다시 검 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사도의 오른

쪽 종아리가 잘렸다.

—끄아악!

계속되는 연격에 사도는 결국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아앗!”

이서준은 기합과 함께 검을 역수로 쥐어 무방비해진 사도의 가슴에 쑤 셔 박았다.

푸욱!

—……커헉!

사도의 입에서 검은 피가 뿜어졌다. 반격할 의지를 잃은 둣 추가적 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사도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정해진 세계가 바뀌었지만 내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구나.

이서준은 숨을 몰아쉬더니 사도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내었다.

“……아까부터 운명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네 운명을 알고 있으면 도망 치면 되잖아. 왜 도망치지 않았지?”

—……도망쳐봤자 의미가 없으니 까.

“뭐?”

—……세계는 결정된 미래와 결정

되지 않은 미래로 이루어져 있 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는…… ‘의지’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

사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건 거대한 흐름, 그러니까 이 순간은 이미 ‘결정’되 어 있다. 결정된 세계를 의지로 바 꾸는 건 불가…… 쿨럭!

사도가 피를 토해냈다. 괴로운 듯 숨이 점차 가빠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도를 가만히 내려보았 다.

사도의 눈 전체가 검게 물들어 무

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야 알 거 같군.

사도의 신체 일부가 화르륵 타올랐다. 타오른 몸에서는 연기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너는 자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던 사도는 끝 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마에 물든 신전’을 공략했습니다.]

[인과율이 1.5 상승합니다.]

[‘마의 신전 사도’를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결정된 세계.”

이서준은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내 게 시선을 돌렸다.

“저게 무슨 말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정말로 모른다.

결정된 미래니, 결정되지 않은 미 래니. 원작 속에 신비의 사도는 저 런 말을 내뱉지 않았으니까.

그저 ‘나는 내 운명대로 죽는다.’라 는 뉘앙스를 풍기며 죽었을 뿐이다.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기며 의문을 느끼던 때였다.

“……김선우.”

이서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왜?”

“근데 너 혹시 뭐 숨기는 거 있 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상하잖아. 저 녀석이 너한테 했 던 말들.”

“미안한데 나도 저 녀석이 했던 말 들을 전혀 모르겠거든?”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이서준 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무언가를 숨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등장인물 ‘이서준’이 당신을 의심

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랜만에 감정 포인트가 떠올랐다. 이서준이 아직 나에게 겪어보지 못 한 의심이라는 감정이었다.

의심이라.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나와 이서준 의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이서준에게 의심스러운 사람 이 된다면 앞으로의 일에 있어 걸림 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심을 풀어야 할 까.

……내 비밀, 그러니까 이 세계의 비밀을 이서준에게 말해야 하는 걸 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이 세계가 소설 속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하게 된다면, 이서준이 어떤 반웅을 보일지 알 수 없고 또 큰 충격을 받으면 미래가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역시 이 방법밖에 없다.

“그러는 너는.”

“뭐가?”

“저놈이 너한테도 이상한 소리를 했었잖아. 죽음을 품었다던가. 그건 뭔데?”

물론 사도가 말했던 ‘죽음을 품은 자’의 의미를 몰라서 물은 게 아니다.

단지 이서준올 납득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이것이었으니까.

내 말에 이서준은 허를 찔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나는 쪼그려 앉아 방금 사도가 누

워있던 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너한테도 뭔가 비밀이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한 거겠지. 넌 그게 무 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이서준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다 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런 이서준에게 다시 말했다.

“네가 모르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거야.”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완전히 의심을 풀어 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너나 나나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가 보네.”

모르는 척 연기하며 대답했다.

“너한테도 무슨 비밀이 있는지 같 이 알아보자. 네가 도와주는 것처럼 나도 도와줄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겠지.”

뭐라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이서준은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

다.

“아, 그리고 오늘 일은 애들한테 비밀로 하는 게 좋겠지?”

“……어. 아직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럼 보상 아이템이나 확인할까?”

“그래.”

나는 앞장서서 보상이 있는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제단에 도착하자 작은 보석 상자가 하나 있었다. 상자를 열면 보상이 튀어나올 것 같지만, 사실 이 상자

자체가 바로 보상이다.

[영혼을 담는 상자(유물)]

분류 : 상자

설명 : 영혼을 잠시 보관할 수 있 다. 보관한 영혼은 강령술에 사용됩 니다.

[사용 효과]

►영혼 채집

영혼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영혼을 담거나 불러오기 위해서 는 별도의 도구와 재료가 필요합니다.

내구도 : SS

이서준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 은 텅 비어있었다.

“뭐야. 텅 비어있는데?”

“이 상자가 보상인 모양이네.”

“아......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자고 한 것도 이서준이었으니 보 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눈치챘을 테 지.

‘진천우의 연구 일지’는 생각보다 자세히 적혀 있으니까.

“뭔지 알 거 같네. 강령술에 필요 한 영혼을 담는 용도일 거야.”

“웅. 아마도.”

“상자는 네가 갖고 있어.”

이서준이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왜?”

“나보다는 네가 갖고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아서.”

“……그러지 뭐.”

내가 갖고 있어도 큰 문제는 없으 니까.

그리고 이 상자는 올해 강령술 이 후 다시 사용될 일이 없으니 상관없다.

나는 상자를 가방 안에 넣는 척,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그럼 슬슬 나가자. 이현주가 기다 린다.”

“ 응.”

나와 이서준은 수호자의 방 건너편

으로 걸어갔다.

길을 쭉 걷다 보니 멀리 물소리가 들려왔다.

바다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덧 신전의 밖으로 나왔다.

신전 밖은 반투명한 보호막으로 바 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보호되어 있었다.

“ 와.”

이렇게 보니 마치 아쿠아리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전 내부에서 푸른 밤바다의 전경

이 눈에 들어왔다.

보호막의 끝으로 걸어가 손을 뻳자 손이 관통되면서 차가운 물의 촉감 이 느껴졌다.

이서준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 중 호흡 마도구를 입에 물고 보호막 밖으로 나왔다.

“푸핫!”

시간이 홀러 나와 이서준은 물 밖 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수평선 너머로 아침 해가 조금씩 머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너희 왜 이리 늦게 와?!”

그때 뒤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음성 이 들려왔다.

뒤를 돌자 이현주가 암초 위에서 나와 이서준을 찌릿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

이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이현주는 그런 이서준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원하던 건 찾았어?”

“웅, 찾았어.”

“……그건 다행이네. 얼른 가자. 지 금 7시야. 너희 때문에 잠도 못 자 고 바로 훈련해야 한다고.”

이현주의 투덜거림에 이서준이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서준이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찌푸렸다.

“……잠깐, 7시라고? 훈련이 7시 30분 시작이잖아.”

“어. 삼십 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 늦진 않을 거야.”

이현주의 대답에 이서준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오늘 아침밥은 못 먹겠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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