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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199/535)

200화

나와 이서준은 미리 준비해 놓은 수중 호흡 마도구를 장착하고 바닷 속으로 잠수했다. 이현주는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 육지에서 기다 리기로 했다.

풍덩!

입수와 동시에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열을 올리기 위해 열심 히 몸을 움직이며 바닷속을 헤엄쳤

나와 이서준은 쭉쭉 헤엄치며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왔다.

어느덧 바닥과 해초들이 눈에 들어 왔다.

나는 마법을 구현해 어두운 바닷속 을 밝게 비추었다. 아직까지는 유적 지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보 이지 않았다.

혹시 해양 몬스터들한테 습격당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데 딱히 위험할 것 같은 요소는 보 이지 않았다

시선을 돌리자 이서준은 손에 들린

‘유적 탐지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유적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탐지기에 반웅이 없는지 이서준은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바닷 속이라 소통이 불가능해 상당히 불 편했다.

흐음.

분명 이곳 어딘가에 유적지의 흔적 이 있을 텐데.

나는 내 몸을 중심으로 10개의 마 법 구체를 구현했다. 그리고 구체를 넓게 퍼트리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 다.

이제야 좀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 이 든다.

나는 바닷속을 헤엄치며 혹시 무언 가 특이한 혼적은 없을까 찾아보았 다.

‘찾았다!’

녹색 빛의 해초들 사이에서 혼자 눈에 띄게 길게 자라 있는 푸른 빛 의 해초.

해초가 푸른 빛을 띤다는 건 마나 를 먹으며 자랐다는 중거다.

아마 저 해초 밑에 유적지의 혼적 이 있겠지.

나는 푸른 해초가 있는 장소로 헤 엄쳤다. 손으로 해초가 심어진 바닥 의 모레를 쓸자 마나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이곳이 분명하다. 이 밑에 유적지 가 숨겨져 있다.

‘아, 그 전에.’

해초를 조심스럽게 뽑아서 아공간 안에 넣어놓았다.

푸른 해초는 마나를 먹고 자란 만 큼 값비싼 영약의 재료가 된다. 특 히 이 정도로 거대한 크기라면 더더 욱.

해초를 챙기고 난 뒤 이서준을 향

해 손을 혼들었다.

“..

이서준은 나를 보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서준이 다가오자마자 나는 양손 에 마나를 끌어모아 바닥에 마나를 주입했다.

동시에 바닥이 살짝 흔들리더니 우 두둑. 바닥이 갈라지며 작은 틈새가 생겼다.

이서준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 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비좁은 틈 사이를 마법으로 더

크게 만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틈 사이로 들어가자 마치 또 다른 차원에 들어간 것처럼 새로운 공간 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보이는 물속에 잠긴 거대한 건물.

마치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물의 외 형은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한 기분 을 느끼게 했다.

멋진 광경에 감탄이 나왔지만 한가 롭게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앞장서서 신전을 향해 헤엄쳤다.

우우웅…….

그렇게 신전에 가까이 가자 무언가

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거대한 무언가가 날카로운 이 빨을 보이며 나와 이서준을 향해 달 려들었다.

나는 곧바로 순간 가속을 사용해 공격을 피해냈다.

물 속이라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힘 들었지만, 순간 가* 육체의 힘을 폭발시키기 때문에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공격을 피하고서는 방금 나를 공격 한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흐물흐물한 형체.

하지만 앞에 달린 여러 개의 날카 로운 이빨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 했다.

저것이 바로 유적지를 지키는 수호 몬스터이다. 크기를 보아하니 아마 못해도 A둥급은 될 것 같다.

저놈을 처치해야 유적지 안으로 입 장할 수 있기에 곧바로 마력을 끌어 올려 마법을 방출했다.

파앙一!

마법 구체는 물속에서도 저항을 받 지 않은 빠른 움직임으로 녀석을 향 해 쏘아졌다.

콰앙!

—크으으으으

마법은 적중했다. 쉴 틈을 주지 않 기 위해 곧바로 새로운 마법을 구현 했다.

이서준 역시 검에 빛의 검기를 뿜 어내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수중이라고 하나, 지상 못지 않은 빠른 움직임이었다.

이서준의 검기에 담긴 빛의 힘이 워낙 강했기에 어둠에 가려져 제대 로 보이지 않던 녀석의 실루엣이 적 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각!

이서준의 검이 몬스터의 몸을 향해 크게 휘둘러졌다. 동시에 몬스터의 붉은 피가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나는 몬스터가 괴로워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구현해놓은 마법을 방출했다.

목표는 외부자의 혜택으로 보이는 놈의 ‘약점’, 아가미와 눈 사이.

파아앙一!

마법 구체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몬스터는 이미 중상을 입 었기에 내 공격을 피할 힘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눈 부신 빛이 물속을 가득 채웠다.

콰아아앙!

[‘수중 전투 승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이서준 을 바라봤다.

이서준 역시 나를 바라보더니 수고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신전을 향해 헤엄쳤 다. 방해꾼은 사라졌기에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나와 이서준은 신전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신전의 내부는 육지에 올라온 것처 럼 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문 뒤를 돌아보니 신전에 걸린 마 법에 의해 바닷물이 내부에 들어오 지 못하도록 차단된 모양이다.

나와 이서준은 수중 호흡 마도구를 벗었다.

“후우.”

[유적지, ‘마에 물든 신전’에 입장 했습니다.]

“신기하네…… 무슨 원리인 거지?” 마도구를 뺀 이서준이 혼자 중얼거 렸다.

“결계 마법의 일종이겠지.”

나는 젖은 머리를 탁탁 털고는 주 변을 둘러보았다.

긴 통로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의 저편.

그곳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마 저곳 어딘가에 몬스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유적지 안까지 문제없이 잘 들어왔네.”

“그러게. 이제 저쪽으로 가면 되는 건가?”

이서준이 멀리 어두운 통로의 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거 같아. 길이 여기 하나뿐 이잖아.”

“오케이. 그럼 바로 가자.”

나와 이서준은 통로 깊숙이 들어갔

다. 신전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화려 한 장식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꾸르르륵…….

그때 가까운 어딘가에서 기괴한 울 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와 이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전 투태세에 돌입했다.

-누구냐?!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쩍이더 니 기괴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이서준은 검을 꽉 쥐며 빛의 검기 를 발산했다.

그러자 어둠이 밝혀지며 숨겨져 있

던 그것의 모습이 드러났다.

보자마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팔이 여러 개가 달린 이족 보행의 괴물.

얼굴에는 아가미가 달리고 피부는 녹아내린 듯 흉측하게 홀러내리고 있었다.

인간과 물고기를 합성한 둣한 기괴 함이 느껴졌다.

“……저거 방금 말하지 않았어?”

이서준이 몬스터를 노려보며 중얼 거렸다.

몬스터는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 라보더니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보았 다.

—너넨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나 는 영혼을 인도하는 신올 섬기는 자…… 꾸욱…… 꾸우욱…….

몬스터는 꾸륵꾸륵 몸을 웅크리더 니 입을 벌리며 녹색 빛의 액체를 나에게 쏘아내었다.

—꾸에에엑!

나는 빠르게 반웅하며 마법의 장막 을 펼쳐내었다.

치이이이이익…….

장막으로 막아낸 액체는 뚝뚝 바닥 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바닥 이 녹았다.

-큭‘! 그걸 막아내……

그때 였다.

새하얀 섬광이 번쩍이더니 몬스터 의 몸 중앙에 일자로 긴 선이 그어 졌다.

몬스터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채 고개를 갸웃 했다.

이내 몬스터의 몸이 천천히 분리되 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여기 뭔가 일반적인 유 적지가 아닌 거 같은데.”

몬스터를 일검에 해치운 이서준이 살짝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도 그런 거 같아. 인간의 언어 를 사용하는 몬스터는 혼하지 않으 니까.”

이서준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 니 어둠에 가려진 먼 통로를 바라보 았다.

“일단 앞으로 가보자.”

지금까지 수많은 던전과 유적지를 다녀왔지만, 이곳은 내가 겪은 그 어떤 장소보다 불길하고 기분이 나 빴다.

우선 가장 기분이 나쁜 점은 몬스 터가 인간의 말을 한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원작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꺼림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몬스터들의 외형

이다.

등장하는 몬스터마다 피부가 녹아 흐르는 것처럼 꾸물꾸물하고, 팔과 다리도 여러 개인데 외형은 인간을 닮아 불쾌함을 느끼게 했다.

—꾸에엑!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이곳의 몬스터들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체감상 마주쳤던 몬스터들의 등급 은 모두 B를 넘지 못했다.

“후우……

약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이서준은 슬슬 지치는지 이마에 맺 힌 땀을 닦아내었다.

“끝이 안 보이네. 유적지가 아니라 던전에 온 기분인데……

“안 그래도 최근에 이런 유적지가 자주 발견돼서 던전이랑 유적지의 구분이 애매하다고 하잖아.”

“음. 그런가?”

“어. 자, 이제 슬슬 가자. 이현주가 오래 기다리겠다.”

“웅. 그래야지.”

그렇게 이서준과 나는 다시 발걸음 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우리는 어느 한 지점 에 도착했다.

여러 그림이 그려진 거대한 문이었다.

“……여기가 수호자의 방인가?”

“아마도.”

나는 문을 바라보았다.

무슨 별 같은 게 여러 개 그려져 있고, 그 중심에 사람 하나가 그려 져 있다.

사실 그림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 다.

그림에 대한 언급은 원작에서도 나

오지 않았었으니까

“뭐 보는 거야?”

이서준이 나에게 다가와 문을 올려 보았다.

“아니. 그냥 뭔가 해서 본 거야.”

그렇게 말하곤 문에 손을 짚었다.

“일단 입장이나 하자.”

“그래.”

끼이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쿠웅!

문이 열리자 다시 한번 거대한 공

간이 눈에 들어왔다.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수많은 동 상.

각각의 무기를 쥔 채 있었는데, 마 치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았다.

원작의 지식이 없었더라면 저것들 모두가 수호자가 아닐까 겁을 먹었 겠지만, 저기 있는 모든 동상은 사 실 신전을 꾸미기 위한 동상일 뿐이 다.

“가자.”

이서준이 앞장서서 길을 쭉 따라 걸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때 였다.

후우우우웅……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뿜어지더니 검은 연기가 휘몰아쳤다.

이서준은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검 을 움켜쥐었다.

검은 연기는 이내 뭉쳐지더니 인간 과 같은 형태로 변하며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이날을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이 유적지의 주인이자 최종 보스.

하지만 유적지의 주인은 단순한 몬 스터가 아니었다.

저것은 이 유적지의 보상인 ‘신비’ 가 만들어낸 사도이다.

—반갑구나. 죽음을 품은 인간…… 오래전부터 네가 오는 것을 기다리 고 있었다.

뚜벅뚜벅.

어둠 속에 가려진 무언가가 앞으로 걸어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긴 머리의 여성이었다.

이서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을 마주하다가 의문에 찬 목소

리로 물었다.

“내가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정해진 운명의 흐름이 오래전부 터 내게 경고했었으니까…….

여성의 알쏭달쏭한 말에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그때 여성이 이서준의 뒤에 있던 나를 발견한 듯 시선을 돌렸다.

—……음?

여성은 약 3초간 나를 빤히 바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뭐.”

내 말에 여성이 눈을 찌푸렸다.

—너는 뭐냐? 왜 이곳에 있는 거 지? 대체……

그렇게 혼자 계속 중얼거리던 여성 의 눈빛이 점차 두려움으로 물들어 갔다. 심지어 공포에 질린 듯 뒷걸 음을 치기 시작했다.

—……어떻게?

여성은 당황한 목소리로 계속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건 오히려 나와 이서준이었다.

특히 이서준은 여성과 나를 번갈아

보며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정해진 운명의 흐름에는 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해진 운명은 ‘그것’이 아니면 바 꿀 수 없을 터.

여성이 무엇을 말하려는 지 어렴풋 이 알 것 같았다.

나는 본래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 은 인물이었으니까.

아마 그것을 말하려는 거겠지.

여성의 눈빛은 어느새 변해 있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넌 대체 누구냐?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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