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198/535)

199화

화려한 외형의 건물들이 줄줄이 늘 어서 있는 강원도 동해의 다목적 훈 련 센터.

올해 성무제 참가 학생들은 특훈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진짜 멋지다.”

“훈련 센터가 아니라 무슨 리조트 에 온 거 같네.”

확실히 훈련시설이라고 하기에는 여가나 휴가 시설의 느낌이 강하기

는 하다.

특히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동해가 좋은 경치를 만들어줘 더 그런 느낌 을 들게 했다.

“이러니까 아틀란티스에 훈련 갔던 거 생각나지 않아?”

이서준이 바다를 바라보며 내게 말 했다.

“비슷하긴 하네. 같은 바다에 여가 시설도 있으니.”

대다수의 ‘거대 훈련 센터’는 관광 도 함께 겸한다.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큰손’ 마법사들이 관광이나 휴가지를 찾을

때 훈련 센터의 위치부터 알아보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최근에 소식 들었는데 아틀란티스 다시 정상 운행한다더 라.”

이서준의 말에 옆에 이현주가 반웅 했다.

“포세이돈이 없는데도 운행을 한다 고?”

“포세이돈이 없어서 몇몇 훈련시설 이랑 회복 효과가 사라지기는 했는 데, 그래도 못 쓸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까.”

“으음. 하긴. 거기 시설에 들인 돈

이 얼만데 포세이돈 하나 사라졌다 고 그걸 버리겠어.”

그렇게 이서준과 이현주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옷자락 을 잡았다.

“선배님.”

고개를 돌려보니 은설아가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2달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이 든다.

키도 살짝 큰 거 같고, 헤어스타일 도 뭔가 미묘하게 바뀐 거 같기도 하고.

“왜?”

내 말에 은설아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거.”

여러 색의 매듭으로 만들어진 팔찌 였다.

“이건 뭐야?”

“할머니와 함께 만든 부적이에요. 저번 일로 감사해서……

“나 주는 거야?”

“네에.”

“어…… 고마워.”

나는 팔찌를 받았다. 가벼워서 아 무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은월환절 배워서 더 따로 챙겨주 지 않아도 괜찮은데. 뭘 이런 걸다.”

“그건 할머니가 주신 거잖아요. 저 도 따로 보답을 드리고 싶었어요.”

나는 팔찌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여러 색의 줄이 멋들어지게 얽혀 있어 패션용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 로 이쁘다.

[은월가의 힘이 깃든 매듭 팔찌

(D)]

분류 : 팔찌

[지속 효과]

►환술 저항

환술 저항력이 5% 상승합니다.

피로 해소가 빨라집니다.

효과만 보면 그렇게 대단한 아이템 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성이 중요하지, 효과가

중요한 건 아니다.

거기다 직접 만든 거라 하니 더 감동적이기도 하고.

나는 곧바로 팔찌를 착용했다.

동시에 몸에 아주 약간의 활력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고마워. 잘 쓸게.”

“네!”

은설아가 나를 향해 밝게 옷었다.

그 후로 은설아와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다.

아프진 않으냐. 훈련은 잘하고 있 느냐. 할머니는 건강하시냐. 등등 그

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은설아 와 대화를 나누는데 둥 뒤에서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획 돌아보니 최서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 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평소와 다 르게 묘하다.

“너 무슨 안 좋은 일 있냐?”

“……아니요.”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다. 얘가 어디 아픈가?

“선배님!”

그때 은설아가 최서윤에게 반가운 얼굴로 바짝 달라붙었다.

은설아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도 달라붙는 걸 보니 벌써 친해진 모양 이다.

하긴, 원작에서도 저 둘은 금방 친 해지기는 했었지.

은설아가 특히 최서윤을 잘 따랐던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은설아가 달라붙자 최서윤 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어, 어…… 으응.”

“혹시……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최서윤은 평소와 다른,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옹? 으응. 그렇게 불러.”

최서윤의 말에 은설아가 밝게 웃었다.

“네!”

은설아의 힘찬 대답에 최서윤도 그 녀를 따라 씰룩씰룩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그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 라보았다.

사이가 엄청 좋아(?) 보인다.

낯도 많이 가리는데 학교에 잘 적 응했으면 좋겠네.

“자, 여러분. 모두 주목해주세요.”

그렇게 분위기가 점점 산만해지려 할 때쯤, 잠시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던 교사 이희영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여러분은 이곳 동해 훈련 센터에서 2박 3일간 특훈을 하게 될 겁니다.”

특훈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에 학생 들의 표정이 어느새 진지해졌다.

특히 예비 1학년들은 마법사관학교 에서의 첫 일정인 만큼 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이희영은 그런 예비 1학년들의 긴

장을 풀어주려는 것인지 밝게 웃으 며 손에 쥔 여러 장의 카드를 혼들 었다.

“그럼 숙박하게 될 호텔 키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첫날의 모든 훈련이 끝났다.

첫날은 기초 체력 훈련 위주로 했다. 강화계 마법사가 아니라고 해도 마법사에게 기초 체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 7시.

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훈련 센터 내부의 고급 레 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넓은 창밖에 노을빛으로 물드는 동 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는 자유롭게 자리를 찾아 앉았 다. 내 양옆에는 유아라와 신영준이. 내 맞은편에는 이서준과 이현주가 앉았다.

최서윤과 은설아는 우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함께 앉게 되었다.

보아하니 우리 쪽에 함께 앉으려 했는데 다른 예비 1학년 학생들이 우리 테이블로 몰려와 어쩔 수 없이 멀리 앉게 된 모양이다.

“흠……

메인 디쉬가 오기 전까지 애피타이 저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려는데 어 디선가 나를 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 오늘 기초 훈련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김선우 선배님! 저 진짜 팬입니 다!”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이름 모르는

예비 1학년들이었다.

비중 있는 인물이면 웃으며 받아줄 텐데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라 그저 귀찮을 뿐이다.

“……어어. 그래. 고맙다.”

“평소 훈련 시간은 얼마나 되세 요?”

“선배님. 평소에 구체 형태를 다루 는 건 마나 효율 때문인가요?”

“ 그건......

약 5분간 이어지는 질문 공세를 모두 받아주자 드디어 자유가 찾아 왔다.

“ 에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자 내 맞은 편에 앉은 이서준이 피식 웃었다.

“고생하네.”

“……너는 이런 상황 안 힘드냐?”

“이젠 별생각 없어.”

이서준은 오래전부터 나보다 더한 관심을 받고 살아왔는데 해탈의 경 지에 오른 것인지 정말 평온해 보였다.

나는 귀찮아 죽겠는데.

그렇다고 나를 향한 관심을 무시하 자니 학교에 내가 쌓아 올린 이미지

가 있어 그럴 수는 없다.

……이럴 거면 포인트라도 달라고.

[‘선망받는 선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어?”

뭐야 이거? 진짜로 주네?

내가 당황한 얼굴로 굳어있자 이서준이 의문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왜 그래?”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튼 너도 슬슬 적응해야 지. 올해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텐데.”

“생각만 해도 무섭네.”

“앞으로 조심해. 사고 치지 않게 조심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진짜 난 리 난다.”

“걱정 마라.”

“진지하게 해주는 조언이야. 내가 관심받는 분야에서는 너보다 선배잖 아.”

이서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관심받는 분야의 선배라니.

“누가 보면 연예인 선배인 줄.”

“연예인이랑 크게 다르진 않지. 스 포츠 선수랑 비슷한 개념이니까.”

나는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이고는 슬쩍 맞은편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 누는 은설아와 최서윤을 바라보았 다.

“언니는 얼음 마법이 주특기인 거 예요?”

“어? 어. 으웅…… 맞아.”

“부럽다. 저는 발현계는 잘 못 다

뤄요. 속성도 무속성이고.”

신나게 떠드는 모습이다. 이 정도 면 적웅은 이미 마친 거 같은데.

그때 메인 디쉬가 테이블 위로 올 라왔다.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호화로운 음 식들에 모두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와. 엄청 맛있겠다.”

“찍어둬야지.”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아주 우연히 은설아와 눈 이 마주쳤다.

은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마주 보더니 이내 밝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최서윤은 그런 은설아를 바 라보더니 앞접시에 남은 애피타이저 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새벽 무렵.

옷을 두껍게 챙겨 입고는 호텔 밖 으로 나왔다.

얼어붙을 것 같은 칼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냉기 저항의 특성 덕분인지 금방 추위에 적응했다.

나는 훈련 센터의 정문으로 이동했다.

약 3분 정도 걸었을까.

멀리서 나처럼 두꺼운 패딩으로 서 있는 이서준을 발견했다.

이서준 역시 나를 발견한 둣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래 기다렸냐?”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근데 엄청 춥네.”

이서준이 덜덜 떨며 내게 말했다.

“옷이 그게 뭐냐. 비싼 것 좀 입 지.”

“이 옷 비싼 건데?”

이서준이 자신이 입은 검은색 패딩 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그런 두껍기만 한 옷 말고, 진짜 제대로 비싼 옷 말이야.”

“아, 마법 의장?”

“어. 보온 마법 걸린 옷들. 내꺼 하나 빌려주리?”

지금도 아공간에 비싼 돈 주고 산 보온 마법이 걸린 옷이 몇 개 있기

는 하다.

“됐어. 이거면 충분해.”

“……그러시던가.”

“아, 그리고 오늘 한 명 더 불렀는 데 괜찮지?”

“한 명? 누구?”

원작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기다리면 곧 올 거야.”

짧은 시간이 홀러 멀리 호텔 방향 에서 예상한 인물이 우리를 향해 걸 어왔다.

이서준은 그쪽을 바라보더니 희미

한 미소를 지었다.

“ 현주야.”

“으…… 서준아 너무 춥다.”

이현주가 몸을 끌어안으며 중얼거 렸다. 그러더니 내게 힐끔 시선을 돌렸다.

“안녕. 오늘 내가 끼어도 괜찮지?”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아니, 오히려 그녀가 없으면 곤란 하다.

그녀의 능력은 오늘 일정에 꼭 필 요하니까.

“현주한테는 우리 상황을 전부 설 명해줬어. 지금 무엇을 찾는지. 목표 가 무엇인지 말이야.”

이서준과 이현주는 어릴 적부터 서 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이다.

예정된 흐름이었기에 나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준비됐지?”

“어.”

“그럼 가자.”

우리는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다.

작게 들려오던 파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쯤 이서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마 저 부근일 거야.”

이서준이 바다 수평선 너머 어딘가 를 가리켰다.

수평선에는 마나로 시력을 강화해 야 보일까 말까 할 만큼의 작은 바 위가 하나 있었다.

무슨 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섬은 아니고 암초이다.

“저기에 수중 유적지가 있다는 거 지?”

이현주가 물었다.

“아마도. 근데 이미 털려서 없올

가능성도 있어.”

이서준의 말에 이현주는 고개를 끄 덕이더니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내 이현주의 손 위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 덩어리가 한 곳에 뭉치더 니 점차 거대한 매의 형태가 되었다.

—끼이익!

매가 완전한 형태로 소환되자 거대 한 날개를 휘날리며 크게 울었다.

“와.”

나는 매를 올려보며 작게 감탄했다. 크기도 크기지만 엄청 멋지게 생겼다.

매 특유의 살벌하고 카리스마 넘치 는 눈빛이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인정하기 싫지만 그레텔의 외견을 생각하니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그레텔은 속박마법에 상하차도 잘하고 가끔 영약까지 주 니까…… 능력적인 부분에서는 그레 텔이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암 그렇고 말고.

이현주는 영체 소환수의 머리를 쓰 다듬어 주더니 그 위로 올라탔다.

“자, 너희도 올라와. 저기까지 헤엄 쳐서 갈 수는 없잖아.”

이현주가 이번에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수중 유적지까지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나와 이서준은 이현주가 소환한 매 위로 올라탔다.

매는 날개를 크게 펼치더니 이내 하늘로 비상했다.

“다들 꽉 잡아!”

나는 매의 몸통을 꽉 잡았다.

3명이나 태웠음에도 소환수는 전혀 무게를 느끼지 않는 가벼운 움직임 으로 바다 앞으로 나아갔다.

비행기만큼은 아니지만 속도도 엄 청나게 빠르다.

“……소환계도 엄청 좋네.”

시간이 지나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 했다. 작은 암초 위로 매가 착지하 더니 그대로 자연의 마나가 되어 홑 어졌다.

“후우. 확실히 이런 크기의 소환수 는 유지하는데 마나 소모량이 엄청 나네.”

이현주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고생했어.”

“아니야. 근데 소환수로 수중 유적 지도 찾아보려 했는데 그럴 마나는 안 되겠다.”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해.”

이서준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몸을 두른 두꺼운 패딩을 벗었다.

“김선우, 잠수할 수 있지?”

“당연하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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