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7/535)

198 화

“그럼 이번 성무제 특훈에 참여하 는 학생들에게 영약과 각종 회복 물 약을 지원하는 거로 할까요?”

“네, 그렇게 해요. 홍보팀한테도 잘 설명하시고요.”

한성제약의 본부장실.

한세연의 말에 정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근데 성무제 특훈이 내일이라고

했나요?”

“네, 맞습니다.”

한세연은 테이블 옆에 놓인 달력으 로 시선을 돌렸다.

마법사관학교의 겨울 방학이 시작 된 지 벌써 2주에 가까운 시간이 홀렀다.

새 학기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많 이 남았지만, 장학금과 함께 슬슬 새로운 후원 학생을 찾아볼 때였다.

“이번 예비 1학년은 어때요? 잠재 력 있는 학생이 있나요?”

“잠재력 있는 학생이야 매년 있죠. 이번에는 무려 은월가의 외손녀가

수석으로 입학한다고 합니다.”

정 팀장의 말에 한세연은 살짝 놀 란 반웅을 보였다.

“은월가라면…… 설아요?”

“은설아 학생 맞습니다. 혹시 개인 적인 친분이 있으십니까?”

“있죠. 최근엔 바빠서 못 만나기는 했는데 은월가랑 한성가랑 예전부터 꽤 가까운 사이거든요.”

그것 외에도 은월가의 신비 열병 문제에 대하여 한성가가 작은 도움 을 주기도 했고.

“오호.”

정 팀장이 몰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나저나 설아가 벌써 17살이 됐 다니…… 신기하네요. 저를 잘 따랐 었는데.”

한세연은 잠시 추억을 떠올리며 희 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은설아가 앓던 신비 열병을 떠올려 서였다.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자신의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도 신비 열병은 약으로 고칠 수 있 는 병이 아니었다.

‘신비’가 개입된 병에는 같은 ‘신 비’를 이용해야 고칠 수 있다는 것 이 한성가가 내린 결론이었기 때문 이다.

한세연은 쓸쓸한 미소를 짓다가 조 만간 안부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본부장님.”

“네, 말씀하세요.”

“최근 마법사들이 몬스터 사냥보다 는 탑이나 유적지를 공략하게 되면 서 마정석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

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 탓에 한성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기도 하고요.”

마정석은 각종 마도구나 마공학 기 술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이다.

약을 제조하는 데에도 마정석의 에 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에 마정석의 값이 오르고 있다는 건 한성제약에 악재 였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가 거래소에 3일 연속으로 마정석을 대량으로 풀 었다고 합니다. 약 10억 정도의 물 량을 말이죠.”

“10억이나요?”

정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세 연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한세연은 서류를 살폈다. 서류에는 ‘JWK’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JWK 라.

뭔가 낯이 익은데.

“정식 회사는 아니고 개인입니다.”

“......개인?”

한세연은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길래 개인이 저 렇게 많은 양의 마정석을 공급한단 말인가?

“마정석의 출처가 궁금하네요. 단 순히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것 같 지는 않은데.”

“그렇죠. 이런 물량은 대형 길드에서도 풀기 힘드니까요. 아마 사냥이 아닌 다른 특수한 방법이 있지 않을 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꽤나 관심을 보이 겠네요.”

“일단 지켜보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아직 3일밖에 안 돼서 이런 물 량을 지속해서 풀 수 있는지도 모르 니까요.”

“그렇긴 하죠. 일단 지켜봐요.”

그렇게 말한 한세연은 다시 서류를 살폈다.

JWK.

언뜻 보면 이름 같기도 하다.

“흐으음.”

한세연의 머릿속에는 자꾸 누군가 의 이름이 아른거렸다.

우우응!

공간올 가득 채우는 기계 엔진음을

음악 삼아 나는 콧노래를 홍얼거리 고 있었다.

“흐흐.”

눈앞에 쌓이는 마정석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채굴 기계를 돌린 지 일주일.

아직 제대로 된 설비도 갖추지 않 았는데 벌써 10억이라는 거금을 벌 어내었다.

최근 마정석의 공급이 줄어든 덕에 마정석 값이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해 도 이 짧은 시간 내에 10억을 벌어 냈다는 건 대단한 것이었다.

“응애.”

그때 그레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레텔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 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아, 이건 저기로 옮기면 돼.”

내 말에 그레텔은 고개를 끄덕이더 니 나무줄기를 소환했다.

우우웅.

바닥에 솟아오르는 여러 개의 나무 줄기는 300kg이 넘는 마정석이 담 긴 거대한 상자를 가볍게 들어 올리 더니 옆으로 옮겼다.

나는 그것을 보며 다시 감탄했다.

“이야

아무리 봐도 놀랍고 언제 봐도 놀 랍다.

그레텔의 숨겨진 재능.

그레텔은 상하차에 엄청난 재능(?) 을 갖고 있었다.

기계나 엄청나게 힘이 강한 강화계 마법사나 옮길 수 있는 무게를 그레 텔은 나무 소환술 하나만으로 가볍 게 휙휙 옮길 수 있었으니까.

그레텔의 재발견은 어디까지일까?

정말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다. 어우 이뻐.

“잘했어. 그레텔.”

내 칭찬에 그레텔은 기분이 좋은지 해맑게 웃었다.

그런 그레텔의 등을 토닥여주고는 턱을 만지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슬슬 회사도 차리고 직 원도 뽑아야 될 거 같기는 한데

개인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한계 가 있다.

그리고 원작의 흐름을 따라 세계의 엔딩을 봐야 한다는 본업(?)이 있어 이쪽에 늘 신경 쓸 수도 없는 노릇 이고.

“……채용 공고라도 올려야 하나?”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할 때 였다.

띠리링.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스마트 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김진우 님, 부탁하신 물건 완성했 습니다. -신철공방 양태민]

신철공방의 양태민.

최초로 SS둥급의 무기를 제작하게 될 제작사이자 먼 훗날 이서준의 검 을 제작하게 될 사람이다.

나는 던전의 보상으로 얻은 재료인 ‘거대한 마나의 결정’을 아이템으로 제작하기 위해 양태민에게 맡겼었다.

내가 아는, 아니 제작사 중에서 양 태민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제작 사는 없었으니까.

“그레텔 나 잠깐 밖에 좀 다녀올 게.”

“응애.”

나는 곧바로 김진우의 모습으로 서 울로 이동했다.

포탈 게이트를 탔기에 30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에 도착하자 작은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간판 위에 [신철공방]이라 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진우 님 반갑습니다!”

멀리 입구에서 양태민이 웃으며 내 게 손을 내밀었다.

“네, 반갑습니다.”

나는 손을 맞잡고는 양태민을 따라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공방 안은 일반적인 작은 공장과 비슷했다.

허름하고 시설도 그렇게 좋지 못했

“하하. 많이 허름하죠? 그런데도 이런 귀한 재료를 저한테 맡겨주시 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제작사의 실력이 중요하니까요.”

내 말에 양태민이 묘한 눈으로 나 를 돌아보았다.

“마치 제 실력을 보신 것처럼 말씀 하시네요?”

“대충 조사는 해서 알고 있습니다. 공방 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셨다 고……

“수석 입학이라…… 수석 입학한

건 맞죠. 근데 퇴학당해서 졸업은 못 했거든요.”

양태민이 부끄러움이 섞인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도 잘 모르기에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고.

“자, 여기 의뢰하신 물건입니다.”

양태민이 내게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내밀었다.

[상급 마나 결정 펜던트(A)]

분류 : 목걸이

설명 : 마나를 저장하는 힘이 있 다.

[지속 효과]

►흐르는 마나 결정

마나 재생 속도가 80% 증가합니다.

[사용 효과]

►마나 저장

마나 결정에 마나를 저장할 수 있

습니다. 저장된 마나는 원할 때 언 제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구 : A

“오…… 되게 좋은데요?”

기대 이상의 물건이 나왔다.

내구도 높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마 나 회복 효과까지 있었다.

“아직 품질 확인서도 안 보여드렸 는데……

“아, 딱 봐도 좋아 보인다는 뜻이 었습니다.”

양태민은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 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품질 확인서를 내밀었다.

당연하겠지만 품질 확인서에 적힌 아이템의 효과는 외부자의 혜택으로 본 것과 동일했다.

“보시다시피 B등급 마법사의 평균 정도 되는 마나량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결정에 흐르는 마나를 이용해서 마나 회복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대단하네요. 맡기길 잘했어요. 돈

더 받으셔도 될 텐데.”

“아닙니다! 맡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하하.”

나는 양태민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펜던트 중앙의 보석에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우웅…….

보석의 옅은 푸른빛이 점차 진한 푸른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됐나?”

나는 푸른 보석을 이리저리 돌려보 았다. 은은한 마나가 느껴지는 것이 제대로 마나가 담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하네.”

이 작은 보석에 이렇게 많은 마나 가 담기다니.

이런 보석이 10개만 있으면 어떤 전투가 일어나도 마나가 부족할 일 은 절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보석이 가진 저장 능력에 신기함을 느낄 때였다.

아주 우연히 양태민과 눈이 마주쳤 다.

양태민은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최근 마정석 값이 많이 올랐던데.

좀 힘드시겠어요.”

“하하. 네, 그렇죠. 특히 제작에는 엄청나게 많은 마정석이 필요하니 까. 안 그래도 죽겠어요. 요즘.”

양태민이 계속 유지하던 미소를 지 우고는 앓는 소리를 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 은데.”

“네?”

“저랑 같이 동업하실래요?”

2033년 1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음에도, 뉴스와 인터넷에서는 역대 최대 강 추위에 관한 기사로 가득했다.

최서윤은 그런 강추위 속에서 성무 제 특훈을 위해 벌벌 떨리는 몸을 끌어안으며 마법사관학교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최서윤이다."

“서윤아!”

목적지인 정문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의 학생들이 반갑게 그녀를 맞 이했다.

이들은 모두 오늘 있을 성무제 특 훈에 참가하는 동기 학생들이었다.

“얘들아 안녕.”

“으. 서윤아 오늘 너무 춥지?”

“웅. 엄청 춥다.”

최서윤은 간단히 동기들의 인사를 받아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배님들은 아직 안 오셨네?”

“웅. 아직 약속 시간까지 15분 정 도 남았으니까.”

최서윤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처음 보 는 낯선 얼굴들이 몇 보였다.

앳돼 보이는 외모를 보아하니 이번 에 입학하게 될 예비 1학년들이다.

선배밖에 없던 자신에게 이제 후배 가 생겼다는 것에 신기한 기분이 들 었다.

그때 최서윤의 동기 중 한 명이 그녀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웅? 왜 그래?”

“저기 혼자 서 있는 예비 1학년 봐봐.”

동기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 켰다. 최서윤은 손가락을 따라 시선 을 돌렸다.

동기의 손가락 끝에는 고고한 느낌 을 품은 은발의 소녀가 홀로 서 있었다.

“와……

은발의 소녀를 본 순간, 최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감탄을 터트렸다.

태양 빛을 얕게 머금어 반짝이는 은발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 다.

그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은발만 이쁜 게 아니라 그녀의 흰 피부와 어울려 잘 소화하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얼굴 역시 인형같이 이뻤다.

“……누구지?”

“이번 수석이래.”

“그래? 와아.”

최서윤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은 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은발의 소녀는 최서윤의 시선을 느 낀 둣 고개를 들더니 눈을 마주쳤 다.

그러곤 ‘아.’ 하며 시선을 피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구나.’

최서윤은 그런 그녀가 귀엽게 느껴 졌다.

그리고 사교성이 좋은 최서윤이었 기에 그런 그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서윤은 미소를 머금으며 은발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번 신입생이 세요?”

“아, 넷!”

은발의 소녀는 갑작스러운 인사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뻭사리를 내 었다.

그러곤 부끄러운 둣 다시 고개를 푹 숙이다가 슬쩍 고개를 최서윤을 바라보았다.

“혹시 최서윤 선배님?”

“저 아세요?”

최서윤의 말에 은설아가 눈을 반짝 였다.

“기사랑 영상으로 봐서 알고 있어 요.”

“아하. 혹시 이름이 뭐예요?”

“아! 저는 은설아라고 해요. 말 편 하게 해주셔도 돼요.”

방금까지 신나게 말해놓고는 다시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은설아가 푹 고개를 숙였다.

최서윤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혹시 학교에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아! 네!”

그렇게 최서윤은 은설아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춥진 않느냐. 은발 은 원래 그런 거냐.

주특기 마법은 뭐냐. 등등 그런 시 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약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최서윤과 은설아는 어느새 친해졌 고, 은설아 역시 전처럼 최서윤에게 낯을 가리는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 었다.

그때 최서윤은 멀리서 익숙한 얼굴 의 남성이 흔자 걸어오는 것을 발견 했다.

옷을 두껍게 입긴 했지만 이런 강 추위 속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 듯 한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최서윤은 반가움에 그를 향해 손을 혼들었다.

“선……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 순간. 그녀의 옆에 있던 은설아 가 김선우를 향해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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