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원반격.
김진철 회장이 만들어낸 마법이자 그를 세계 최고 마법사의 자리에 올 려놓은 마법 중 하나였다.
당연하겠지만 아무나 익힐 수 있는 마법은 아니다.
단순히 마법의 구현을 잘 다뤄야 하는 게 아니라 마나의 이해, 성질. 그리고 마법진를 이루는 구성에 대 한 지식도 해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원반격은 포인트 상점에서 SS등급으로 책정되어 있다.
필요 포인트는 무려 60만이다.
“우선 원반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 마법은 방어기술의 일종이지만 막아내는 기술이 아니야. 마법을 흘 려내는 기술이지.”
최일현은 손을 뻗으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바닥 앞으로 푸른빛의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마법진을 사용하는 건 보조계 마법 이지만 ‘마법진을 구현’하는 건, 발 현계 마법의 일종이다.
“보이지? 이게 원반격의 기본 뼈대 야. 보조계의 ‘마법진’을 베이스로 사용하는 마법이지.”
내가 시너지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건 아니었지만, ‘마력의 폭우’ 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저 마법 진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대충 감 이 왔다.
“여기서 질문. 마법진 구현은 최고 난도의 마법으로 꼽히는데 그 이유 가 뭘까?”
“마법진에 담긴 ‘정보’를 오차 없 이 담아야 하는데 형태가 조금만 불 안정해져도 완전히 다른 마법으로
바뀌어서 그렇죠.”
최일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강화계를 이용한 시너 지보다 보조계를 이용한 시너지가 더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 지.”
최일현은 원반격의 마법진 구현을 풀어내고는 내게서 떨어졌다.
“내게 마법을 쏴봐라. 죽일 각오로 쏴도 상관은 없다. 다만 그때는 너 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 흐 흐.”
최일현이 말한 죽을 각오.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기 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죽일 각오로 마법을 쏘아내 다간 내가 죽을 수 있었다.
“후……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마법을 구현 했다.
우우응…….
손 위로 떠 오른 새하얀 빛의 마 법 구체.
나는 손을 뻗어 마법 구체를 최일 현을 향해 조준했다.
파앙一!
마법 구체가 최일현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그것에 맞춰 최일현은 ‘원반격’을 구현했다.
동시에 떠오르는 손바닥의 마법진.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쏘아낸 마법 구체가 마법진에 닿았다.
우우웅!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법 구체와 마법진이 크게 떨리더 니, 마법 구체의 에너지가 마법진에 홉수되 었다.
이내 마법진에서 내가 구현한 마법 구체가 나를 향해 다시 쏘아졌다.
파앙!
나는 서둘러 상체를 옆으로 꺾었다. 마법 구체는 방금 내가 서 있었 던 허공을 지나 둥 뒤로 날아갔다.
콰아앙!
벽에서 강한 굉음이 울렸다.
실제로 겪어보니 황당하기는 하다.
원반격이 가진 ‘반사’의 힘.
이런 느낌이었구나.
최일현은 팔짱을 끼더니 내 반웅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당황하지 않고 잘 피해냈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 쓱였다.
“아무튼 봤지? 이게 원반격이다. 마법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마법 에 담긴 마력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지.”
“……대단하네요.”
최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면서 심오한 마법이야. 마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고, 마법 진의 ‘정보’를 담당하는 술식 역시 완벽하게 깨우쳐야 하니까.”
최일현이 하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원반격은 원작의 묘사에서 도 난해한 마법 중 최고로 꼽히기도 하니까.
“사실 나도 실전에서는 원반격을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해. 형태가 조 금이라도 틀어지는 순간 마법을 흘 려내지 못하고 그대로 팔 한쪽을 내 줄 가능성이 크거든.”
‘절대 방어’라고 불리는 원반격을 제대로 다루는 마법사가 김진철 회 장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 이다.
단순한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이 마 법을 다룰 수 없다.
“하지만 굳이 영감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필요는 없어. 나처럼 중요한 순간에 한 번 사용할 수만 있어도 엄청난 힘이 되어줄 테니까.”
최일현이 손 위로 원반격을 다시 구현했다가 소멸시키더니 나를 바라 봤다.
“이런 괴물 같은 난이도를 가진 마 법을 네게 가르치려는 이유는 네게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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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형태 구현, 그리고 18살의 나이에 믿기 힘든 마법진과 시너지 에 대한 이해력. 원반격을 익히기에
딱 좋은 조건이거든.”
아무래도 마력의 폭우와 내 이론 수업 성적을 보고 저런 말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저것들은 내가 가진 재능 도, 수련으로 얻은 성과도 아니었다.
포인트를 이용해 얻어낸 힘이다.
최일현의 말처럼 나는 ‘원반격’을 익히기에 좋은 조건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원반격의 가장 기초 이론부 터 네게 알려주마.”
최일현은 내게 다가오더니 원반격 의 마법진올 구현했다.
“우선 이 마법진을 완벽하게 이해 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 고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해석’ 능 력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한다.”
나는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도형과 수많은 글귀들.
이 마법진 안에 얼마나 많은 ‘정 보’가 담겨 있는지 굳이 자세히 살 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이 마법진에는 지금 어떤 정보가 흐르고 있을까?”
나는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마법 술식 속에 숨은 미세한 ‘정보’ 를 읽었다.
최일현은 쉽게 맞출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음흉한 미소로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겐 외부자의 혜택이 있 다.
외부자의 혜택이 해석에만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해석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마법진 분석에 큰 도움을 준다.
외부자의 혜택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고유 능력,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마법진 속에 담긴 수많은 마법의 정보들이 읽히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진에 담긴 내용을 하나하 나 놓치지 않고 읽었다.
그리고.
내가 정보를 읽어갈수록 최일현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그날 이후 최일현에게 원반격의 이
론을 확실하게 전수받았다.
워낙 복잡했기에 지금은 비슷한 형 태조차 구현할 수 없었지만, 차근차 근 시간을 들여 연습하려 한다.
무엇보다 지금 단계에서는 구현보 다 뼈대가 되는 마법진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시간이 홀러 주말인 토요일 이 되었다.
나는 강원도에 매입한 내 소유의 산에 올랐다.
“오랜만이다. 그치?”
내 말에 그레텔이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의 외출에 신난 모
습이었다.
원래는 그레텔을 데리고 자주 외출 하려 했었는데, 최근 일이 워낙 많 았다 보니 그래 주질 못했다.
그래서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 자 괜히 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목적지에 도착하고 눈앞의 거대한 동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에 생 겨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내 마력 제어 능력이 A등급에 오 르기도 했고, 그레텔도 그간 훈련을 통해 제법 성장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이 던전을 충분히 공략 할 수 있을 터.
“그럼 가볼까?”
“응애.”
나는 그레텔과 함께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서자 으스스한 기 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혹시 그레텔이 겁을 먹진 않았을까 바라보는데 의외로 여유가 넘쳤다.
“그레텔. 괜찮아?”
그레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하긴, 그레텔의 이명은 ‘불멸의 지 옥 마계수’다.
이름값이 있는데 고작 이 정도로 겁을 먹으면 안 되긴 하지.
그렇게 나와 그레텔은 약 10분가 량 던전 안을 걸었다.
몬스터는 대체 언제 나오나 지루함 이 느껴지려는 그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내 눈 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어둠 속에 숨 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도마뱀의 형태를 한 몬스터
였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B등급 정도의 몬스터로 보인다.
시작부터 B둥급이라니.
예상했던 대로 던전의 난이도가 상 당했다.
나는 그대로 구체를 구현했다. 동 시에 어둠이 밝혀지며 도마뱀이 내 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녀석은 내 마법을 보더니, 생명의 위협을 느낀 둣 도망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설마 몬스터가 도망칠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살짝 당황한 채 마법을
방출했다.
파앙!
구체는 빠르게 녀석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미리 도망치려는 움직임을 취했던 도마뱀은 구체만큼이나 빠른 움직임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 였다.
새로운 마력이 느껴졌다.
동시에 바닥에서 여러 개의 나무줄 기가 소환되더니 도마뱀의 모든 다 리를 꽉 붙잡았다.
콰아앙!
—!!
이어지는 거대한 굉음.
폭발의 여파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처치된 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
나무줄기의 정체는 안 봐도 뻔했다.
나는 미소를 짓고는 그레텔을 바라 봤다.
“응애.”
전에는 나무줄기를 한 번만 사용해 도 지쳐서 쓰러지던데 지금은 여유 가 가득해 보였다.
“그레텔, 잘했어.”
내 칭찬에 그레텔은 밝게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와 그레텔은 어느덧 던전의 끝자 락에 도착했다.
이곳은 던전의 지하 4층.
여기까지 오는데 아마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천연 마정석은 내 기억에 의하면
보스가 자리 잡은 마지막 방에 대량 매장되어 있을 것이다.
“공략 끝나면 엘리베이터라도 만들 어야겠네.”
이 던전을 광산화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올 투자해야 할 것 같다.
여윳돈은 충분하다.
2학기에 들어서서 돈을 거의 쓰지 않았고, 또 꾸준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길드에 투자하며 많 은 돈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레텔, 조금 쉴까?”
“응애.”
나와 그레텔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기에 부족 한 마나와 체력을 채워야 했다.
그래도 온갖 회복 특성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짧게 쉬어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레텔 이거 먹어.”
나는 아공간에서 소시지 4개를 꺼 내 그레텔에게 넘겨줬다.
그레텔은 기뻐하며 소시지를 입에 물었다.
나 역시 소시지를 하나 까먹었다.
우물우물.
솔직히 내 취향의 음식은 아니라 자주 먹지는 않는데 이렇게 앉아서 먹으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 다.
나는 남은 시간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했다.
성무제에 관한 반응이나 그 외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의 SNS도 구경 했다.
[Lilly Rose(@Lilly_lJ]
[사진]
[불 이모티콘, 불 이모티콘, 불 이 모티콘, 불 이모티콘, 불 이모티콘, 불 이모티콘, 불 이모티콘, 불 이모 티콘, 불 이모티콘……]
우선 릴리 로즈는 오늘도 불타는 중이다.
사실 1학기 기말시험 이후로 SNS 에 올리는 글은 거의 저런 내용이기 는 했지만, 성무제가 가까워져서 그 런 걸까? 최근 증세가 더 심해졌다.
대충 사진첩을 넘겨보다가 한 부분 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아니, 얘가 또……
또 내 사진을 올려놨다.
불 이모티콘으로 얼굴을 가려놨지 만, 옷차림이나 체형이 누가 봐도 나다.
댓글 역시 그것을 아는지 ‘김선우’ 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었다.
“ 에휴.”
사실 릴리 로즈와 같은 유명인이 나를 홍보해주면 나에겐 나쁠 건 없다.
저런 게 쌓이고 쌓이게 되면 작은
포인트라도 벌게 해줄 테니까.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줘야겠다.
그다음으로는 한국 마법사관학교 학생들의 SNS를 살폈다.
먼저 유아라.
유아라는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 는다. 올라온 사진도 단 하나.
그럼에도 팔로워 수가 엄청나게 많 다.
더 웃긴 건, 세상 그 누구에게도 관심 없다는 듯 팔로우는 0명이다.
나는 사진을 SNS에 올라온 단 하
나의 사진을 눌렀다.
사진 속의 유아라는 훈련장에서 머 리를 뒤로 질끈 묶은 채 마법을 방 출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윤하영이 찍어준 거 같은 데 사진 구도가 엄청 멋있다.
“와. 댓글 진짜 많네.”
학교에서야 유아라 특유의 성격 때 문에 무서워하는 애들이 많았지만, 학교 외부에서는 인기가 하늘을 뚫 을 정도로 높다.
우선 실력도 실력이지만 누구나 혹 할 만큼 이쁘게 생기기도 했고, 또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어 유
아라를 추종하는 팬들이 엄청 많았 다.
“나도 SNS 나 하나 만들까.”
슬슬 나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포인트를 위해 관리(?)해줄 필요 가 있지 않나 싶다.
분명 SNS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을 테니까.
“고민 좀 해봐야겠네.”
“웅애.”
그때 그레텔이 내게 다가오더니 다 리를 톡톡 건드렸다.
“벌써 다 회복됐어?”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생각보다 회복력이 빠르다. 생명의 상징인 나무라서 그런 걸까.
그레텔이 회복되었다는 말에 나도 내 몸을 점검했다.
나 역시 회복 속도로는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는다. 6시간 동안 던전 을 공략하며 사용한 마나가 어느새 회복되어 있었다.
나는 엉덩이를 털고는 자리에서 일 어났다.
“그레텔 준비됐지?”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풀었다.
“후우. 그럼 가볼까.”
나는 보스 방의 문을 열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