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3화 (192/535)

193 화

“와.”

거대한 원형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 자 절로 감탄이 나왔다.

7만의 인원수를 수용할 수 있다더 니 엄청나게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 고 있었다.

“사람 엄청 많네.”

관중석은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채 워져 있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도 심상치 않게 보였다.

이렇게 보니 마법 경기, 즉 ‘마법 투기’가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 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물론 오늘 있을 경기가 최고의 인 기를 자랑하는 ‘챔피언’의 복귀전이 라 더더욱 흥행하는 점도 있겠지만.

나는 경기장 내부의 전광판을 올려 보았다.

[원혁진 VS 중위]

량량이라는 이름 대신 중위라는 이

름이 적혀 있었다.

중위라는 이름은 량량의 활동을 위 해 만들어 낸 가명이다.

지하 투기장에서 사용했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명 을 사용하는 거겠지.

이렇게 보니 지하 투기장에서 량량 을 보았던 날이 떠오른다.

그때도 량량은 처음 출전하는 신인 이었고, 상대는 챔피언이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데뷔전을 화려하게 치루는 구나.

“김선우! 거기서 뭐 해?”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서준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자리에 앉은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게.”

나는 이서준 쪽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내 옆에는 이서준이 앉고, 이서준 의 옆에는 전민기가. 그 옆에는 신 영준, 이현주가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는데 문득 궁 금한 게 생겼다.

“근데 넌 왜 우리 조에 왔냐?”

전민기에게 물었다.

원작에 의하면 전민기가 이날 여기 에 있진 않았는데.

“아! 선배님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입니다!”

전민기가 힘차게 대답했다.

50대 아저씨의 얼굴이라 그런지 내게 존댓말 하는 모습이나 선배님 이라 부르는 게 아직도 적응되지 않 는다.

“……어. 그러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기장 내 부를 바라보았다.

관중에게 공개된 선수 대기석에서 챔피언, 원혁진이 몸을 풀고 있었다.

자신이 신인을 상대로 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지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멀리서 보는데도 엄청 잘생겼다.

원혁진이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되는 데에는 실력도 있었지만 잘생긴 외 모도 한몫했다.

이번에는 량량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량량은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뒤의 매니저로 보이는 한 남성과 대 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량량을 빤히 바라보다가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량량

나이 : 23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B+ 관심도 : 0

마력 등급이 B+라.

예상대로 마력 등급이 그렇게 높지 는 않았다.

지금 시점의 량량은 마법을 정식으 로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 이다.

물론 정식으로 배운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B+등급에 올랐다는 건 그 가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중거 다.

거기다 원작에서의 량량은 마력 등 급보다는 타고난 잔인한 성격. 그리 고 비열한 공격방식으로 유명했기에 사실 그의 진면목은 이쪽에 있다.

“무슨 생각해?”

굳은 얼굴로 가만히 있자 이서준이 물었다.

“가만히 기다리기 지루해서.”

대충 지어내서 말하자 이서준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강령술 재료는 언제부터 모 을 거야? 시험 끝나고 하자며.”

“강령술? 아……

진천우의 일기장에 나온 강령술로 진천우의 영혼을 불러보겠다고 했었 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거 방학 시작하면 해야 할 것 같아. 지금은 좀 바빠서.”

“뭐 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미뤄놓은 일들이 있거든.”

“......그래?”

이서준은 나를 흘겨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뤄놓은 일이 무엇인지는 굳이 캐 묻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 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곳에 ‘그 녀석’들이 숨어 있을 텐데.

바로 자운의 멤버인 백은성과 나타 샤.

원작에서도 정체를 숨기고 이곳 경 기장을 찾아왔었으니까.

그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관중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인물 간파’를 사용하던 때였다.

내 옆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 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최서윤이 양손에 음 식을 가득 품은 채 내 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치킨, 팝콘, 과자 음료 등등. 뭐 이 리 많이 사 왔는지 남자 셋이 모여 야 겨우 다 먹을 것 같다.

보는 내가 괜히 불안해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 일부를 받았다.

“앗! 감사합니다.”

“뭔 음식을 이리 많이 사 왔어? 다 먹지도 못할 거 같은데.”

“선배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요.”

무슨 드라마 속에 나올 법한 대사 를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나는 멍 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야. 그래도 그렇지.”

최서윤은 작게 웃으며 내 옆에 앉 았다.

“뭐해요. 앉아요.”

“……어. 그래.”

내가 자리에 앉자 최서윤이 팝콘 하나를 집고는 내 입 안으로 기습 공격했다.

“읍!”

“어때요? 먹을 만해요?”

최서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는 팝콘을 우물우물 씹다가 삼키 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맛있어.”

“헤헤. 다행이네.”

최서윤이 한번 웃더니 자기도 팝콘 을 입에 물었다.

그러다 잘못 삼켰는지 눈을 찌푸린 다.

“콜록콜록.”

“..… ‘어휴.”

나는 서둘러 음료 뚜껑을 따서 최

서윤의 입에 부어주었다.

같은 시각.

자운의 핵심 멤버인 백은성과 나타 샤는 인피면구로 정체를 숨긴 채, 이서준 일행의 맞은편 관중석에 앉 아있었다.

이들은 오늘, 일주일의 휴가를 이 용해 여가 생활을 즐기러 이곳에 왔다.

“우와. 사람 진짜 많네.”

“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여기 팝콘 더럽게 맛없어.”

백은성이 눈을 찌푸리더니 물을 들 이켰다.

나타샤는 그런 백은성을 무시한 채 전광판에 떠오른 원혁진의 사진을 보았다.

“아, 원혁진 복귀전 기대되네.”

나타샤은 오늘 시합의 주인공인 ‘원혁진’의 팬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다르게 좋아 하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소녀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 나타샤가 마음에 안 드는지 백은성이 이죽거렸다.

“……쯧.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내가 재랑 붙으면 5분 내로 죽일 수 있을걸?”

“야. 그럼 뭐해? 원혁진은 겁나 잘 생겼잖아.”

“뭐래? 나도 어릴 적부터 잘생겼다 는 소리 질리도록 들었거든?”

백은성이 울컥하듯 말했다.

“네가 무슨.”

“야. 진짜로 나 학교 다닐 때 애들 이 줄을 섰어.”

실제로 백은성의 얼굴은 상당한 미 남에 속하기는 했다.

다만 나타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 뿐이었다.

원혁진은 남성미가 넘치는 외모라 고 한다면, 백은성은 미소년에 가까 운 스타일이었다.

“넌 애 같아서 그닥.”

“뭐래 아줌마가.”

“너 뭐라 했냐?”

나타샤가 살벌한 눈으로 백은성을 노려보았다. 백은성은 자신이 말실 수했음을 깨닫고 헛기침을 하며 대

화의 주제를 바꿨다.

“근데 학생들도 꽤 보이는데. 저거 마법사관학교 교복 아니냐?”

“맞아. 오늘 특별 활동으로 왔다더 라.”

“그럼 이서준도 여기 있겠네?”

백은성은 이서준을 찾아 주변을 둘 러보았다.

7만이나 되는 수많은 관중이 있었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 무리를 찾 으면 됐기에 찾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이서준 찾았다!”

백은성이 맞은편 관중석을 가리켰 다. 나타샤는 백은성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거리가 꽤 멀어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마력 으로 시력을 강화했기에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네. 이서준 즐거워 보이는데.”

“한참 즐거울 나이잖냐.”

그렇게 이서준을 바라보던 그때, 이서준 옆자리에 앉은 김선우가 백 은성의 눈에 들어왔다.

최근 마법사관학교 내에서 이서준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며 엄청난 주

가를 올리고 있는 유망주였다.

그런데 백은성은 김선우를 보자마 자 당황했다.

김선우의 시선이 이미 자신을 향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1초.

김선우는 마치 우연이라는 둣 반대 편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에게 시선 을 돌렸다.

“......뭐야?”

백은성의 중얼거림에 나타샤가 물 었다.

“왜 그래?”

“어? 아니야. 잠깐 착각했나 봐.”

백은성이 자신의 의수를 만지작거 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였다.

번쩍!

경기장 내부의 화려한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이어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선수 입장!]

강렬한 음악과 함께 원혁진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잘생긴 외모 의 남성이 올라오자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다.

나타샤 역시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려는 듯 눈에 마력을 주입해서 원 혁진을 바라보았다.

“쯧.”

백은성은 고개를 젓고는 다음 선수 의 입장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원혁진의 맞은편에서 날카로운 인상의 마른 남성이 입 장했다.

백은성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호기

심을 느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자신 과 동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 기 때문이다.

“저거 누구야?”

“이름은 중위. 중국에서 왔다는데. 신인이라 다른 정보는 없어.”

“그래?”

백은성은 중위-량량-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런 분위기의 남성이라면 어떤 것 이든 간에 이름이 알려졌을 법도 한 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기대되네. 실력 좀 볼까?”

약 20분의 시간이 흐르고.

원혁진과 량량의 경기가 끝이 났 다.

예상 못 한 경기의 흐름에 사람들 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나 역시 경기를 보며 조금 놀라고 있었다.

지하 투기장의 주최자이자 S둥급 마인인 하령에게 마법이라도 배운

것인지 량량의 실력은 이전에 보았 을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기 때문 이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거의 A등급 중상급에 근접하지 않을까.

물론, 마력 제어 능력이 투박하기 에 순수한 실력이 아닌, 어디까지나 전투 센스를 말하는 것이다.

“이거 뉴스 뜨겠는데.”

“그래도 큰일이 안 생겨서 다행이 지.”

량량은 음지에서 무패를 기록한 실 력자답게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실 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상대는 양지의 챔피언이었다.

스포츠라는 게 음지에서 아무리 날 뛴다고 한들, 양지의 실력자와 붙는 건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챔피언이라는 이름에 걸맞 게, 원혁진은 마력양과 운용에서 엄 청난 체급 차이를 보여주며 량량을 압박해갔다.

물론 압박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마법 경기’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 칙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마법은 사람을 쉽게 죽일 만큼 강 한 힘이기에 원혁진이 스스로 조절

한 것이다.

그렇게 량량이 패배하나 싶을 때였다.

저번 지하 투기장 때와 같이, 량량 은 또다시 상대방의 방심을 노리고 기습 공격했다.

사용과 동시에 ‘선수 자격 박탈’로 이어지는 금기인 살초를 사용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량량의 공격은 실패 로 끝이 났다. 량량이 기습하려는 순간 안전팀과 경기장에 설치된 보 호 마법이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량량의 몸은 속박계 마법에

의해 구속되었고, 량량은 그대로 끌 려갔다.

이것 역시 원작과 같은 흐름이다.

이것으로 량량은 양지에서 선수 자 격을 박탈당하고 다시 음지로 돌아 가 투기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홀러, 모든 시합이 끝나자 관중들은 서서히 경기장 밖 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경기장에 빠져나와 대화 를 나눴다.

“야. 오늘 원혁진 선수 진짜 큰일 날 뻔했네.”

“그러게. 저 신인 겁대가리 없더라. 마력 담은 거 보니까 진짜로 죽일 생각처럼 보이던데.”

“하도 맞다 보니 걔도 열받은 거 지.”

그렇게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데 어 디선가 나를 향한 그윽한 시선이 느 껴 졌다.

고개를 돌리니 귀티 나는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디서 보았는지 깨달 았다.

량량의 선수 대기석에서 봤던 남자 였다. 잠깐, 량량의 대기석의 남자라 면 혹시…….

나는 그에게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하령

나이 : 62 종족 : 마인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0

역시.

내가 예상했던 인물이 맞았다.

S등급의 마인, 하령.

지하 행사의 주인이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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