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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화 (191/535)

192화

겨울이 다가오는 12월, 추위가 점 차 강해지자 마법사관학교 학생들의 옷차림도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 옆에는 김밥처럼 검은색 롱패딩으로 온몸을 감싼 윤하영이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으. 춥다. 선우야 넌 안 추워?”

윤하영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나를 올려본다. 지금 내 옷차림은 교복 마의 위에 후리스 하나만 걸쳤다.

겨울옷보다는 가을옷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알잖아. 나 추위나 더위 잘 안 타 는 거.”

“알긴 하는데. 볼 때마다 신기해서. 옷 안에 핫팩 같은 거 붙여 놓은 거 아니야?”

윤하영이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바 라보았다.

옷 안에 핫팩을 덕지덕지 붙여 놓 는다는 상상력이 괜히 웃겨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핫팩은 무슨.”

나와 윤하영은 마법사관학교의 길

을 가로질러 발현계 마법 훈련장 방 향으로 걸었다.

중간중간 몇몇 학생을 마주쳤는데 하나같이 내게 선망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처음엔 기분이 좋기도 했는데 최근 에는 이게 점점 과해져서 부담스럽 다.

그렇게 쭉 길을 걷는데 멀리서 익 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꿍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는 최서윤이었다.

“……쟨 또 왜 저래?”

내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윤하영이 말했다.

“이번 기말시험에 1위 못해서 우울 해 하다는데.”

“아......

하긴, 1위 땟기는 게 처음이면 저 럴 수 있겠지.

저번 중간시험 때 이서준도 그랬었 으니까.

밑바닥부터 올라온 나는 어떤 기분 일지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쯧.”

괜히 내가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 도 좀 그래서 그냥 저대로 놔두기로 했다.

시간이 홀러 발현계 훈련장에 도착 했다.

발현계 교사, 이희영은 나를 보더 니 기다렸다는 둣 밝게 웃으며 다가 왔다.

“선우 학생!”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자, 늘 그랬듯 기 특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장전 잘 봤어요. 설마 그런 고 난도의 광역 마법을 사용할 줄 생각 도 못 했는데. 덕분에 내기에서…… 앗.”

이희영이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내기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호.”

뭔가 수상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나와 크게 상관없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자자! 들어가서 자율 훈련하세 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훈련장 안 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사격장처럼 일자 로 길게 늘어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마 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기말시험이 끝나면 방학까지 수업 대신 자율 훈련을 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무언가를 배 우기보다는 한 학년 동안 배운 것을 다시 다듬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 문이다.

윤하영과 헤어지고 내 자리로 이동 했다.

내 옆에서는 유아라가 늘 평소와 같이 살벌한 화염 구체를 뿌리며 훈 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나도 슬슬 훈련이나 해볼까.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외부자의 혜 택으로 내 특성부터 살폈다.

[마력 제어술(A)][수련치 : 0.1%]

원하던 A등급에 올랐지만, 그 이 후로 제대로 마법을 사용해보지 않 아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아직 A등급 초입이지만 등급이 올 랐으니 분명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 을 터.

나는 이번 자율 훈련 시간을 이용 해 그 변화를 확실하게 체감해보려 한다.

우선 발현계 마법의 첫 번째 단계 인 ‘구현’부터.

우우웅.

내 손위로 하얀빛의 점이 한곳에 모이더니 구체의 형태를 이루기 시 작했다.

아직까지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음으로는 ‘압축 구현’을 사용했다.

구체의 형태는 유지한 채, 안에 담 긴 마력의 양을 늘렸다.

우우웅……!

동시에 구체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푸른빛이었던 구체가, 점차 은빛으 로 물들기 시작했다.

압축 구현의 속도가 확실히 이전보 다 빨라졌다.

압축 구현과 동시에 안정적인 형태 구현을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에 꽤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이 단축되 었다.

확실히 A등급에 오르니 마법 제어

능력이 성장하긴 했다.

만족스러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혹시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은 구 현도 가능할까?’

성장했다는 것이 체감되자 마음속 에서 욕심이 생겼다.

내가 압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 법. 나의 새로운 한계.

과연 어디까지일까?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 동합니다.]

두근!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하자 부족한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구현에 집중하느라 부족해진 마나 를 빠르게 회복해 다시 구체에 쌓고 또 쌓았다.

우우우웅……!

손 위에 떠 오른 은빛의 구체가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압축을 위해 필요한 마나의 효율이 대폭 상승했다.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여기서 더 높은 등급의 마법을 구 현할 수 있다고.

우우우웅……!

“홉!”

그렇게 약 3분의 시간이 흐르자 구체에 아주 약간의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구체에서 뿜어지는 은빛이, 아주 은은한 금빛을 머금기 시작한 것이다.

은빛의 마나는 A등급의 마법사를 상징한다. 그리고, S등급의 마나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금빛’이다.

3분이라는 긴 시간을 사용하여 억 지로 만들어냈지만, 금빛의 마법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성취감에 가슴이 떨렸다.

물론 금빛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은은한 빛이었지만 꿈 에 그리던 금빛이 내 손에 구현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크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표적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크게 심호홉을 하고.

그대로 표적을 향해 마법을 방출했다.

파아앙一!

내 손을 떠난 은은한 황금빛의 마 법 구체는 주변의 공기를 휩쓸며 앞 으로 나아갔다.

방출의 여파로 내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아직 내 능력에 맞지 않는 마법을 무리해서 사용한 탓인지 마법을 방 출한 내 오른팔에서 약간의 통중과 떨림이 느껴졌다.

단순히 방출하는 것으로 몸에 무리 가 올 정도라니. 간접적으로 그 파 괴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빠르게 쏘아지는 마법

을 보았다. 은은한 금빛의 잔상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콰아아아앙!

마법이 표적에 부딪히며 거대한 굉 음을 내었다.

그것과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 올랐다.

[미숙하지만 은은한 금빛 마나 구 현올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수련치가 3% 상승합니다.]

[마력이 1 증가합니다.]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

포인트를 획득했다.

수련치 3%를 얻은 건 덤.

아직 금빛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 보상이 조금 짜기는 했지 만 그래도 성장했다는 게 중요한 거 겠지.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다가 시 선이 느껴져 옆을 돌아보았다.

유아라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의 모든 일정을 마친 나는 기 숙사 소파에 누워 뉴스를 살펴보고 있었다.

[내년, 마법 유망주들의 축제라 불 리는 성무제 참가자 명단 확정되었 습니다.]

뉴스 앵커는 차분한 목소리로 성무

제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이내, 각 학교에서 참가하는 학생 들의 사진이 쫘르륵 나열되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 학생 사진은 가 운데 눈에 띄는 곳에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뉴스를 보는데 스마트 학생 수첩이 알람을 울렸다.

[이번 주 목요일, 특별 선택 활동 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원하시는 활동을 선택해주시길 바랍니다.]

특별 선택 활동. 시험이 끝나고 방 학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진행한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이번 특별 활동은 교육이나 체험보다는 ‘여행’ 에 가깝기는 하다.

3학년들에게는 졸업 여행이 될 테 고, 1학년과 2학년들에게는 학년이 끝나기 전 마지막 추억 여행이 되겠 지.

1. 서울 마법 경기장

2. 한국 마법 민속촌

3. 서울 신비 박물관

“흐음.”

원작에 의하면 이날 별다른 사건이 터지거나 하지는 않다.

훗날 진행될 전개의 떡밥을 뿌리는 장치로 잠깐 사용되는 정도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서준을 따라 가는 게 맞는 판단이겠지.

나는 곧바로 메시지를 클릭했다.

[특활 OC]

이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짧고 성의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남자끼리니 크게 상관은 없다.

메시지를 보내자 약 10초 뒤 답장 이 왔다.

[서울 마법 경기장. 너는?]

“ 역시.”

서울 마법 경기장.

원작과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마법사 스포츠는 대중들에

게 큰 인기가 있는 유흥 거리라 몇 몇 학생은 장래에 스포츠 마법사를

꿈꾸기도 할 만큼 인기가 많다.

[나도 거기 가게]

[긔긔오키. 그럼 이번에도 같은 조

할래?]

[-1]

답장을 보내고는 학교 정보 시스템 에 접속해 ‘서울 마법 경기장’을 선 택했다.

[선택 완료되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라도 한잔 마시려고 냉장고로 걸어가려는 순간 스마트폰에서 알람 이 울렸다.

[진우 씨, 뭐해요?]

한세연이었다.

원래 이 시간대쯤이면 연락이 오니 까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쉬고 있습니다. 한세연 씨는 요?]

[저도 여태 일하다가 잠깐 쉬는 중 이에요]

“으 ”

〒r.

뭐라 답장할까 고민하는데 메시지 가 다시 도착했다.

[혹시 아버지한테 연락 온 건 없어 요‘?]

한대현? 아직 따로 연락은 없다.

저번 식사 이후로 한 번 연락을 준다더니. 아픈 사람이 뭘 하는지는 몰라도 바쁜 모양이다.

아니면 내 존재를 까먹었을 수도 있고.

[네, 아직 없습니다.]

[그래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아버지가 진우 씨한테 관심 있어 보 이길래요.]

나한테 관심있다라.

한대현이 나를 잊은 건 아닌 모양 이다.

그러다가 문득 한세연에게 물어보 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근데 혹시 저번에 만들어 주신 마 나 엘릭서보다 10배 정도 효과가 좋은 약도 만들 수 있습니까?]

인과율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는 마나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족한 마나로 권능을 사용 할 수 없는 지금, 부족한 마나를 수 급할 수단이 필요했다.

혹시나 한세연이 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10배요..? 10배는 왜요?]

[많은 마나를 사용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10배는 힘들어요. 지금 약보다 5 배 정도 좋은 약은 농도를 진하게

하면 어찌어찌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것도 그만큼 부작용이 훨씬 강할 거예요. 여차하면 몸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요.]

“……흠. 역시 안되나?”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아쉬움 이 남는다.

가능하다고 해도 부작용이 심하다 고 하니 사용할 순 없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역시 마도구를 이용해야 하 나?”

내 기억에 의하면 마나 공급을 돕 는 물건이 몇 가지 존재하기는 했다.

당장 자운이 소유한 성유물인, ‘마 나의 핵’과 ‘포세이돈’이 마나 공급 을 위해 존재하는 아이템이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자운의 소유이다.

지금 나의 힘으로는 얻어낼 수 없다.

“으. 모르겠다.”

언젠간 방법이 생기겠지.

마법사관학교 특별 선택 활동이 있 는 목요일 10시.

학교 정문 앞에는 400명에 가까운 학생이 설렘 가득한 얼굴로 정문에 모여 있었다.

전교생의 수는 450명에 가깝지만 약 50명 정도의 3학년은 졸업이 확 정되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김창현도 포함되어 있었 고.

“아, 오늘 경기 기대된다. 오늘 관 람하는 거 챔피언 경기라잖아. 근데 너도 경기 챙겨 보냐?”

다른 조원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이서준이 내게 물었다.

마법 경기.

말 그대로 격투기처럼 마법사끼리 전투하는 경기를 말한다.

1학기 때 한세연과 보았던 ‘지하 투기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하 투기장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하게 진행되지만.

마법 경기는 엄격하고 안전한 룰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전 연령이

시청 가능한 합법 경기이다.

“……가끔 보기는 하지. 채널 돌리 다가 나오면 보는 정도.”

“으음. 대부분 그렇긴 하지. 나도 가끔 보는데 엄청 멋지긴 하더라.”

“멋지긴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멀리서 우리를 향해 남녀가 다가왔다.

마법사관학교 내에서는 모두가 아 는 유명인사, 최서윤과 전민기였다.

“선배님!”

최서윤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내

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기말시험 때 패배한 뒤로 한동안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회복한 듯 평소처럼 밝은 모 습이다.

“자, 모든 인원이 모였으니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교사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포탈 게이트로 들어갔다.

동시에 눈앞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 와.”

거대한 크기에 학생들은 놀란 눈으 로 건물을 올려보았다.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지만, 그 것보다는 훨씬 현대적, 아니 미래적 인 디자인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야야. 저기 챔피언 원혁진 포스터 다!”

누군가가 건물 외벽에 붙은 거대한 포스터를 가리켰다.

챔피언 원혁진.

스포츠 선수답지 않은 S등급에 근 접한 마법사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 는 마법사였다.

“포스터 옆에 상대는 누구지? 신인 인가?”

“응, 오늘 첫 경기라던데.”

나는 학생들을 따라 포스터를 바라 봤다.

눈에 익은 얼굴.

거의 10개월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빼빼 마르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살이 조금 올라온 모습이다.

량량.

지하 투기장의 챔피언이자, 훗날 자운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 빌런 이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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